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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복지체제의 성격 변화에 관한 연구: 김일성, 김정일,

1. 문제제기

복지는 자본주의에만 있는가? 일반적으로 복지는 자본주의 체제 ‘내’

에서 논의되어 왔다. 그 이유는 사회주의의 내재적 입장이 아닌 자본주의 의 외재적 입장에서 사회주의 국가는 복지를 사회의 목표로 하지 않는다 고 주장했기도 하거니와, 신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복지국가 자체를 좌파 적 시각에서 비판해왔기 때문이다(O'Connor, 1973; Offe, 1984). 본 연구는 국가존립이나 체제정당성 확보를 넘어 진정한 복지실현을 위해 수정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에서도 복지사회(welfare society)를 위해 노력하여 왔음을 전제한다. 즉 사회주의 사회에도 국가복지가 존재

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복지국가 또는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지배집 단의 체제연장을 위한 단순한 도구이건 아니건 간에, 실제 해당 사회의 구성원을 위한 복지의 추구는 인간을 위한 의로운 행위라는 점에서 자본 주의이건 사회주의이건 진정성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신 마르크스주의자들도 복 지‘국가’(welfare state)는 수정 자본주의의 한 형태일 뿐이며 노동계급 의 투쟁성을 약화시키고 자본가 계급의 지배구조를 합리화하는 착취사회 의 변종, 즉 '자본주의의 모순(the contradictions of capital-ism)'(Pierson, 2007: 49)일뿐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본질적 모 순은 그대로 둔 채, 자본주의를 영구히 지속하려는 ‘수정 자본주의’의 한 형태인 복지국가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Mishra(1984: 22)는 복지 자본주의 국가 중 노동계급과 좌파정당의 권력자원동원에 기반하여 경제 민주주의(economy democracy)를 통한 자본주의의 변혁 또는 사 회주의의 실현을 추구하는 입장을 ‘복지 사회주의(welfare socialism)’

로 지칭한 바 있다. ‘복지 자본주의(welfare capitalism)’뿐만 아니라 복 지 사회주의도 존재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러한 복지 사회주의의 주장 은 사회주의 국가도 복지를 위한 노력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즉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사회도 해당 구성원이 물질문명을 누 리며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은 체제 선전(propaganda)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체제의 정당성이며 진정성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Marx의 논의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본디 Marx는 수정 자본주의인 복지국가를 거부하였지, 인민의 복리 자체를 무시하지 않았다. Marx와 Engels(1969)는 생산력 수준이 고도로 발달된 공산주 의 사회에서는 ‘각자로부터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 (From each according to his ability, to each according to his

needs)’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욕구만큼의 복지를 누릴 수 있다고 하였 다. 즉 ‘능력에 따른 노동’을 통해 생산력 수준을 높이고, 창출된 재화와 서비스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소비’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공산주의 사 회도 인민의 복리증진을 체제목표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북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인민들의 물질 문화적 복리를 계통적으로 증진시킬 것을 목적으로”(김일성, 1983: 233) 한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로동법> 제11조에 따르면 “... 모든 물질적 및 문화적재부는 전적으로 나라의 부강발전과 근 로자들의 복리증진에 돌려진다..."고 규정되어 있다(장명봉, 2013:

1103).

그렇다면 복지 사회주의는 하나의 유형인가? 그 대답은 사회주의와 공 산주의에 대한 구분에서 찾을 수 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현실형인 사회주의와 이념형인 공산주의는 확실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 든 자본주의 국가들이 헌법 정신에 구현된 사회정책을 완벽하게 구현하 지 못하듯이 역사 속에 존재했던 사회주의 국가들도 사회정책의 이데올 로기를 완전히 실현하지 못하였다. ‘사회주의’에서 사회정의는 ‘모든 사 람을 평등하게 하는 것(equalizing everyone)’이 아니며, ‘각자로부터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노동에 따라’ 소비하는 것이다(Gorbachev, 1987: 100). 이에 대한 이해는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 공화국 사회주의로동법> 제4조에 따르면 “... 로동능력있는 모든 공민은 자기능력에 따라 사회적로동에 참가한다”는 조항 및 “로동의 량과 질에 의한 사회주의 분배원칙을 정확히 실시하며...”라는 조항이 있다(장명봉, 2013: 1103).

요컨대 공산주의에서는 공산주의 인간형으로의 성숙을 통해 각자는 능 력에 따라 노동하고 필요에 따라 소비하지만, 사회주의에서는 각자는 능

력에 따라 노동하고 노동한 만큼 소비하는 것이다. 즉 ‘사회주의’는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이며 ‘공산주의’는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이다. 따라서 사 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생산과 분배’의 원리에서 차이가 있다. 사회주의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에서는 ‘각자로부터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노동에 따라’ 생산과 분배 메커니즘이 작동되며, 공산주의(높은 단계의 공산주의)에서는 ‘각자로부터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

생산과 분배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것이다. 결국 사회주의에서의 복지는 기여에 따라 획득되는 반면, 공산주의에서의 복지는 필요에 따라 주어진 다. 이는 Marx가 인식하였듯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가는 이행 단계라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즉 20세기 동안 현존했던 마르 크스-레닌주의를 기반으로 한 프롤레타리아 일당 독재는 진정한 공산주 의 사회를 건설하지 못하였고 사회주의 단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결국 복지 사회주의의 유형도 공산주의 발전 단계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복지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발전을 필요로 하다. 북한의 경제수준은 남한의 원화가치를 기준으로 할 때, 2013년 북 한의 국민총소득(명목GNI)은 33.8조원으로 한국의 1/43 수준이며, 1인 당국민총소득(GNI)은 137.9만원으로 한국의 1/21 수준에 불과하다(한 국은행, 2014: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012년에 “국가예산에서 는 세계문명을 따라앞설데 대한 당의 의도에 맞게 우리 나라 사회주의 제 도의 우월성을 인민적시책과 사회문화시책부문에 지출총액의 38.9%의 자금을 돌려 전반적무료의무교육제와 무상치료제, 사회보험 및 사회보장 제, 정휴양제를 비롯한 사회주의적시책들의 실시와 문학예술발전, 체육 강국건설을 보장하였다”고 ‘국가예산집행의 결산’을 통해 보고한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사, 2012: 366). 즉 생산력 수준이 낮은 사회주의 단계임

에도 불구하고 사회정책의 실현노력은 국가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가 능한 것이다.

한편 동유럽의 체제전환 이후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 및 체제전환 25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사회정책의 문제는 동구인들에게 사회주의 향수(red nostalgia)를 낳게 하고 있다. 1999년 조사에서 사회 적 불만이 높은 동독인 중 40%, 2002년 조사에서 폴란드인 중 56%, 2005년 조사에서 루마니아인 중 60-65%가 사회주의 시대가 더 좋았다 고 응답한 바 있다(Velikonja, 2009: 545). 이러한 사회주의 향수는 동 구 국가들의 체제전환 이후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자연재해 및 미국 의 대북정책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 장마당의 등장으로 인해 북한 인민들 에게 김일성에 대한 향수(Kimstalgia)를 자아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과 연 김일성 시대가 북한 인민들에게 더 살기 좋은 복지사회주의였는지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김일성 시대부터 김정일 시대, 김정은 시 대까지 변화해 온 북한의 복지체제는 어떠한 성격이었는지를 검토하는 것은 북한 복지체제의 역사적 이해, 나아가 통일국가를 고려할 때 의미있 는 연구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복지체제의 성격에 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이 사회주의 복지체제라는 단일모델의 단정 하에 주로 소련, 동유럽 및 중국과의 비교에 기초하거나, 복지체제의 성격에 대한 접근보다는 개별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를 보 면(민기채, 2014a), 소련에서 독립한 탈사회주의 국가인 리투아니아에 대한 사회정책의 성격 분석을 통해 사회주의 시대에 ‘비스마르키언 사회 주의’라는 독특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징을 구현해 왔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사회주의 시대에 폴란드의 7개 사회정책(실업, 산업재해, 가족정책 (출산휴가, 가족수당, 아동수당), 공공부조, 교육, 주거, 돌봄)의 특징 변

화에 대한 분석 결과, 사회주의 이전 시기에 도입된 비스마르키언 전통이 사회주의 시대에도 경로의존성을 보여 사회주의 복지체제와 함께 ‘하이 브리드 성격’을 가졌다는 연구도 있다(민기채, 2014b). 본 연구는 이러한 주장이 현존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도 적용가능한지를 탐색적으로 접근 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상의 문제제기에 따른 본 연구의 전제는 북한이라는 사회가 Kornai (1992: 361-365)의 ‘인과적 연관성’에 기초할 때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이라는 ‘혁명과 개혁’의 시점에 도달하지 못한 단계이므로 북한 체제는 국가로서의 공고함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 공고한 체제의 정당성은

‘복지 사회주의’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제에 기초하여 본 연구의 목적은 복지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시 대의 시기별 변화에 주목하여 북한 복지체제의 성격을 탐색적으로 파악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법률, 주요 노작, 통계 등 원전 분석에 기

‘복지 사회주의’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제에 기초하여 본 연구의 목적은 복지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시 대의 시기별 변화에 주목하여 북한 복지체제의 성격을 탐색적으로 파악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법률, 주요 노작, 통계 등 원전 분석에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