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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天志) - 하느님의 뜻

문서에서 묵자의 정치 사상에 대한 연구 (페이지 67-83)

2.3, 묵자의 활동

4. 천지(天志) - 하느님의 뜻

4.1, 천(天)의 개념과 목적성

겸애는 강자가 약자에게 행해야 할 의무이다. 국민, 외국인, 반려 동물, 야생동물과 식 물 등 모두에게 적용된다. 강자는 지배자이고, 약자는 백성이다. 지배자가 백성에게 사랑 을 베풀고 봉사하는 것이 겸애이다. 이것은 근대적인 국가 개념이다.

전국시대 당시의 국가 개념은 정복 국가의 논리 위에 서 있다. 강자가 정복하여 토지와 백성을 획득해서 국가를 세운다. 백성은 정복당한 자이다. 따라서 국민의 권리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다.

묵자 당시의 군주와 지배층은 정복 논리를 당연시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겸애를 권할 수 있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이다. 겸애는 하느님의 뜻이고 의지이다. 겸애를 하면 하늘이 상을 내리고, 하지 않으면 벌을 내린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는 하늘이다. 따라서 땅위의 지배자들은 반드시 하늘의 뜻을 따 라서 겸애를 해야 한다.

중국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미신을 가지고 혹세무민한다고 묵 자를 비난한 유월(兪樾)이 대표적이다. 그는 묵자 에 주석을 쓰면서, 묵가의 무리가 무식 한 천민이기 때문에, 묵자가 하느님이나 귀신을 말한다고 본다.

이는 묵자 사상을 오해한 것이며, 악의적인 비하이다. 묵자의 사상은 겸애 천지 상동을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치밀한 국가론을 형성한다. 이는 묵자 시대를 넘어서서 근대적인 국 가의 싹이 포함되어 있다. 민주주의적 계약론의 싹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

강자(지배자)에게서 약자인 백성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하느 님의 뜻’(天志)이다. 지배자의 겸애는 백성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천자는 하늘을 본받고, 하늘과 같아져야 한다. 이는 천하(天下) 사상이다. 천하(天下), 즉 중국 전체를 다스리는 임금은 천자(天子)이다. 하늘의 큰 아들이다. 그는 중국 전체에 임금이고, 전체를 사랑해야 한다. 겸애는 바로 그런 ‘전체를 사랑함’이다.

이런 점에서 겸애를 설명하려면 반드시 천지를 고려해야 한다.

1) 천(天)의 개념 - 하느님의 존재

고대인들은 하느님과 귀신을 숭배했다. 지배층이 은나라 때는 ‘帝’를, 주나라 때는 ‘天’

을 숭배했다. 帝와 天은 모두 ‘하느님’을 의미한다. 당시의 생각에 의하면, 지배자는 하 느님이 세우고 후원한다. 帝는 지배자를 세우면 끝까지 밀어준다. 반면 天은 지배자로 세 워 주지만, 만약 왕이 왕답지 못하면, 지지와 후원을 철회한다. 천명(天命)을 회수한다. 따 라서 왕조가 교체된다. 이것은 맹자의 군주론이기도 하다.

춘추 시대에 들어서서 지식인들은 점점 하느님과 같은 초월자를 믿지 않게 된다. 공자 는 귀신을 “존경하되 멀리 하라”(敬而遠之)고 한다. 노자 장자 순자 한비자와 같은 이는 초월적인 신을 부정한다. 신에 대해서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다. 맹자는 신이 개체 혹은

사람 안에 내재한다는 범신론으로 간다. 이런 상황을 거스르면서, 초월적인 신의 존재를 주장한 사람이 묵자이다. 그는 하느님을 돈독하게 믿었다.

묵자는 서경 이나 시경 에 나오는 초월적 신을 받아들이면서, 그 의미를 바꾼다. 은나 라나 주나라, 혹은 그 두 책, 혹은 맹자 등은 하늘을 왕권의 정당성과 연결시킨다. 하늘의 명령을 받은 자가 왕이 된다. 왕조를 연 사람과 그를 이은 왕들은 다 하느님의 지지와 보 장을 받는다.

묵자는 이런 주류적 사상에서 벗어나서, 하늘의 뜻(天志)을 겸애로 바꾼다. 겸애의 대상 은 약자 혹은 백성들이다. 그리고 하늘은 지배자(강자)에게 겸애를 강요한다. 하늘은 지배 자의 후원자가 아니라 백성의 후원자가 된다. 이처럼 묵자는 약자와 백성을 위해서 하늘 을 말한다.

2) 종교의 구분 – 범신론과 유일신론

종교는 하등 종교와 고등 종교가 있다. 초창기는 다신론이다. 현상 사물과 결합하는 다 양한 신들을 믿는다. 이후에 신들이 통합되어서 단 하나의 신이 된다. 이 하나의 신은 그 이전의 모든 신들의 모든 능력과 기능을 가진다. 이것이 고등 종교이다. 이는 크게 보아서 범신론과 유일신론으로 나뉜다.

신이 개체(현상 사물)의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에 따라 범신론과 유일신론으로 구분 된다. 신이 개체의 내부에 있다고 하는 것이 범신론이다. 신이 모든 현상 사물의 밖에 하 늘에 있다고 하는 것이 유일신론이다.

모든 개체 안에 신이 있기 때문에, 모든 개체는 신의 표현이고, 신이 드러남이다. ‘凡 神’은 “두루 다 신이다”라는 뜻이다. 생명체 무생명체 할 것 없이 모두 다 신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범신론은 사람 안에 있는 신을 주로 다룬다.

모든 개체 밖에 있는 신은 유일신론이다. 신은 하나이기 때문에 ‘유일신’이다. 그리고 모든 신의 모든 기능을 다 종합해 있기 때문에, 이 신은 전지(全知) 전능(全能)하다. 그리 고 선하다. 그래서 땅위가 아니라 하늘에 있다. 그리고 만물을 섭리한다. 만물의 행위를 감시하고, 상과 벌을 내린다. 인식하고 판단하고 상벌을 내림 – 이것은 사람의 마음과 비 슷하다. 그래서 ‘인격신’이라 한다. 신이 인격을 가지고, 인식 판단 심판을 한다.

이에 비해서 범신론의 신은 인격이 없다. 개체 안에 잠겨 있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따라서 전지전능하지 않다. 다만 범신은 그 개체의 양심 혹은 이성으로 드러난다.

이런 점에서 범신론은 철학자들의 신이다. 범신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신으로 인 식하지도 않는다. 그 신은 다양한 이름으로, 다양한 이론으로 나타난다.

3) 유가의 범신론

중국에서 범신론은 주로 유가의 사상에 있다. 유가 가운데서도 공자와 맹자를 주축으로 한다. 같은 유가인 순자는 무신론에 가깝다. 그리고 도가의 노자와 장자, 법가인 한비자도 마찬가지이다.

⑴ 공자는 귀신같은 초자연적인 것에 대해서는 불가지론적 입장을 가진다. 사후 세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귀신의 존재를 의심하지만 제사는 권장한다. 귀신이 있는 듯이

제사를 지내라고 한다. 그런데 공자는 50살에 “하늘의 명령(天命)을 알았다”고 한다. 하늘 은 공자의 마음속에서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는 이성의 명령(性命)과 같다. 이는 명백하 게 범신론이다. 외부적인 초자연적 존재를 의심했지만, 내 마음 안의 하늘은 믿었다.

⑵ 맹자는 공자의 천명 이론을 받아들인다. 그는 “盡心 → 知性 → 知天”이라 한다.

“마음을 다하면 본성을 안다. 본성을 알면 하늘을 안다.” 여기에서 ‘마음을 다함’은 진심 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본성’은 ‘본성의 명령’(性命)이고, ‘하늘’은 ‘하늘의 명 령’(天命)이다. 공자의 50살에 ‘하늘의 명령’을 알았다는 것과 거의 같다.

‘하늘의 명령’(天命)은 내 마음 안에 있으면서, 내 마음의 이성의 본질이다. 따라서 이것 은 다르게 말하면 ‘선한 본성’(性善)이다. 그가 주장하는 성선설은 그대로 범신론이다.

* 맹자에게는 또 하나의 범신론이 있다. 군주 천명(天命)론이 바로 그것이다. 누가 군주 가 되는가? 하늘이 특정한 사람에게 군주가 되라고 명령을 내린다. 군주는 천명을 받은 자가 된다. 그런데 누가 천명을 받았는지 어떻게 아는가?

하늘의 마음(天心)은 백성의 마음(民心)과 같다. 백성이 선택한 자가 천명을 받아서 왕 이 된다. 맹자의 범신론에 따르면, 백성 각자의 마음 안에 하늘이 들어 있다. 백성들의 마 음은 그래서 하늘의 마음이 된다.

맹자의 범신론은 백성의 마음과 지식인의 이성으로 드러난다.

⑶ 마음 수양론 : 신은 개체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그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 는다. 그 개체가 신을 드러내야 한다. 천명은 아무나 듣는 것이 아니다. 공자나 듣는다.

따라서 맹자 이래, 성리학과 같은 유가는 마음 수양론을 중시한다. 범신론은 인격 수양론 과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다.

⑷ 범신론과 유일신의 종교적 형태는 다르다. 유일신론은 신이 하늘에서 세상에 섭리를 한다. 명백하게 드러나고, 행위를 한다. 따라서 경전, 교단, 성직자, 예배, 교회 등이 따로 있다. 유교의 범신론은 이것과 정반대이다. 신이 개체 안에 잠겨 있듯이, 종교의 모든 것 이 다 사회와 국가 안에 잠겨 있다. 교단 성직자 예배 교회가 따로 없다. 경전도 지극히 존숭되지 않는다. 가부장이나 관리 군주가 성직자 역할을 한다. 예배는 제사 같은 것이다.

이렇게 종교가 모두 일상과 가정 사회 국가 전반에 스며들어 있기에, 종교 전쟁이나 갈등 을 일으키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4) 무신론 - 법가, 도가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한다. 악한 본성이 신일 수 없다. 개체의 마음은 식욕과 성욕과 같 은 육체적 욕망에 불과하다. 욕망은 신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순자가 보건대, 개인 안 에는 신이 없다. 성악설은 몸과 마음에서 물질적인 것만 인정한다.

그렇다고 순자는 하늘이나 자연에 신이 있다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하늘은 그냥 푸른 허공이다. 자연이란 기로 이루어진 것이다. 노동에 대상이다. 가공해서 물자를 생산한다.

인간은 노동을 해서 물질적 자연을 가공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문명사회를 건설한다. 그 는 현실주의와 물질주의의 입장을 고수한다.

순자는 객관적인 세계에서 하느님이나 귀신 등의 초자연적인 존재를 부정한다. 또한 주 관적으로 마음 안에 하늘이 잠재되어 있음도 부정한다. 순자의 이런 입장은 노자와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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