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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의사의 말기 고지의 윤리적 정당성

4.2.3 말기 고지의 윤리적 정당성

이와 같이 의사가 말기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말기 고지를 하고 호스피스정보 를 제공하여 말기 환자가 자율적으로 호스피스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환자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것에서 윤리적으로 정당화된다. 그중에서도 환자는 진실을 들 을 권리와 자기의 생명과 관계된 치료문제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에서 정당 화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에게는 진실을 들을 권리, 사생 활 비밀이 보장될 권리, 그리고 자기의 생명과 관계된 문제에 최종적인 결정을 내 릴 권리가 있다. 환자들이 이와 같은 권리를 갖는 이유는 그들이 병원에 들어오기 전에 가지고 있던 권리와 동등한 권리를 병원에서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 가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을 권 리를 부여하듯이, 병원도 사회의 한 기관으로서 환자들에게 그들이 그 기관에 오 기 전에 사회에서 받던 것과 같은 대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김일순․N포션 80)인터넷의 한 사이트(http://www.ilovecancer.org)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의해서도 이를 알 수 있는데, “암 투병, 간호 증 암 관련 책을 몇 권이나 보셨습니까?”라는 질문에서 다음과 같이 응답하였다.1)43명(33.08%)이 한권의 책도 보지 않았다. 2)56명(43.01%)이 1-5권을 읽었다.

3)11명(8.46%)이 6-10권을 읽었다. 4)20명(15.38%)이 10권이상을 읽었다.

1993, 78-85).

환자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은 인격의 존엄과 가치와 관계되는 기본적 인 인권이다. 환자에게는 자기 병의 상태를 알 권리가 있다. 이는 의사와 환자 사 이에서 신뢰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고 또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병에 대해 끊임없는 불신과 의혹을 느끼지 않게 하여 환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치 료에 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환자의 진실을 들을 권리는 말기 환자의 직접 고지에 있어서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온정적 간 섭주의를 취하는 의사 또는 보호자의 경우 말기 환자에게 진실말하기를 거절하게 되기 때문이다. 말기 환자가 말기 고지에 대한 진실을 듣는 것 보다 듣지 않는 것 이 이익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반 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거짓말 하기가 의료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환자의 이익을 위한다는 이유에서 정당화되 어온 것이 사실이다. “부모는 아이가 필요한 모든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처럼 의사 는 환자가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안다”는 온정적 간섭주의(Paternalism)에서 의사들 의 거짓말은 선한 행위로 옹호되어왔다. 즉, 온정적 간섭주의 관점에서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의사가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온정적 간섭주의란 비록 어떤 결정이 어떤 사람이 원치 않거나 선택의 자 유를 제한하는 것이 될 지라도 그 사람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증진시킨다고 믿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증의 알콜 중독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거나 위약(placebo)의 사용, 국가가 대다수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약이나 담배의 판 매를 규제하는 것 등이 온정적 간섭주의 입장의 적용 예이다. 그러나, 온정적 간 섭주의의 남용은 필연적으로 환자의 자율성을 제한하게 되는 부작용이 초래되는 것이므로 이를 적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의사나 보호자 의 온정적 간섭주의가 지나치게 환자의 자율성을 침해하게 되어 결국은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 편 2001, 124-126).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말기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 서는 온정적 간섭주의가 환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상황마다 신중하게 적용되기 보 다는 일반적인 관행으로 적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서 말기 환자가 의

사와 가족들의 온정적 간섭주의 결정으로 인해 자신의 병명을 제대로 모르는 상 태에서 갑자기 사망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낳 을 것이라는 희망만을 안고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의 말기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는 의사와 보호자의 온정적 간섭주의에 의 해 말기 환자에게 직접 고지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오히려 말기 환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되는 상황이다.

주로 의사나 보호자가 취하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 방식은 환자가 자신의 치료 경과를 묻더라도 “좀 더 지켜보자”라고 하는 환자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방식이 있다. 또 “암이기는 해도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희망을 주는 방식이 있 다. 이는 실제로 회복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경우에서 조금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더욱 크게 강조할 때는 정보에 대한 왜곡(distortion)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 렇지 않으면 회복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환자가 “선생님, 기름끼 있는 음식이 먹 고 싶은데....?”라고 물을 때 의사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명목으로 서슴없이 거짓 말을 하게 된다. “민물장어든 고기튀김이든 좋아한다면 마음대로 잡수세요. 이제 많이 나았으니까 그 정도는 괜찮아요(우즈노미야 요시꼬 1997).”

이와 같이 말기 환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혹은 말기 고지를 하는 자기 자 신의 괴로움을 회피하기 위해서 고지를 하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비록 보호자의 고지를 반대하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할지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말기 환자들은 이러한 선의의 거짓말을 들으면서 커다란 고통 이 있을지라도 병원에서 계속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서 견디면서 지내게 되기 때 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도 말기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 리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시간을 충실하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도 환자가 자신에게 임박한 죽음에 대해 사실을 아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왕성한 활동을 할 나이에 가족과 사회에 대해 책임이 막중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만 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알폰스 데켄 2002, 119).

뿐만 아니라 선의의 거짓말로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는 의사와 보호자가 환자의 이익을 옹호하고 대변하고자 하더라도

말기 환자를 위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기 때문 이다. 따라서, 이들은 말기 환자의 요구와는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 다. 즉, 말기 환자는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효과적 인 치료라는 것을 그 밖의 모든 가치보다 더 위에 두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말기 환자는 직접적으로 고지를 듣고 자신의 상태가 말기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계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려고 하기보다는 호스피스를 제공받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말기 환자의 의사를 존중 하지 않고 무조건 의사나 보호자의 입장에서 고지에 대한 결정을 말기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는 말기 환자가 호스피스를 선택할 기회를 침해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말기 환자가 자신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를 존중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말기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말기 고지 및 호스피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말기 환자 자신의 생명과 관계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말기 환자가 호스피스를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자신 의 요구에 부합되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말기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연구자가 주장하는 바는 의사가 말기 환자에게 직접고지를 하기 전에 이에 대한 말기 환자 의 가치관(의사)와 보호자의 가치관(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통해서 직접 고지를 실시하는 것이므로 의사와 보호자가 우려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로서 보호자와 의사의 난처한 입장과 고통스러움이 다소 해결되는 이익 도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이는 윤리적으로 말기 환자를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존 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무론적 입장에 부합되는 것이다. 또한, 전체의 최대한의 이익을 생산해야 한다는 공리주의적 입장에도 부합되는 것이다(R. Munson 2001, 232-243). 그리고 말기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자율성 존중의 원칙에서 도 정당화된다. 따라서,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직접적인 말기 고지 및 호 스피스정보제공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므로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 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