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농산물 직거래는 생산자 주도로 시작된 후 생협, 유통업체 가 가세하며 전개되었다. 본 절은 직거래 발생 요인부터 로컬푸드가 나타나 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며 우리나라 로컬푸드의 성격을 검토한다.

2.1. 농산물 직거래 발생 요인

농산물 직거래는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농산물 유통에 불만인 생산자와 실수요자, 소비자가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농산물 거래의 주체가 된 다. 생산자는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가격은 생산자 소득을 고려하지 않 기 때문에 생산자가 직거래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격 등락이 농가소득과 직 결되는 생산자는, 생산비 이하의 시장가격이 형성되면 곧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지므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도매시장이 발달하면서 거래규모가 커지고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수 입농산물이 대량 유입되면서 소규모 생산자는 시장경쟁에서 도태되며 소량 생산물을 판매할 판로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도매시장 유통은 대 량유통을 위한 규격 포장화 규정이 엄격하므로 소규모 생산자가 도매시장 으로 출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농산물 공급이 불안한 경우 소매가격이 급등하는 반 면, 공급이 안정되어도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 않는 가격 형성에 대해 불만 이 있다. 특히 가계경제가 어려워지면 이 불만은 더욱 커진다. 수입 농산물 이 늘어나고 대량생산 농식품 거래가 증가할수록, 판매기간을 늘리기 위해

로컬푸드 형성과정과 의의 23

사용하는 각종 첨가물에 대해 소비자 불신도 늘고 안전성에 대한 수요가 커 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뢰하는 생산자가 직접 생산 또는 가공한 농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 나며 농산물 직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2.2. 생산자 주도에서 소비자, 지자체 주도로 전환

2.2.1. 생산자(조직) 주도 농산물 직거래(1980년대~현재)

우리나라에서 농산물 직거래운동은 ‘농산물 제값받기 운동’으로부터 시 작했다. 1970년대 상업농화가 급속히 진행되었으나 전근대적인 농산물 유 통체계에서 생산비를 보장받지 못하자 종교단체나 신협이 앞장서 도시지역 연관단체에 영세농어민의 생산물을 판매한 것이 직거래의 시초이다.

생산자 주도의 농산물 직거래가 꾸준히 시도된 이유는 생산자 수취가격 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이는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하였 다. 유통단계를 줄여 유통비용을 줄이고 유통이윤을 축소한다는 생각이고 그 방법으로 직거래를 선호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생산자가 직접 소매형 직매장을 개설한 경우가 많지 만 경영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생산자가 주도하는 소매형 직거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농산물이 갖는 물류 특성과 소량유통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했고 소 비자에 대한 대응도 일반유통업체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유 기물이기 때문에 선도를 유지하는 보관 및 관리가 까다롭고, 농산물 유통은 수급조절을 위한 장치와 저장창고, 냉장시설, 판매장 등 물류시설이 필요하 다. 즉 유통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물류시설의 고정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 는 구조이다.

둘째, 생산자(조직)는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직거래를 시작했지만, 소비자가 요구하는 품목과 원하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점차 자

신이 생산하지 않는 품목도 취급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소량 다품목의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곧 경영악화의 원인이 된다. 소매 유통이 요구하 는 소량 다품목 거래에 생산자(조직)가 직접 대응하기는 어렵다.

셋째, 생산자(조직) 직거래도 판매수익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를 마케팅의 대상으로 보며 판매수익에 초점을 맞춘다면 일반유통업체의 판매 논리와 같다. 생산자(조직)가 일반 유통업체와 다른 품질 및 가격 차별성을 지속적 으로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러한 농산물 유통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생산자(조직)가 주도하는 농산 물 직거래가 실패로 귀결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농산물의 구색갖춤, 품질관리, 수급 조절 등 농산물 물류특성에 적 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거래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일정 지역 생산자 의 생산 품목과 수량은 한정되어 있는 데 반해, 농산물 소비는 연중 다품목 을 소량 소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 는 종류를 갖추지 못하면 농산물 거래는 지속되기 어렵다.

둘째, 농산물은 수집, 배송, 판매 등 각 과정에서 품질관리에 비용이 발생하 는데, 생산자가 유통 업무에 열중하다가 거래 비용 증가로 파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산물 유통의 비전문성, 도매시장에 비해 소량유통인 생산자의 직거래는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대량유통에 비해 고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다.

셋째, 품절 발생을 허용하지 않고 농산물 선택 시 겉모습을 중시하는 소 비자의 태도와 겉모습, 인증 이외는 품질정보를 신뢰할 장치가 마땅히 없는 농산물 유통 현실도 농산물 직거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소비자 의 인식과 태도는 생산자가 주도하는 직거래의 불편함을 감내하지 못하도 록 한다.

2.2.2. 생산자 주도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1970년대 유기농업운동으로 시작한 친환경농업 생산자가 도시지역 소비 자, 생협과 거래하기 시작하였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 친환경농업과 농업의 가치를 교육하며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직거래이다.

로컬푸드 형성과정과 의의 25

1980~90년대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는 대표적인 생산자 주도 직거래이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농산물은 벌레가 먹거나 규격화 되지 못한 외관으로 인해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대량유통에서 상품성이 낮 게 평가되었다. 그러므로 생산자는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적절 한 판로를 구하기 위해 직거래를 채택하였다.

1990년대 전반까지도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여 직거래로 판매하거나 소 비하는 자체가 유기농업운동과 직거래운동의 차원이었다. 조직화되지 않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였으므로 판매를 위한 유통체계도 없으며 그에 따라 거래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직거래였다. 주요 소비자는 종교단체 나 시민단체의 회원이며 수확기나 계절 행사에 일회적인 판매에 불과하였 고 취급 품목도 곡류나 농산가공품에 국한되었다.10

이 경우도 생산자 주도 직거래의 한계 때문에 거래가 지속적이지 못했지 만 친환경농산물 직거래가 일반농산물 직거래와 다른 점은 소비자와의 관 계 설정 부분이다. 소비자가 권리로 인식하는 농산물 선택이 생산자의 생활 과 직결되며 친환경농산물이 소비자의 건강을 유지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라 는 사실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러므로 소비자가 올바른 먹거리를 선 택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이해시키고 생산자와 소비자는 상생의 관계임 을 각종 교류를 통해 확인시키는 일을 전개하였다.

한편 생산자가 주도하는 친환경농산물 직거래가 채택한 생산자와 소비자 의 교류는 친환경농산물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법이었다. 친환경농산물은 재배방법에 따라 생산비가 다르고 그에 따라 상품 가격에 차이가 있다는 것 을 거래 당사자가 인정해야만 거래가 성립한다. 그러므로 거래 당사자의 신 뢰는 거래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이며 이러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 해 친환경농산물 유통주체 대부분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를 활용하였다.

10

박현태 외. 1999. 󰡔친환경농산물의 유통개선 방향󰡕의 연구 과정에서 한살림,

생협에 출하하고 있는 정농회, 한국가톨릭농민회 회원 농가의 면접조사에 의함.

2.2.3. 소비자단체(생협) 주도의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1980년대 후반 이후 친환경농산물 직거래의 주체는 생산자에서 생협으로 전환되었다. 그 계기는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농산물의 수입 개방이 본격 화되고 먹거리와 관련된 안전성, 환경오염이 사회문제로 제기된 시대적 배 경과 관련이 있다.

1987년 이후 시민운동으로 상징되는 자유주의 운동이 성장하였고,11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어 식량자급률 하락과 먹거리 안전성이 급부상하게 된다. 이러 한 정치경제적 요인을 배경으로, 농업생산 및 소비와 관련한 먹거리 문제를 보다 안전한 친환경농산물의 직거래로 해결하고자 한 것이 곧 생협운동이다.

생협의 친환경농산물 직거래는 유통마진 축소를 의미하는 농산물 직거래 개념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의 관계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다. 본 래 농산물 직거래는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유통비용을 절감하여 생산자의 수취가격을 높이고 소비자의 구매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한 살림을 선두로 생협은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 을’ 표어로 내세우며, 일반농산물 시장에서 구입할 수 없는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직거래를 선택하였다.

생협의 직거래에서 중시되는 것은 상품 그 자체의 품질보다 생산자와 관 계이다. 생산자가 재생산 가능한 농업경영을 유지하여야 소비자가 안전한

생협의 직거래에서 중시되는 것은 상품 그 자체의 품질보다 생산자와 관 계이다. 생산자가 재생산 가능한 농업경영을 유지하여야 소비자가 안전한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