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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홍대앞 인디음악씬의 분화기: 2000년대 후반~현재

2. 홍대앞 인디음악씬의 분화

오늘날 ‘홍대앞’은 그 경계를 말하기에 애매하다.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주변 동네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홍대앞’이라고 하면 합정역에서 양화로로 이어지는 홍대입구역, 거기서 신촌역방향으로 이 어지는 신촌로에서 홍대 정문 쪽을 지나 상수역까지 이어지는 와우산로, 다 시 합정역으로 이어지는 독막로, 이 네 개의 길 안쪽의 지대로 말할 수 있 다. 이 큰 길들의 안쪽으로는 홍대 정문에서 홍대입구역을 잇는 홍익로, 상 수역과 합정역 중간지점 즈음에서 시작되는, 흔히 ‘주차장 길-걷고 싶은 거 리’로 불리는 어울마당로, 그리고 홍익대학교 정문과 상수역 사이 삼거리포 차에서 상상마당 건물을 지나 양화로 쪽으로 뻗어있는 잔다리로의 큰 가닥 들이 있다.

2호선의 합정역, 홍대입구역, 그리고 6호선의 상수역 이 세 지하철 역 안

쪽으로는 상업지역이 빽빽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목적지 보다 ‘홍대 앞’ 전체를 구경하러 가는 사람이라면, 그 중 어느 역에서 내려서 앞서 말한 네 개의 대로 안쪽을 거닐어도 된다. 물론 역 주변이 제일 붐비는 것은 홍대 입구역이다. 어느 요일이던, 그리고 저녁 시간대로 갈수록 더 붐빈다. 홍대입

구역 8번 출구 앞 골목길 분식 포장마차들과 노점상들을 지나 안쪽으로 들

어가면 조그만 로터리 양 옆으로 500미터 가량 되는, 음식점과 술집, 까페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걷고 싶은 거리’가 나온다. 이른 오후부터 밤 까지, 사 실상 이 걷고 싶은 거리에서 걸을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상점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외에도 여기에는 항상 사람들이 수십 명씩 떼를 지어 서 있기 때문이다. 짧게는 15-20미터 간격으로 온갖 종류의 길거리 공연 및 연행이 이루어지는 이 공간의 북적이는 인파들 위로 가게들에서 나오는 음 악, 그리고 연행자들과 관객들의 소리가 무질서하게 교차한다. 이와 같은 광 경은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내려오는 홍익로와의 교차지점까지 이어지고, 이 교차로 주변에는 관광객을 위해 외국어로 도배된 면세점들과 화장품, 옷 가 게들이 즐비해 있으며, 건너편에는 대형 공연장인 「하나투어 브이 홀」이 보인다. 걷고 싶은 거리에서 주차장 길로 이어지는 삼각주 양 옆의 길은 앞

의 III장에서 다룬 홍대앞 ‘토박이’들의 소박하고 구수한 회고담이 무색할 정

도로 화려한 조명과 간판으로 뒤덮힌 술집들과 옷가게들이 시끄러운 음악을 길거리로 뿜어내고 있고, 길거리에 널 부러져 있는 쓰레기와 퇴폐업소 전단 지들 위로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물결처럼 움직인다. 삼각주 아래층에 빽빽 하게 들어서있는 작은 상점들과 타로카드, 점집들은 한두 달이 멀다하고 다 른 가게로 바뀌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KT&G 상상마당 건물이 보이는 교차로에 다다르면 오른쪽으로는 술집과

아기자기한 까페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을 지나 합정역 방향으로 꺾어지는 방향으로는 1990년대의 피카소거리 부근과는 다른 형식의 ‘까페 거리’가 생 겨났다.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며진 고급 까페들과 서양식 레스토랑들이 들어 서 있는 이곳은 홍대앞이라기 보다 청담동이나 신사동 가로수 길과 그 경관 이 흡사하다. 서교동 방면으로는 게스트하우스 촌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 로 근 10년간 급격하게 늘어난 유스호스텔 개념의 게스트하우스들을 볼 수

있다. 상상마당 맞은편으로 와우산로까지 이어지는 세 블록의 거리들은 그 소음이 가장 크다. 2000년대부터 물밀 듯이 들어오는 소위 ‘원어민 영어강 사’들과 미군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미국식 바/클럽들, 그리고 라 이브클럽 FF와 외장 스피커로 길거리를 뒤덮는 힙합, 일렉트로닉 클럽들이 옆 골목에 위치해 있고, 메인거리에서 삼거리포차까지 이어지는 지역은 부킹 포차들의 소음과 네온싸인으로 뒤덮여 있다. 잔다리로 안쪽에 위치한 홍대 인디음악씬의 1세대 클럽이었던 DGBD(드럭)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실제로 홍대앞 지리를 모르는 사람이 자그마한 라이브클럽을 찾아가는 것은 쉽지만 은 않다. 바둑판식 배열이 아닌 대각 길과 막다른 골목들, 작은 언덕들이 많 은 홍익대학교 정문 부근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제비다방이 위치해 있는 상수역에서 홍익대학교 정문 앞 (소위 ‘놀이터’로 불리는) 홍익 어린이 공원 근처까지는 대형 댄스클럽들이 밀집해 있다. 목요 일 밤부터 일요일까지는 클럽에 입장하려고 밖으로 줄을 서 있는 광경을 흔 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인파는 지하철이나 버스 첫 차가 다니기 시작하는 새

벽 5-6시까지 홍대거리를 누빈다. 홍익대학교 정문을 지나 산울림 소극장 방

면으로 이어지는 와우산로 좌측에는 마찬가지로 프렌차이즈 카페들과 음식 점들이 즐비해 있으며, 입시미술 작품들 위로 ‘00미대 00명 합격!’ 싸인이 걸 려있는 미술학원들 사이 골목 사이사이로는 아기자기한 까페들과 옷가게, 술 집들이 들어서 있다. 이 부근은 삼거리포차 부근이나 걷고 싶은 거리보다 훨 씬 조용한 편이지만, 양 갈래 골목들 사이로는 겉으로 보아서는 영업을 하는 지 알기 힘들 정도로 소박한 외모의 지하 라이브클럽들이 있다. 경의선 폐철 도 공원까지 이어지는 땡땡거리에는 오래된 술집들과 까페, 그리고 작은 전 시 공간 및 복합문화공간들이 자리 잡고 있어 홍대 토박이들이나 음악인들 의 모임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조용한 거리이다.

본 연구의 핵심 정보제공자들이 생애사적 진술과 회고담들을 통해 그려주 었던 홍대앞의 모습은, 현재 급격한 상업화와 관광화에 의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경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적어도 홍대앞 인디음악씬에 익숙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들은 사라져버린 과거의 존재들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화려한 불빛과 소음으로 뒤덮힌 홍대 메인거리들에서는 이들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골목길 건물 지하에서, 간판도 잘 보 이지 않는 다락 또는 어두운 외곽에서 고립되고 파편화된 상태로 쌀롱과 클 럽들은 자기들만의 공연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홍대앞’을 찾는 사람들이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되는 장면 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으로 전개되고 있는 홍대앞의 이와 같은 다양한 장면들을 홍대앞 인디음악씬과 관련하여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에 대해서도 개인에 따라,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과 해석이 제공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처럼 변화된 외관을 넘어 실제로 단일한 것으로 간주 되어 온 홍대앞 인디음악씬에 실제로 어떠한 내부적인 분화가 일어나고 있 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절에서는 홍대 인디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몇 개의 대표적 사례들을 살펴보고, 다음의 절에서 이러한 분화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