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연구 조사 내용

2.1 구술자료의 국가자원화

2.1.1 구술자료의 정의

▫ 서양 구술사 연구에서의 구술자료 정의1)

서양에서는 대체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구전(oral tradition)을 포함하여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들의 증언을 구술사라고 한다. 서양에서 구술사 는 두 가지 방식으로 개념 정의되고 있는데, 하나는 역사적 기록을 인터뷰를 통 해 수집하여 아카이브를 만드는 기록관리학적 전통이 있고, 또 하나는 ‘밑으로 부터의 역사쓰기’로서 대안적 역사서술을 지향하는 사회사적 전통이 있다.

미국 구술사는 첫 번째 전통이 강해서 Louis Starr는 구술사를 “이제까지 이용되지 않았지만 보존할 가치가 있는 구술을 기록함으로써 생기는 1차적 자 료”라고 정의하였고, Donald Ritchie는 “구술사는 기록된 인터뷰를 통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구술된 기억과 개인적 논평들을 수집하는 것”이라고 하였 다. 이 두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에서는 구술사와 구술자료, 그리고 구술 자료 수집을 동일한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

영국 구술사는 두 번째 전통이 강해서 사회사가이자 구술사가인 Paul Thompson은 피지배층의 구술자료를 통해서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쓰는 작 업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 대중기억연구회(Popular Memory Group) 는 ‘과거에 대한 개인적 기억들의 환기와 기록’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구술사, 구술자료, 역사쓰기를 동일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태리 구술사가 Alessandro Portelli는 “구술사란 특정한 형태의 담론, 즉 구술을 표현의 매개로 하는 과거에 대한 서술”이라고 하여 구술자료보다는 서술성(narrativity)과 역사성(historicity)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서 양 구술사가들의 개념 정의에서 구술사는 ‘밑으로부터의 역사쓰기’이며 동 시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구술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구술사가들이 일찍부터 사서들과 함께 지역사회가 생산한 구술 자료를 다루어왔다. 미국 구술사가 Willa K. Baum(1996)은 도서관에서 구술사

1) 윤택림, 2019, 『역사와 기록 연구를 위한 구술사 연구방법론』, 77-79쪽.

를 수집 보존 관리하는 사서의 역할에 대한 논의에서 도서관에서 다루어야 할 구술사는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① 역사적으로 관심(연구자가 관심 있는 역사가 모든 이가 사소하게 여 기는 것일 수 있지만)이 있는 주제에 대해서

② 어느 정도 내지는 더 많은 지식을 가진 면담자가

③ 개인적인 참여나 관찰(때로는 들은 이야기도 수집)로부터 그 주제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구술자와 함께 수행된

④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녹음된 인터뷰

⑤ 궁극적으로 더 넓은 범위의 연구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음성테이프나 녹취록

따라서 도서관에서 다루는 구술사 혹은 구술자료는 형식적으로는 면담자와 구술자의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된 구술기록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나 사건에 대한 구술이어야 하는 것이다.

▫ 한국 구술사 연구에서의 구술자료 정의2)

한국에서 구술사는 구술자료를 통한 ‘밑으로부터의 역사쓰기’라는 인식 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기관을 중심으로 구술채록, 즉 구술기록의 수집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류학자며 구술사가인 윤택림은 구술자료를 “구술자가 면 담자 앞에서 자신의 과거 경험을 기억을 통해 현재로 불러오는 작업으로 얻은 자료”로 정의하고, 구술사를 “과거의 경험을 기억을 통해서 현재로 불러와 구술자와 역사가의 대화를 통해서 써 내려간 역사”라고 표현한다. 한편 역사 인류학자 함한희는 구술사를 “기억을 통한 과거에 대한 서술”이라고 정의하 고 있다.

역사학자 김기석은 구술사를 “구술기록에 근거한 역사서술”로 보고, 역

2) 윤택림, 2019, 『역사와 기록 연구를 위한 구술사 연구방법론』, 80-81쪽.

사학자 이용기는 “구술을 통해 쓰인 역사”라고 정의하는데, 역사학자들은 대개 구술자료에 기초한 역사쓰기를 구술사로 이해하고 있다. 반면 역사학자 허영란은 “역사 속에 녹아들지 못했던 개인의 기억 또는 경험을 역사화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구술사를 정의하면서도, 구술사를 ‘구술에 기반을 둔 역 사서술’인 동시에 ‘구술의 방법에 의해 생산된 자료’로 보고 있어 역사쓰 기로서의 구술사와 더불어 기록으로서의 구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회학자 김귀옥은 구술사를 “구술자의 기억이 연구자와의 구술과정을 통 해 이야기되고 문자화되면서 역사적 자료로서의 지위를 부여받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구술사 인터뷰를 통하여 사료화되는 것을 구술사로 본 것이다. 종 합하면, 구술사 및 구술자료에 대한 한국 구술사 연구자들의 다양한 개념 정 의는 구술사를 ‘구술에 근거한 역사쓰기’와 ‘구술사 인터뷰를 통해 생산된 구술기록’ 모두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국 학계에서도 구술사, 구술자료, 구술사료 등의 용어가 혼재 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구술자료에 대한 정의를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이정연, 2009). <표 1>은 역사학과 기록학에서 학자들이 정의한 구술사, 구술자료에 대 한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구분 내용

역사학

∙ D.Ritchie(1995) : 기록된 인터뷰를 통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구술된 기억과 개인 적 논평들을 수집하는 것

∙ P.Thompson(2000) : 피지배층의 구술자료를 통해서 밑으로부터의 역사를 쓰는 작업

∙ 허영란(2004) : 개인의 기억 또는 경험을 역사화하기 위한 기획-구술에 기반을 둔 역사서술/ 구술의 방법에 의해 생산된 자료

∙ 박경용(2014) : 역사적 연구를 위한 한 가지 방법론이자 역사적 기록 그 자체

기록학

∙ L.Starr(1996) : 지금까지 이용되지 않은 보존할 가치가 있는 구술을 기록함으로 써 생기는 일차적 자료

∙ J. E. Fogerty(2006) : 구술자(narrator)와 연구자(interviewer)의 관계를 통해 구술 자의 기억과 연구자의 질의를 중심으로 상호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창조적인 내용(text)을 생산하는 것을 말함.

<표 1> 구술사 및 구술자료에 대한 개념 정의

이상의 구술사와 구술자료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을 종합할 때, 광의로서 의 구술자료와 협의로서의 구술자료에 대한 개념 정의는 다음과 같다.

▶ 광의(廣義)로서의 구술자료

∙ 이호신(2010) : 구술자료(기록)에 대한 기획단계에서 생산되는 각종 문서와 연구계획서, 각종 행정 서식과 인터뷰 면담 후기, 인터뷰 과 정에서 수집된 일체의 관련 자료. 즉, 하나의 이벤트에서 여러 가지 다른 매체의 기록물이 생산되는 것

∙ 표인주(2018) :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험한 개인의 생애를 비롯해 다양한 삶의 질서 및 행위, 자연현상, 역사적 사건을 구술한 것

구분 내용

기록학

∙ 한국기록학회(2008) : 면담을 통해 개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과거나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기록

∙ 이정연(2009) : 구술자 또는 화자가 연구자 또는 해석자 앞에서 자신의 과거의 경험을 기억을 통해 현재로 불러오는 작업을 통해 얻은 자료

∙ 김명훈(2010) : 문자화된 기록으로 남지 않는 영역에 대한 기록 생성 및 현재 보 유 중인 기록의 결락부분을 보완하는 의미와 함께 기록 속의 보다 근원적인 맥 락을 확보하며 당대의 사회상 및 집단기억의 형성과 관련된 의미를 지님.

∙ 최정은(2011) : 구술의 방법에 의해 생산된 자료로, 문헌기록의 한계를 보완한다 는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술기록 자체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여 문헌기 록과 함께 다양한 기록군을 보존한다는 것을 의미함. 구술기록의 구분은 구술면 담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구술 기획 단계 기록(기획단계에서부터 구술면담 행 위 직전까지의 기록, 기존의 문헌기록이나 영상기록 등)’, ‘구술면담 기록(음성 파일, 영상파일, 질문지)’, ‘면담후 기록(면담일지, 면담후기, 녹취록)’으로 나 눌 수 있고, 전후 맥락을 반영한 전단계의 기록을 이해해야 함. 면담 후 기록의 경우, 다양한 형태, 판본이 생산될 수 있음.

∙ 최윤경, 정연경(2014) : 구술자와 연구자 간의 구술 행위를 통해 생성되는 기록물 의 일종으로, 구술사를 비롯한 역사 연구의 중요한 정보 자료로 간주되며, 당대 의 사회상 및 집단기억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 영구적으로 보존·활용해야 할 중요한 정보자원. 집단기억과 정체성 연구를 위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자료

▶ 협의(狹義)로서의 구술자료

∙ 이호신(2010) : 구술사 인터뷰에서 직접 생산된 것으로, 구술로서의 본 질적인 특성을 지닌 원저작물(1차적 저작물)로 녹음기록과 녹화기록.

구술채록을 통해 생성되거나 수집되는 그 밖의 여러 저작물은 구술과 는 구별되는 별도의 저작물로, 구술자료로서의 본질적인 특성과는 상 당한 거리가 있어 저작권 문제에 관해 상이한 특성을 나타냄.

따라서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 정치학 등에서 실천하고 있는 구술사 연구 의 구술자료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주제에 대한 구술사 인터뷰를 통 해서 생산된 구술기록이 되겠다. 그렇다면 ‘구술사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역 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주제가 지역민이나 공동체에게 항상 중요한가?’라 는 질문을 할 수 있다. 특히 지역에 있는 공공도서관의 경우 도서관이 지역민 들의 경험과 기억을 기록하고 보존·관리하는 장소가 되려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