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문화교육의 목적은 학습자가 자신과 다른 문화적 특성을 지닌 사람 과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이는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 교육 또한 다문화 소설을 읽은 독자가 상호문화적인 공존과 협력의 방식 을 모색하도록 이끄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 나 Ⅲ장에서 검토한 학습자들의 자료를 돌이켜 보면, 이를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의 문제가 극복되어야 한다. 첫째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개방적 인 태도와 관련되어 있는 문제이고, 둘째는 상호문화적인 교류 행동 능력 및 의지와 관련이 되어 있는 문제이며, 셋째는 이질적인 문화성을 지닌 사람과의 협력 및 연대 가능성에 대한 문제이다.
먼저, 개별 감상 사례로서 수집한 감상문들을 전체적으로 검토해 볼 때,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와 관련하여 자신과 다른 문화적 위치에 있는 사람의 슬픔이나 괴로움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 을 보여준 감상문의 수는 매우 적었다. 한국인 참여자들에서는 주로 이주 나 이민까지도 자기 의지와 무관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이 관찰되었다. 이는 직접적으로 이주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가지 고 있는 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다문화 상황에서 고통을 받는 인물들의 문제란 그들 자신의 의지와 관련이 없이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 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엿보이는 감상문의 경우에도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감상자 자신이 무엇인가 행동할 수 있다거나 행동 해야 한다는 생각을 비친 감상문은 거의 없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문화교육적으로 조정되어 야 한다. 문화적 헤게모니란 개인들의 대응 방식에 따라 지속되기도 하고 변화하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외국인 참여자들의 경우에는 한국인 인물들이 이주민에게 편견과 오해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용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외국인 참여자들의 감상 문들에서는 자신들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자 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사회를 비판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한국인들과 접촉이 잦거나 결혼 등을 통해 이미 공동
체를 형성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다문화 사회를 맞이한 한국인들 이 경험하고 있는 인식적 혼란 상태에 대해서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이들은 다문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호문화적 소통의 문제 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주체가 자신과는 다른 문화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 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그것을 토대로 조심스럽게 소통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주체가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자신의 생각을 개진해 나가는 모습은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을 받은 학습자들이 도달해야 할 목표 지점이다. Ⅱ장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과 다양한 문화성들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결국 각각의 존재를 소통 가능하고 협상 가능한 인격으로 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 기 때문이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교육 학습 자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행위의 인문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을 이 해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이는 학습자들이 다문화 소설을 읽으면서 자극받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상호문화적 실천 역량으로 이어지 도록 도울 것이다.
둘째, 다문화 소설은 구체적인 사건과 인물을 통해서 상호문화적 소통 의 문제들을 재현해 보인다. 그래서 다문화 소설의 감상자들은 인물들을 비판하거나 인물들에게 조언하는 형식 등을 통해서 상호문화적 소통의 방 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 도 개별 감상 사례에서 수집한 감상문에서는 인물을 대상으로 상호문화적 교류 행동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일 것을 촉구하거나 상호문화적 소통 방 법을 구체적으로 조언한 감상문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감상문들의 대다수는 문화적 갈등을 만들어내는 ‘사회’를 문제 삼으면 서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취하고 있었다. 이러한 감상 문들은 자신이 문제 삼는 ‘사회’로부터 자기 자신을 분리시켜 놓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문화적 헤게모니는 개인들의 힘이 모여서 형성된 집단적 권 력을 가지고 있는 바, 개인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문화적 헤게모니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문화 소설을 통한 상호문화 교육에서는 학습자들이 소설에 재현된 문화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을 모색할 때, 개인적으로 가해야 할 노력들과 사회적 차원에서 가해야 할 노력들에 대해서 고르게 고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학습자 들이 사회의 문화와 자신 사이의 관계를 각성하고, 사회적 현상에 대한 자신의 반응이 사회를 발전시킬 수도 있고 퇴행 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하게 만들 것이다.
셋째, 개별 감상 사례에서는 이질적 문화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력 하거나 연대하기 위해 필요한 실제적인 요소에 대해서 고찰한 감상문이 매우 적었다. 심지어 다문화 소설에서 제시된 내용이 다문화 사태에 대한 하나의 발언에 해당할 수 있음을 알고 이에 대한 자신의 비평을 전개한 감상문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참여자들이 사전 설문지에서 제출한 내용으 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원인 중에는 이 실험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이 현실 세계에서 다문화적 소통과 협력 문제에 대해 핍진하 고 실천적으로 생각해 보거나 논의해 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설문지의 응답 내용을 살펴보면, 이 연구에 참여한 학습자들 중에는 다 문화 소설과 같이 다문화 사회가 재현된 문화 콘텐츠를 비판적인 관점에 따라 검토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참여자가 거의 없었다.76) 또한 다 문화 사회가 도래하게 된 연원에 대해서 고찰하고 상호문화적인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참여자 도 찾아보기 힘들었다.77)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다문화 소설을 통 한 상호문화교육에서는 학습자들이 다문화 콘텐츠를 문화 비평의 대상으 로 삼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를 통해서 학습자들이 다문화 사회를 깊이
76) 외국인 참여자 중에는 이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참여자가 없었다.
한국인 참여자 중에서는 약 28%(소수점 버림)가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다문화 콘 텐츠를 비판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77) 이 연구의 1차 관찰 실험에 참여한 학습자들 중에서 다문화 교육 (또는 상호문화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참여자는 한국인 참여자들 중의 약 67%, 외국인 참여자 중의 약 41%이다(소수점 버림). 한국인 참여자들은 주로 고등학교에서 다문 화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하였으며, 외국인 참여자들은 주로 대학에서 다문화 관련 수업을 수강하면서 다문화 교육을 받게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다문화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참여자들은 자신이 받은 교육 내용이 다문화를 인정하고 이해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다문화 사회가 도래하게 된 연원을 탐구하고 상호문화적 소통 방법을 학습한 경우가 있다고 응답한 참여자는 없었다.
있게 이해하고 상호문화적 소통 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탐구하게 이끌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재현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우리 사회와 문화에 대한 세속적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세속적 비평 방법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와 그 구성원인 자 기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면 다문화 교 육 또는 상호문화교육의 범주를 넓혀서 교육적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 다.
한편, 독서 토론에서 수집된 감상 자료들은 다문화 소설에 대한 독서 토론이 학습자들의 관점을 교섭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러한 소통 과정이 다문화 사회나 문화적 타자에 대한 학습자들의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가령 개별 감상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서 토론의 감상자들은 다문화 소설을 이해할 때 자신의 경험을 이끌어 오는 경향이 있었는데,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독서 토론은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인식의 폭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토론의 참 여자들은 개별적인 독서를 통해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소설의 요소들을 나누었고,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사고방식을 공유함으로써 다 른 참여자가 그 사건을 이해하거나 인물에게 공감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다문화 소설에 대한 독서 토론에서 관찰된 내용들 중에서 교육적 시사점 을 주는 것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문화적 요소에 대한 이해와 문화적 타자에 대한 공감의 폭은, 서 로 다른 문화적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함께 토론에 참여할 때 더욱 효과 적이었다. 문화적 위치에 따라 볼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단일 국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단A의 경 우에는 이주와 이민의 경험이 없거나 한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래서 이 집단에서는 이주 또는 이민이라는 행위를 ‘막연’한 기대에 따라 자행한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단정 짓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자신의 모국이 아닌 한국에서 장기체류 중인 외국 국적 참여자들이 혼재되어 있는 집단B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후 인터뷰로 알아보았을 때, 집단B의 참여자들 중 외국 국적 참여자들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