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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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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현행법상 낙태죄 관련 규정

낙태죄란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태아 를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범죄이다. 그러나 태아의 생명에 위험을 주지 않고 모체 의 건강을 위하여 조기출산하게 하는 인공출산은 낙태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낙태죄의 보호법익은 태아의 생명이다. 또한 ① 부녀의 동의 유무에 따라 형의 경중에 차이를 두고 있고,317) ② 낙태치사상죄를 무겁게 벌하고 있는 점에서318) 부 317) 동의낙태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업무상동 의낙태죄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부동의낙태죄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형을 가중하여 규정하고 있다.

318) 동의낙태에 의하여 부녀가 상해에 이른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사망에 이른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업무상동의낙태 및 부동의낙태로 인하여 부녀가 상해에 이른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사망에 이른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부동의낙태의 주체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약종상인 경우와 업무상동의낙태의

녀의 생명․신체도 부차적인 보호법익이 된다.

낙태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은 자기낙태죄(형법 제269조 제1항)이다. 업무상동의낙 태죄(동법 제270조 제1항)는 동의낙태죄(동법 제269조 제2항)에 대하여 신분관계로 인해 책임이 가중되는 가중적 구성요건이다. 부동의낙태죄(동법 제270조 제2항)는 자기낙태죄에 대하여 불법이 가중되는 가중적 구성요건이다. 낙태치사상죄(동법 제 269조 제3항 및 제270조 제3항)는 위의 죄에 대한 결과적 가중범을 무겁게 벌하고 있다.

한편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 의학적․우생학적․윤리적 정당화사유가 있는 경우 에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319) 동 조항은 낙태죄의 특수한 위법성조각사유라고 할 수 있다.

의학적 정당화사유란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5호)를 말한다.

여기에서 모체의 건강이란 육체적․정신적 건강상태를 의미하며,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모체의 현재의 건강상태 및 미래의 건강상태도 판단의 대상이 된다. 이 사유의 정당성은 태어나지 아니한 태아를 위하여 모체의 생명이나 건강을 희생하도록 요구할 수 없 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우생학적 정당화사유란 모체 또는 배우자의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 체질환(동법 제14조 제1항 제1호) 및 전염성 질환(동법 제14조 제1항 제2호)에 의 하여 태아가 정신적․육체적 손상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이 사유에 대해 서는 생명존엄에 위반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아동의 생명권을 경시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319) ① 의사에 의하여 수술이 행해져야 한다. 그러나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에 한하는 것은 아니다. ②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중절수술의 의 미를 이해할 수 있는 판단능력 있는 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동의일 것을 요한다. 그러 나 배우자가 사망․실종․행방불명,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본인 의 동의만으로 족하다(동법 제14조 제2항). 본인 또는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때에는 친권자․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갈음할 수 있다(동법 제14조 제3 항). ③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한 날로부터 24주 이내에 하여야 한다(동법 시행령 제15 조).

는 사유로 판단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리적 정당화사유란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동법 제14조 제1 항 제3호)와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동법 제14조 제1항 제4호)를 말한다. 따라서 강제추행죄, 미성년자간음죄, 업무상 위력 등에 의 한 간음죄 등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할 수 없게 되므로 윤리적 정 당화사유의 범위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있다.320)

나. 판례의 태도

형법상 자기낙태죄 조항은 출산을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이 며, 특히 임신 초기의 낙태일 경우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간의 가치 형량에서 그 불균형이 너무 심각하다. 이것은 임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이와 같이 자기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므로, 조산사의 낙태행위를 무조건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률조항 또 한 같은 이유로 위헌이다.

또한 자기낙태죄 조항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된 반면에 업무상동의낙태죄의 조항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징역형만 을 규정하고 있어 과잉처벌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취지로 형법 제270조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이 2012년에 제기되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4인의 합헌 의견과 4인의 위헌 의견으로 위헌정족수 1인이 부 족하여 합헌 결정을 내렸다.321) 그 후, 산부인과 의사인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에 의 하여322) 6년만인 2018년 5월 24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의 존폐에 대한 공개 변론 을 열었다.

이에 법무부 측은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 320) 이재상/장영민/강동범, 형법각론 제10판, 앞의 책, 5/1-10면.

321) 헌법재판소 2012. 8. 23. 2010헌바402 결정.

322) 청구인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낙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후 1심 재판 과정에서 형법 제269조 제1항․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위 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6년 전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단을 내린 만큼 법원이 이 를 기각하자 2017년 2월 해당 조항들이 위헌인지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뉴스한국, http://www.newshankuk.com/news/content.asp?fs=1&ss=3&news_idx=201805241 158591343 참조, 최종방문일: 2019. 01. 09.).

고 있지만 헌법상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보호는 당연하고, 형사처벌 폐지는 보호 조치를 없애는 것으로서 또 다른 위헌적 사태를 부른다”고 하여 낙태죄 합헌을 주 장했다. 반면 청구인 측은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 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한 다”고 하여 낙태죄 위헌을 주장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 된 조항”이라며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법은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재생 산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취지의 공식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323) 공개 변론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의 공식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고 있다. 여성단 체에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재판 관들 사이에서 합의되기가 쉽지 않다. 반대 입장인 재판관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공개 변론 이후 종교계에서 합헌 결정을 해야 한다는 내용 의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수 십장 제출하는 등 여론 부담 때문에 결정을 미뤘다 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에 선고되지 않으면 새 재판관이 취임한 뒤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선고될지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324) 이에 법조계․여성계․종교계를 비롯한 학계와 여론에서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판단에 대한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유보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이전의 2012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살펴보는 것은 낙태죄의 존폐에 대해 상호 대립되는 견해의 근거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 생각된다. 당시에도 합헌 의견과 위헌 의견이 4 대 4로 나뉘어 팽팽한 견해 대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2012년 낙태죄 위헌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의견과 위헌 의견에 관하여 자 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1) 자기낙태죄와 기본권

헌법 제10조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상의 기본권 인 개인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에는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된다. 이러한 323) chosun.com,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4/2018052403652.html 참

조, 최종방문일: 2019. 01. 09.

324)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062152025&cod e=940301 참조, 최종방문일: 2019. 01. 09.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 즉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 내재하는 특별한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임부의 자기결 정권, 즉 낙태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2) 합헌 의견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태아가 비록 그 생 명의 유지를 모(母)에게 의존”하고 있으나 그 자체로 “별개의 생명체”이며, “특별 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 된다고 한다. 또한, “인간이면 누구나 신체적 조건이나 발달 상태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생명 보호의 주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의 여부를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았다. 만약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점, 성교육과 피임법의 보편적 상용․임부에 대한 지원 등은 불법적인 낙태를 방지할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 모자보건법상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 우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한 결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325)

(3) 위헌 의견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는 “출산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 된다고 한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임부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에야 비로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 은 기본적으로 모(母)의 책임 하에 대부분이 이루어지므로 원하지 않은 임신 내지 출산이 모(母)와 태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신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325) 헌법재판소 2012. 8. 23. 2010헌바402 결정.

고 보았다. 또한, 착상 전의 수정란은 어떠한 보호도 행하고 있지 않고, 진통시로 부터 태아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는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 할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형법상 낙태죄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해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 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326)

다. 비범죄화 담론

(1) 비범죄화 반대론

낙태반대론의 근본적인 이유에는 종교적 내지 윤리적 색채가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327) 우선 기독교적 영향 하의 종교적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수태 순간부터 태아의 생명일지라도 사람의 생명과 동일하게 인정될 수 있으므로 보호받아야 한 다”고 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물이므로 인간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태아 에 대한 낙태행위는 곧 신의 모독이기 때문에 이를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다.

다음으로 성도덕․성윤리의 가치가 상실된 오늘날 “낙태죄가 폐지된다면 더 수 많은 낙태행위가 자행될 것이고, 이는 곧 인간생명의 경시풍조의 근원이 되어 사 회윤리의 기본마저 파괴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태아의 생명권이 임부의 인격 권과 비교형량 될 수 없는 것이므로 모자보건법상의 낙태 허용사유에 대한 엄격하 고 제한적인 해석을 요구한다. 또한 이와 같은 낙태 허용사유가 인정될지라도 12 주 이내로 제한되어야 하며, 그 이후에는 임부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우에만 낙태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328)

한편 수정란이 자궁 내에 착상하기 전이라도 낙태죄의 객체로 보아 보호해야 한 326) 헌법재판소 2012. 8. 23. 2010헌바402 결정문 중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

영준,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

327) 이재학, “낙태죄의 비범죄화 논란에 대한 소고”, 법학논고 제59권, 경북대학교 법학연구 원, 2017, 131면.

328) 김학태, “형법에서의 낙태죄와 모성보호”, 외법논집 제3권,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1996, 388-39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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