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도슨트의 역할과 전문성
3. 해석자로서의 도슨트 전문성
도슨트는 관람객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 는 미술관의 얼굴과도 같다. 미술관 교육 관계자들은 미술관 교육 프로 그램 중 가장 필요한 활동으로 도슨트를 꼽으며 그 활동이 미술관 교육 의 기본이라고 인식하였다. 또 세계적으로도 가장 폭넓게 활용되는 교육 서비스로, 그르니에(Robin S, Grenier, 2011)에 의하면 전 세계 박물관 의 88%가 도슨트 투어를 운영하여 관람객의 경험에 긍정적 영향을 주 고 있다.
우스터 대학(Worcester State University)의 수잔나 메이어 (Susanna Meyer, 2016)는 도슨트가 관람객의 박물관 접근성을 높이려 면 소통 기술을 향상해야 하므로 도슨트 양성과정에서 전후로 평가하여 발표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메이어가 연구한 미술관 도슨트의 양성과정 중 59세부터 82세까지 노련한 도슨트 15명을 선발하여 18개 월 동안 진행된 사례연구에서는 발표를 녹음하여 다시 들으면서 명료함 (intelligibility), 강세, 음성을 포함하여 몸짓, 얼굴표정, 눈맞춤, 문법 등 을 분석하였다.26) 연구 결과, 이러한 훈련을 한 도슨트 투어와 그렇지 않은 도슨트 투어의 비교에서, 훈련된 도슨트와 함께하는 관람객의 집중 과 참여도가 평소보다 9.1% 높은 결과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내 도슨트
26) 이 분석을 위하여 메이어는 H2Next 핸디 디지털 레코더와 소니의 핸디캠 HDR-CX160 비디오 레코더를 사용하였으며 음성분석은 Audicity 소프트웨어 프 로그램을 사용하였다. Meyer, Susanna ed.(2016). Improving Museum Docents Communication Skills. CuroatorL The Museum Journal. January 2016. Vol 59. 55-60.
의 경우 양성과정 기간이 해외 미술관 교육과정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짧 고 경험이 있는 도슨트의 재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도슨트 제도를 오랫동안 운영해 온 삼성미술관은 정기적으 로 도슨트를 선발하지 않으며 장기간 활동해 온 도슨트가 많고 다양한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어 학습량이 적지 않은 상황에 있다. 이에 삼성미 술관은 2008년 총 34명의 도슨트를 대상으로 미술관 도슨트 활동 및 교육 운영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설문 형식으로 진행하였고, 2019년 다
시 도슨트 30명의 인식 조사를 수행하였다.27) 2008년 설문조사에서 도 슨트는 당시 전시된 소장품의 공간적 측면에서 미술관의 전시장을 층별
<그림 9> 도슨트 활동에 필요한 역량(2008, 2019)
로 나누어 큐레이터가 강의한 것에 대하여 향후 해당 분야 미술사와 개 별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교육을 희망하였다. 특히 큐레이터들이 주요 작가와 작품을 강조한 강의에 대하여 그러한 미술의 흐름 이해가 더 필 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28) 또 도슨트가 설명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 은 도슨트가 제공받는 지식과 관람객에게 해주는 해설 사이의 간극과 난 이도 조정, 설명할 부분의 요약, 작품을 연결하는 스토리와 같은 설명내 용의 재구성 등 관람객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소통의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는 경험이 많은 도슨트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은 개인적으로 해결하였다.
2008년과 2019년의 도슨트 조사 결과에서 차이를 보인 부분은 도 슨트의 전문성에 필요한 역량을 묻는 질문이다. 도슨트는 ‘도슨트 활동 에 필요한 역량’을 묻는 질문에서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라 는 응답이 2008년에는 26% 나왔으나 2019년에는 38%로 더 높아졌 다. 그리고 2008년‘문화자원봉사 마인드’(32%)와 ‘대화법 등 의사 소통의 기술’(34%) 응답이 2019년에는 각각 17%로 감소한 반면
‘전반적인 인성과 태도’응답이 3%에서 27%로 높아져 10년 전과 큰 차이를 보였다. 봉사 마인드와 의사소통 기술이 소통 형식에 관한 것이 라면,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과 인성은 해설자의 기본 자질로 도슨트 활 동의 궁극적 역량을 더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2008년의 설문조사에서 큐레이터로부터 중요하다고 교육을 받았 으나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작품으로 삼성미술관 리움의 현대미 술 전시장에 있는 이우환,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박서보, 아쉴 고 르키(Arshile Gorky) 등의 추상적 요소가 강한 작품을 언급하면서 관 람객들이 현대미술보다 고미술에 대한 설명을 선호한다고 적었다.29) 이
27) 2019년에는 삼성미술관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의 도슨트를 일부 포함하여 조사를 하였는데 이들은 교육과 활동방식이 유사하며 서로 교류하고 있으므로 한 기관의 도슨트로 간주할 수 있다.
28) 앞서 살펴본 도슨트 양성과정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이 개설한 도슨트 양성과정이 이 러한 도슨트들의 의견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와 반대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은 작품은 박수근, 천경자와 같은 근대 한국미술의 유명한 작가의 작품, 애니쉬 카푸어 (Anish Kapoor)나 서도호의 작품처럼 시각적으로 이목을 끄는 작품, 관람객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이 있는 작품이라고 답하였다. 이 응답들이 도슨트의 해설 기법에 있어서 기본 역량을 너머 해석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Conneticut University)의 로 빈 그르니에는 노련한 도슨트의 특징을 연구하고 15명 도슨트의 심층 인터뷰와 전문가 토론 결과를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 참여한 도슨트는 모두 자원봉사자로 미술관을 비롯하여 역사를 주제로 한 박물관의 도슨 트를 포함하며, 박물관은 모두 국제박물협의회(ICOM)의 정의에 부합하 는 곳으로 기관의 규모와 연간 방문객의 수, 도슨트 교육방법을 고려하 여 선발하였다. 이들 도슨트들의 특징은 주제에 대한 분명한 지식, 소통 기술, 풍부한 경험(Integrates Prior Experiences), 융통성(Adaptibility), 열정과 헌신(Enthusiasm and Commitment), 유머 감각으로 분류하였 고, 이들의 도슨트의 역량 개발에 있어 이들 특성을 고려하여 훈련할 것 을 추천하였다(Grenier, 2011: 339-353).30)
특히 연륜 있는 도슨트는 관람객의 니즈와 관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상황이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Element of Flexibility)을 교 사의 역량에 비유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Tsui, 2003: 38). 또 모든 도슨트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는 태도를 보이며 이 전의 경험과 통합하여 그들을 이해하려는 특징을 가진다는 점을 언급하 였다. 이러한 역량은 지식과 소통 기술을 넘어 작품 해설에 중요한 역할
29)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고미술의 경우 도슨트가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설명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당시 도슨트들은 현대미술, 특히 추상에 대한 이해와 해석의 경험이 부족하였다.
30) 도슨트는 최소 3년 이상 활동한 사람으로 선정하였다. Grenier, Robin S.(2011).
Taking the lead: a qualitative study of expert docent characteristics.
Museum Management and Curatorship. Vol. 26, No. 4, October. 339-3531.
을 하며 도슨트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유용하다.
박응희(2009)는 <박물관 교육방법으로서의 ‘해설’에 대한 교육학 적 논의>에서 해설과 해석의 차이를 논하면서 도슨트의 해설은 근대적 박물관의 일방적 지식 전달의 교육운영 방식이라 하였다(김형숙, 2007;
전진성, 2005).31) 그는 브루너(Bruner)를 통한 문화심리학적 입장에서 해석은 사건이 일어나게 된 역사와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모두 고려하 여 대상과 사건의 맥락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담화의 맥락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특히 미술관에서는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 의 의도가 큐레이터의 해석, 도슨트의 해석을 거쳐 관람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오히려 해석이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작품은 그 자체로 이해해 야 한다는 견해까지 등장하였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작가의 의도를 넘어 예술작품 자체를 받아들이며 미술관에서도 관람객 자신의 의미체계 를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신응철, 2008).32) 이와 관련하여 김 형숙(2007: 236-237)도 근대적 미술관에서의 전시가 큐레이터의 기획 의도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소통의 과정이라면 다원화된 시대의 미술관 에서 전시는 큐레이터의 기획 의도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였다.
도슨트는 관람자를 작품 해석의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해석 (Multiful Interpretation)이 가능한 능동적 존재로 관람 활동의 중심에 놓고 도슨트 활동을 그들의 해석의 핵심에 자신의 경험을 의미 있게 만
31) 근대적 미술관에서 대중과의 소통방식은 선헝적 전달 형태로 볼 수 있는데, 다시 말하면 미술관은 미술작품에 무지한 방문객들에게 자신들이 기획한 전시의 의미와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일방통행식의 선형적 전달 방식을 취한다. 지식은 객 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인식되며 이 선형적 모델에서는 이러한 지식을 학습 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김형숙, 2007: 235).
32) 박응희와 마찬가지로 신응철도 <해석학적 관점에서 본 도슨트의 위상>에서 도슨트 의 지위를 ‘해석자’의 위치로 파악하면서 작품 해설이 관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논하였다. 하지만 신응철은 해석과 체험으로 구분하여 보면서 이 둘을 정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 문제를 도슨트 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교육과 정치의 영역에 이어지는 폭넓은 문제로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드는 행위로 받아들여야 한다(최성희, 2006: 122). 리자 로버츠(Lisa Roberts) 역시 『지식에서 내러티브로(From Knowledge to Narrative)』
에서 박물관에서의 교육은 관람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각 개별 관람 객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방법으로 박물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라고 주장하였다. 오늘날 박물관과 미술관의 교육, 그리고 교육담당자 도 도슨트의 교육에 있어 미술이론에 대한 교육과 미술관 활동 증진에 주력해 왔기에 이 경험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도슨트들은 관람객을 이해하고 소통 기술을 익혀야 하며 자신의 해석을 반영해야 한다. 특히 그러한 해석은 질문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으므로 관람객에게 단순한 질문을 하기보다는 그들의 경험 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의미 있는 발문이 중요하다.
삼성미술관 도슨트들은 작품의 해석에 자신의 해석을 반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40% 이상이 매우 그렇지 않거나 그렇지 않다는 응답을 하 였다. 국공립미술관보다 더 유연한 설명을 지향하는 사립미술관 도슨트 들의 이러한 응답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도슨트들은 박물관의 전시 설명과 달리 미술관에서의 도슨트 해설이 미적 감상에 도움을 준다고 다 수 응답하였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으로 해석 방법과 내용, 어떠한 미적 감상인지에 대한 참조 기준을 가지고 실시한 설문이 아니었기에, 도슨트 들은 해석의 경험이 적고 미적 감상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 할 수 있다.
양지연과 김혜인(2011)은 「미술관 관람자의 미적 인지단계적 특 성: 성인관람자를 중심으로」 연구에서 관람자가 대하는 미적 인지의 속 성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는 미적 발달단계 이론이 미술관 관람자와 작품 의 소통 과정을 이해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우젠과 파 슨스의 미적 인지발달이론은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으나 작품에 대한 묘 사, 소재, 해석, 판단 네 가지 측면에서 비슷한 흐름과 발달단계를 가진 다고 하면서 이를 통하여 관람객의 미적 발달단계를 분석하는 것이 향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