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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개인의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변화되어왔는데 이에 부합하 여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추세로 변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는 가부장적 온정주의 관계였다. 이러한 관계에 서는 의료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 이래로 수많은 윤리강령을 통한 소명의식과 엄격한 도덕성을 지니고 의료를 펼쳐왔기 때문에, 의 료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들을 대신하여 치료에 대한 모든 결정을 하는 것 이 당연시 되었었다. 왜냐하면 환자가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훨씬 엄격한 윤리 강령과 행동규범을 따르고 있는 의사들에 대해 환자 자신의 생명을 중시하여 질 병을 완치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신뢰와 믿음을 갖고 의존하였 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 고도의 윤리성과 전문직업정신으로 의료를 수행하는 의사에게 있어서나 이를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기는 환자에게 있어서나 환자의 자 율성이 특별히 더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계약 관계로 변화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모든 치료결정을 의사 단독으로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왜냐하면 현대사회는 전문직이 퇴조하고 있으며 개인의 자 율성과 독립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반인들이 의 료에 대한 전문 지식을 의사를 통해서 만이 아니라 도서 및 인터넷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에 환자는 의사에게 치료에 대한 모든 결정을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 또, 환자가 의사에 대해서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신뢰하기 보다는 환자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여기게 될 때는 과감하게 법적 소송을 제기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의사는 단독으로 모든 치료에 대한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진다 는 것에는 다소 위험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의사 측에서나 환자 측에서 모두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인식이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현대에 와서는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가부장적 온정주의 관계에 서 계약관계로 변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환자의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중요시 여기게 되었기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 중심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치 료 결정에 있어서 환자의 동의를 중요시하게 되었고 충분한 설명에 의해 환자의 승낙 후 치료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현대에 와서 의료기술의 발 달로 치료 방법이 다양화되면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환자 의 선택을 더욱 중요시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온정주의 관계에서는 환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위해서는 어떠한 치료수단과 방 법을 제공하더라도 문제시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치료수단 과 방법을 제공하는 것은 아무리 생명을 구하기위해서라는 전제가 있더라도 경우 에 따라서는 문제시된다. 따라서,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밝혀 놓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질병과 사고로 의사결정무능력자가 되었을 경우에 있어서도 치료결정에 서 환자의 입장을 가장 중요시하여 대리결정을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대처 방안 으로서 환자의 의사(意思)를 미리 표명해 놓는 사전의사결정제도를 의료에 도입하 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의사-환자 관계가 가부장적 온정주의 관계와 계약 관계 가 혼재하는 상태이므로 매우 혼란스럽고 복잡한 양상을 뛰고 있다. 대체로 의사 들은 환자의 생명을 가장 중시하는 전통적인 치료관을 지니고 있으며 생명을 구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치료의 중단에 찬성하 는 의사들도 아주 최대한의 치료를 제공한 후 ‘무의미한 치료의 중단’을 선언하는 경향이다. 안타까운 것은 환자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서 치료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보호자간에서 치료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의료 상황은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표명하기도 하였으나 실제 의료상황에 서는 실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연구자는 어떤 환자보다도 말기환자의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현대의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말기환자의 질병은 완치되지 않고 어느 순간에는 그들의 삶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는 환자의 질병을 완치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치료를 계속해 오더라도 환자의 상태가 말기가 되면 이를 환자에게 알려서 환자자신이 삶을 정리하고 품

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이와 같은 고지의 시기가 너 무 늦어서 환자가 아무런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의사 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들은 말기환자는 계속적으로 고통이 가중되더라도 생명을 연장시키는 적극적인 치료를 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고통이 가중되는 생명연장 치료술은 하지 않으면서 통증을 완화시키는 최소한의 치료만을 할 것인지, 또는 자신이 평소 생각하고 있던 방법대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할 것 인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2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는 말기 환자들이 의료체계 내에서 자율적인 선택에 의한 호스피스를 제공받음으로 써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의 말기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에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의료체계 내 에서 호스피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서 말기환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호스피스 를 제공받기를 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공받지 않게 되는 윤리적 문제가 발 생하고 있었다.

따라서 연구자는 본 논문을 통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의사들이 말기 환자의 자 율적 선택에 의한 호스피스를 제공하여 말기환자 자신의 의사(意思)대로 품위 있 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돌보아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이때 연구자는 의사의 역할을 두 단계로 나누어 제시한다. 첫 번째 단계는 말기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 이 치료 과정에서 말기환자에게 자율적으로 호스피스를 선택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즉,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말기 고지 및 호스피스에 대한 정보를 충분한 설명을 통해서 제공하고 말기환자가 자율적으로 호스피스를 선택하도록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 뒤에 두 번째 단계로서 호스피스전문의사는 말기환자의 호 스피스 선택결정에 따라 다른 의료인들과 상의하여 팀 서비스로서 말기환자와 가 족들의 요구에 부합되는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호스피스가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들이 호스피스를 불충분하게 이해를 하고 있다.

또, 의사들은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보호자가 대리결정자의 자격으로서 환자에 대 한 우려로 지나친 간섭을 할 때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같은 사실을 통해서 의사들에게 연구자가 제시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에서 두 가지 딜레마가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연구자는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여 말기 환자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한 호스피스를 실시하기 위해서 본 논문의 제3장과 제4장에서 의사의 호스피스 선택기회부여에 대한 정당성과 의사의 직접적인 말기고지 및 호스피스 정보제공에 대한 정당성을 고찰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연구자는 의사가 ‘언제’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호스피스 선택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방안과 의사와 보호자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바인 환자가 자신의 질병상태가 말 기임을 알고 상태가 갑자기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미리(사전에) 확인할 수 있 는 방안으로서 사전의사결정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와 같이 의사-환자관계가 폐쇄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나 보호자에게 큰 해를 일으키지 않고 말기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사전의사결정제도에 의해서 의사는 말기고지 등 여러 가지 환자의 가치관을 미리 확인할 수 있고 또 몇 차례에 걸쳐서 말기환자 가 최종선택을 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료결정에 있어서 의사와 보 호자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의사-환자관계에서 개방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 편안히 이야기를 나눈다는 쉽지 않은 일 이며, 특히 ‘3분 진료’라는 열악한 의료상황에서 의사와 환자가 이와 같은 충분한

그러나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 편안히 이야기를 나눈다는 쉽지 않은 일 이며, 특히 ‘3분 진료’라는 열악한 의료상황에서 의사와 환자가 이와 같은 충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