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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고지에 대한 보호자의 어려운 입장

4.1 우리나라에서의 말기 고지의 현황

4.1.2 말기 고지에 대한 보호자의 어려운 입장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의사로부터 더 이상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게 되 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다가 환자에게 알리기를 주저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일 을 처음으로 겪게 되는 보호자는 아주 충격적인 사건일 것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다는 충격에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어떤 보호자들은 자신으로 인해 환자 가 병에 걸렸다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 동안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 안함으로 고통이 더욱 가중되기도 한다.71) 따라서, 보호자들은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을 믿지 않으려는 반응을 나타내는데, 일부 보호자들은 환자의 삶을 정리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의 단계에 머물러 있게 된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이 소우 외의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가족들은 환자의 말기 상 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16.7%에서는 환자의 완치를 기 대하고 있었고, 37%는 6개월 이상의 생명연장을 기대하며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 로 나타났다. 또 가족의 61.1%가 환자의 임종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71)http://hospicecare.co.kr/info/info_1_1_4.html

고 하였다(이은희 외 1998, 963). 따라서, 보호자들 중에는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괴로워서 더 이상의 치료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기 도 하지만, 이와 같이 환자의 상태를 수용하지 못하거나 환자가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 또는 조금이라도 더 생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는 보호자의 경우 에서는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의 치료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전마(2000) 외의 연구에 의하면 97.6%에서 가족들이 “끝까지 치료해 주세요”

등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 다.72) 이와 같이 가족들이 최선의 치료를 요구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환자가 죽는 순간까지 온갖 치료를 다 받게 함으로써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자위감, 또 는 효도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이은숙 외, 2000). 이와 같이 말기라는 환자의 상태를 부정하고 계속적인 치료를 요구하는 보호자들은 결국 환자에게 병 황 사실을 알리면 환자들이 실망하여 투병의지가 꺾일 것이라고 염려함으로 인해 서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쪽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허대석 2003, 12). 그러므로, 보호자는 말기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고지하는 것을 반대하게 된다.

이 밖에 보호자가 말기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고지하는 것을 반대하는 경우는 보호자 개인의 가치관에 의해서 또는 보호자가 처한 현실 상황에 의해서 그러함 을 알 수 있다. 먼저 보호자의 가치관(혹은 입장)에 의해서 직접 고지를 하지 않게 되는 경우를 간단히 살펴보자. 말기 암 환자의 고지를 다룬 일본의 한 문헌 사례 에 의하면 남편의 강력한 반대에 의해서 의사가 말기 환자에게 직접적인 고지를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편이 “감추는 것이 애정”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여자 환자는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이 악성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지만 말기 암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입원을 하게 된 경위가 검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이와 같이 보호자가 강력히 반대하 는 사례를 연구자도 경험하였는데 이는 보호자가 처한 상황에 의해서 직접 고지 를 하지 않겠다고 반대하는 경우의 사례이다.73) 보호자는 환자가 계속적인 치료를 72)반면에 ‘최선의 치료’에 대한 환자의 간호요구는 60%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73)2장에서 살펴보았던 사례 9의 경우에서였다.

받아야 한다고 호스피스를 거절하고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기를 기다렸다. 따라서, 연구자는 보호자의 반대로 환자가 어느 정도로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는지를 전 혀 알 수 없었는데, 보호자의 말에 의하면 말기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계시다고 하였다. 더욱이 그 당시로서는 환자가 그다지 통증을 호소하는 것도 아니어서, 환 자는 보호자의 의향대로 자신의 상태가 말기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일 주일정도 지나서 보호자는 자신이 직접적인 고지를 반대하는 이유를 말하였는 데 가족 내 사정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 큰 딸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결 혼식을 앞두고 있는데, 시댁 쪽에서는 우리 집 양반이 많이 편찮으신 것을 몰라 요. 입원한 것도 단순히 위궤양인줄 알아요. 그래서 안 그래도 남편이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때까지 살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는데 행여 말기 암이라는 사실 을 알아봐요. 진짜로 잘못되면 어떻게요? 딸 결혼식마저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구 요?”

다른 사례에서는 보호자가 막내 며느리였는데 다른 가족들의 반대로 자신은 아무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또 자신의 입장에서도 반대한다고 하였다. 특히 그 환자는 70대 할머니였는데 의식 상태가 사람을 알아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 도 있는 정도로 완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었다. 계속적으로 침상 에 누워서 비강 튜브를 통해서 영양공급을 받고 있었는데 간병인이 주로 간호한 다고 하였다. 그 보호자의 말로는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어요. 지금 상태로는 어머니가 알아도, 몰라도, 별반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게다가 형님이나 남편이 그냥 어머니께서 아무것도 모르고 지내시다가 돌아가시는 게 더 낫다고 하는데 제가 뭐 어쩌겠어요? 솔직히 저는 어머니가 혹 알아듣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할까봐 걱정돼요. 집에 가면 저 혼자 돌봐야 하는데 무서워요. 게다가 집도 아파트인데

(사례 9) 55세 된 남자 환자로 진행성 위암을 진단받고 위절제술 후 항암 치료 1차례 시행하였 으나 병이 진행하여 간과 뼈로 전이된 상태이다. 현재 더 이상의 항암 치료 계획 없으며, 보존적 치료만 받고 있는 상태이다. 오심이 심하고 경구 섭식을 거의 못하는 상태이고, 응고 장애로 간헐 적인 혈변이 있어 수혈이 요구될 수 있다. 현재는 환자가 통증이 없으나 향후 통증 조절을 필요로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치의가 호스피스를 권유했다. 그러나, 보호자(부인)가 호스피스를 거절 하여 환자는 호스피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목사님의 기도방문만 허용되는 가운데 병원에서 사망하 였다.

장례식을 어떻게 치러요? 안돼요. 전 어머니께 말하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직접적 인 고지에 대해서 반대를 하였다. 이처럼 환자가 노인이거나 의식이 분명하지 않 은 경우에서는 절대적으로 보호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특히 보호자와 다른 가족의 부담으로 인해서 계속적인 치료를 요구74)하여 직접적 인 고지를 반대하는 것으로서, 환자의 충격이나 절망 또는 생명단축을 고려하여 직접적인 고지를 반대 하는 사례와는 구분되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호자들은 죄책감에 의해서 또는 보호자 개인의 신념으로 인해서 환자에게 직접 고지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환자의 죽음을 수용하지 못하고 끝까지 부정하여 완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거나, 생명 연 장을 위해서 적극적인 치료를 계속 요구함으로써 환자에게 희망적인 소식만을 전 하고자 직접 고지를 반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서는 보호자가 처한 가정 문제에 의해서 직접고지를 반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 히, 말기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가족 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가정에서는 가족간의 죽음에 대한 이해나 경험의 차이로 인해서 상호지지 기반이 깨지고 위 기감마저 형성되기도 하는 것이다.75) 그런데, 말기 환자의 가족들이 자신들의 입 장을 계속 고수하지 않고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 본의 문헌 사례(우즈노미야 요시꼬 1997, 248-249)에 의하면 다쓰지라는 보호자는 처음 통고를 받았을 때는 “솔직히 말해 죽는 날을 미리 알려준다는 건 싫습니다.

잘하는 짓이 아닙니다.”라고 잘라 말했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흐른 뒤에 조금 변화되었다고 한다. 전자의 반응이 감정적 반응이었다면 후자의 반응은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이 보호자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입장이 바뀌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74)이전마, 김정순(2000)의 연구에 의하면 보호자들이 계속적인 입원치료에 대한 요구를 92.8%에 서 하였는데 “집에 가면 증상이 더 악화될 텐데 퇴원하지 못하겠어요,” 라고 이유를 말했다고 한다. 이는 아파트 등 주거 환경이 장례식을 치르기 힘들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 집에서 돌보는 데 어려움이 있고 퇴원 후 재 입원하기 힘든 이유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반면에 계속적인 치료 에 대한 환자의 요구가 32%로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었는데 이는 임종환자를 돌보는데 대한 가족 의 부담감을 시사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75)http://hospicecare.co.kr/info/info_1_1_4.html

따라서, 연구자는 이상에서 직접적인 고지에 대해 어려워하는 의사의 입장과

따라서, 연구자는 이상에서 직접적인 고지에 대해 어려워하는 의사의 입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