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수탁연구에 대한 매칭펀드 제공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민간수탁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출연연의 제도와 관행이 개혁되어야 하지만, 이런 조치만 으로는 민간수탁연구 부진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 울 것으로 판단된다. 대학․출연연 제도의 개혁과 병행하여 대 학․출연연이 민간수탁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대학․출연연의 민간수탁연구에 대해서 매칭펀드(m atch ing fund )를 제공하는 새로운 사업의 도입이 검토되어야 한다. 이 제도 는 정부가 별도의 재정을 확보하여 대학․출연연이 민간수탁연구 를 수주한 경우 수주액에 비례하여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이다. 민간수탁연구활동에 대한 한계비용 감소라는 목적을 달성 하기 위해서는 모든 민간수탁연구에 대해서 매칭펀드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초기에는 예산 확보 등에서 어려움이 있으므로 일단은 작은 규모의 매칭펀드를 조성해서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펀 드의 우선적인 지원대상은 산학협력연구를 처음으로 추진하는 기 업이나 대학․출연연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지원대상을 설 정하는 이유는 이것이 민간수탁연구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최대의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현행 산학협력연구 지원제도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산학연협력연구 지원 프 로그램은 정부와 민간이 연구비의 일정 비율을 분담하여 연구를 추진하는데, 정부부담 연구비는 대학․출연연으로 투입되며, 기업 부담 연구비는 기업이 자체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⁶⁾ 이런 현상은 기업부담 연구비의 상당 부분을 현물로 출자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부담 연구비 중 현금부담 부분은 대학․출연연으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금액은 크지 않다. 따라서 현행 산학협력연구 지원 프로그램은 산 학연이 공동으로 기획한 기술개발과제를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비용을 분담하여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산학협력연구 프로그램은 민간수탁연구를 대치하는 효과가 있 다. 정부의 지원이 없더라도 어차피 수행되었을 민간수탁연구를 정부가 지원하면 민간의 수탁연구비가 정부지원연구비로 대치된 다. 물론 민간도 현금 부담분만큼은 부담하지만 그 크기는 정부의 지원이 없었을 경우의 부담금에 비해서 대폭 축소된다. 산학협력 연구 프로그램에서 지원규모는 민간부담금의 크기에 따라 조정되

6) 교과부나 지경부의 사업관리규정을 보면 정부 대 민간 부담비율이 대기업의 경우

에는 50:50이 일반적이며, 주관기관이 중소기업이거나 공동연구개발인 경우에는

정부의 부담비율이 증가한다.

74 이노베이션 한국을 위한 국가 구상

는 것이 아니라 예상되는 연구 추진경비를 산정하여 결정되기 때 문에 지원으로 인해 민간부담금의 확대를 유인하는 것은 그 효과 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민간투자의 크기는 지원에 의한 한계비용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데, 현행 프로그램의 지원방식은 한계비용 감소의 효과가 별로 없다.

산학연연구 프로그램이 민간수탁연구비의 증대에 기여하려면 이 프로그램이 없었으면 시행되지 않았을 수탁연구가 추진되도록 해야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에서 과제를 선정하는 방식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의 성공률과 성과가 높은 과제를 우 선적으로 선정하게 되는데, 이런 과제는 정부의 지원이 없더라도 어차피 추진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과제이다. 결론적으로 현행 산 학협력연구 프로그램은 민간수탁연구를 지원하기는 하지만 민간 수탁연구비를 확대시키기보다는 대치하는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제안하는 민간수탁연구에 대한 매칭펀드는 이러한 현행 산학연지원제도의 문제점을 피해갈 수 있도록 고안되어야 한다.

첫째, 매칭펀드의 규모를 수탁연구비의 크기에 연동시킴으로써 민간수탁연구비의 한계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해야 한 다. 제공되는 매칭펀드의 비중은 기업부담금의 10～20% 수준으로 책정하는 것이 적정할 것으로 판단되나 적정지원비율은 매칭펀드 자금지원의 크기와 지원대상의 선정기준에 따라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민간의 부담분은 전액 대학․출연연으로 투입되도 록 하며 현물투자 등은 인정하지 않는다. 산학공동연구형태의 협 력연구는 기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제도는 위탁연구만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셋째, 지원규모를 작게 하는 반면 지원대상이 되는 수탁연구의 범위를 확대한다. 넷째, 지원대상 과제의 선정에서 위탁연구를 처음으로

해 보는 기업이나 대학․출연연을 우선적으로 선정한다. 이 프로 그램의 목적은 위탁연구활동을 증대시키는 데 있기 때문에 기존 에 위탁연구를 많이 수행하던 기업, 대학․출연연을 지원하는 것 보다는 새로운 산학협력 참여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사업목적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