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배상책임 구성에 관한 오류우의 이론은 제3단계에 해당하는 역무 과실책임으로 귀결되었고, 무과실책임195)은 현재 프랑스에서도 과실책임 에 대하여 예외적ㆍ보충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제
2단계에서 말하는 위험이론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위험책임의 존재 의의는 오늘날에도 유효한데, 특히 공법상 위험책임의 법리 가 생소한 우리 법에 있어서는 살펴볼 가치가 크다.
공법상 위험책임은 공익목적 수행상 형성된 위험상태로부터 발생한 손 해를 행위의 적법, 위법 여부 및 과실의 유무를 묻지 않고 보상하는, 행 정상 손해배상과 행정상 손실보상의 중간적인 영역에 위치하는 국가책임 의 유형이다.196) 오류우가 보험이론 또는 역무행위이론을 통하여 말하고 자 하였던 바는 결국 공역무의 수행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손해를
‘행정
적 위험’ 또는 ‘행정의 事故’로 보고 국가배상책임제도를 그에 대한 일종 의 사회보험으로 설계하자는 것이다. 국가배상의 재원은 결국 조세 등 사회 전체의 부담에 의하게 되므로, 국가배상책임제도는 위험의 사회화 를 통하여 공적 부담 앞의 평등을 실현하게 된다.위험책임이론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던 프랑스의 또 다른 공법학자가 바 로 뒤기인데, 그는 위험이론만이 국가의 책임이론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뒤기는 앞서 본 것처럼 국가의 법인성을 부정하는 견지에서 “행
195) 프랑스 행정법상 무과실책임은 위험책임을 포함한 보다 넓은 개념에 해당한다. 김기 진, 위험책임의 법리에 관한 연구, 토지공법연구 제43집 제2호(2009. 2.), 341-315면 (347-348면) 참조.
196) 박균성, 행정상손해전보(국가보상)의 개념과 체계, 현대행정과 공법이론: 남하서원우 교수화갑기념, 1991, 473-494면 (480면) 참조.
정의 책임은 공역무의 작용이 개인이나 집단에게 특별한 손해를 야기하 였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된다.”197)고 하여 국가배상책임을 곧 행정상 위 험책임으로 보았다. 또한 개인이 큰 집단에 마주 설 때마다 과실에 대한 주관적 책임체계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하여 과실책임주의를 비판하 였다.198) 그에 따르면 모두를 위한 공역무 운용에 의하여 발생하는 피해 를 겪은 사람들에 대하여는 공동체금고가 보장하는 사회보험의 개념 위 에서만 국가의 책임을 설정할 수 있고, 만약 국가에 책임이 있다면 그것 은 공무원을 매개로 하여 국가가 과실을 범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모 든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피통치자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199) 국가법인의 개념을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오류우와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고, 이에 관하여 오류우와 논쟁200)을 벌이기도 하였지만, 공공의 이익 을 위한 국가의 활동으로 인하여 몇몇 사람들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공무원 개개인의 과실 유무를 불문하고 피해를 보상하여야 한다는 결론 에 있어서는 오류우가 위험책임이론으로 주장했던 내용과 맥락을 같이 하게 된다.
197) Léon Duguit, Les transformation de droit public, 1913, 262면, 박현정, 프랑스 행정법상
‘역무과실’(la faute de service)에 관한 연구 ―역무과실과 위법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 서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47면에서 재인용.
198) Lucien Sfez, Essai sur la contribution du doyen Hauriou au droit administratif français, 1966, 446면 참조.
199) Léon Duguit, Léon Duguit, Traité de droit constitutionnel, TomeⅠ, 1911, 435면(Lucien Sfez, 앞의 책, 447면에서 재인용).
200) 예컨대, 1919년 레뇨-데로지에(Regnault-Desroziers) 판결에서 꽁세이유ㆍ데따는 주거밀 집지역 인근에 다량의 폭탄을 보관했다가 폭탄이 폭발하여 인근 주민에게 손해를 입 힌 경우 행정의 무과실책임을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뒤기는 국가배상책임이 위험 에 대한 일반적인 책임이 되었다고 하면서, “논리적 해법과 논리가 항상 승리한다.
학자이며 내 친구는 오류우는 형편없는 예언자로 보인다.”고 하였다. 그러나 오류우 는 꽁세이유ㆍ데따의 위와 같은 판결은 예외적인 것이며 전쟁이라는 특별한 상황에 서 결정된 것이라고 하여, 정당하게도 이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 Lucien Sfez, 앞의 책, 449면 참조; 한편 꾸이떼아(Couitéas) 판결에 대한 평석에서도 오류우는 위 판결이 위험의 일반이론을 창시하는 새로운 판례라고 할 수 없고, 단지 전쟁 또는 매우 예외 적인 상황에서의 보충적 판례에 불과하다고 평가하였다. Maurice Hauriou, Notes d'arrêts sur décisions du Conseil d'État et du Tribunal des conflits. Tome 1, 1929 (Reprint 2000) 698-724면 참조.
물론 국가배상책임제도를 전적으로 위험책임이론으로 구성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이 점에 대하여는 오류우가 또마조 그레꼬 판결 의 평석에서 상세히 논증한 바와 같다. 그러나 프랑스는 현명하게도 과 실이론에 의하여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에 대하여 판례를 통하여 위험책임의 적용 범위를 계속 확대함으로써 권리구제의 공백을 보완하고 있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공법상 위험책임은 공무상의 위험한 작업으로 부터 발생한 사고, 폭발물, 군용무기 및 운반기구 등 위험물로 인해 야기 된 피해, 그리고 위험한 활동 내지 기술로 인해 야기된 피해, 예컨대, 화 재를 진압하기 위하여 필요한 파괴행위로 인한 인근주민의 피해, 비행청 소년의 재교육으로 인한 인근주민의 피해 등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있 다.201)
현재 우리나라에서 위험책임은 원자력손해배상법 제3조 등 일부 특별 법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을 뿐, 본격적으로 도입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입법론적으로 위험책임 법리를 도입하여 과실책임과 무과실책임, 그리고 위험책임을 포괄하는 하나의 통합적인 손해전보체제 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202)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 다도 현재 국가배상법 규정이나 판례에 의할 때 위법ㆍ무과실의 영역에 서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아 권리구제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본 것처럼 현재 대법원 판례가 과실책임의 기초 위 에서도 소극적으로만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례의 해 석론으로 공법상 위험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프랑스 공법학에서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오류우와 뒤기가 일찍이 과실책임주의의 한계와 위험책임의 필요성을 인식했었던 것을 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은 과실 개념 을 객관적으로 판단함으로써 과실의 주관적 관념에 따르는 위법ㆍ무과실
201) 홍준형, 행정구제법 ― 행정상손해전보ㆍ행정쟁송 ―, 2012, 282면.
202) 강현호, 한국에 있어서 공법상의 위험책임, 토지공법연구 제32집, 2006, 301-315면 (314면).
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Ⅳ. 소결
우리 국가배상책임제도는 헌법 제29조 제1항에 따라 제정된 국가배상 법 규정을 근거로 하고 있고,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으로서 일반적으로 공 무원의 직무행위, 위법성, 고의ㆍ과실, 손해의 발생, 인과관계 등이 논의 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배상법 규정의 정비 및 국가배상책임의 기본구 조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류우의 국가배상책임 구성에 관한 이론 및 오류우에 의하여 일정한 영향을 받은 프랑스 국가배상책임제도가 주는 시사점은 네 가지로 요약 된다. 첫째, 국가배상책임은 자기책임이다. 둘째, 공법상 독자적 성격을 갖는 책임제도로서, 민법상 사용자책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셋째, 우 리 국가배상책임제도가 공법 독자적 제도로 발전하기 위하여는 이를 민 사상 불법행위책임과 다를 바 없이 만들어 버리는 대위책임구조를 극복 하여야 한다. 넷째, 우리 국가배상법이 기본적으로 과실책임주의에 입각 하고 있기는 하나, 오류우의
2단계 이론인 위험책임이론의 의미를 재조
명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프랑스와 같이 위험책임을 해석론을 통하여 보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으로 서 공무원의 과실을 공무원 개인의 주관적 과실이 아니라 공무 수행상의 의무 위반 또는 국가작용의 하자로 해석함으로써 공무원의 주의의무를 강화한다면 위법ㆍ무과실의 경우를 최소화하여 권리구제와 행정통제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현재 우리 대법원 판례는 국가배상책임을 대위책임적 구조로 이해하면 서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판례의 극복이 당면한 과제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이 국가배상책임 인정에 소극적인 것
의 실질적인 이유는 국가재정의 문제, 그리고 원활한 공무수행의 저해 문제를 고려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러나 먼저 프랑스에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기본적인 근거, 즉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행사되는 공권력이 특정 개인에게 특별한 손해 를 야기한 경우에 그 개인에게 손해를 감내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인식203)을 우리 역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프랑스를 비롯하여 우 리보다 먼저 공법학이 발달한 다른 국가들의 예를 비추어보더라도, 국가 배상책임의 구조는 국가의 정치ㆍ경제ㆍ사회의 발전에 따라 국가무책임 사상에서 대위책임으로, 다시 자기책임으로 발달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자기책임에 입각하여 국가배상을 구성하여도 좋을 만 큼의 진보를 이루었다고 보이므로, 적어도 재정상의 고려에서 국가배상 책임을 제한하려는 태도가 오늘날까지 계속 유지되어도 좋은 것인지 의 문이다.
한편, 오류우의 개요서는 물론 프랑스의 여러 문헌에서 국가배상책임 문제와 공무원에 대한 행정적 보장의 문제를 항상 묶어서 논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랑스에서도 원활한 공무수행의 보장 또한 하 나의 공익으로서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행정적 보장의 수단으 로서 역무과실과 공무원의 개인과실을 구분하고, 역무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의 책임을 면제하여 주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의 판례와 학설은 대체로 국가가 책임을 부담하는 역무과실을 넓게 인정하 고, 개인과실을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의 규정 및 공무원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고의ㆍ중과실의 경우에 한정하는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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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사실상 프랑스와 유사한 행정적 보장제도를 두고 있는데, 우리 판례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아예 국가배상책 임의 성립 자체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이는 공무수행의 원활이라는 가치
203) Maurice Hauriou, Précis de droit administratif et de droit public, 2e éd, 1893, 94면 참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