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비공과 상동

문서에서 묵자의 정치 사상에 대한 연구 (페이지 144-147)

2.3, 묵자의 활동

6.4 비공과 상동

공격하여 전쟁함을 꾸미는 자가 말하여 가로되, 남쪽이면 초나라와 오나라의 왕이, 북쪽이면 제나라와 진(晉)나라의 임금이 처음 천하에 봉해졌을 때, 그 토지의 네모는 수천 리를 가짐에 아직 이르지 못 했다. 그 사람 무리의 많음은 수십만 명을 가짐에 아 직 이르지 못 했다.

그로써 공격하여 전쟁한 까닭으로 그 토지의 넓음은 수천 리를 가짐에 이르렀다. 그 사람 무리의 많음은 수백만 명을 가짐에 이르렀다.72)

이와 같은 논리는 전국시대 당시의 군주들이 광범위하게 가진 생각이다. 그래서 서로 쉼이 없이 싸웠다. 이에 대해서 묵자는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이제 의사가 여기에 있어서, 그 박수무당과 조화를 이루어 합치하여서 천하의 병을 가진 자에게 약 처방하여, 약을 쓴다. 만 명의 사람이 이것을 먹었는데, 만약 의사 말 대로 하여, 네 다섯 사람만 이익을 얻었다면 오히려 그것을 일러서 ‘시행할 약’이 아니 라고 한다.

그러므로 효자는 그로써 그 어버이에게 먹이지 아니하고, 충신은 그로써 그 임금에게 먹이지 않을 것이다.73)

묵자는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의사가 약을 썼는데, 만 명에 4-5 명만 나았다면, 그 의 사와 약은 쓸모가 없다. 남의 나라를 공격해서 나의 땅을 넓히자 – 이것이 공격 전쟁의 이유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큰 결함이 있다.

첫째, 뺏는 나라가 있으면 잃는 나라가 있어야 한다. 모두 다 뺏기를 원한다. 이는 모순 이다. 확률적으로 볼 때, 뺏기는 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뺏은 자는 뺏은 만큼 강해진다. 뺏기는 자는 뺏기는 만큼 약해진다. 그리고 이것 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가속화된다. 어느 순간이 넘으면 뺏는 자와 뺏기는 자가 결정되어 고정되어 버린다. 그러면 강해지기 위해서 공격 전쟁을 하자는 말은 결국 뺏기는 자의 경 우, 계속 뺏기자는 말이 된다.

셋째, 최종적으로는 단 하나의 강국이 다른 모든 나라를 다 멸망시킨다. 이는 전국 시대 의 7국 공존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묵자는 이상의 세 가지 추론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의사가 만 명을 치료했는데 4-5명 만 치료한다고 말한다. 이 말에 이상의 세 가지를 다 함축하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는 윗사람이 없다. 춘추 전국 시대에는 주나라 천자가 사실상 사라졌다.

그래서 제후들이 서로 전쟁을 했다. 이는 전형적으로 ‘下比’이다. 국제 관계에서 제후국들 이 서로 나란히 서서 분쟁을 한다. 다툼을 조정해 주는 자가 없기 때문에, 전쟁만이 해결 책이 된다. 그래서 점점 전쟁이 심해지고 끝까지 간다. 결과적으로 최강자가 나머지를 다 멸망시키고 통일하는 길로 간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나라들이 하비(下比)를 하여 전쟁을 일삼을 것인 가?, 아니면 상동의 길로 갈 것인가? 이상적으로 보자면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국제 관계에서는 상동(尙同)이 성립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 위에서 그 국가 들을 조정할 수 있는 조직을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묵 자는 비공(非攻)을 주장한다. 비공 체제에서는 주나라의 천자를 가정하지 않은 것이다. 다 시 말해서 국가 위에 상위 조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만들지 않으면서도 국가들이 평화 롭게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묵자는 비공이라 한다.

비공은 국가 간의 약속이나 계약이 아니다. 물론 많은 나라들이 비공을 자발적으로 받 아 들여야 한다. 비공은 계약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인 선택이다. 국가들이 비공의 계약을 할 리가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쟁과 개간을 비교해 보면, 개간이 이롭다. 그래서 비공 을 자발적으로 선택한다.

⑵ 과연 모든 나라가 비공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겠는가? 아니다. 일부 국가는 선택하지 만, 일부는 거부한다. 이 상황에서는 비공을 선택한 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 공격하는 나 라에게 침략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공을 선택한 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 비를 해야 한다. 따라서 비공은 공격 전쟁의 반대, 철저한 수비를 의미한다. 공격 전쟁의 반대는 비공을 선택한 것이고, 철저한 수비는 비공을 선택하지 않은 국가에 대비하는 것 이다. 이는 비공 정책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과연 공격 반대, 수비 전쟁이 현실성이 있는가? 사실은 없다. 전국 시대의 7국의 국력 을 비교하면 1위에서 7위가 나누어진다. 하위권은 비공을 선택할 것이다. 반면 상위 혹은 1위는 공격을 택할 것이다. 상위가 공격하고 하위가 수비하면 누가 이기겠는가?

결국 비공의 성패는 1위 혹은 상위 국가가 비공을 선택하는데 달려 있다. 과연 그들이 선택하겠는가? 여기에는 두 가지 답이 있다. 하나는 성선설에 따라서 그들이 선택한다고 본다. 또 하나는 성악설에 따라서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묵자는 성선설로 간 다. 그런데 묵자는 사람의 마음에서 감정 욕망만 인정한다. 경험론이면서 성악설이다. 그 렇다면 강자가 어떻게 비공을 선택하겠는가? 이 지점에서 묵자는 하느님의 뜻을 말한다.

하늘의 뜻은 겸애이다. 약자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강자이다. 문제는 강자가 하느 님의 뜻을 무시하고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 정복 전쟁의 길로 간다.

전국 시대에 전자인 성선설과 비공을 선택한 자는 여불위이다. 여씨춘추 가 그리는 세 계는 모든 개체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후자인 성악설과 공격을 선택한 자는 진시황이 다. 그는 하늘의 뜻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자신이 신으로 자처했다.

⑶ 비공의 선택은 최종적으로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에 달려 있다. 하늘의 뜻을 거부한 다고 바로 하늘이 보복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진시황 영정처럼 대놓고 무시할 수 있다. 그 렇다면 묵자는 허망한 이론을 제시한 것인가? 아니다. 진시황이 죽자 진나라는 처절하게 멸망한다. 어떤 점에서 묵자의 비공 이론은 강력하며 효과적인 것인가?

묵자는 전쟁과 개간, 혹은 공격과 비공을 이익과 손해의 측면에서 비교한다. 그러면 개 간 혹은 비공이 훨씬 이롭다. 문제는 이로움이 무엇이고, 어떤 것인가? 당시의 공격 전쟁 을 선택한 강자들은 그것이 자신들에게 이롭다고 확신했다. 당장 승리해서 땅과 백성을 획득하고 재화를 약탈했다. 이것이야말로 확실한 이익이 아니면 무엇인가? 묵자가 답하 라. 진시황은 그렇게 물었을 것이다.

묵자가 말하는 이익은 한 나라의 이익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이익이다. 군주 한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백성 전체의 이익이다. 피가 철철 묻은 이익이 아니라, 생명이 피어나는 이 익이다. 죽음이 아니라 삶의 이익이다.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이다.

진시황이 통일로 거둔 이익은 다른 나라를 멸망시키고, 수많은 생명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고, 도처에 피와 죽음을 뿌리면서 거둔 것이다. 그가 통일을 하여 거둔 이익만큼의 분노와 원한과 저주가 쌓였다. 그가 죽자마자 그것이 폭발했다. 진나라가 전국이 반란에 휩쌓였다. 내부적으로는 진시황의 더러운 수법을 배운 조고가 진나라 황실을 도륙했다.

단기적으로 보자면 진시황은 커다란 이익을 보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자면 가장 큰 손해를 보았다. 가장 강한 국가인 진나라가 허망하게 망했다. 수 백 년 유지된 유서 깊은 진나라 왕실이 도륙을 당했다. 진시황 영정은 조상에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이다.

묵자는 낮은 목소리로 비공을 주장했다. 그러나 비공의 효과는 이처럼 크고 막대하다.

전국 말기에 진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여불위의 다국 공존론, 즉 비공 이론이었다.

진시황 영정은 공격 전쟁을 선택하면서, 중국을 지옥으로 빠뜨렸다.

문서에서 묵자의 정치 사상에 대한 연구 (페이지 144-147)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