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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語敎育硏究 第 483 輯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 연구
2019 년 2 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전공
김 지 혜
교육학박사학위논문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 연구
2019 년 2 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전공
김 지 혜
국문 초록
이 연구의 목적은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내용을 개발하는 것이 다. 다문화 소설은 주로 민족적·인종적 타자들 사이의 만남을 소재로 하며, 서 로 다른 문화성을 지닌 개인들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모습을 문학적으로 재현 한다. 이론적으로 보았을 때, 다문화 소설의 독서는 독자들이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 대해 통찰하게 만든다. 독자가 자신의 문화적 관점을 반성 하고 상호문화적 협력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상호문화능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것 이다. 하지만 실제적인 맥락에서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위와 같은 효과를 보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상호문화교육적 효용성을 갖기 위해서는 독자가 소설에 재현된 문화적 갈등을 상호문화적 관점에 따라 고찰하며 미적 성찰의 계기로 삼 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국어 문화 교육은 이러한 행동 능력을 양성하는 데에 소홀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의 연구를 시행했다. 첫째,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에 대한 이론적 탐구를 통해 교육적 관점을 정리하고 교육 원리를 도출했다. 둘째, 다문화 소설 독서 과정에 서 산출된 대학(원)생 학습자의 실제 감상 자료를 현상학적 방법으로 검토하여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상호문화적 성찰로 이어지기 위해서 강조되어야 할 사고방 식과 극복되어야 할 사고의 편린들을 확인했다. 셋째,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학 습자들의 상호문화적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해 중심 교육과정 의 관점에 따라 학습 주제와 목표, 수행 과제를 설계했다.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관점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상호문화능력의 요소들을 밝히고, 다문화 소설과 상호문화능력의 관계를 검토한 후, 다문화 소설 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특성을 규명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상호문화주의의 특성을 고려하여 상호문화능력은 다문화 사회에 대한 지식, 문화성들의 위치에 대한 지식, 비판적 문화 해석 능력, 다양한 문화성에 대한 개방적 태도, 공감적 이고 협력적인 상호작용능력으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또한 소설이란 문화적 재현 물로서 사회문화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세속적 비평의 관점에 따라 다문화 소설과 상호문화능력의 관계를 검토하였다. 그 결과, 이 연구에서는 다문 화 소설을 통해 이루어지는 상호문화교육의 특성을 ‘다양한 문화성이 공존하는 사 회 내의 갈등 국면을 재현한 소설 텍스트를 읽으면서, 소설에 재현된 다양한 관 점을 고려하여 문화성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성찰하며, 문화적 갈등을 최소화하 기 위한 소통능력을 구축하도록 이끄는 교육 행위’라고 개념화할 수 있었다.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상호문화능력의 고양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독자가 다
문화 소설을 읽으면서 체험하게 되는 요소들의 사회적 위치와 문화적 의미를 알 고, 소설을 중심으로 한 서사적 소통 구조를 고려하며 문화성에 가해지는 시선의 문제를 인식하며, 그 결과로서 확보한 관점을 다른 문제에도 적용해 볼 수 있어 야 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이 연구는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원리를 ‘다문화 소설의 상호문화적 읽기 구조’와 ‘상호문화적 통찰을 위한 다문화 소설의 해석소’로 구분했다. 전자로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섬세화’, ‘타 자 대응 방식에 대한 반성적 검토’, ‘서사적 소통을 고려한 문화적 입장 탐구’를 제시했다. 이는 순차적인 과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후자로는 ‘문화적 갈등의 중 층적인 토대 구조’, ‘문화적 헤게모니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 ‘인물 행위의 상호 문화적 가치’, ‘상호문화적 공존과 협력 방법에의 상상’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이 연구에서는 현상학적 방법에 따라 다문화 소설을 읽은 한국인 독자와 외국인 독자의 감상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한 감상 자료는 학습자들의 개 별적인 독서 감상문, 집단 토론 녹취물, 토론 전과 후의 감상문, 인터뷰 녹취물 이다. 분석의 첫 번째 목적은 다문화 현상과 문화적 타자에 대한 학습자들의 인 지적 표상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목적은 학습자들의 다문화 소설 감상에 영향을 준 문화적 감수성과 소설 문식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검토 결과, 다문 화 소설의 독서가 독자들의 상호문화적 성찰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인식들이 관찰되었다. 첫째, 소설에 재현된 다문화 상황을 사회적 공공성이란 맥 락에 따라 검토하고 문화적 헤게모니가 지금의 시대적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독자들은 문화적 헤게모니의 폭력성을 고민하며 반-인종주의적 인식 을 공유할 수 있었다. 둘째, 소설의 서사적 소통 위계를 분석적으로 검토한 독자 들은 서술자와 인물의 문화적 위치와 태도를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추론할 수 있 었다. 이는 문화적 타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해 반성하고 낯선 문화성에 대 한 합리적 태도에 대한 고찰로도 이어졌다. 셋째, 소설에 재현된 사태에 대한 자 신의 감상을 현대 한국 사회의 다문화 현상을 세심하게 연계할 수 있는 독자들 은, 소설이 사회적 타자에게 부여된 표상을 문제시하며 문화적 갈등을 관리할 효 과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이 연구에서는 다문화 소설 독서의 가능성과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다문화 소설 독서의 상호문화교육적 가능성을 실현 시키기 위한 교육적 처치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 상호문화교육의 차원에서 이 루어질 다문화 소설의 독서란 서술자와 인물의 문화적 신념과 감정을 입체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고, 다문화 소설에 재현된 사건의 구조와 관계자 들의 입장을 문화적 헤게모니와 견주어 보면서 상호문화적 인식을 확장하여 상호 문화적 실천 역량을 가꾸는 활동을 말한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이해 중심 교육 과정의 방식에 따라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을 설계하여 제시했다.
이해 중심 교육과정에서는 긍정적인 교육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학습자들이 이해해야 하는 내용을 학습 과제로 재구성한 후, 주제별로 학습목표를 제시한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학습자들의 감상 자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 교육의 학습 주제를 ‘다문화 소설에 재현된 문화적 갈등의 체험’, ‘서사적 소통 위계에 따른 다 문화 소설의 해석’, ‘해석 소통을 통한 상호문화적 소통 능력의 함양’으로 삼았다.
그리고 각 과제별 학습 목표를 이해의 여섯 측면에 따라 제시했다. 다문화 소설 에 재현된 문화적 갈등 체험 주제에서는 ‘설명’과 ‘공감’에 해당하는 학습목표를 제시했고, 서사적 소통 위계에 따른 다문화 소설의 해석 주체에서는 ‘해석’과 ‘자 기지식’에 대한 학습목표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해석 소통을 통한 상호문화적 소통 능력의 함양 주제에서는 ‘관점’과 ‘적용’에 해당하는 학습목표를 제시했다.
학습자들이 학습목표를 달성하도록 안내할 수행 과제는 GRASPS 설계법에 따라 목 표, 역할, 청중/대상, 상황, 수행,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한 학습자들의 실제 감 상 자료들로부터 상호문화적 사유를 촉진하였던 사고방식과 방해하는 것으로 보 였던 사고방식을 정리하여 교수·학습의 지침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는, 세계화 시대에 돌입함에 따라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사회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는 현상이 발생한 지 오래되었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속에 남 아 있는 단일문화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잔재가 사회 통합을 방해하고 있다는 탈중심주의적 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주체는 타자에게 끝내 닿을 수 없다고는 하 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소통하며 공감하고 협력함으로써 공동체를 일구어 왔다.
이 연구는 학습자들에게 다문화 소설을 감상하며 우리 사회와 자기 자신의 문화 적 인식을 성찰하고 문화적 타자와의 공존 상황에 대해 숙고하게 이끈다. 또한 소설의 형식에 따라 핍진하게 재현된 다문화 사태를 다층적으로 검토하면서 다양 한 문화가 공존하는 현대 사회의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숙고하게 만 들 것이다. 이는 미래를 이끌어나갈 학습자들이 문학 문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공공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학교육으로 서나 상호문화교육으로서 가치가 있다.
핵심어 : 상호문화교육, 다문화 소설 교육, 문화적 헤게모니, 아비투스, 다문화 개방성, 상호문화적 소통, 상호문화적 성찰
학번: 2013-30423
차 례
국문 초록 ··· ⅰ 차례 ··· ⅴ
Ⅰ. 서론 ··· 1
1.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 1
2. 연구사 ··· 9
3.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 ··· 19
Ⅱ.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이론적 기반 ··· 28
1.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관점 ··· 28
1) 상호문화교육의 개념과 성격 ··· 28
(1) 상호문화주의의 특성 ··· 29
(2) 상호문화교육의 핵심 역량 ··· 35
2) 다문화 소설과 상호문화교육의 관계 ··· 38
3)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과제 ··· 43
(1) 상호문화적 지식의 입체화 ··· 43
(2) 상호문화적 인식과 민감성의 발달 ··· 47
(3) 반성적 성찰을 통한 상호문화적 실천 ··· 48
2.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원리 ··· 50
1) 다문화 소설의 상호문화적 읽기 구조 ··· 51
(1)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섬세화 ··· 51
(2) 타자 대응 방식에 대한 반성적 검토 ··· 54
(3) 서사적 소통을 고려한 문화적 입장 탐구 ··· 59
2) 상호문화적 읽기를 위한 다문화 소설의 해석소 ··· 62
(1) 문화적 갈등의 중층적인 토대 구조 ··· 63
(2) 문화적 헤게모니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 ··· 69
(3) 인물 행위의 상호문화적 가치 판단 ··· 76
(4) 상호문화적 공존과 협력에의 상상 ··· 86
Ⅲ. 대학(원)생들의 다문화 소설 감상 양상 ··· 94
1. 다문화 소설의 문화적 갈등 체험 ··· 94
1) 다문화 소설의 문화적 갈등 구조 인식 ··· 95
(1) 개별적 경험의 동원 방식 ··· 96
(2) 선지식의 환기와 접합 ··· 103
2) 다문화 소설의 문화적 갈등에 대한 반응 ··· 107
(1) 헤게모니 순응적 반응의 문제점 ··· 107
(2) 대항 헤게모니적 반응의 미숙함 ··· 112
(3) 헤게모니 조율적 반응의 가능성 ··· 116
2. 서사적 소통을 고려한 다문화 소설의 해석 ··· 120
1) 아비투스적 문화 감각에 대한 각성 ··· 121
(1) 독자의 자아 인식 투영 ··· 122
(2) 자기 합리화가 반영된 탐구 ··· 125
2) 문화적 중층성의 이해 ··· 128
(1) 내포 작가의 추론 ··· 129
(2) 서술자의 신뢰도 인식 ··· 134
3.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적 역량 함양 ··· 138
1) 상호문화적 감식안의 전유 ··· 138
(1) 문화적 위치에 대한 다각적 검토 ··· 139
(2) 문화적 헤게모니에 대한 탐구 ··· 145
2) 비판적 문화 해석 담론의 활성화 ··· 153
(1) 상호문화적 소통을 방해하는 사고방식 ··· 154
(2) 상호문화적인 해석 소통의 가능성 ··· 160
Ⅳ.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설계 ··· 169
1.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전제 ··· 169
1) 학습자 감상 자료에서 도출한 교육의 과제 ··· 169
2) 상호문화적 역량 함양을 위해 선정한 학습 주제 ··· 177
2.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목표 ··· 181
1) 문화적 갈등 체험을 통한 상호문화적 지식의 확장 ··· 183
2) 문화적 중층성 분석을 통한 상호문화적 인식의 활성화 ··· 187
3) 해석 소통을 통한 상호문화적 소통 능력의 발달 ··· 190
3.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수행 과제 ··· 194
1) 다문화 소설에 재현된 문화적 갈등 체험 ··· 195
(1) 문화적 갈등의 중층 구조 설명하기 ··· 195
(2) 문화적 헤게모니에 억압된 인물에게 공감하기 ··· 204
2) 서사적 소통을 고려한 다문화 소설의 해석 ··· 211
(1) 서사적 소통 위계를 고려하여 다문화 소설을 해석하기 ··· 211
(2) 메타 비평을 통해 자신의 문화관을 점검하기 ··· 216
3) 해석 소통을 통한 상호문화적 관점의 전유 ··· 221
(1) 문화적 갈등과 요소에 대한 관점 형성하기 ··· 221
(2) 상호문화적인 관점으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기 ··· 229
Ⅴ. 결론 ··· 236
참고문헌 ··· 243
ABSTRACT ··· 263
표 차 례
표 1. 개별 감상 관찰 실험 참여자의 기본 정보 ··· 21
표 2. 개별 감상 관찰 실험 참여자 중 외국인들의 국적 정보 ··· 21
표 3. 개별 감상 관찰 실험에서 수집한 감상 자료의 수 ··· 21
표 4. 독서 토론 관찰 실험 참여자의 정보와 식별 기호 ··· 23
표 5. 독서 토론 관찰 실험에서 수집한 감상 자료의 종류와 수 ··· 24
표 6. 여섯 가지 이해의 종류와 정의 ··· 182
표 7. 학습 주제별로 분배한 이해의 측면들 ··· 182
표 8. 문화적 갈등의 중츨 구조 파악을 위한 수행 과제 ··· 196
표 9. 문화적 헤게모니에 억압된 인물에 공감하기 위한 수행 과제 ··· 205
표 10. 서사적 소통 위계를 고려하여 다문화 소설을 해석하기 위한 수행 과제 213 표 11. 메타 비평을 통해 자신의 문화관을 점검하기 위한 수행 과제 ··· 218
표 12. 문화적 갈등과 요소에 대한 관점 형성을 수행 과제 ··· 222
표 13. 상호문화적 관점을 자기 삶에 적용하기 위한 수행 과제 ··· 230
Ⅰ. 서론
1.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이 연구는 다문화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성격과 원리를 밝히고, 다문화 소설의 감상이 상호문화교육으로 이어지도록 이끌 교육을 설계하 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상호문화교육의 목표는 학습자들의 상호문화역량 (intercultural competence)을 길러주는 것이며, 상호문화역량이란 주체 가 자신과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공감할 줄 알고 그들과 협 력적인 태도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근대 소설은 독자에게 다른 사람의 삶의 국면을 제시함으로써 타자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통해 사회적인 성찰을 꾀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상호 문화적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그중에서도 다문화 소설은 다른 민족 또는 다른 국적을 지닌 사람들 사이의 만남과 소통의 국면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장르적 특성이 있다. 이는 다문화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가 공 감해 보아야 할 사람들이 주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거나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문화 소설은 독자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만남과 소통에 대해 생각해 보게 이끄는 힘이 있다. 이는 소설에 재현되어 있는 문화적 갈등을 발생시켰거나 심화시킨 다문화 사회 의 구조를 성찰하게 하는 잠재력이 된다.
이 연구에서는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성격과 구도, 그리 고 감상의 구조를 밝히고 이에 따라 교육의 목표와 내용을 설계한다. 문 화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므로 “명사가 아니라 동 사”(C. A. van Peursen, 강영안 역, 1994:7)적인 성격을 지닌다. 현대의 문화는 과거의 실천양식이 만들어낸 결과로서의 속성을 지니며, 그에 대 한 구성원들의 반응 행동들은 다시금 미래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들과의 교호 작용을 통해 변화해 나가는 유기 체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다. 즉, 문화는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책임 져야 할 대상이자 지속적으로 가꾸어 나가야 할 대상으로서, 그것을 향유 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가치 탐구와 반성을 요한다.
다문화 소설이 문화적인 힘을 가진다는 논지는 문학이 문화의 한 양식 으로서 실천력을 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위치에 따라 맞이한 사건에 대한 응전력을 보인다. 그런데 작품은 작가가 세계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상상을 형상화해 낸 결과이므 로, 작품 속의 사건과 인물이 재현되는 방식에는 세계에 대한 작가의 이 념과 이해가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독자는 작품을 ‘재현된 그대로’ 받아 들이기보다는 의미화와 비평의 대상으로서 대한다. 또한 작품이 생산된 콘텍스트를 고려하며, 작품이 문제 삼는 내용과 문제 삼는 방식 등을 면 밀하게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작품의 독서 과정은 독자가 자신의 경험과 상상을 투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독자의 감각이나 이 해, 그리고 작품에 가진 의문들은 독자 자신의 문화적 감각과 이념, 그리 고 세계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다문화 소설의 독서란 작품 속에 재현된 다문화적 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주관적인 소통 행위로서 문화적인 의미가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생성된 질문들은 사건을 그렇게 재현한 작가를 향해 있는 동시 에, 그러한 의문과 느낌을 가지게 된 독자 자신을 향해 있다. 자신의 느 낌과 질문을 돌아보며 독자는 작가와 자신의 문화적 위치를 살피고 그 위 치에서 관성적으로 받아들였던 문화적 헤게모니와 감각들을 살펴보게 된 다. 다문화 소설의 독서는 독자가 자신의 관점을 다른 관점과 견주어 보 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문화적 감각과 이념에 거리를 두도록 이끌고, 이는 독자가 자신의 문화적 위치를 관망(觀望)하며 반성해볼 기회가 된다는 점 에서 문화적 성찰과 발전의 계기라는 가치를 지닌다.
그동안 문학교육은 개인과 사회에 대한 학습자의 감각을 일깨움으로써 가치를 정련하고 내면화하도록 이끄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으며, 이를 위 한 활동들은 실천적인 맥락에서 문화적 가치를 지닌다고 일컬어져 왔다.
그리고 이에 따라 다문화 문학을 제재로 한 문학교육에서도 다문화 사회
를 맞이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갖춰야 할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 내용 과 방법들을 제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양한 문화성이 혼재되어 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갖춰야 할 민감성이나 판단력을 증진시키는 연구들 중 일부는, 학습자들이 민감하게 인식하고 반응해야 하는 상황은 한국적인 맥락에 따라 제시하고 있으면서 도, 학생들이 발현해야 할 민감성이나 판단의 방식은 일찍이 다문화 사회 로 진입한 영미와 유럽 지역이 자국 내의 다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도입했던 교육 내용과 방식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 나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외국의 사회문화적 맥락 사이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그 차이가 더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 가령 뱅크스(J.
A. Banks, 모경환 역, 2008:2-8)는 다문화교육의 목적에서 ‘다른 문화의 관점’에서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따라 문화적·민족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언어적인 관점에서도 대안들 (alternatives)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 국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지만,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는 쉽게 반영되기가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다문화 문제가 발생하 는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이 미국과는 다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1) 따라서 한국사회의 다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론 및 방 법들을 한국의 실정과 현재적 인식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1) 가령, 한국에서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은 대부분 한국 사회에 유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역사적인 맥락 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라고 주장할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하기란 쉽지 않으며, 주장할 수 있는 사람들 또한 한정적이다. 또한 미주 지역과 달리 한국 사회 내에서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적 특징을 분명히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 1세대이거나 2세대 인 경우가 많고 가족 전체가 이주해 온 경우보다는 독자적으로 한국인으로 구성된 가족이나 기업에 유입된 경우가 많아서 집단적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도 아 니다. 이런 시점에서 소수자의 문화적, 민족적, 언어적 특성이 대한민국의 문화적, 민족적, 언어적 대안이라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덧붙여 한국에서는 이주 민이라는 특성에 가해지는 사회적 시선의 문제나 정치적 위치의 문제에 대한 논의 가 시작된 역사가 이주민 국가들보다 짧고, 이에 따라 국가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 들이 사회적으로 그들의 인권과 정치적 행위력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해 합 의를 이룬 내용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문화적 소수자들은 국가 공동체 내에서 집단적 정치력을 발현할 수 있는 이주민 국가의 문화적 소수자들과 는 정치적으로 가질 수 있는 입장이나 사회적인 위치가 다르다.
한국의 다문화 소설에 반영되어 있고, 재현되어 있는 문화적 갈등들은 주로 대한민국의 사회적 구조와 관련되어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한국 소 설에 재현된 다문화 사건과 인물들, 그리고 그 문제의 양상은 한국의 정 치, 경제, 사회적 현실에 따라 구현되어 있는 문화적 자기장에 따라 검토 되고 숙고되어야 한다. 특히 2000년대 한국 다문화 소설에서 주로 화두로 삼고 있는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민들, 그리고 그들과 관련하여 구축되어 온 한국 사회의 다문화 담론은,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이 이주민들을 중심 으로 건국되었고 영토 내에 소수자 밀집 구역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사회 내의 담론과 그 성격을 달리한다. 이를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 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한국에서 향유되고 있는 다문화 소설의 문화론적 성격이 무 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 내용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다문화 소설이 던지는 상호 문화 문제에 대한 화두를 적극적으로 고찰하기 위해서는 소 설에 재현된 문화적 갈등 국면을 단순하게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 다. 다문화 소설은 서로 다른 문화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만남 과 소통, 갈등 국면 등을 재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독자가 이 모든 것 을 인식하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다문화 소설의 특성상,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은 반드시 문화적인 거리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홀(S. Hall, 전효관 외 역, 2001:10)은 문화는 그가 놓인 사회적 토대 와 경제적 토대가 역사적으로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하였 다. 민족성이 다르거나 국적이 다른 인물은 그로 인하여 사회적으로나 경 제적으로도 다른 위치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가시적으로 가장 표면화된 특성은 ‘민족성’이나 ‘국적’으로 보일지라도, 그가 문제되는 위치에 자리하게 만든 문화적 토대는 복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적 위치의 이러한 복합성은 독자가 다문화 소설의 타자를 이해하기 더욱 어렵게 만 든다. 독자는 자신과 비슷한 문화적 위치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 감, 또는 자신과 공유하고 있는 토대를 기반으로 한 공감만으로는 상호문 화적 통찰을 이끌어낼 수 없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이해의 반복일 뿐 타 자와 그의 위치에 대한 이해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상호문화적 통찰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서는 독자가 소설에 형상화된 타자를 탐색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독자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문화적 위치를 분석하고, 서술자의 문화적 위 치를 고려하여 사건이 재현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해석한다. 이는 독자 가 인륜적인 인식과 공공성에 대한 의식을 기반으로 문화적 갈등을 유기 적이고도 총체적으로 고찰하도록 안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둘째, 현재 국내에는 다문화 소설을 생산할 수 있는 이주민 출신 작가 가 없는 형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한민국에 향유되고 있는 다문화 소설은, 영미권이나 유럽 지역의 다문화 소설들과는 달리, 전적으로 한국 인 작가의 경험과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 야 할 요소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 다문화 소설 교육에서는 이를 충분 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작품 생산의 구조에서 작품의 목소리는 작가 에 의해 형상화된 것이기 때문에 작품의 목소리는 작가의 인식과 이해의 틀 안에 놓여 있다. 작가가 자기도 모르게 표출한 아비투스적 감각과 인 식이 다문화 소설의 서술에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을 함께 따져 보아야 하 는 것이다.
소설 사회학의 관점에서는 작가는 개인 생활의 주체이면서도 사회적 존 재로서 집단적 주체로서의 위상을 지닌다고 본다(L. Goldmann, 조경숙 역, 1982:12-13).2) 그런 점에서 다문화 소설의 작가들이 특정한 국면에 서 문화적 위치를 공유하는 상황은, 이 장르가 아직 소수자의 문화적 입 장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 의식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작가가 문제를 의식하는 방식이나 사태를 재 현하는 방식은 그의 아비투스적 감각으로부터 받는 영향을 벗어나기 어렵 다. 다문화 소설의 집필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이 소설 속 세계에 형상화 한 여러 인물들이 핍진하고 진실하게 현동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 울일 것이다. 하지만 노력의 방식이나 방향 또한 그가 생득적으로 분할 받은 감각의 지형에 대한 추측 근거가 될 수 있다.
한편,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에 재현된 사태를 전달하는 서술자
2) 문제적 개인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되는 작가라는 존재는, 완벽하게 개별적인 존 재도 아니지만 “신”도 아니기 때문에 생득적으로 분할 받은 감각의 지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 어려운 사람으로 이해될 수 있다.
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독자는 서술자가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재현된 요소에 대해 어떤 논평을 제시하는가에 따라 작품의 정조를 다르 게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이루어진 독자의 판단은 작중인물과 사건, 그리고 다문화 소설 장르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준다. 소설의 특정 국면으로부터 발생한 적대적 감각이나 불편한 감정이, 다문화 소설 담론 전체에 대한 거부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이 다문화 소설에 잠재되어 있 는 상호문화교육적 효용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독자가 자신이 읽고 있는 작품 속 인물과 서술자, 그리고 다문화 소설 담론에 대한 비판적 인 식을 세분화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발현된 자신의 감 정이 인물에 대한 것인지, 서술자로 인해서 발생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 면 이질적인 문화성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한 것인지에 대해 세심하게 돌 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다문화 담론에 참여하는 독자의 논리적 사고력과 민감성을 세련시키는 것이므로,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 육에서는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낄 감정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점검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은 독자에게 작품을 읽으 면서 느낀 감각이나 하게 된 생각의 기원이 무엇인지를 물어봄으로써 독 자가 자신의 문화적 감각을 메타적인 관점에서 점검하도록 이끌어야 한 다. 상호주관적 특성을 지닌 문학의 감상은 독자와 작품을 기본 축으로 하여 생성된다. 따라서 그 감각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독자는,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가운데 두고 이루어지는 이 소통 과정에서, 텍스트와 자신이 연 결되어 있는 축과 텍스트와 그 생산 맥락이 연결되어 있는 축을 동시에 검토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한 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사회적 층 위를 고려하며, 각각에 놓인 시공간적 맥락을 감안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이는 독자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혹시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부터 발생 한 것은 아닌지를 생각하게 이끈다는 점에서 상호문화교육적인 효용성을 지닌다.
셋째, 다문화 소설의 독자는 현실 세계 속에서 우리 사회의 문화를 가 다듬어 가야 할 주체이며, 독자의 다문화 소설의 향유 경험과 그에 따라
발산된 감각들이 우리사회의 문화적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그간 다문화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그 계몽적인 성격을 너무 명확하게 드러낸 경향이 있었다. 다양한 문화성을 인정해야 한다거나 소수적인 것을 관용할 수 있 어야 한다는 교육적 지향을 직접적으로 당위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해 왔던 것이다. 이는 독자의 문화적 감각 지형을 섬세하게 고려하는 교육의 방식 이라고 하기 아쉬운 면이 있다. 독자의 문화적 실천력을 세련시키기 위해 서는, 독자가 제시된 문화 요소를 당위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보다는, 독자 스스로 무엇이 인류적으로 가치가 있 는 방향인지를 고민하고 탐구하도록 이끄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문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나 문제들은 의문의 대상으로 먼저 다 루어져야 한다. 심리적으로나 인지적으로 설득이 되지 않는 내용이 교육 적 구도에 따라 ‘당위’로서 공유되어야 하는 상황은, 독자의 저항감이나 반감을 자극할 수도 있다. 올바른 방향을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교육현장 의 무게로 인하여 독자는 자신의 의문을 즉각적으로 표출하지 않을 수 있 다. 하지만 자신이 품은 의문이 표출되지 못한 채로 남아있는 상황은, 일 종의 저항감이 되어 상호문화적 역량의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다문 화 소설의 독자는 다문화 상황이나 사건, 그리고 그 안에 연루되어 있는 인물들에 대해 다양한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런데 소설에는 구체적이고 핍진한 서술들이 제시되어 있으며, 이 안에는 독자가 소설을 읽으면서 품 게 된 의문을 발전시키거나 검토해 볼 단서들이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 으면서 생성된 독자의 의문은 상황적이고 맥락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작품 내적 요소와 더불어 탐색되고 숙고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은 독자가 다문화 소 설을 읽으면서 생성한 의문을 사회 내에서 공존하는 다양한 문화적 존재 들의 공존과 협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이는 다문화 상황이나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만 ‘인정’이나 ‘이 해’를 앞세운 ‘당위적인 명제’로서 재단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학습자 들이 진정한 의미의 공존과 소통을 모색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또한 작품을 통한 미적 성찰을 도모하며 사회적 발전을 꾀한다는 점에서 문학 교육적 가치의 실현을 이끌어낼 방법이기도 하다. 독자는 소설 속에 재현
된 상황을 중심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이고,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 인물들의 행동 양식의 가치와 한계가 무엇 이고, 조정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사고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문 화 사회와 사건 그리고 개인들에 대한 첨예하고도 실천적인 사고 경험으 로서, 학습자들이 문화적 주체로서 갖추어야 할 행위력을 구축하도록 도 울 것이다.
이상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는 아래와 같은 목표를 도출하 였다. 첫째, 이 연구는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상호문화교육적 효용성을 발현하도록 이끌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상호 문화교육의 관점을 명시화하고, 다문화 소설과 상호문화교육의 관계를 규 명하며,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의 특성을 제시할 것이다. 둘 째, 독자가 다문화 소설의 독서를 통해 자신의 상호문화역량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구도를 확인한다. 독자가 다문화 소설로부터 상호문화적 역량을 자극받기 위해서는 다문화 소설 자체가 상호문화적인 관점에서 감상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소설을 읽는 전반적인 과정 안에서 문화적 갈등이 발 생한 구조를 분석하고, 다문화 소설의 생산과 향유 과정에 영향을 주고 있는 문화적 헤게모니를 고찰하며, 상호문화적인 관점에서 인물의 언행을 비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문화 소설의 감상 과정과 그 결 과를 메타적으로 검토할 기회도 제공되어야 한다. 그것은 소설 담론을 중 심으로 한 문화적 성찰과 반성을 도모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마지막 으로 이 논문에서는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을 설계할 것이다.
교육의 설계한다는 것은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학습자들의 상호문화역량 을 증진시키는 데에 효용성을 발휘하기 위해서 교사가 제시해야 할 구체 적인 교육 목표와,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상호문화적 사유를 자극하기 위 해 안내되어야 할 수행 과제들, 그리고 학습 경험을 구체화할 때 주의해 야 할 요소들을 제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독자가 자신 의 문화적 한계를 인정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다문화 소설을 읽어서, 상호문화적인 감각과 사고를 내면화하도록 인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2. 연구사
한국어교육에서 다문화 또는 상호문화 논의는 한국 사회에 다문화 현상 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의식을 토대로 하며, 자신과 다른 문화성을 지 닌 사람들과 상호 소통하며 협력할 줄 아는 자세를 갖추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한국 사회에서 이 논의가 시작된 역사에 비해서 서 구사회에서는 이 논의가 지속된 역사가 더 길다. 그래서 한국의 다문화 또는 상호문화 담론은 이론적으로는 서구의 다문화주의와 다문화 교육, 상호문화주의와 상호문화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구에 축적되어 있 는 다문화 상황에 대한 사회·문화적 연구들과 인문·교육적 연구들이 우 리 사회의 문제를 성찰하고 숙의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바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다문화주의와 다문화교육은 주로 영미권에서 논의되며 상호문화주의나 상호문화교육은 주로 서부유럽의 논의된다. 이 두 관점이 궁극적으로 지 향하는 바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의 공존과 상생이라는 점 에서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전자는 주로 이주민 국가를 대상으로 검토되 었고 후자는 주로 기존 국가 공동체에 이주민이 유입된 상황을 대상으로 검토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선호되는 공존 형태나 정책적으로 고려하 고자 하는 세세한 지점들에서 약간씩 차이가 난다. 그러나 궁극적인 지향 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각 논의가 한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맞게 조정·적용된 결과는 매우 유사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이 논문이 도출되기까지의 학적 흐름을 검토하기 위해 ‘상호문화’라는 명 칭을 쓰지 않고 있더라도 상호문화적 관점으로 이어지고 있거나 상호문화 적 관점을 취하고 있는 연구들도 모두 검토 대상으로 삼았다.3)
3) 그러나 개념의 혼재가 논의를 모호하게 하는 측면을 통제하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이 연구의 논의를 개진하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문화성이 공존하는 사회’를 지칭하 는 개념어로는 ‘다문화’를 사용하고, 서로 다른 문화성을 지닌 개인들이 소통하며 관계를 맺는 국면에 대해서는 ‘상호문화’라는 개념어를 사용한다.
연구사는 다문화 사회의 시민적 역량을 기르기 위해 시도되었던 ‘다문 화 교육’ 연구들과, 자신과 다른 문화성을 수용하는 능력을 검토하는 ‘다 문화 수용성’ 연구, 다문화 상황에 대한 감수성과 응전력을 보인 ‘다문화 소설’ 연구, 매체가 다문화를 다루는 방식이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초점을 맞춘 ‘다문화 재현’ 연구로 분류하여 검토하였다.
1) 다문화/상호문화교육 연구
다문화는 한국보다 먼저 문화적 다양성에 따른 문제를 경험한 나라에서 구안된 개념으로, 사회 내에 공존하고 있지만 자신과 다른 문화적 토대를 가진 사람이나 자신과 다른 문화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과의 공존 상태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 개념은 민족적·인종적 다양성과 젠더적·
퀴어적 다양성도 포함하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세계화 논의가 시작된 이래로 급속도로 증가한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따라 이 개념에 주목하였으므로 주로 민족적·인종적 다양성의 의미로 사용한다.
‘다문화 교육’은 다양한 문화성이 공존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갖추 어야 할 역량들에 대한 지향이 내포된 개념이다. 주로 국적이 다르거나 인종 또는 민족이 다른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상호 공 존하려는 태도를 길러줘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권순희 외, 2008). 초 기 한국에서 논의되던 다문화 교육은 이주민들이 국내에 잘 적응할 수 있 도록 도와야 한다는 관점을 내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국보다 일찍 이 논의를 시작한 해외의 사례들이 적극 소개되면서, ‘적응’에 초점을 둔 교 육들은 동화주의에 휩쓸리기 쉽고, 그래서 사회 통합이라는 목적에 도달 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었다. 다문화 교육이란 문화적 다수자들 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는 현재 사회의 중심이자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의 사고방식과 태도를 돌아보며 대한민국의 민 족주의를 성찰하기도 했다. 민족주의가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민속적 (folk)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배타적, 국수주
의적, 그리고 비민주적인 집단의식을 강화’함으로써 다문화 상황에 대한 포용력을 떨어트리기도 했다는 것이다(한상길·임상록, 1998:50). 민족을 중심에 둔 사고방식으로 인하여 혼혈인과 같은 틈새적 존재들이 사회로부 터 외면 받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실재적으로 고찰되기도 했다(오성배, 2006:142-143). 그리하여 지금은 사회 내에 공존하는 다양성으로 창출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에 주목하며, 다문화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 전체 가 종교, 문화, 언어, 민족, 성별 등과 같은 다양성의 가치를 최대화하고 그에 대한 배타 감정으로 비롯되는 문제들은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라는 관 점에 따라 논의되고 있다(윤여탁, 2008).
언어교육의 차원에서 다문화 교육으로서 제시된 교육 연구들은, 한국 사회의 상황에 맞게 ‘다문화주의’와 ‘상호문화주의’의 개념들을 이끌어 와 서, 각 사조들로부터 이끌어온 개념을 사회 통합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 해서 절충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어교육 차원에서 주장되는 다문화 교 육이란 ‘다문화 사회에서 필요한 민주적 가치와 태도, 지식, 기능 등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능력’(박윤경, 2007; 김미혜, 2010; 김성진, 2015) 을 목표한다고 이야기하는 맥락에서도 그러하고, ‘두 문화 이상의 문화적 다양성을 전제로 하여 언어, 사회, 문화, 매체, 소통에 대한 이해와 수 용, 생산을 기본으로 하고, 지역 사회 문화에 참여하는 개인의 문화적 정 체성도 확립하고 자아 정체성도 확립하는 것’(서혁, 2011)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며, 언어와 문화를 실천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으로써 구체 적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항하는 비판적 실천까지를 포함한다는 점(윤 여탁, 2013; 윤여탁 외 2016)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담론에서 다문화 교육이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는 방식과는 별도로, 다문화 교육의 근본이념을 제시하는 다문화주의의 관점 은 문화를 권역적으로 인식하고 개인을 그에 귀속시키는 관점을 취한다.
이 개념이 창안되고 발전되어 온 북미의 지역은 주로 이주민 국가이고, 문화 집단별로 자신들의 중심 주거지가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집단적 정치 행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다문화 상황과는 사뭇 다르므로, 해외의 논의를 한국의 다문화 문제를 위해 이끌어 올 때 는 한국 상황에 맞게 다소간의 조정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이주민들은
자기들만의 문화적 집단을 형성해서 집단적 정치적 행위를 하기보다는 한 국 사람들과 혼재되어 살면서 국지적인 지점에서 상호 소통하고 영향을 받으며 사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검토를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는 다양한 문화성이 공존하는 상황 을 지칭하는 의미로는 다문화라는 개념을 이어 받아 사용하되,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성 국면이나 소통 국면에서 지 향되어야 하는 바는 상호문화라는 개념을 통해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를 정리한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그동안의 상호문화교육 연구가 초점을 맞 추어 온 주류문화와 소수 문화의 상호 관련성과 차이점을 드러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황라영, 2014 ; 김혜민, 2015 ; 김예리나, 2018) 개 인과 개인 사이의 상호 소통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요소들을 밝히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다. 상호문화주의는 개인을 출신 문화권에 속박시키지 않는 관점이 부각되어 있는 이념이기 때문이다.
상호문화주의 관점에서는 문화란 집단적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기보다 는 개인이 경험으로부터 내면화하게 되는 하나의 속성이자 징후라는 입장 을 취한다. 문화란 주체가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로 무엇을 남겼는가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공존하는 각각의 문화들은 그 문화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으 로부터 추론되고 경험된다. 따라서 한국 사회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 며 협력하는 문화적 토양을 갖추도록 이끄는 상호문화교육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과 다른 문화성을 지닌 사람들과 상호 협력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한 교육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 에서 제시할 교육은, 학습자들이 다른 문화성에 대한 자신의 감각을 성찰 하고 문화적인 차이가 야기할 수 있는 갈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2) 다문화 수용성 연구
다문화 수용성은 사회 내의 다양한 문화성의 공존 상태에 대한 학습자 들의 의식이나 태도를 말한다. 주로 시민들이 사회 내의 문화적 다양성을 직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낯선 문화성을 지닌 사람들과 공존할 준비 가 되었는지를 검토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황정미 외, 2007 ; 민 무숙 외, 2010 ; 윤인진·송영호, 2011 ; 안상수 외, 2012).
다문화 수용성 연구의 가치는, 개인의 다문화 수용성이 다른 인식능력 들과 결속되어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는 데에 있다. 서구에서 진행된 연구 들은 다문화적 행동은 전반적인 ‘공동체 의식이나 시민의식’과 관련이 있 으며, 이는 주관적인 계층의식이나 정치적 성향뿐만 아니라 자민족중심주 의나 세계화 의식(Globalization)을 포함한다는 점을 밝혔다(Ponterotte et al, 1988). 또한 문화성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인 반응에 따라 ‘감정 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피험자가 많았던 것을 계기로(Jibaja et al, 1994;
Monroe & Pearson, 2006), 다문화 수용성은 이성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심 리적이고 감성적인 측면으로도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국내의 연구들은 한국인들의 어떤 의식이 다문화 수용성에 영향을 주는지를 밝히고 있다(여성가족부, 연구보고 2012-02). 민족적이 고 국가적인 거리감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거리감이 다문화 수용성에 영향 을 준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고, 다른 문화성을 지닌 사람에 대한 동화기 대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교류행동의지가 다문화 수용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으며, 복지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감이 다문화 수 용성을 저해하기도 한다는 것도 밝혔고, 이민족이나 외국인과 실제로 접 촉한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정서적 거리감이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 기도 했다(황정미 외, 2007 ; 최현, 2007 ; 양계민, 2009 ; 윤상우·김상 돈, 2010 ; 윤인진·송영호, 2011 ; 김희재·김현숙, 2012 ; 안상수, 2012 ; 박현주 외, 2015 ; 윤미소, 2015). 그런 점에서 한국의 다문화 수 용성 연구는, 상호문화능력을 구성하고 있을 실질적인 요소들을 구체적으 로 생각하게 이끄는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다문화 수용성 연구 결과 는 상호문화능력이라고 명명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민족 적인 구분 방식에 따라 살펴보았을 때, 사회적 다수자에 해당하는 한민족
한국인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온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상호문화능력 이란 특정한 기준에 따라서 다수자 또는 소수자로 분류된 사람 모두가 각 각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는 낯설고 이질적일 수 있는 사람을 대하는 능력 이므로, 특정한 기준에 따라 다수에 속하는 사람들만을 그 교육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어떤 입장에서든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문화성이 감지되었을 때 사회 구조와 여러 맥락을 고려하여 그 문화성의 발현 방식 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민족적 구분 방식에 따라 다수의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는 한국인 학습자들과, 소수의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외국인 학 습자들을 모두 학습 대상으로 삼는다. 이는 문화적 다수자의 경우에는 다 수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문화적 소수자의 경우에는 소수자의 입장에서 개진해 나가야 할 사고방식과 극복하거나 경계해야 할 사고 지점들을 확 인하도록 도울 것이다. 그리고 상호문화적 소통이 활성화되기 위하여 각 각의 입장에서 갖추어 나가야 할 역량을 마련하도록 도울 것이다.
3) 다문화 소설에 대한 연구
인종적·민족적 다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국의 ‘다문화’ 개념은
‘다문화 소설’ 개념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에 다문화 소설은 넓은 의미에 서는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소설 장르이지만 현재적 시 점에서는 주로 ‘국적이 다르거나 인종이 다른 비주류’ 인물이 등장하거나 (임경순, 2011:390), 문화적 ‘경계를 넘어선 접촉’에 따른 관계와 소통이 부각된(송희복, 2010:313) 작품을 총칭하는 말로 쓰인다.
다문화 서사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로, 이전까지 대 한민국 사회는 이질적인 문화가 급격히 유입되는 일이란 국경이 와해되거 나 변경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벤트적인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자본과 노동력을 두 축으로 삼는 시장이 국경을 넘어 세계를 상대로 구축 되어 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출산으로 인한 인구 재생산뿐만 아니라
월경으로 인한 인구 재생산을 고려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는 한국 문단의 상상력과 감수성에도 영향을 주었 으며(우한용, 2009), 2000년대 이후부터는 문학 작품들이 국내의 타자 지 향성을 성찰하며 이민족이거나 이국적인 특성을 지닌 존재를 재현하기 시 작했다(이재복, 2005 ; 서영인, 2005). 주목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주변인 이나 타자의 위치에 존재하는 외국인 이주민과 그들의 2세들인데(송현호, 2010), 한민족과의 어떤 관련이 있는가에 따라 교포(주로 조선족)와 탈북 자, 순수 외국인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이주의 성격에 따라 이주 노동자 와 결혼 이주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최병우, 2012). 주로 그들이 이 사 회 구조 위에서 어떤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이들과 연대하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김형중, 2008 ; 고봉 준, 2009; 이경재, 2009 ; 장미영, 2010 ; 송명희, 2011).
흥미로운 점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렇게 주목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 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곤란을 겪는 개인들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이 다문화 소설에 대한 연구들은 데리다(J. Derrida)나 아감벤(G. Agamben), 레비나스(E. Levinas) 등과 같이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모색한 철학자들 의 관점을 취하거나(황호덕, 2006 ; 박진, 2010), 외국인의 이동 현상으 로서의 이산과 이주에 초점을 맞추어 디아스포라(Diaspora) 문학의 장르 적 특성에 따라 읽히기도 했다(손정수, 2006 ; 오윤호, 2009 ; 이미림, 2011 ; 김세령, 2012).
이주민의 소수 문화성과 정치적·경제적 하층민을 접합(articulation) 시킨 담론은, 한국 다문화 소설이 외국인의 삶을 ‘가난’과 결부시키고, 그 들을 무기력한 존재로 그림으로써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만 위치시키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받기도 했다(오윤호, 2009 ; 김세령, 2012). 이는 다 문화 소설에서 결혼이주여성을 타자로 분류하여 관리하는 모습을 지적하 거나(강진구, 2011), “대개 주류로서의 한국인 대 비주류로서의 외국인이 라는 도식적인 틀 속에서 이루어진 동화와 배제의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 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임경순, 2011)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러한 비판의식을 반영하여, 현재 다문화 소설에 대한 연구들은 “이분 법적 대립과 같은 편성에 대해 일정한 반성”을 하면서 인간학적 관점에서
그들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사회의 과잉 구조에 따라 발생하는 “내밀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노력”을 할 것을 촉구하거나(최병우, 2012), “그 들의 권리에 대한 주장을 대신 들려주는 것을 넘어서 타자에 대한 직접적 열림 속에 뿌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는 논의로(허병식, 2012) 이어졌다. 이런 점에서 이주민이 등장하는 소설을 다시, 그 소설이 특별히 주목한 지점에 맞추어 한국 문단의 관심사의 맥락에 맞춰 검토한 연구들(송현호, 2009; 2010ㄱ; 2010ㄴ; 2012ㄱ; 2012ㄴ)은 이분법적 대립 을 극복하려는 노력으로서 다문화 소설을 공동체 내적 서사로 읽는 방식 을 제안한다는 가치가 있다. 또한 그동안의 다문화 소설을 ‘관계 맺음’의 형식에 따라 새로이 유형화하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짚은 연 구들은(이경재, 2010; 2015)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다문화 소설을 생산하 고 향유하던 방식을 돌아봄으로써 그동안의 관점을 성찰하고 반성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위와 같은 연구의 흐름을 고려하여, 이 논문에서는 한국 사회의 이주민 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 안에서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재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거나 이주민들이 범죄 우범 지대에서 생활하며 겪게 되는 고 통에 초점을 맞춘 다문화 소설보다는4)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문화성을 가 진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 방식과 소통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 상 호문화교육적인 효용성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에 따라 문화 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성과 소통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소설들을 연구 대상 텍스트로 삼았다. 이 소설들은 문화적으로 다수에 속 한 것으로 인식되는 인물과 소수에 속한다고 인식되는 인물을 이분법적 대립 관계로 보는 것이 인간적 관계 형성을 어떻게 방해하는가를 고찰한 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이 놓인 문화적 위치에 가해지는 사회적 구속들을 분석적으로 검토할 요소들을 재현하고 있다. 이를 읽은 독자는 문화적 헤 게모니가 인간관계에 가하는 구속을 고찰하며 그것을 심화시키고 있는 행 동들을 반성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는 상호문화적 소통의 국면에 서 요구되는 지식과 사유, 그리고 행동 방식의 통찰의 일환으로써 독자들
4)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이혜경의 단편 소설인 <물 한 모금>을 들 수 있고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백가흠의 단편 소설인 <쁘이거나 쯔이거나>를 들 수 있다.
의 상호문화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이바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연구 의 교육 제재로서 가치가 있다.
4) 매체를 통한 다문화 경험의 영향력을 밝힌 연구
이 연구에서는 한국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을 시도하는데, 이는 구성원들이 소설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지각하고 소설 속 인물들의 언행을 살펴보는 활동이 실제 사회를 보는 그의 시각은 물론 타자를 대하 는 태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정을 하게 된 데에는 현대 사회의 문화적 소비 양태가 현대인들의 세계 관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있다.
매체물이 감상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는 주로 대중문화 콘 텐츠를 대상으로 시행되어 왔다(Cortes, 2003 ; 정연구 외, 2011). 그중 에서도 김금미(2010)와 이현정 외(2013), 안상수(2014)는 대중 매체를 통 해 접한 다문화 콘텐츠 감상 경험이 시청자들의 다문화 수용성에 어떤 방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한 연구로,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독자 의 상호문화능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 논문의 가정을 뒷받침해 준다.
다문화를 소재로 삼은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다문화 수용성에 영향을 주 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연구들로는 다수의 다문화 콘텐츠들이 이주민들을 타자화하고 있음을 비판한 연구(정연구 외, 2011
; 김경희 외, 2009 ; 양정혜, 2007 ; 오경석 외, 2007 ; 이경숙, 2006 ; 이동후, 2006)와, 다문화 콘텐츠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 오히려 대중들 의 배타의식을 강화할 수 있음을 규명한 연구(정연구 외, 2011)가 있다.
첫 번째 연구들은 한국의 다문화 소설이 이주민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자 신의 귀속 집단에 대한 타자화 방식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 다. 또한 두 번째 연구들은 주로 문화적 헤게모니를 화두로 삼는 다문화 소설들은 독자가 다문화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주기는 하지만, 다문화 소설에 대한 독서 그 자체가 독자의 상호문화능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수용자가 제시된 콘텐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현실 맥락 에서의 다문화 수용성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면, 다문화 콘텐츠는 학습자들이 현대 사회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방향에 따라 제시되어야 한다. 콘텐츠에는 비판적으로 보아야 하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으며, 콘텐츠에 대한 합리적 비판 방식을 갖추지 못한 학습자들의 경우 에는 자가당착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검토를 통해서 이 연구에서는 다문화 소설의 감상이 상호문 화교육적 가치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콘텐츠가 제시하는 내용을 섬세하게 인식하고 다문화 상황에 대한 관점을 예각화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이 가능할 때 독자가 비로소 자신이 처한 상황 맥락에 따라 가장 적절하고 합리적인 상호문화적 소통의 방법을 실 천적으로 모색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다문화 소설의 감상자들이 소설을 체험하며 발산한 생각과 느낌을 검토한 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소설에 재현된 내용을 다양한 관점에서 고 찰하고 그 작품의 생산맥락이나 향유 맥락에 맞춰 합리적으로 판단함으로 써 콘텐츠에 대한 미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한 상호문화교육의 구도를 제시할 것이다.
한편, 한국 사회의 문화 콘텐츠들은 한국인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에 노출된 외국인이나 이주민 시청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 다. 이는 각각의 수용자가 자신의 입장과 위치에서 특정한 아집과 고정관 념을 고착시켜 나가게 만들 위험이 있고, 이는 상호문화적 소통의 활성화 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다문화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특정한 문화적 위치에 놓인 사람들만의 노력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 성원 모두의 협력과 노력에 따라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이 연구는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매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존재로서 이 연구의 교육 대상자로 삼는다.
3.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
이 연구는 다문화 소설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법한 사태를 개별 사건으로 재현함으로써 독자들이 다문화 문제에 대해 돌아보고 자신을 성 찰하도록 이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에 이론적으로는 다 문화 소설의 독서가 상호문화적 사유와 맞닿을 구도를 검토하고, 사회과 학적으로는 현상학적 방법론을 통해 학습자들의 다문화 소설 감상 실태를 분석하며, 교육적으로는 다문화 소설의 독서가 상호문화적 역량의 함양으 로 이어지도록 이끌 교육을 설계한다.
이론 검토는 이 연구의 Ⅱ장에서 이루어졌다. 먼저 논의의 초석을 다지 기 위해서 상호문화교육의 관점을 명확히 했고,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 문화교육의 특성과 구도를 규명했다. 다문화 소설의 감상 구도에 관해서 는 주로 사이드(E. W. Said)의 세속적 비평(Secular Criticism))5) 방법 과 홀(S. Hall)의 문화 비평론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위의 이론 들은 주체철학과 미학이론을 토대로 구조주의 서사학과 현상학적 철학을 이끌어 오기 때문에 다문화 소설에 대한 감상이 자신과 사회에 대한 상호 문화적 인식과 이해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이 연구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 이다.
학습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며 상호문화적 성찰의 구도를 구축하기 위해 서는 문화적 소수자와 다수자 사이의 정치적 구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었 다. 이에 대해서는 스피박(G. Spivak)과 버틀러(J. Butler)의 소수자 담 론 접근법을 중심으로 접근하였다. 이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타자 담론들 은 주로 주체 철학을 비계로 한 타자 담론을 전거로 한다. 이는 이 연구 에서 다문화 소설을 분석하거나 문학을 통한 미적 성찰의 과정을 체계화
5) 탈식민주의 문학자들의 ‘세속적 비평’은 세속주의(Secularism)를 철학적 전거로 한 다. 인본주의적 흐름 속에서 세속주의는 주로 신 본위 사회 구조에 대한 대항의식 을 의미한다. 그러나 근대를 휩쓸던 전체주의(fascism)적 선동들에 대한 성찰과 반 성이 이루어지면서 이 개념은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과 감각에 대한 세속주의로 그 의미를 확장했다(A. Gramsci, 이상훈 편역, 2006:131-144). 이는 인간 사회를 지 배하는 믿음이 오직 종교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은 않으며, 실제로 근대의 많은 지 도자들이 전체주의적인 선동으로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다는 통찰을 토대로 한다.
하기 위하여 참조한 다른 문학 비평 이론들과 철학적 토대가 유사하다.
이에 이 연구가 주체를 보는 관점과 타자를 논하는 방식이 괴리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독자가 다문화 소설에 재현된 상 호문화적 소통 국면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소설에 대한 독자의 감상은 곧 그가 문화적 특성이 다른 존 재를 대하는 태도와 문화적 갈등을 인식하는 방법을 추론할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Ⅲ장에서는 현상학적 방법론에 따라 다문화 소설에 대한 학습자들의 표상과, 다문화 소설의 감상에 개입하는 학습자들의 사 고방식을 검토하였다. 다문화 소설을 읽는 독자가 자신과 다른 문화적 위 치를 어떻게 이해하려고 하는지, 타자적인 문화적 위치에 놓인 인물에게 공감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검토한 것이다. 학습자들이 문화적 갈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로부터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도 검토되 었다.
다문화 소설에 대한 감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서 국내 대학에 재적 중인 한국인 대학(원)생들과 외국인 대학(원) 유학 생들로부터 소설 감상 자료를 수집하였다.6) 외국인 학습자와 한국인 학 습자 모두를 교육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상호문화적 역량이란 자신이 갖 추고 있지 않은 문화성들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와 상호 협력적인 소통 자 세를 의미하며, 이는 문화적 다수자와 소수자 모두가 갖춰야 할 소양이기 때문이다.7) 학습자의 감상 자료는 2차례에 걸쳐 수집되었는데, 첫 번째 수집 자료는 개별 감상 상황에서 작성된 감상문이고 두 번째 감상 자료는 독서 토론 상황에서 수집된 감상 자료들이다.
개별 감상 관찰 실험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은 총 162명 (한국인 86명, 외국인 76명)으로, 모두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이다.8) 상호문화역량은 젠
6) 외국인 대학(원) 유학생들은 모두 90일 이상 한국에 체류한 사람들이다. 90일은 단 기 체류와 장기 체류가 분기되는 법적 기준점에 해당한다.
7) 감상자들의 다문화 수용성이 다문화 소설의 감상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확인하기 위하여 참여자 전원을 대상으로 다문화 수용성 검사가 포함된 동일한 설문지를 수합하였고, 이를 감상문 분석에 참조하였다.
더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안상수, 2012) 소설마다 남학생의 감상문이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9) 작품별 수집 자료는 ‘표 3’과 같다.10)
개별 감상 관찰 실험
연령 성별 모어 종교 혼인 경험 학적
20대 30대 남성 여성 한국어 기타 있음 없음 있음 없음 대학 대학원 한국인 74 12 43 43 86 0 39 47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