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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고지에 대한 의사의 어려운 입장

4.1 우리나라에서의 말기 고지의 현황

4.1.1 말기 고지에 대한 의사의 어려운 입장

최근 의사들이 말기 환자에게 직접 고지하는 것에 찬성하는 경향이기는 하나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로 부정 적인 죽음 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가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미국에서 행 한 어느 여론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이 죽음에 대해 일반인보다 훨씬 더 커다란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의료인 자신이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품 고 있는 경우 말기 환자가 원하는 바에 정확하게 대응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 다. 따라서, 의사들의 이러한 공포심은 환자에게 병명을 알리는 것을 가로막는 하 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알폰스 데켄 2002, 123-133).

68)그리고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일본의 경우에서도 환자들이 희망이 있는 경우에서만 병명 및 예후 에 관하여 알고자 한다고 한다.

또, 의사들은 환자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어 고통, 불안, 두려움, 우울을 가중시 킬 수 있기 때문에 말기 환자에게 직접 고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한다. 가장 우 려하는 문제가 말기 환자가 충격을 받고 절망하여 갑작스레 질병이 더 악화되거 나 불안이 증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 제로 일본의 어떤 의사는 “알려줌으로써 환자의 괴로움을 이중으로 겪도록 한다 는 것은 무자비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불 고지를 고수할 것이다. 절대 환자에게 죽음을 통보하진 않을 것이다. 통보한다는 것은 일본의 토양에 맞지 않아.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의 예를 드는 것은 잘못이며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우즈노미야 요시꼬 1997, 77).

미국의 의사들도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알려 주는 것이 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꺼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얼마나 더 살수 있겠느냐는 예상생존기간을 환자로부터 질문 받게 되는 경우에서 더욱 난처 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내과학회가 발행하는 ‘내과학보’에서 발표한 조 사 보고서에 의하면 의사와 환자사이에서 솔직하고 공개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 져야 한다는 데는 의사들 거의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이 질문에서만큼은 솔직하지 않게 대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사결과에 의하면 예상생존기간을 솔직히 말 해주겠다고 대답한 의사는 37%에 불과하고, 23%는 남은 생존기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는 대답을, 그리고 40%에서는 의사 자신의 판단과는 다른 솔직하지 않은 대답을 해 주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또, 이 40%중 4분의 3이 자신의 판단보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 의사는 환자의 예후는 과 학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의사들이 환자에게 정 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논평하였다.

69) 이처럼 의사로서 환자에게 부정적인 소식(혹은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은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의사가 말기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고지를 한 경우에서, 말기 환자가 “저는 소심한 사람예요. 아니 제가 아니더라도 의사로부터 사형선고 를 받고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건 정말 충격입니다. 왜 이 병원 은 사실을 모두 밝혀 주는 겁니까?”라고 호소를 한다면, 의사는 더욱 힘들어지게 69)http://bric.postech.ac.kr/bbs/daily/krnews/200106_2/20010619_11.html

된다. 이때 의사는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다른 말기 환자들에게도 직접적인 고지를 하지 않게 된다(우즈노미야 요시꼬 1997, 99-134). 실제로 연구자 는 호스피스를 실시하고 있는 의사에게서 이와 같은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의사의 경험에 의하면 매우 힘들게 충분히 숙고한 후 직접적인 말기 고지에 대한 시도를 하였는데 그 환자가 오히려 “왜 알려주느냐”고 호소를 하였다고 한다. 게 다가 이 환자는 그 이후 예상한 생존기간보다 더 빨리 사망을 하였다고 한다. 그 래서 의사는 매우 혼란스럽고 죄책감이 들었다고 한다. ‘혹시 이 환자가 말기 고 지를 듣지 않았다면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혹이 마음을 혼란스럽 게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가급적 말기 고지를 꺼려하게 되었고 가급 적이면 보호자에게 간접적으로 고지를 하고 보호자의 의향에 동의하는 경우가 증 가하게 되었다고 한다.70)

따라서 환자가 인생을 정리할 기회를 가지고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와 남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이유로서 임종 통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는 의 사들이 증가하고 있다하더라고 현실에서 쉽게 행해질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려 워 보인다(강은실, 송희완, 서영애, 1998).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말기 환자에게 직접고지를 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 한은, 주변 의사들의 관례 가 보호자에게 간접적으로 고지를 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다.

행여 동료 의사나 선배의사가 반대하는 충고를 하였을 경우에는 더욱 꺼려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서도 그러함을 알 수 있는데, 교수나 선배의사의 반대가 있는 상황에서는 고지하기 거북하거나 아예 고지할 수 없다고 한다(우즈노미야 요 시꼬 1997, 49). 특히, 보호자가 말기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고지하는 것을 반대한 다면, 아무리 의사가 내심 ‘그래도 직접적으로 고지를 하는 것이 더 옳은 것이 아 닌가’라는 갈등이 있다하더라도 의사로서는 보호자의 반대를 무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의사들이 직접적인 고지를 하지 못하는 어려운 경우를 다섯 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첫째, 의사가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공포를 느끼는 경우이다. 둘째, 의사가 직접고지로 인해서 환자가 정신 70)2003년 3월. Y병원 호스피스실 의사와 연구자의 직접 면담 내용,

적인 충격을 받아서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거나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때이다. 셋째, 의사가 실제로 직접 고지를 했을 때의 난처한(고통스러운) 경험 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넷째, 현재로서의 관행 상 간접적인 고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주변 동료들이 간접적인 고지를 권하는 경우일 때이다. 다섯 째, 의사 가 가장 어려워하는 경우로서 직접 고지에 대한 보호자의 반대가 있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의사로서 아무리 직접적인 고지를 하는 것이 어렵고 난처하다 고 하더라도, 연구자는 의사의 간접적인 고지방식은 많은 말기 환자들이 자기의 운명을 모른 채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올바른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우즈노미야 요시꼬 1997, 77). 특히 이 중에서도 연구자가 보기에 말기 환자 의 자율성 존중을 고려해 볼 때 의사들이 직접적인 말기 고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의 반대가 있을 경우에 더욱 곤란해 한 다는 것이 가장 문제시 된다고 본다. 따라서, 말기 고지에 대한 보호자의 어려운 입장을 일단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