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상호문화교육(Intercultural Education)은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 -lism)에 토대를 둔 교육의 이론과 실천을 말한다.19) 주로 학습자들이 문 화성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갖추어서, 향후 다른 문화성을 대면하였을 때 그 문화성과 그 문화성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돌 아보면서 공감적이고 협력적으로 의사소통하도록 이끄는 것을 교육적 목

19)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에 의하면 상호문화주의란 어떤 사회나 국가의 이 질적 문화들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지배적 문화와 소수 문화와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이념 혹은 정책을 말한다. ‘사이’ 또는 ‘간’이라고도 번역되는 ‘상호 (inter-)’로 미루어 볼 때, 상호문화주의는 어원적으로 문화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연대감 형성을 지향한다(M. Rey, 1991:142).

표로 삼는다.

상호문화교육과 상호문화주의는 현대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은 필연적이 라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각기 다른 문화적 조건에 영향을 받으며 사유하거나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 야 한다는 점을 철학적 전제로 삼는다. 이런 정황은 상호문화교육과 상호 문화주의가 다문화교육이나 다문화주의와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경향이 있다. ‘다문화’란 곧 다양한 문화성의 공존 상태를 지칭하므로, 지금까지 여러 문화성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을 표현하는 포괄적인 용어로 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20)

하지만 다문화란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성의 공존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며, 이 공존 상황에 대한 ‘관점’과 ‘지향’은 권역마다 다르게 발전되어 왔 다. 가령 초기의 다문화 교육은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이해에 초점을 맞 추어서 소수 문화도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이끈 경향이 있다면, 상호문화교육은 문화성들 사이의 상호작용 국면과 상호작 용에 영향을 주는 문화적 인식에 대한 비판적 관점 형성에 보다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는 것이다(J. Keast, 2007:42-43). 이에 이 논문에서는 다 양한 문화성의 공존 상태를 지칭할 때는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 사이의 상호 소통 방식과 갈등 등 을 논의할 때는 ‘상호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1) 상호문화주의의 특성

상호문화교육은 여러 문화가 혼재하고 교섭하는 상황을 전제로 하기 때 문에, 그 목적과 취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역사적으 로 ‘문화’ 개념이 사용되어 온 방식부터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화’의 어원은 ‘culture’와 ‘civilization’으로, 이 두 개념어들은 종교 와 왕조를 두 축으로 하던 중세 유럽이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급

20) 서로 다른 문화성을 지닌 개인들이 상호 소통하는 장면을 재현하는 소설이 상호문 화 소설이 아닌 다문화 소설로서 명명되는 상황도 이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과 함께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진입하면서 등장한다. 종래에 미신과 편견 에 함몰되어 있던 인간의 의식을 합리의 세계로 이끌어오자는 의미로 사 용되었던 ‘문화’는21) 오랫동안 인간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대중을 교육하 고 그들의 습성을 개선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리하여 18세기 무렵 까지는 계몽성을 표현하는 맥락에서 ‘교양(refinement 또는 bildung)’과 혼용되는 모습도 보인다(Z. Bauman, 윤태준 역, 2013:16).

주로 ‘계몽’이라는 맥락에서 사용되던 ‘문화’ 개념에 ‘결속’과 ‘복종’이 라는 의미가 결부되기 시작한 것은 국민국가의 시민 양성 기획에 ‘문화’라 는 단어가 복합적인 의미로 사용되면서부터였다. 근대 초기에는 노동자와 군인이 증가하면 국력이 강해진다고 여겼기 때문에 다수의 국민-국가가 국력 강화의 일환으로서 ‘계몽적 기획(enlightenment project)’을 시행했 다. 그리고 제국-식민의 구도에 따라, 이는 ‘야만’적인 식민지민에게 유럽 의 선진 문화를 전파하여 ‘문화적 계몽’을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전개되었 다. ‘계몽’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던 문화에 ‘집단적 속성’이라는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22) 문화의 경계가 확고하며, 그 형태에 따라 문명적인 것 과 야만적인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생각은 현재 여러 관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단일문화주의’의 역사적 토대이다.

단일문화주의는 집단에 따라 문화를 구분하며 각 문화들 사이에 위계질

21) 아놀드(M. Arnold, 1869:84-86)에 따르면 문화(culture, 교양)’은 계급 차이가 사 라지게 하는 것으로, 최고 또는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구현하고자 우아하고 지 성 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이다.

22) 문화(kultur)를 문명(zivilization)과 구분한 후, 문화에 ‘민족의 정신성’이라는 속성 을 더한 독일의 문화학(kulturwissenschaft)이 있었다. 가령 독일 문화학에 큰 영향 을 준 것으로 알려진 학자인 헤르더(J. G. Herder)는 ‘문화란 한 민족이 인간성을 향해 발전해 가는 역사 속에서 유기적으로 성장해 가는 생활 형식’으로 민족마다 고유한 중심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 바 있는데, 이는 민족 고유의 문화라는 의식을 강화하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이유선, 2002). 헤르더의 자민족 중심주의는 사실 특 정한 방식에 따라 다른 지역의 문화를 가치 판단하거나 속단하지 않을 것을 강조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토대에 문화를 권역적으로 구분하는 사고방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이는 지정학적 위치를 기준으로 개인들을 특정한 문화권에 귀속시키고 이를 근거로 개인을 속단하는 사고방식으로 발전되었다. 이 사고방식은 별다른 의 심이나 회의 없이 확산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베버(M. Weber, 김덕영 역, 2011:11) 같은 학자조차 “어떠한 상황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작용한 결과 로 하필 서구의 터전에서. 그리고 유독 여기에서만 보편적 의의와 타당성을 지니는 방향으로 발전한 문화 현상들이 출현했는가?”라고 하기 때문이다.

서와 우열관계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에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 다. 현대 사회는 교통수단과 정보 통신의 발달, 산업 구조의 세계화 등으 로 인하여 과거에는 분리되어 있었을 여러 문화들이 혼재되어 있으며, 개 인들은 사회 곳곳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과 직·간접적 으로 접촉하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세계인들 이 유사한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게 된 상황이나, 대중들이 다양한 문화를 동시에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cultural omnivorousness]은 문화에 부여되었던 권력이 약화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R. A. Peterson, 1992:243-258),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J. H. Goldthorpe, 1992). 사람들은 여전히 품위 있는 문화와 그렇지 않 은 문화를 구별 짓고 있었으며, 개인을 그가 지닌 문화적 자질에 따라 분 별하여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르디외(P. Bourdieu, 1979)는 문화에 대한 감각과 인식, 욕구 등은 사회화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개인을 문화적 배경에 따라 구 별 짓는 태도가 사회적 사실로서 존재하는 정황은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 과 편견을 심화시켜서 문화적 갈등이 조장되거나 심화되는 단초로서 문제 시되어 왔다. 검은 피부를 가진 신사를 본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녀의 반응 을 사례로 한 바바(H. Bhabha, 1994)의 지적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 다.23) 성장환경에 의해 내면화된 감각이나 욕구는 이성적인 판단이나 합 리적인 근거 없이 문화적 타자를 두려워하며 경계하게 만들 수 있고, 이 러한 태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모욕과 치욕을 느끼게 만들 수 있기 때문 에 상호 간의 관계 형성과 소통이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단일문화주의의 관점에 대한 문제의식에 따라 대두된 것이 다문 화주의(multiculturalism)와24) 상호문화주의이다. 이 두 이념은 ‘궁극적 으로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기본적 정신을 표방’

23) 바바(H. K. Bhabha, 1994)는 제국-식민의 구도에 따라 형성된 위계질서가 타자 에 대한 감각에 적용되어 인종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24) 국내에서는 다문화주의가 주로 민족적이고 인종적인 다문화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 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부터 각 지역의 페미니즘 운 동까지 여러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논의의 초점을 분명하게 하기 위하 여 민족적이고 인종적인 개념에 방점을 두었다.

하기 때문에 혼용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철학적 기반과 역사적 배 경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한국다문화교육연구학회, 2014:237).

먼저, 영미권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온 다문화주의는, 주로 다양한 문화 성들의 공존 상태에 주목하며, 여러 문화성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공동체 내적으로 가치를 발현하고 있는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보 인다. 그동안 스스로를 공동체의 ‘중심’이라고 여겨온 다수의 문화가 소수 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문화로 동화시키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자신의 위치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소수 문화에 대한 사회적 몰인정 으로서 소수 문화 향유자들에게 모욕감과 굴욕감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다문화주의자들은 이러한 정책이 소수자들의 자기 이해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몰인격적이라고 보며, 그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화 정책 이 소수자들을 원하지 않는 존재 양식 속에 가두어 놓는 ‘억압’으로서 정신적 문제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소수에 대한 몰인정과 동 화 정책은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에 해가 되는 것이었으므로, 이들을 인정 하고 가치화하기 위한 ‘차이의 정치’와 ‘인정의 정치’를 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25) 즉, 문화적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문화주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며 모든 문화적 권리가 상호 인 정되는 사회를 민주적 이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문화주의는 집단 외부적으로는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 하고 이해할 것을 주장하면서도 집단 내부적인 다양성에 대해서는 애매모 호한 태도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26) 현존하는 다양한 문화성을

25) ‘차이의 정치’란 소수들에게 정치적 ‘안전망’을 제공하자는 주장이다(C. Tyler, 1991:129). 이는 사회에는 아직 소수 문화를 불쾌하고 불안하게 생각하는 정서가 남아 있고, 그것은 근대의 전통에 따라 구성된 보편성의 정치가 소수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어렵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을 전제로 제시되었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흐름에 따라 문화적 헤게모니가 사람들의 ‘도덕적 이상들을 일정한 정도로 왜곡’하 거나 ‘선택적으로 망각’시켰다는 것이다.

26) 소수 문화 공동체에서 탄생한 사람이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문화성을 여러 선택지 중의 하나로 대하지 못하고 당위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에서나, 전통을 지켜 야 할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서 소수 문화 공동체에 존재하는 관습적 권력 구도를 재고(再考)하거나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수 문화 내부적 으로는 억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후쿠야마(F.

Fukuyama, 2006:5-20)와 센(A. Sen, 이상환·김지현 역, 2009)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