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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3) 인디의 개념

‘인디’의 개념은 매우 다중적이고 유동적인 까닭에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실제로 ‘인디’라는 단어의 의미를 두고 벌어지는 다양한 의미경합을 살펴보면 이것이 단순한 생산방식이 아닌, 정신이나 태도, 또는 상품화 과정 에서의 스타일 또는 장르인 것처럼 치부되는 경우도 있다. ‘인디’의 어원인 독립(independent)이라는 개념은 그것이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인가’라는 질문 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본 절에서는 ‘인디’의 개념을 인디의 생산방식과 안티테제로서의 인디 정신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정리하고, ‘홍대인디’라는 명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할 것이다.

(1) 생산방식으로서의 ‘인디’

한국 대중음악산업의 구조는 생산단계- 유통단계- 소비단계 라는 필수적 인 역할과 기능에 의해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아래 [그림

I-1] 참조). 생산(producing) 단계는 창작, 녹음(recording) 및 녹음 매체로의 임

가공 (manufacturing) 단계를 포함한다. 창작 단계는 제작사가 가수를 발굴하

고 프로듀서, 작곡가, 연주자 등과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녹음 및 녹음 매체로의 임가공은 녹음을 거친 음원을 기존 유형의 음반이나 디지 털 형태의 무형 매체로 제작하는 단계를 말한다. ‘인디음악’이란 이러한 생산 단계부터 소비자에게 전달이 되는 단계까지 상업적인 거대 자본과 유통 시

스템으로부터 독립된 음악을 말한다. 이는 음반에 대한 기획-제작-유통-홍보 에 이르는 대부분의 과정을 음악인이 스스로 해냄으로써 (D.I.Y., Do It

Yourself)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주류 음악계와는 달리 그 표현방식에 있어

서 검열을 거치거나, 제재나 간섭을 받지 않는데, 이 점이 ‘인디’의 본질 내 지는 진정성에 대한 척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인디’라는 개념의 복 잡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즉, 창작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독 립적인 생산체계를 거치면 ‘인디’이고, 그렇지 않으면 ‘인디’가 아닌 것이라

면 ‘인디’의 개념은 매우 단순한 것이 되지만, 애초에 독립적인 생산을 하는

이유와 목적이 ‘인디’의 차별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I-1] 생산, 유통, 소비로 본 인디의 정의 (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이와 관련하여 강조되어야 할 것은 홍대의 인디클럽이나 음악인들이 모두 상업적인 성공자체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 의 음악이 더 많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인디’의 규범에 어긋나는 현상이 아니다. 인디가 상업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혐오감은 대량생산과 유통에 자체에 대한 반감보다는, 그들과의 계약관계로 부터 나타나는 음악적 생산 활동에 대한 개입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만 드는 것이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과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만드는 것’

의 차이가 곧 인디음악과 대중가요의 생산과정에서의 근본적인 차이라 볼

수 있다.

(2) 안티테제로서의 인디정신,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인가?

인디에 대한 이해는 인디라는 것이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 것이 며, ‘인디’를 지향하는 자들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 다. ‘인디’의 의미가 ‘주류시장’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한다면, 한국 대중음악

에서의 ‘인디’는 젊은 아이돌 가수나 그룹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대형 엔

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의 생산방식이나 상품미학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이돌 그룹보다는 밴드음악이, 즉 녹음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인기가요 히트곡들을 만들어내는 작사, 작곡가들이 써준 노래를 연습해 서 부르기보다는 자신이 만든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 화장이나 의상을 통한 연출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수수하거나 자연스러움, 아마 추어리즘이 강조되며, 그런 의미에서 ‘홍대앞 인디음악씬’은 텔레비전 밖의 진짜 음악의 세상이란 곳을 상상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실제로 ‘인디’의 정의나 구분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은 복잡한 스 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음악을 자신의 색깔대로 자유롭게 표현하 기 위하여 주류의 획일화된 취향이나 검열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장을 스스 로 개척한다는 적극적인 의미가 있는 반면, 그 반대편에는 주류로 올라가기 위한 하나의 디딤돌로서 메이저에서는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없어 그에 대한 대안으로 인디음악씬을 하나의 시장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후 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디씬을 벗어나 주류로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시 에 인디씬 안에 있으면서도 이 둘의 가치관, 이념, 스타일과 태도는 양극으 로 구분된다. 전자의 극단적인 사례는 운동권의 민중가요 음악인들 같은 것 으로 이는 단순히 주류로부터 자유로운 시장에서 활동을 하는 것을 넘어, 주 류에 대한 반감과 정치적인 성향을 가장 짙게 가지고 있다. 홍대앞 ‘두리반 농성’에서 결성된 자립음악생산자조합(현재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이러한 저 항문화적인 성격이 가장 짙은 경우로 볼 수 있다(IV장의 논의 참조). 반면 다른 반대편의 극에는 이러한 ‘인디 정신’과는 무관한, 인디씬을 자신이 거쳐 가는 하나의 준비단계, 다시 말해 자본이나 인지도, 실력이 부족하거나 다른

외부 환경적인 요인이 아직 뒷받침이 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인디씬을 이용 하는 것이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흔히 텔레비전에 나오는 ‘홍대를 거쳐 간’ 인디밴드들 중 상당수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들은 메이저 로 뜨는 순간 홍대와 무관한 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인디가 성공하 면 인디가 아니게 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디의 정의나 정체성에서 주류와의 관계가 항상 절대적인 기준으 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초창기 홍대앞 인디씬의 구성원들은 상 업적이거나 대중지향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홍대를 무대로 삼는 것을 처음부터 문제 삼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중의 취향을 잘 이해하고 성공을 거 두는 밴드들에 대해 ‘인디를 알리는 존재’로 예찬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1996년 「드럭」에서 발매한 컴필레이션(compilation) 앨범 ‘아워네이션 1집’

에 수록되었던 드럭레코드 소속 밴드였던 크라잉넛의 ‘말달리자’는 홍대 인 디음악씬을 알린 것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진정한 인디성을 주장하 는 담론들이 등장하는 것은 인디의 상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인디의 정 체성을 위협하는 현상이 대두한 이후의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의 III장에 서 상세히 논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