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통합 구상과 농업 부문의 역할
4. 남북 경제통합 시나리오와 농업 부문의 역할
4.2. 남북 경제통합 시나리오
이상에서 살펴본 남북 경제통합에 대한 기본구상에 기초하고 선행 경제통합 사 례의 시사점을 참고해 다음과 같이 남북 경제통합 시나리오를 수립하기로 한다.
첫째, 통합의 단계를 경제협력(economic cooperation) 단계와 경제통합(economic integration) 단계로 구분한다. 경제협력 단계는 경제통합을 준비하는 단계로 설정 한다.
남북 경제통합은 경제통합에 관한 개념적 정의와 통합 추진 조건의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현 상황에서 곧바로 추진될 수는 없다.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 영 향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중단된 상태이고, 북한도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설사 , 이라고 하더라도 ,
로 남북 경제통합 함수식의 제1가정을 충족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현 상황에서부터 4개 변수가 모두 양(+)의 값을 가져 실질적인 경제통합이 추진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형태의 경제협력이 이루어지는 단계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경제통합 준비 단계도 단계 구분이 필요하다. 대북제재가 엄 연히 존재하는 현 상황은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할 수 없는 환경으로 현황 유지에
제3장 남북 경제통합 구상과 농업 부문의 역할 | 93 주력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남북 경제협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북제재가 최소한 완화되어야 한다. 즉,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경제협력 단계에서 경제통합 단계로의 이행은 조건의 충족 여부가 관건이다.
, 은 기본적으로 경제협력 단계에서부터 충족하고 있는 것으 로 가정하기 때문에 핵심은 조건의 충족이다. 이 조건이 충족 된다면 남북이 경제체제가 시장에 기반한 체제로서 동질성을 확보해 시장통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경제통합(economic integration) 단계는 초기 → 성숙 → 완성 3단계로 세분 한다. 경제통합은 두 국가 간 상품·서비스 시장과 생산 요소 시장의 통합 더 나아가 정책 통합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단기간에 완성한다는 것은 사 실상 불가능하다. EU-중동부유럽 경제통합의 예처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수준을 높여가면서 최종적으로 통합을 완료하 게 된다. 남북 경제통합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통합의 단계 구분이 필요하다.
두 국가 간 경제통합은 일반적으로 먼저 상대적으로 통합이 용이한 상품·서비스 시장 통합으로부터 시작해 생산 요소 시장까지 통합해 공동 시장을 형성한 후 경제 정책을 공동으로 실시하는 정책 통합의 과정을 통해 실현한다. 북한이 시장경제체 제를 도입해 통합의 조건이 총족되었다고 하더라도 경제발전 수준은 저개발국 상 태일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추진되는 남북 경제통합은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 경 제통합이어서 곧바로 높은 수준의 시장통합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북한 입장에서 통합을 통한 경제적 후생 증대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통합 프로세스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남북 경제통합 초기 단계의 통합 수준은 제한적인 범위에서 상품·서비스 시장과 생산 요소 시장을 통합하는 부분적인 공동 시장 형성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남북이 제한적인 범위에서 공동 시장을 형성한 이후에는 조건의 성숙 정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완전한 공동 시장을 형성하는 경제통합 성숙 단계로 이행하고 최종적 으로 정책 통합을 논의하는 경제통합 완성 단계로 이행한다고 설정한다.
94 |
경제통합 초기 단계에서부터 완료 단계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다. 현 상황에서 경제통합 초기 단계에 도달하는 시간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경제통합 시나리오에 초기 이후 성숙, 완성에 이르는 시간을 포함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경제통합 초기 단계까지만 연 구 범위에 포함하기로 한다. 시간 범위가 너무 넓어 남북 시장의 실질적 통합을 위 한 프로세스는 추가적인 연구과제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세계적으로 보편화 된 경제통합 수단인 양자 간 지역무역협정(RTA)을 경 제통합 초기의 통합 수단으로 활용한다. 남한이 설계하고 주도하는 남북 경제통 합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가능성이 높은 유인기제는 경제적 이익이 다. 양자 간 지역무역협정(RTA)은 비경제적 요인들을 배제하고 직접적으로 상호 간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수용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미래에 대비해 국내법적으로만 효력이 지닌 남북 사이의 무관세거래를 국 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고, 향후 북한이 세계 경제질서에 공식적으로 편입하기 위한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 간 지역무역협정(RTA)을 제안한다.
다만, 지역무역협정 체결 당사국이 부담하는 의무인 ‘실체적 요건’ 충족 규정이 북한으로 하여금 협정 체결을 꺼리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10년간 의무를 유예 할 수 있는 잠정협정(interim agreement)으로 체결하도록 한다.
지역무역협정(RTA)은 반드시 자유무역협정(FTA)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체 결 당사국 간 합의에 따라 시장 및 정책 통합의 수준을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앞 서 남북 경제통합 초기 단계는 부분적인 공동 시장 형성을 통합 목표로 설정했으 므로 FTA에 가까운 협정 체결을 고려한다. 명칭은 한반도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Korean Peninsul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KPCEPA) 을 제안한다. 단, KPCEPA는 ‘실체적 요건’ 충족 의무를 10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잠정협정으로 체결한다.
다섯째, 남북 경제통합은 경제통합 본연의 시장 및 정책 통합을 한 축으로 하고, 개발협력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투 트랙으로 추진한다. 남북 경제통합은 남북 간
제3장 남북 경제통합 구상과 농업 부문의 역할 | 95 공동 시장 형성 및 정책 통합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 과정으로서 주어진 조건에 맞게 남북이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완성해야 하는 과제이다.
그런데 남북 간 경제통합은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 경제통합의 성격이 강해 북 한의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남북 경 제통합은 남한이 주도해서 통합과정을 설계하고 북한이 이에 동참할 때만이 가능 하다. 북한의 수용성을 제고하는 한편 통일 비용 절감이라는 장기적 포석하에 남 북 간 경제력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을 견인하 고 성장을 촉진하는 개발협력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런 점에서 개발협력 및 지원에 집중하는 목적의식적 경제협력을 경제통합 준비 단계에서부터 경제통합 논의를 시작한 이후까지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남북 경제통합 단계별 통합 과제를 시장통합과 개발협력 측면에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시장통합 측면에서 보면 경제통합 준비 단계의 대북제재 유지국면에서는 현상유지에 주력하고 대북제재가 완화되는 국면에서 무역 및 투자 확대 그리고 남 북 경제협력 관련 법제도 정비가 중요한 과제이다.
경제통합 초기 KPCEPA 1단계에서는 상품 시장의 통합을 위한 상품무역분야 주요 의제에 관한 합의 도출이 주요 과제이다. 그리고 2단계의 협정 체결을 고려 하고 있으므로 서비스, 투자(직간접적 자본 이동), 규범 및 인력이동 분야에 대해 서도 기본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후속협상의 근거를 마련한다. KPCEPA 2단계는 후속협상(보충협상)으로써 서비스, 투자(직간접적 자본 이동), 규범 및 인력이동 분야의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주요 과제이다.
다음으로 개발협력 측면에서 보면 경제통합 준비 단계의 대북제재 국면에서는 인도적 지원이 중요한 과제이다. 대북제재 완화 국면에서는 남북이 기합의한 개 발협력사업 추진, 남북 경제협력(농업협력) 관련 추가 합의 확대, 북한의 국제기 구 가입 협력 등이 주요 과제이다.
경제통합 초기의 KPCEPA 1, 2단계에서는 개발협력분야의 주요 어젠다에 대 한 합의를 도출하고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그림 3-4>
는 이상의 논의에 기초해 남북 경제통합 시나리오를 도식화한 것이다.
96 |
<그림 3-4> 남북 경제통합 시나리오
자료: 저자 작성.
<참고 7> 남북 경제통합 시나리오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 (논리성) 논리적 75.0%, 매우 논리적 16.7%, 보통 8.3%. 논리적·매우 논리적이 91.7%로 논리성을 매우 높게 평가
- 북한경제그룹: 논리적 73.3%, 매우 논리적 13.3%, 보통 13.3%
- 북한농업그룹: 논리적 90.9%, 매우 논리적 9.1%
- 한국농업그룹: 논리적 68.2%, 매우 논리적 22.7%, 보통 9.1%
제3장 남북 경제통합 구상과 농업 부문의 역할 | 97
○ (실현가능성) 보통 35.4%, 높음 33.3%, 낮음 20.8%, 매우 낮음 6.3%. 매우 높음 4.2%, 보통 이상이 72.9%로 높지만 낮거나 매우 낮다는 의견도 27.1%
- 북한경제그룹이 가능성을 가장 낮게 평가(보통 46.7%, 낮음 33.3%, 높음 13.3%) - 북한농업그룹은 보통 45.5%, 높음 36.4%, 매우 높음 9.1%, 매우 낮음 9.1%
○ 설문조사 및 자문 결과를 토대로 최종 시나리오를 <그림 3-4>와 같이 조정
자료: <부록 1> 설문조사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