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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무자녀가족의 출현 이후 점차적으로 증가추세인 것으로 판단되 지만 이들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지난 20∼30여 년간 이루어진 무자녀가족 을 대상으로 하는 선행연구는 주로 비자발적 무자녀가족 중에서도 불임과 관련 된 연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인구학적인 측면에서 무자녀가족의 출현 과 이를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하기 위한 토의가 대부분이었다. 즉, 무자녀가족

의 가족 구조적, 관계적, 그리고 기능적 고찰을 시도한 연구는 매우 드문 것으 로 판단된다.

최근 무자녀가족에 대한 관심은 한국 사회의 경제적 상황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자녀양육의 보람대신 주말과 휴일에 부부간의 시간을 보다 자유 롭게 보내거나 개인의 사회적 성취를 택하는 것이 자발적 무자녀가족이라면, 한국의 딩크족은 자발적 선택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가 많다는 것 이다. 즉, 우리나라는 출산 후에 원직으로의 복직이 보장되지 못하고, 공적 보 육체계의 미흡하여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여 일 과 가정생활을 양립하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불안 정한 경제사정의 지속이 젊은 부부들에게 실리를 위한 출산의 연기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출산연기 또는 기피 등으로 인한 여성의 출산연령 상승은 상당수의 가정에서 가족의 생계와 노후를 위한 현실적 전략이 되고 있는 것이다(김승권 외, 2000b).

한편 김태현(1993)는 자발적 무자녀가족은 자녀 출산을 연기하다가 되는 경 우가 있는데, 이 경우 일반적으로 4단계의 변화를 거친다고 보고하였다. 즉, 1 단계에서는 혼인과 함께 설정한 생활의 목표(예를 들어 주택구입 등)를 달성하 기 전까지 자녀출산을 연기하는 것이고, 2단계에서는 출산연기가 한정된 기간 에서 무한정한 기간으로 옮겨간다. 3단계에서는 자녀가 없음으로서 사회적, 경 제적, 개인적 이익을 경험할 기회를 가지면서 항구적으로 무자녀로 남을 수도 있다는 가치관의 변화를 경험하고, 마지막으로 4단계에서 영구적으로 무자녀 상태를 결심하는 단계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김한곤(1991)은 1966~1985년까지 5년 간격으로 우리나라의 무자녀 경향에 대한 변동추이와 연령군별 무자녀율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을 규명하고자 하 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15~29세 이하 연령군의 자발적 무자녀율은 1966~

1985년까지 점차적으로 증가한 반면, 40대 연령군의 비자발적 무자녀율은 같은 기간 동안에 점차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젊은 연령층의 경우 사회경제발전과 여성의 지위향상 등에 의해 자발적인 무자녀율이 증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40대 연령층의 경우는 자녀를 낳고 싶으나 비자발적

인 요인에 의해 자녀를 갖지 못한 여성들이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자녀를 가 질 수 있게 됨으로써 비자발적인 무자녀율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기혼여성 무자녀율의 변동추이를 살펴보면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20대 젊은 연령층의 일시적이며 자발적인 무자녀율이 증가하였 으나 거의 같은 기간 동안에 40대 연령층의 비자발적 무자녀율이 감소하면서 상쇄효과를 나타나는 결과로 보인다. 즉, 이전까지 비자발적 무자녀에 속하던 기혼여성들의 일부가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하여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됨으로 써 비자발적 무자녀율이 감소하는 것을 반영하는 결과로 판단된다.

한편, 김혜경의 연구(2001)에서 무자녀가족의 부부들은 현재의 무자녀상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삶의 만족도는 가족관의 변화, 특히 자 녀관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들 부부들은 반드시 자녀가 있어야만 가 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현실적으로도 자녀가 노후의 외로움이나 경제적 부 양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이러한 자녀관의 변화가 무자 녀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 역의 작용도 가능하다고 보인다.

무자녀 부부(특히 여성)들은 부모의 양육역할에 대한 상당히 높은 기대 수준 을 가지고 있어 부모 역할이란 철저히 계획‧준비되어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즉, 이들은 임신을 하려면 아이에게 경제적‧사회적으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자식을 낳으면 무조건적으로 잘해 주어야 한 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에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 인 임신 노력을 하지 않거나, 임신을 회피하는 방식을 취해 왔던 것으로 보인 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와 같은 의식적이고 주체적인 사고방식은 결혼하면 의례적으로 자녀를 가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든지, 혹은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라 도 혼인 내의 임신이 바로 출산과 이어지는 전통적인 가정의 출산양태와는 상 당히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출산을 희망함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하는 것은 출산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과는 달리 불임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이들이 관계하는 가족생활 전반에 부정 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임의 책임은 여성에게 미뤄지는 경향이 높고, 이로 인해 불임여성은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 그리

고 경제적 부담을 갖게 되고,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불임관련 스트레스의 수준이 높아지게 되면, 그로 인해 신체적 질환이 나타나 거나 정서적으로 심약한 상태에까지 이르게 되기도 한다(황준식, 1993).

불임여성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긍정적 지지를 받기보다는 가족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녀를 희망하는 남편이나 시 댁식구와의 마찰은 불임여성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어 갈등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임여성의 상당수가 불안감, 불확신감, 슬픔, 자기비하, 좌절감, 소외감 등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배경진, 1992).

그러나 불임의 원인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구자들조 차 문제의 발단을 여성 불임으로 귀착하는 것은 향후 불임과 관련된 무자녀가 족의 연구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가사와 자녀양육의 역할이 여성의 책임으로 인식되면서 생식에 관한 부분도 여성의 책임으로 간주 되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최근 20여 년간의 불임부부의 불임원인을 규명한 서주태(2003)의 연구에 의하면 불임의 원인이 남성에게 있는 경우도 절 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