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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동맹을 위한 한미전략동맹의 비전

이명박 정보의 외교안보 시각은 노무현 정부와는 크게 구별된다. 노무현 정부가 동맹보다는 자주와 균형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의 핵심은 한미동맹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 개요는 외교통상부가 대 통령에게 보고한 업무보고 내용에 대체로 반영되어 있다. 외교부는 신정부의 국가비전인 「선진일류국가」와 5대 국정지표 중 하나인 「성숙한 세계국가」

실현을 위한 2008년도 외교목표로 안보를 튼튼히 하는 외교, 경제를 살리는 외교, 세계에 기여하고 신뢰받는 외교 등 세 가지를 설정하였다.24)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될 실용외교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물론

24) “2008년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외교통상부 보도자료(2008.3.11) 참조.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이다.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관은 ‘포괄적 전략동맹론’

으로, 이는 한미동맹의 지리적 범위를 한반도라는 제한된 범위에 한정시키지 말고, 동맹의 성격도 중일간의 패권경쟁을 제어하는 19세기적 위협에 대처하 는 기능과 함께 21세기형 새로운 포괄안보 위협, 즉 테러, 대량살상무기 확 산, 마약․불법인구이동․해적 행위 등에 대해 전략적 차원에서 대처해 나가 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포괄적 전략동맹은 첫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를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둘째, 정치․경제․사회적 차원의 양국 간 신뢰를 공고히 하며, 셋째,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운데 지역 및 세계적 차원의 평화구축에 기여하는 동맹이라는 성격을 갖는다.25) 가치동맹이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로서 인권침해, 테러, 마약, 환경침 해, 재난 등 ‘인간의 안위에 대한 위협’(인간안보 위협)에 공동 대처해 나가 는 동맹이다. 신뢰동맹은 양국의 지도자들이 인간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서로 신뢰하는 것을 뜻하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두 시민사회 간의 이해와 관용 의 폭이 커지는 것을 말한다. 평화구축동맹은 양국이 군사동맹을 지속해 나 가는 가운데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국제평 화 구축에 기여하는 동맹을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이 말만큼 쉽게 실현될 성질의 것들은 아니다. 예를 들 어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는 가치동맹을 표방할 경우 당장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가시적 태도 표명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유엔 인권이사 회에서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하였고, 북한의 관영언론들 은 이명박 정부의 이런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들 과의 인간안보협력을 강화하고 평화구축에 기여하려려면 반테러․반확산 정 책을 강화해야 하는데, 한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 앞에 놓여 있다. 예 를 들면 이라크나 아프간 재파병 요구는 평화구축동맹으로서 거부하기 어려 운 요구이며, 반확산 정책의 대표적 사례인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이 미온 적 태도를 취하는 것도 한계가 봉착할 것이다. 한미FTA도 쉬운 문제는 아니 다. 한미FTA는 양국이 선언적 차원의 신뢰를 제도적 차원의 신뢰로 구체화 하기 위한 조치로서 한미FTA를 계기로 양국 간 정치․경제․사회를 포괄하 는 다차원적 상호 신뢰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FTA 비준안을 놓고 국내정치세력간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고돼 있어 신정부의 정 치력을 실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자면, 한미동맹이 가치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기본적인 가치, 제도와 이념의 공유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25) 김성한, “2008년 한미 신동맹 출범 원년... ‘전략동맹’으로,” 『자유공론』, 2008년 3월호, pp.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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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향하는 의지연대(coalition of the willing)를 동맹의 비전으로 받아들일 준 비가 되어야 한다. 가치동맹의 비전을 이렇게 규정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 서 한미동맹의 군사적 과제는 현재의 대북 억지력 위주의 목표, 구성, 역할 에서 한반도, 동북아, 글로벌 차원에서 한미 양국의 공동 가치, 이익, 신뢰의 강화를 위해 함께 움직이고, 그로써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동맹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그러한 비전은 초보적이지만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동맹 미래비 전연구(Joint Vision Study)를 통해 이미 행해지고 있다. 미래비전연구가 목 표로 할 것은 한미 양측의 필요와 이익을 중심으로 미래의 동맹상을 그리는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동맹상을 알기 위해서는 최근 미국의 일반적 안보전략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은 2005년 3월에 새 국방전략 보고서가 발표되고 2006년 2월에 4년주기 국방태세점검 보고서 (Quadrennial Defense Review Report)가 발표되면서 그 윤곽이 더욱 뚜렷해 졌다. 추세의 핵심은 군사외교의 전반적 변환(transformation)을 통해 21세기 의 새로운 위협인 테러에 대비하여 전면적인 반테러전 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본격적인 군사변환과 변환외교를 추진 중에 있으며, 그 일환으로 전세계 미군의 해외주둔을 조정하는 GPR(Global Defense Posture Review)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고, 그 연장 선상에서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의 재편을 추진 중이다.

미국 GPR의 근원은 냉전 직후부터 미 국방부가 연구해온 군사혁신과 군 변환이다.26) 군 변환은 군사혁신을 구체화하는 과정으로서, 적어도 두가지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첨단 정보과학기술을 응용하여 산 업사회 군사력을 정보화 사회 군사력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첨단 지휘자동화체제인 C4ISR, 원거리 정밀타격, 네트워크, 유연성, 파괴력 향상 등이 구현된다. 둘째는 냉전기 군사태세를 탈냉전기 군사태세로 전환하 는 것이다. 탈냉전기의 새로운 위협요인인 테러, WMD 확산 등에 대처하여 미군의 군사태세를 바꾸되, 전진배치 위주의 고정된 군사력 운용에서 기동 위주로 전환하며, 그 일환으로 동맹국관계와 해외주둔정책을 변화시키는 것 이다. 더 나아가 군변환은 미국의 글로벌 차원 방위태세를 전반적으로 재검 토하고 재편하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미 군사력의 유형, 소재지, 역량 및 동맹관계 등을 전반적으로 업데이트한다는 개념까지 포함된다. 군 변환

26) 미국의 군사변환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상현, “미국의 군사변환전략: 기원, 성과, 평가,” 『국가 전략』, 제13권 3호(2007 가을호); 박기련, “미국의 군사변환과 그것이 한미동맹에 주는 함의: 21세 기 미군의 범지구적 통제력의 영향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제47집 1호(2007) 등 참조.

구상 하에서는 향후 미국의 군사전략 중점이 바뀌는데, 보다 다양한 불확실 성에 신속 대응하고, 한곳에 고정된 군사력 배치에서 임무에 따른 순환배치 를 중시하며, 숫자보다는 능력에 중점을 두고, 지역적 관점이 아니라 글로벌 한 관점에서 미군을 전략적으로 운용하게 된다. 앞으로는 미군이 배치된 장 소에서 싸울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유사시 필요한 곳은 어디든지 신속 파견할 수 있는 능력이 요망된다.27) 96시간 내 세계 분쟁지역 어느 곳이라도 신속파견을 목표로 미 육군이 추진 중인 스트라이커 여단 개편이 좋은 예이 다. 그러한 군 변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바로 지금 논의되는 GPR이고, 그 일환으로 독일, 일본, 한국의 미군이 재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원하는 동맹상에서는 냉전시대에 배태된 기존의 ‘동맹 (alliance)’보다는 ‘연대(coalition),’ 즉 미국과 어떤 협정을 맺고 있는가보다는 미국과 얼마나 뜻을 같이하느냐가 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여기에서 필수적 으로 가치와 제도, 그리고 의지의 공유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이러한 미국의 동맹관에 비해 한국에게 바람직한 동맹상은 무엇인가? 한 국에게 바람직한 동맹상은 최소한 다음의 요소들을 포함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하다.

첫째, 한국의 민족 자존심과 주권을 존중하는 동맹이 바람직한 동맹의 비 전이다. 이를 위해 현재보다 상호성과 평등성이 강화된 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을 동맹으로서 존중해야 하며 한국 측은 책임분담 증대가 불가피하다. 앞으로는 동맹유지 비용을 필수적인 안보투자로 보는 시각이 필 요하다. 주한미군은 현재보다 덜 가시적인 형태가 바람직하며, 될 수록 한국 인들 눈에 덜 띠면서도 동맹의 역할은 그대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 색해야 한다.

둘째, 안보에서의 방위충분성 확보에 도움을 주는 동맹이 되어야 한다. 주 한미군은 물리적 인계철선이 아니라 신뢰의 인계철선으로 한국안보에 충분 한 방위력과 억지력을 제공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한국 국방의 준거를 대북 억지에서 동북아 전체로 확대하는 데 협력하는 동맹이 되어야 하며, 미국은 최소한의 대주변국 억지역량 확보를 위해 한국의 군사혁신과 변환을 지원하 는 동맹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공통의 가치를 지향하는 동맹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인권, 시장 경제 확대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동맹관계를 통해 공통의 전략적 가치가 확 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미동맹을 태동시킨 원래의 조건인 남북 적대관계

27) Douglas J. Feith, Under Secretary of Defense for Policy, "Transforming the U.S. Global Defense Posture," remarks at the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Washington, DC, Wednesday, December 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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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완되면서 공통의 위협에 근거한 한미동맹도 흔들리게 되었다. 그 결과 이제는 냉전의 ‘군사동맹’에서 ‘가치동맹’으로 변신해야 하는 것이 한미동맹 이 처한 역사적 맥락이다. 국제정치가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이 각 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냉정한 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안별, 선택적 접근 만으로는 공동의 가치에 기반을 둔 지속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우리 사회의 기본가치로 지향한다면 이 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단, 한미동맹 강화가 주변국들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즉, 동맹강화의 부작용으로서 양자 동맹의 배타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한미동맹의 체제 를 유지하되 한미동맹의 배타성, 특히 중국을 포위하는 것으로 비쳐질 우려 를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향후 동맹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넷째, 통일과정을 지원하는 동맹이 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은 통일과정의 적대세력이 아니라 한국민의 통일에 대한 열망을 이해하고 이를 지원하는 동맹이 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은 통일과정에서 주변국가들의 견제와 질시를 통제하고 균형자로서 기능하는 동맹이 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북한이 갑자기 붕괴할 경우 한국이 북한지역을 당연히 접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오히려 현재 북한지역의 대 중국 경제 의존도를 감안할 때, 중국이 북한지역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당연히 미국과 일본이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고,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각축장이 될 가능 성이 크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을 우리의 통일지원 세 력으로 붙잡아두는 것은 전략적으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28)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의 성공 여부는 한미 양국이 원하는 동맹상을 얼마나 상호보완적이고 부합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렸다. 전략동맹이나 가치동맹 을 지향하더라도 한국이나 미국이 일방적으로 원하는 동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즉, 전략동맹을 하되 한국에게 자승자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전략동맹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하는 것이 아니 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 신뢰, 평화구축이라는 지향점도 한국의 국익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에 더하여 한미 양국이 큰 틀에 있어 서는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한미 전략동맹은 가치․신뢰의 공유, 의지의 연대, 전략적 이익의 공유라는 지향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략동맹을 이렇게 개념화할 경우 남는 과

28) 세종연구소 편, 『한국의 국가전략 2020』(성남: 세종연구소, 2006), pp. 6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