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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의 구술자료 수집 타당성

국립중앙도서관의 종합관리체계 방안

3.1 국립중앙도서관의 구술자료 수집 타당성

기록은 그 시대를 보여주는 수많은 창(窓)이다. 인간의 활동을 담은 기록은 기억의 조각을 모아 지나간 시간을 그려보게 하며 과거를 재현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중에서도 구술기록은 한 사람의 생애사적 경험이 구술된 것을 기록 한 것이다. 즉, 구술자의 생애사적 기억을 구술을 통해 그 시대와 만나는 것이 다. 특히 공공 기록만 가지고 우리 시대를 복원하거나 재구성할 수 없다는 인 식을 하게 되면서 민간기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구술자료에 관심이 급증하 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그 시대를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기억을 기록 한 구술자료들은 우리 시대의 주요한 자료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미국, 영국, 호주 등 대부분의 국가 대표도서관에서 구술자료를 도 서관의 대표적인 컬렉션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구술자료 수집 및 관리 보존을 위해 독립된 센터나 부서를 갖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국립중앙도서관은 아직까지 구술자료가 전무한 상태로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부족했다는 점에 서 이제라도 이에 대한 중요성과 시급성을 깨닫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대표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지식정보자원 보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구술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당연하며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구술자료 컬렉션 구축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민간기록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수많은 해외 대표도서관들이 구술사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의 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에 구술사 컬렉션이 없는 것은 한국 구술사의 발전 과정과 관련이 있다. 1980년대 말부터 과거사 진상규명의 차원에서 사회적, 정 치적 운동으로 구술사가 시작되었고, 1990년대 이후 학계에서 문헌기록의 부 재로 규명될 수 없었던 한국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에 대한 구술사 연구가 시 작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관 구술채록이 시작되며 다양한 기관들이 특정 주제나 사건 중심으로 구술채록을 해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요 사 건들의 피해자, 희생자 중심의 구술채록이 되다 보니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기록이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방기록관은 서울과 경남만 있으며 국가 기록원도 주로 공공기록물을 중심으로 기록관리를 해오고 있어서 국립중앙도 서관이 민간기록, 그 중에서도 평범한 한국인들의 구술 중심으로 구술사 컬렉 션을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 보존에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근현대사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기존의 공동체들이 해체되고 새로운 공동체들이 출현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최근 다양한 지역에서 개인과 집단들이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전통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분출되고 있어서 몇몇 공공도서관, 문화원, 지자체에서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여 구술사 인터뷰 를 통하여 지역 이야기들을 출판하고 있다. 그러나 어렵게 수집된 구술자료들 이 제대로 관리 및 보존되지 못하고 출판물만 남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지역민들로부터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험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구술을 통 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여 제대로 보존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공공도서관들은 지역민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 할을 해 왔고, 앞으로는 지역민의 역사와 문화를 전승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에 국립중앙도서관은 지역민들이 기억의 공동체 및 기록의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공공도서관들이 구술자료를 확충하는 것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국가문화유산으로서 구술기록의 전승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 다. 최근 해외 대표도서관들은 도서관이 기록관과 박물관까지 아우르는 역할 확장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대표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도 앞으로 다양한 컬렉션 구성을 통해 모든 지식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하고 서비 스할 수 있는 라키비움을 지향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들을 수집하여 전승해야 한다.

그러한 기록들 중에는 과거와 현재의 중요한 주제나 사건, 경험, 인물들에 대 한 구술사 인터뷰를 통한 구술자료도 포함된다. 기존의 구술채록기관들이 과 거 중심적인 진상규명의 구술채록을 해왔다면, 국립중앙도서관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비추고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구술채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 립중앙도서관이 이러한 새로운 관점의 구술사 컬렉션을 구축한다면, 그것은 국가 지식문화유산이면서 국가발전에 중요한 자원으로 후대에 전승되어 늘 살 아있는 지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