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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음악, ‘ 인디’라는 장르

IV. 홍대앞 인디음악씬의 분화기: 2000년대 후반~현재

1) 팔리는 음악, ‘ 인디’라는 장르

본래 ‘인디’란 그 생산과 유통 방식에서의 형식을 말하는 것으로 장르가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디씬의 주체들은 ‘팔리는 음악’과 ‘돈 안 되 는 음악’을 구분한다. 이러한 구분은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등의 주류문화

에서 ‘인디’를 포섭하는 과정에서 상품화되는 이미지를 말한다. ‘인디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대중’에게 인디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의 기획에서는 음 악적인 스타일이나 음악인의 외모에서 대중에게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찾는 것이 당연시 되어왔다. 특히 아이돌 그룹들이 한국 음악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고, ‘K-POP’ 이나 ‘한류’라는 브랜드가 수출 상품이 되는 한국의 가요시장에서 ‘인디’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주류 가요와는 이질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대중의 취향에 맞 추어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디로 자본을 끌어오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에 ‘상품성이 있는’ 음악인과 음악만이 홍대 인디밴드의 이미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인디씬 내에서도 주류적인 것과 비주류적인 것, 즉 인디 안에 서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의 이차적인 구분이 생긴다. 텔레비전에서 접하기도 힘들고 대중성이 없는 노이즈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나 기타 실험 적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홍대앞에서 기획되는 크고 작은 공연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점점 잃어가게 된다. 클럽에서 보는 오디션도 모던 락이나 브릿

팝, 아니면 ‘달달한’ 어쿠스틱 싱어송 라이터 등 대중에게도 친숙한 음악만을

무대에 세운다는 비난이 많았다. 결국에는 힘들어 하는 인디씬을 살리는’ 과

정에서 ‘옆에 싹들을 다 죽이면서 몰아주기’ 방식으로 상품화가 진행되었다

는 것이다.

이러한 ‘인디’의 상품화 과정에서 ‘인디’의 이미지는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인디음악을 접하고 이것을 구경하러 홍대앞을 찾는 소비자들이 ‘기대 하는 것’이 된다.

2009년인가 2010년 쯤에 ‘십센치’ 걔네들이 방송에서 엄청 떴잖아. 그리고 나서 홍

대 놀이터랑 길거리에서 버스킹 한답시고 다들 기타랑 젬배27) 들고 나와서 노래하는 애들이 판을 쳤지. 근데 여기 놀러오는 관광객들은 이게 홍대 인디이다, 이러고 그걸 구경하고 사진 찍고 해. 지금도 봐, 저기 밑에 가면 쌔고 쌘 게 그 기타 치고 젬배 치 는 애들이잖아. 웃긴 거지, 그게 홍대인디라고 하고 (호두 씨).

홍대앞의 사람들이 인디와 인디 아닌 것을 구분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기

획사 ‘사무실’의 존재이다. “걔네가 무슨 인디야. 다 사무실 있잖아”(김마스

타)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획사 사무실에 소속되어 음악을 하면 더 이상 인디로 여겨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길가다가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고 얘기하던 중에 “야 요번 달 말에 공연하는 데 같이 와서 하자”고 초청을 할 때, “사무실에 일단 물어 볼께요”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사무실이 있다는 것은 인디음악인이라 하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공연을 자유롭게 할 수 없 고, 누군가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인디에 대한 의견의 차이는 또 다른 형태의 분열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인디음악인으로 밴드 활동을 하던 콧털은 최근 하고 있던 밴드를 해체하였 다. 그 배경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그냥 음악 하는 게 재밌고 좋 았는데, 밴드 멤버들이 한번 방송 나오고 좀 인터뷰하고 그러니깐 미치는 거 야. 가난했던 애들이 돈에 미치고 돈맛을 알게 되니 달라져 버렸던 거지.

「파스텔 음악」28)에서 연락오고 「상상마당」에서 공연을 하게 되고 하니 그런 세속적인 성공을 원했던 것이 드러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그런 세속적인 성공은 인디정신에 위배되는 것으로 여기는 멤버들과 그렇게 보지 않는 멤버들 간에 의견 충돌이 생겨 싸우고 밴드를 해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7) 아프리카산의 통드럼 같은 악기의 이름으로 휴대하기가 편해 홍대앞에서 버스킹 하는 사 람들이 많이 연주하여 명물로 등장하였다.

28) 2002년에 설립된 대한민국의 인디 음반 레이블로 자회사로 쇼파르뮤직을 두고 있다. 정 식 회사명은 「파스텔뮤직」이다.

미디어의 주목이나 대중화, 상품화는 인디의 장르화 및 쏠림 현상을 부추 겨 인디의 정신을 “훼손”하고, “진정한” 인디음악을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는 면에서도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아이돌 가수와 같이 공연해도 어울리고 호응을 얻을 만한 밴드나 대중성이 있어 공식 행사나 모임들에 쓸 만하다고 여겨지는 밴드를 “파티밴드”로 분류한다거나 하는 것이 그러한 대 표적 예이다. 그러한 종류의 장르화나 미디어의 주목은 정말 “실력 있고” 실 험적인 음악을 하지만 행사 등에는 어울리지 않아 공연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든 인디밴드들을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기타맨에 따 르면 「노브레인」이나 「크라잉넛」 등과 함께 소위 ‘조선펑크’라던가 ‘펑 크의 원조’ 등으로 불리며 저항이나 반항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밴드가 주류 에 포섭되면서 몇 년 후에 이명박 선거송을 불렀던 사례도 미디어의 주목과 상품화에 의해 인디의 정신을 잃어버린 대표적 사례로 비난받는다.

인디와 관련된 위의 몇 가지 언설들에서 보이는 것은 타협하지 않고, 독 자적인 길을 걷는 음악인 만이 순수한 것이며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기 는 시각이다. 그리고 방송이나 주류에서 부여되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만이 인디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보는 시각도 드러난다. 그러나 방송에서 인디를 다루는 방식이나 상품화 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고 분화되어 가고 있는 까 닭에 이처럼 “우리는 그것과는 다르다” 또는 “우리는 그것이 아니다”와 같은 부정(否定)의 방식으로 자기규정을 시도하는 인디음악인들의 입지는 더욱 좁 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디의 상품화를 시도하는 방송에서는 ‘인디’의 진정성을 내

세우거나 기존의 음악과 다른 점을 상품화의 이미지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 렇지 않으면 ‘인디’를 신비화 하거나 무언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동정의 대 상으로 상품화하는 경우도 흔하다. 어떤 종류의 상품화 전략이건 ‘인디’를 무 언가 다른 것으로 청중이나 시청자에게 호소하고자 한다. 그처럼 다른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 상품화되는 인디 장르와 또 다시 다른 것으로 자신들을 위치지어야 하는 ‘진정한’ 인디를 추구하는 음악인들의 노력은 그 만큼 더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주류 미디어에 의한 포섭을 통해 인디에 가해지는 또 하나의 폐해는 특정

장르의 인디를 대표적인 것으로 이미지화 함으로써 인디음악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1990년 대 중반 저항적 이미지로 상품화 과 정을 겪었던 펑크 락의 경우가 그러한 스테레오타입화의 한 예라면, 2005년 카우치 사건 이후 다시 방송에 출연하게 된 인디의 이미지는 그와는 정반대 의 예에 해당한다. 카우치 사건이란 MBC 대중가요 프로그램에서 인디를 소 개하는 프로그램에 카우치/럭스라는 밴드가 나갔다가 바지를 벗어 크게 문제 되었던 방송사고 사건으로 해당 프로그램의 강제종영과 2009년까지 지상파 가요프로그램에 인디밴드들의 금지하는 조처로 이어졌던 사건이었다. 카우치 사건의 스캔들 이후 2000년대 말 다시 방송에 등장한 인디의 경우 반항이나 저항의 이미지보다 달콤하고, 대중적이며 ‘여성적’인 이미지로 설정되었다.

그러한 방송에 접한 관객들은 “부드럽고 달콤한” 그런 종류의 음악이 ‘인디 밴드’ 음악인 줄 알고, 홍대에 와서 그런 종류의 밴드나 공연만 찾고 다니는 현상도 나타날 지경이었다. 이러한 모든 현상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디’라 는 것이 원래 장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장르가 ‘인디음악’으로 되 어버리고, 그 과정에서 ‘팔리는 인디’의 이미지와 사운드가 생겨나고, 다시 그로부터의 분화, 주변화가 진행되는 현상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