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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참여의 필요성

문서에서 여성의 정치참여에 관한 고찰 (페이지 36-0)

해방이후 한국의 정치는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제도를 채택하면서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남녀가 동등한 참정권을 가지게 되었다. 미국에서 는 독립운동 당시여성의 공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참정권이 오히려 퇴 보하면서 억압당했고, 프랑스에서도 여성참정권이 인정된 시기가 1946년이 라는 사실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제도적으로 상당히 앞서 있다는 인식이 가 능하다. 하지만 우리 나라 여성참정권이 역사와 흐름은 다른 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의 도입만으로 여성참정권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에서의 여성의 권리의 확대는 사회의 변화, 즉 민주주의의 변화와 맥

을 같이 해 왔다. 인간의 자유 확대, 시민의 권리 확대 등과 여성 운동이 함 께 진행되어 온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지난 50년 동안 민주주의의 이행과 정에서 많은 성과가 있어왔지만, 유독 여성분야만은 그 수요와 공급에 있어 공급초과 현상이 두드러져 많은 능력 있는 여성이 사회진입에 애로를 느끼 고 있고, 그들에게 투자된 사회적 비용을 환수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성에게 투자된 사회비용이 사장되지 않고, 여성의 능력을 각 영역에서 최 대한 발휘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마련이 절실하다. 이러한 여건 마련을 위 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여성의 정치 세력화이다.

‘세력화’한 권력을 배분하거나 그 기본 성격을 바꾸거나 강화하고 또는 유 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과정으로 정의되는데 세력화를 이루기 위한 활 동으로 개인적인 저항에서부터 사회의 기본권력 관계에 도전하기 위한 대규 모의 정치적인 활동에 이루기까지 그 범위가 넓다41).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Karl은 “여성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차별, 권리와 기회를 인식함으로써 남녀평등을 위하여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집단적인 인식을 통해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하나의 집단으로 활동하는 힘을 갖게 하며, 능력과 기술개발, 특히 계획하고 결정을 내리고 활동을 조직, 운영, 수행하여, 여성을 둘러싼 세계에서 제도와 사람 을 다루는 능력을 개발하며, 가정과 지역, 그리고 사화에 참여하여 보다 많 은 통제와 결정권을 가짐으로써,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벌이는 것 인데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를 강화시켜 준다.”고 논한 바 있 다42). 즉 ‘정치세력화’는 “하나의 집단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요구를 표출 하기 위해서 조직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정치세 41) Bookman, Ann and Sandra Mogan, Women and the Politics of Empowerment,

Temple Univ. Press, 1988, p.4.

42) Karl, Marilee, Women in Empowerment : Participation and Decision Making, Zed Books, 1995.

력화는 여성들이 능력을 개발하여 사회참여의 증대를 꾀하는 것으로 한 걸 음 더 나아가 그들의 힘을 결집하여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하나의 집단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요구를 표출시키는 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치권력의 획득과 변화이고,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여성에 의한 정치권력의 획득과 변화이고,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여성에 의한 정치 권력의 획득과 여성에 의한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세력화에 대한 보다 공식적인 논의는 1995년 북경 제4차 세계여성회 의에서 채택된 행동강령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43). 행동강령에서는 세력화 (empowerment)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정치세력화의 의 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정치세력화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여성에게 힘과 역할 을 부여해야 한다는 여성의 실세화, 혹은 권능강화와 관련된 의미를 담고 있다. 북경여성대회 행동강령은 ① 여성의 빈곤 극복, ② 여성의 교육 및 훈 련의 보장, ③ 보건서비스 증진, ④ 여성에 대한 폭력의 철폐, ⑤ 평화를 위 한 여성의 참여 증진, ⑥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 ⑦ 여성의 정치, 정책결 정직 참여 촉진, ⑧ 여성담당기구의 강화, ⑨ 여성의 권리 관련 조약의 이행 과 법지식 함양, ⑩ 남녀 평등을 위한 미디어 역할의 증진, ⑪ 환경보존을 위한 여성의 역할 증진, ⑫ 여자 어린이의 차별 철폐 및 권리 보장 등 12개 분야에 대하여 362개 항목의 구체적 방안과 전략을 담고 있다.

이러한 모든 분야의 해결에 여성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이고 그 것이 바로 여성의 실세화 혹은 권능강화라는 것이다. 21세기 사회변화를 인 식하면서 인권정치에 기초하여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지구의 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전제로서 남녀평등 실현을 강조하고 있는 북경여성회의 43) 한국여성개발원, 「제4차 세계여성회의 ’95 NGO 포럼」, 1995 ; 김선욱․윤덕경,

「북경여성회의 행동강령 이행을 위한 정책과제 연구」, 한국여성개발원, 1996.

행동강령은 여성정책의 세계적 기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행동강령은 여성 정책의 주류화를 강조하고 있다. 즉 여성의 문제는 종전과 같이 사회정책의 과제만이 아니라 경제개발, 인권, 정치적 상황, 문화와도 깊이 관련되므로 여성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문제가 특정 영역에서 따로 다루어지기보 다는 모든 분야의 국가정책 영역에서 중요하고 본질적인 주류로서 다루어져 야 한다는 인식 하에 모든 정책결정에서 여성의 참여 증진과 성 인지적 관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숫자가 많은 소수자’인 여성의 힘을 균형 있게 사회에 투사하자는 것이 여성의 대표성이나 여성의 정치세력화 논의의 핵심이다. 한마디로 균형 잡 힌 사회의 형성을 그 근본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정치세력화 란 여성들을 정치세계의 적극적인 주체로 부각시키는 일상적인 일련의 활동 을 포함하여 여성을 위한 정치가 제도화되는 과정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소외된 집단의 성원들이 서로 연계하여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소외상태에서의 탈출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통제력을 획득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44).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45). 첫째, 간접적인 정치참여로 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여성들의 집단적인 이 해를 반영함으로써 정치세력화를 이루어내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 후보장에게 투표하는 것 뿐 아니라,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여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는 남성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둘째, 시민단체를 조직하여 그 구성원으로서 정부를 감시 하고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서 정치세력화될 수 있다. 셋째, 여성들이

44) 정춘생, “한국여성의 정치세력화에 관한 연구”, 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6, p.13.

45) 김경애,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지방자치”, 동덕여성연구 제3호, 1988, p.122.

선거에 직접 입후보하여 의회에 진출하거나 행정직의 장이 되어 여성의 이 해를 직접대변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여성의 낮은 지위를 극복하 고 여성발전과 민주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다양한 정치참여의 통 로를 통해 의사결정 및 정책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직접 참여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 여성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기개발 및 자기실현과 관련되며, 여성전체의 차원에서는 여성의 구조적 불평등과 소외를 해소하는 과정인 것이다. 여성문제와 관련한 정책을 의제 화시키는 정책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지 않으면 안 된다. 본 장에서는 여성의 정치세력화의 관점에 서 세계와 비교한 한국 여성의 정치적 지위 현실과 한국정치사에 나타난 여 성국회의원의 자화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 3 절 여성참여를 위한 여성단체의 활동

1. 우리 나라 여성운동의 역사

19 세기 말 기독교의 전파에 따라 그 영향을 받고 태동한 한국 최초의 여 성운동은 부녀, 아동의 교육, 계몽 사업에서 출발하였다. 일제하의 여성운동 은 구국 독립운동과 계몽 및 사회운동의 성격을 띠었다. 1920 년대 중반 이 후 두 갈래로 나뉘어 전개되어 온 여성운동 가운데 한쪽의 맥이 끊어진 것 은 분단 때문이었다. 여성을 억압하는 봉건제에 대한 계몽을 목표로 한 여 성운동과 계급, 민족, 여성해방을 목표로 한 여성운동이라는 두 갈래의 운동 은 해방직후까지 이어졌으나 후자의 사회변혁적 성격을 띤 여성 운동은 대 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불법화되었고, 그 이후 한국 여성운동은 체제 내에

서 계몽과 봉사를 목표로 하는 단체활동으로 제한되고 말았던 것이다.

또한 6.25 이후 여성단체들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면서 전문성을 띠어가 기 시작하였으나 1961 년 군사쿠데타로 모든 단체가 군사정부에 의하여 해 체됨에 따라 여성단체는 다시 한번 국가에 의하여 모든 활동이 중지되었 다46).

그 후 대부분의 여성단체들이 주체적인 활동보다 조직적으로 정권유지를 위한 들러리로 전락하여 여성운동과는 위배되는 활동도 적지 않게 나타났

그 후 대부분의 여성단체들이 주체적인 활동보다 조직적으로 정권유지를 위한 들러리로 전락하여 여성운동과는 위배되는 활동도 적지 않게 나타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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