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프라이(N. Frye)는 독서 행위가 활성화되는 사유란 최소한 두 방향의 움직임이 동시 진행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때 거론된 두 방향은 소설의 내용 요소와 구성 을 고찰하는 ‘내부적’인 방향과 소설과 관련을 지을 수 있는 ‘실제’와 ‘전통적 관련’
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는 ‘외부적’인 방향이다(임철규 역, 2000:73). 두 방향의 사 유는 모두 독자의 문화적 감각이나 이념들과 관련이 있으며, 사회 외적인 담론장 내에서 사회적 공공성과 ‘전통’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 낸다.
소설은 다양한 수사적 구성을 통해서 독자가 주목해야 하는 관점과 이 해, 그리고 담론에 가져야 할 태도들을 통제하려고 하며, 이것이 잘 전달 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 하지만 소설과 독자의 관계는 대상과 주체의 관계이므로, 서사적으로 제시된 것들 중 무엇에 어떻게 주목하는 가의 문제는 독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에 이 항에서는 독자가 소설에 제시된 여러 문화적 요소들 중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설 형성 에 동원하는지 살펴본다. 이는 다문화 소설의 감상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독자의 인식과 소설의 서사가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으 로써, 다문화 소설의 감상이 상호문화적 통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 내용이 필요한지를 확인하게 도울 것이다.
(1) 문화적 위치에 대한 다각적 검토
소설은 특정한 구조 속에 사태에 대한 감각과 이미지를 제시하는데, 이 는 작가가 작품을 집필할 때 내포 독자를 설정하고는 그가 살펴보길 희망 하는 지점들을 수사적이고 전략적으로 제시한 결과이다(U. Eco, 김운찬 역, 2009:131). 그래서 그 구조를 잘 포착한 독자들은, 인물과 인물의 현 재적 관계 구도와 그 관계 구도를 망치는 사고방식들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문화적 갈등의 근본적인 토대를 탐색할 수 있었다. [집단A- 타인-토론]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민족성을 지나치게 의식하느라 인륜적이어야 할 ‘부부 관계’에 대한 인식과 이해,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훼손되었던 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집단A-타인-토론] 가: 저는 그거 되게 궁금해요. 여기 나온 것처럼 약간의 완전 사는 경계가 다른 두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만약에 이렇게 두 사람이 시 간을 오래 보내게 되면 서로 이해하는 결과가 될까요. 아니면 벽을 체감하는 결 과가 될까요? 여기서는 벽을 체감하는 결과가 되는 것 같아서, 보통 상식적으로 생각하면서 이해하겠지 생각하잖아요. // 나: 철저히 개인적으로 바라 봐 주고 공감 해 주고 실제로 마주친 이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이 남편 같은 경우에는 아마 계속 쌓아왔겠죠. / 가: 그것을 못했네
요. 아내를 아내로 보는 걸
또한 [집단A-이미-토론]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소설의 문화적 갈 등 구조와 그 원인들을 섬세하게 분석한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확보한 비판적 문화해석 능력을 생활 세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다른 문화적 사건 에도 적절하게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갈등의 구조를 정확하게 인식 하고 그로 인하여 고통 받는 인물에게 공감하며 사회 내의 문화적 헤게모 니에 대한 민감성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문화 소설을 통해 구 축된 문화적 인식이 독자의 상호문화적 역량으로 발전되도록 하기 위해서 는, 독자들이 소설로부터 문화적 갈등의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갈등 이 발생한 인간관계의 구도 안에서 인물이 점한 위치를 고찰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집단A-이미-토론] 바: 가끔 보면 한국인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 뿌리를 찾는 한 국, 교포들 굉장히 우상시하고 저 사람 참 대단하다, 당연한 거다 생각하는데 그 것도 나름 우리 민족주의의 폭력이라는 생각이…(후략). // 다: 저는 되게 진짜 로 저의 그런 속물적인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중략) 외형이 분명히 한국인이고 교포인데 자기를 그 나라 사람으로 규정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왜 그런가 싶어요.
저 사람 어차피 저렇게 해봤자 그쪽에서 받아들여지지도 않을 텐데 (중략) 참 애 쓴다는 생각. / 바: 그 생각 자체도 계속 우리가 이제 똑같이 생긴 사람들끼리 한국인들끼리 있는 삶 자체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 라: 맞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간 학습이 안 된 거죠. 이 사람이 외향이 한국인이더라도 이 사람의 정체성이나 사고방식이 프랑스인일 수 있다. / 다: 그걸 우리가 안 하죠. / 라:
그거를 우리가 배우지 못한 거죠.
한편, 독자는 소설의 의미화를 탐구하기 위해 가설을 세운다. 독자의 가설은 독자의 경험이나 인식의 영향을 받으며, 이는 실제 독자가 소설 속의 구조틀을 작가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인식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먼저, 이 연구에서 수집한 감상 자료에서는 작성자의 문화적 인식 이나 이해가 소설의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가령 [개별-한-모두5]는 소설이 어떤 담론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그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인식들을 활성화 시켰 으며, 그것을 소설 이해의 기반으로서 동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별-한-모두5] 나는 초등학교 역사시간에 우리나라가 한민족으로 이루어졌다고 배웠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다문화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라는 교육 을 받았다. 따라서 내가 만약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을 대할 때는 차별하 는 마음 없이 대할 것이라고 마음먹었지만, 실제로 옆집에 중국인 가족이 이사 왔을 때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던 적이 있었다. 살짝 무서운 마음에 고개만 떨구 고 가만히 있었지만 그 중국인 아주머니께서 웃는 얼굴에 어눌한 말투로 “안녕 하세요”라고 했을 때 마음이 점차 열리기 시작했다. 이 소설에서도 이 남편이 문 앞에 사트비르 ‘싱’을 마주했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다. 남편도 아내에 게 분명 사트비르 ‘싱’이 온다는 것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랐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한 가지는, 민족 정체성이 같은 사람들이라도 문화적 갈등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아래 감상 문의 작성자들은 모두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조선족이지만, 한국에 거 주하는 중국인 조선족 표상에 대한 그들의 감상은 제각기 달랐다. 첫 번 째 감상문을 쓴 참여자가 이 작품의 중국인 인물을 보면서 부적절하게 형 상화되었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두 번째 감상문을 쓴 참여자는 적절 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는 민족 정체성만이 문화성 구분의 지표가 되 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집단B-중국–사후-나] 작가는 “그를 한국에서 조선족이 아닌 중국인으로 살게 하고 있었다”라고 서술했지만 어딘가 부적절하다고 느껴진다. 즉, 한국인의 시각 에서는 중국인과 조선족을 달리 보는 현상이 늘 존재하지만, 객관적으로 말하면 우선 조선족은 중국 국적을 갖고 있는 중국인이다. 그 다음으로 중국 55개 소수 민족 중의 한 민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민족적 뿌리는 한반도에 두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개별-외-중국8] 소설 중에 “중국에서는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조선족이라는 생각을 정작 한국 땅에서는 부인하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야 한 다.”라는 이 구절에 너무 공감됩니다. (중략) 선생님은 항상 우리는 한국, 조선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백의민족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때는 어디서나 당당하게 저는 조선족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다 저는 2년 전에 처음 한국으로 왔습니 다. 저의 함경북도 사투리에 의아스럽게 여기고 눈살 찌푸리는 것을 피부로 느껴 졌습니다. “조선족임다.”라고 말하는 순간 “아~~~”라는 대답을 듣습니다. 이 감 탄사 하나에 너무나 많은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어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래 토론에서 ‘바’(㉠)의 발언은 개인을 집단적으로 인식 하고 싶어 하는 욕구에 따라 조선족 개인들을 조선족 집단에 귀속시키고 자 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족들이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생각 을 간과한 것이다. 이 토론의 다른 참여자인 ‘마’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 다’고 이야기하였지만, 이 발언은 토론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현하지 못 했다. 토론의 참여자들이 이미 개인을 개인으로서 대해야 한다는 생각보 다는 그를 한 명의 ‘조선족’이자 한 명의 ‘중국인’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 에 휩쓸려 있었기 때문이다.
[집단A-죽은–토론] 라: 중국 조선족은 좀 끼인 사람들 같은 느낌이에요. 정체성 이 모호한. 모호하다고 해야 되나 중간적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 바: 저는 오 히려 반대로 생각한 게 그 뭐지 드는 말이 ㉠ 조선족은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니 다 한국의 정체성을 우리가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편견이고, 정말 그 사 람은 중국인 정체성을 갖고 있고, 한국인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런 말도 많이 들어서. / 마: 사람마다 다른 것 같기는 한데, 조선족까지 사는 모인 마을에 보면 전통 이런 식으로 내려온 것도 있다고 들었어요. / 바: 그래서 오히려 축구를 응원하든 그래도 그 사람은 중국을 응원하고, 중국과 한국의 어떤 분쟁이 있으면 당연히 중국을 응원할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 나:
자기는 중국인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바: 중국 사람이긴 한데 당연 히 한국의 문화를 갖고 있는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조정래 소설 최근에 쓴 게 뭐지 (다: 아~ 정글만리) 정글만리에서도 나왔고 지나가면서 스쳐가면서 듣기 도 했고 / 마: 그런데 조선족이 우리나라에서 연변으로 이주한 사람들인 거죠?
간도 이때 간도 땅 살던 사람들 아니에요? / 바: 그때는 일제강점기, 일제강점기 때 / 가: 그거를 아직까지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게 약간 호주사람 들이 옛날 영 국사람을 부르는 느낌 그런 그럼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