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응답자 중에서 TOPIK 급수가 고급에 미치지 않는 중급 학습자들도 포 함되어 있는데, 이 학습자들의 경우 시험을 보지 않았을 뿐 대학 언어교육원 에서 5급이나 6급 과정을 마쳤고, 실제 한국 거주 기간이 고급 수준에 다다를 정도로 충분하다고 여겨져 설문 조사에 포함시켰다.1)
설문 조사 완료 후에는 조사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어 학습자들의 실제 문 화적 경험에 대한 이해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실험 조사를 실시하였다. 실험 조사는 예비 조사와 본조사로 이루어졌으며, 이때 학습자들의 이해 양상을 살 펴보는 방법은 ‘글쓰기’를 선택하였다. 질적 연구수집방법으로서의 ‘문서(文書, document)’는 질적 연구와 관련된 모든 형태의 문자로 쓰인(written), 시각적 (visual), 그리고 물리적 형태의 자료를 의미한다. 즉, 문서에는 연구와 관련된 모든 형태의 손으로 작성된 문서, 컴퓨터로 작성된 문서, 그리고 각종 인쇄물 등이 포함되며, 연구자는 문서에 나타난 글이나 기호 따위를 분석하고 해석하 는 노력을 통하여 연구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2) 학습자들의 경험을 수집하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글쓰기를 통해 학습자들 은 의미화하고자 하는 대상을 초점화할 수 있다. 반 매넌(Van Manen)은 우리 가 어떤 경험이나 현상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연구에 착수하는 최고의 지 름길은 선택된 개인들에게 그들의 경험을 글로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프로토콜 글쓰기”라고 명명한다. 글쓰기는 반성적인 태도를 가지게 만들 며, 이는 학습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에 대한 설명과 해석을 가능하게 한 다.3) 학습자들은 문화충격경험을 주제로 ‘무엇에 대해서’ 쓸 것인지 내용을 조
1) 3급은 총 4명(【Q_25】,【Q_58】,【Q_60】,【Q_62】)이고 4급은 총 3명(【Q_1 7】, 【Q_20】, 【Q_41】)이다. 7명의 학습자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2년 9개월이 다.
2) 유기웅 외,『질적 연구방법의 이해』, 박영사, 2015, p.226.
3) M. Van Manen, Researching lived experience: human science for an action sensitive pedagogy, 신경림·안규남 역, 『체험연구: 해석학적 현상학의 인간과학
거주 기간
1년 미만 15 21.4
1년 이상 2년 미만 25 35.7
2년 이상 3년 미만 6 8.6
3년 이상 4년 미만 6 8.6
4년 이상 18 25.7
직화하며 ‘문화’라는 대상, 대상에 대한 자신의 경험, 경험에 대한 감정과 느 낌, 감정과 느낌을 해소하기 위한 원인 탐색 등 한 편의 글을 완성해내기 위 한 재구성에 몰입한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자신의 내면에 모호하게 부유하 던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가졌던 의미를 재 확인할 수도 있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둘째,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학습자들은 각자의 문화 경험에 대한 온전한 생각과 태도를 1차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글쓰기 자료는 교사나 다른 학습자 가 개입하지 않은 각 학습자의 문화 경험 이해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고정화 된 자료로서, 상호문화적 능력을 갖춘 학습자와 그렇지 못한 학습자가 문화 경험을 이해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살펴볼 수 있다.
예비 조사에서는 한국어 중·고급 학습자 12명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인상 깊 었던 문화 경험’에 대한 글쓰기를 실시하였다. 예비 조사에서 얻은 시사점은 교육적 가치가 있는 문화의 범주를 지정해주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개인에 따 라 ‘문화’를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고, 또 충격을 받는 문화적 경험 또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범주를 정하지 않을 경우 교육적 가치가 없는 경험만이 글 쓰기에서 나열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학습자들은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행위로 드러나는 문화에 대해서 심도 있는 글쓰기를 한다기보다는, 단순히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나열하는 데 집중하였다.
따라서 본조사에서는 글쓰기의 주제가 되는 문화 키워드를 학습자들에게 제 시하였다. 문화 키워드는 학습자 대상 설문 조사, <국제통용 한국어교육 표준 모형 개발 2단계>4), 호프스테드(G. Hofstede)의 이론을 참고하여 선정하였 다. 문화 키워드 선정 과정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호프스테드는 문화에서 어떤 한 상태보다 다른 상태를 선호하는 포괄적인 경향성을 ‘가치(values)’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크게 권력거리(power distance, 작음-큼), 개인주의(individualism)-집단주의(collectivism), 남성성 (masculinity)-여성성(femininity),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약 함-강함)의 네 가지 문화 차원으로 분류하였다. 훗날 이러한 분류가 서구 중
연구 방법론』, 서울: 동녘, 1994, pp.90-91.
4) 김중섭 외, 『국제통용 한국어교육 표준 모형 개발 2단계』, 문화체육관광부·국립국 어원, 2011, pp.93-103 참고.
심적이라는 비판에 따라 중국식 가치조사(Chinese Value Survey: CVS)에서 발견된 장기지향(Long-Term Orientation)-단기지향(Short Term Orientation)을 다섯 번째 차원으로 추가하였다. 본 연구에서 참고한 제 3판에 서는 초판에서 말한 문화의 5차원에, 공저자인 미카엘 민코프(Michael Minkov)가 ‘자적-자제(indulgence-restraint)’차원을 추가하였다.5) 호프스테 드가 분류한 틀에 따르면 한국은 76개국과의 가치 성향 비교 수치에서 아래와 같은 지수와 순위를 나타내고 있다.
<호프스테드의 분류에서 한국 순위>
이에 따르면, 한국은 권위주의적, 집단주의적, 남성적, 강한 불확실성 회피 성향, 장기지향적인 가치를 선호하고 자제적인 성향을 지닌 국가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실제로 한국어 학습자들이 한국 문화에 이러한 경향성에 대 해서 인지하고 있는지 설문 조사를 통해 살펴보았다. 학습자들이 ‘한국’에 대 해서 알고 있는 문화적 현상들을 <국제통용 한국어교육 표준 모형 개발 2단 계>의 분류와 비교 대조한 결과 ‘서열 문화’, ‘우리 문화’, ‘획일성 추구’, ‘빨리 빨리 문화’와 같은 키워드를 뽑을 수 있었다. 각 키워드별 복수 응답을 포함한 응답 수와 백분율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5) G. Hofstede, G. J. Hofstede & M. Minkov, Cultures and Organizations:
software of the mind(3rh ed.), 차재호·나은영 역, 『세계의 문화와 조직』, 학지 사, 2016 참조.
문화의 차원 지수 순위
권력거리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 60 41~42 개인주의 지수(Individualism Index: IDV) 18 65
남성성 지수(Masculinity Index: MAS) 39 59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Index: UAI) 85 23~25
장기지향 지수(Long-Term Orientation: LTO) 100 1 자적-자제 지수(Indulgence versus Restraint: IVR) 29 67~69
<문화 키워드 별 학습자 응답 수 및 백분율>
이는 호프스테드의 분류에서 한국이 권력거리 지수, 집단주의 지수, 불확실 성 회피 지수에서 상위를 차지한 것과 일치한다. ‘빨리빨리 문화’의 경우 유교 적 역동성과 연관된 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지향 성향으로 분류될 수 있으 나 불확실성 회피 성향으로도 분류될 수 있는데, 이는 문화의 6가지 차원이
6)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하는 방식, 어른이 앞에서 술을 마실 때 고개를 돌리는 것, 반말과 존경말의 사용, 예의가 바르다, 존댓말을 쓴다, 예의를 중시한다, 상하관계 강하다, 수직문화가 강하다, 유교문화, 서열문화, 어른·상사·선생님을 공경한다, 예의 가 바르다, 선후배 스승과 제자 직장 동료 사이에 지켜야 하는 위계 문화, 상하관계 가 강하다, 어른을 공경한다, 예의지국, 예의 바르고 어른 공경, 인사 잘함, 학연, 지연, 혈연, 한국에서 사람들이 어른을 공경한다, 어른들 공경해야 하는 것, 장유유 서, 선후배 관계 엄격하다, 위계질서, 위아래 관계(나이)를 중요시한다, 호칭 존중, 머리를 숙이고 인사하는 것 등.
7) 우리문화, 집단의식이 강하다, 정이 많다, 인정이 많다, 집단주의, 우리주의, 소속 감, 혼자 밥 안 먹는다, 우리끼리, 집단주의, 술 문화, 공동체 의식, 가족주의, 정 문 화, 가족 의식이 강하다,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 많다 등.
8) 패션감이 강하다, 외모를 중요시한다, 유행 같은 것도 모두가 따라한다, 외모지상주 의, 남자들도 외모에 관심이 많다, 성형수술 보통 일이다, 외모를 중시한다 등 9) 바쁘다, 배달 문화, 다열질하다, 성격이 급하다, 빠르다, 빨리빨리하는 문화, 개발이
잘 되어 있다, 서비스, 교통, 행동이 빠르다, 급한 성격이다, 급한 사람이 많다, 음 식 빨리 먹는 문화 등
10) 이 응답들은 문화의 가치로 범주화할 수 없는 것들, ‘김치’, ‘민주의식’, ‘한류’, ‘태 권도’, ‘동해’, ‘위안부’, ‘독도’, ‘커피’, ‘매운 음식’ 등의 응답들이다. 이와 같은 응답 들은 산물 문화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설명만으로 이해 가능한 문화 영역이다. 학습 자들의 응답들의 상당 부분이 산물 문화로 나타나는 것은, 심층에 속하는 가치관보 다 표층에 속하는 산물 문화가 가시적이며 접하기 쉽기 때문이다. 산물 문화는 ‘지 식’의 형태로 쉽게 설명 가능하며 현재 한국어 문화교육에서 가장 많이 제공하고 있는 문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 연구는 타문화 이면의 가치관을 해석하는 것을 통해 한 개인의 삶의 방식과 신념, 태도 등을 확인하고 새로운 의미를 견인하 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가치관 문화만을 본 연구의 연구범위로 한정한다.
구분 응답 수 총 응답수 백분율(%)
서열 문화6) 58
216
26.8
우리 문화7) 39 18.1
획일성 추구8) 20 9.3
빨리빨리 문화9) 37 17.1
기타10) 62 28.7
모두 상호 연관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남성성-여성성’, ‘자적-자제’와 관련된 응답은 적어 제외하였다. 이것은 본 연구에서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고급 학 습자들이 대부분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문화경험이 부족한 것이 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화 키워드를 심층 문화에서 선정한 것은 앞서 설명했듯이 학습자들의 심 도 있는 사고가 요구되는 문화로 주제를 한정하되, 문화를 일방향적인 지식으 로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심층 문화가 특정 문화 집단의 경향성 을 나타내긴 하지만, 심층 문화의 모호성, 모순성, 표층성 등은 다양한 문화 현상들을 포괄적으로 포함한다. 따라서 같은 문화 키워드라고 하더라도 학습 자들마다 문화 현상들을 다양하게 인식할 수 있어 문화에 대한 고정화된 전달 을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다고 여겼다. 문화 키워드를 제공하는 것이 상호 문화교육이 지향하는 ‘개인’의 만남보다는 타문화에 대한 이해로 흐를 가능성 이 있으나, ‘개인’의 만남을 강조하는 이유는 문화 차이의 지나친 강조로 인한 소통의 차단을 방지하기 위함이지, 그 차이를 무력화하자는 취지의 것이 아니 기 때문에 본 연구는 상호문화교육에서 말하는 긴장성과 균형을 최대한 고려 하고자 하였다.
1차 글쓰기에서는 위의 4가지 문화 키워드와 각각의 문화 키워드에 해당하 는 현상을 함께 제시하여 학습자들의 경험에 대한 환기를 돕고자 하였다.11)
<문화 키워드 및 문화 현상>
11) 문화 키워드에 해당하는 문화현상은 아래 문헌들을 참고하여 제시하였다.
① 김중섭 외, 『국제통용 한국어교육 표준 모형 개발 2단계』, 문화체육관광부·국립국 어원, 2011.
② 강현화, 「한국인의 가치문화 교수방안」, 『언어와 문화』 Vol.3 No.2, 한국언어문 화교육학회, 2007.
③ 김해옥,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읽기』, 에피스테메, 2010.
문화 키워드 문화 현상
서열 문화 · 나이, 존댓말
· 선후배 관계, 상하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