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3. 외국의 정치교육 사례 16
가. 민주시민교육: 미국을 중심으로
(1) 민주시민교육의 역사
민주시민교육은 그리스-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근대적 의미의 시민권 개념과 민주시민교육은 18세기 ‘혁명의 시대’를 거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통적 시민권은 시민적 덕목을 갖춘 소수의 엘리트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면, 새로운 시민권은 민주적 권리와 국민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갖춘 대중에 기반을 두는 특징을 보이기 시작했다. 리센버그가 명명한 ‘제2의 시민’ 개념은 ‘국가건설’의 문제 즉, 시민으로서 적절히 기능 하는데 필수적인 시민적 소속감의 문제에서 시작되었고 이는 신뢰(trust) 에 근거한 합의에 기초하고 있다.17 과거 폴리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호
16여기서는 외국 정치교육의 사례를 역사적 배경과 목적․목표․내용 등 ‘소프 트 웨어’ 중심으로 다룬다. 외국 정치교육의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추진체계에 관해서는 한만길 외, 통일교육의 실태조사 및 성과분석 (서울: 통일연구원, 2003), pp. 172~226.
17Peter Riesenberg, Citizenship in the Western Tradition: Plato to
이해는 사라졌으며,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즉, 시민들이 다른 사람 들이 그리고 정부가 선행을 할 것이라는 믿고 그리고 정부도 비슷한 믿음 을 가질 것이라고 믿는 일단의 신뢰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제2의 시민권은 국가건설과 사회적 자본이 교육적 쟁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교육적 관심은 보통선거(suffrage)의 보편화로 유권자의 무지를 극복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옮겨졌고, 특히 제3세계 신생 독립국의 경우 절대적 으로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미국의 경우, 1916년은 시민교육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18 이 해에 각급 학교에서 정부 강의에 대한 보고서가 미국정치학회(APSA)에 의해 출판되었고, 전국교육학회(NEA)에서는 「중등교육에서의 사회과목」이, 그 리고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이 출판되었다. 특히 NEA 보고서에서 는 시민교육을 전수하는 다학문 분야로서 ‘사회과’(social studies)라는 용 어를 채택하였다. 사회과의 목적은 선량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었다. 그 리고 교수 방법은 학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각각의 시민이 직면 하고 있는 시사쟁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 이 교육 목표의 변화는 학생들에게 사실과 자료(facts and data)를 제공하 는 전통적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도록 사실과 자료를 제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보고서의 내용은 듀이의 교육철학 과도 부합되는 것이었는데, 듀이는 민주주의, 공동체, 의사소통, 책임, 그리 고 진보라는 핵심개념을 사용하여 “민주주의는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그 가정은 공동체”라고 설파하였다. 또한 민주주의는 사고할 수 있는 능력 을 요구하며, 학교는 이런 능력을 배양하고 사회적 명분을 이해하도록 해 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1917년부터 일부 주에서 국가에 대한 일방적 애국 심과 충성심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해결을 위한 능력 배양의 교육을 실시해 야 한다는 법이 통과되었고, 10년 후가 되면 모든 주가 학교에서 민주시민
Rouseau (Chapel Hill, NC: Univ. of North Carolina Press, 1991).
18Derek Heater, A History of Education for Citizenship (New York:
Routledge Falmer, 2004).
교육을 교육해야 한다는 법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민주시민 교육이 순탄히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 히 전통적 교육 목표를 선호하는 세력이 있었을 뿐 아니라, 특히 1960년대 와 1970년대 미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민주시민교육의 정체성이 혼돈에 쌓이게 되었다.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논쟁과 워트케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에 대한 반감이 극도에 달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사회과 교 육은 민주시민교육 보다는 당시 문제가 되고 있었던 마약, 성, 그리 사회적 병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각각의 편리한 내용을 편리한 방식으로 교육함으 로써 시민교육의 일관성이 붕괴되었다.
이런 혼돈의 상황에서 학자와 교육자들은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크게 3개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즉,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교 당국으로 하여금 민주시민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 전국적으로 일관된 교육 내용의 모델을 재창조하는 것, 그리고 민주시 민교육의 부활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교육 자료를 생산하는 것이 큰 문제 였다. 이 중에서 가장 유용했던 것은 학자들이 교과서를 개편하는 작업이 었다. 미국의 교사들은 단편적인 자료보다 교과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미국 민주시민교육은 1990년대에 이르면 중요한 발달 을 목도하게 된다. 민주시민교육센터의 설립, 민주시민교육 추진을 위한 전국적 캠페인, 그리고 민주시민교육 모델로서의 CIVITAS의 설계가 여 기에 포함된다.
(2) 민주시민교육의 목적․목표․내용
시민교육의 부흥을 목표로 한 커리큘럼 틀인 CIVITAS에 의하면, 민주 시민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학생으로 하여금 민주주의의의 이상을 실현하 는데 필요한 시민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적 지식과 참여기술을 갖추 는데 있으며, 이는 시민적 덕성(civic virtue)이라는 개념으로 나타낼 수 있다.19 시민적 덕성은 크게 시민적 자질(dispositions)과 헌신(commitment)
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시민적 자질이란 민주주의 체제의 건강한 작동과 공 동선에 도움이 되는 시민으로서의 태도와 습관이며, 시민적 헌신이란 민주 주의의 근본적 가치와 원리에 대한 자발적․합리적 약속이다.
시민적 덕성은 용기와 정직 등 사적 생활과 관련된 덕성과는 다르다. 시 민적 덕성은 정치과정이 공동선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키도록 하는 것이며, 개인의 권리 보호를 포함하여 미국 정치체제의 근본적 이상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질이며 헌신이다. 민주시민교육에서 다루는 주요 시민적 자 질로는 시민성(civility)으로서의 타인에 대한 존중과 시민적 담화, 자기 자 신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 수용, 외부의 권위없이 미국 입헌 정부의 유지에 필수적인 절제와 규칙에 대한 순종, 개인적 이익에 앞서 공동선을 취하려는 시민적 정신과 의지, 개방 정신(건강한 회의론과 사회적․정치적 현실의 모호성 인정 포함), 타협 의지(가치와 원리는 종종 상충된다는 점을 이해), 다양성의 관용, 공공의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서 인내와 참을성, 타 인에 대한 애정,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아량, 공화국과 공화국의 가치 및 원칙에 대한 충성을 들 수 있다.
시민적 헌신은 근본 원리와 근본 가치로 나눌 수 있다. 시민교육을 받은 학생은 근본적 가치와 원리에 대해 자유로운 그리고 합리적인 헌신을 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에서 강조하는 입헌 정부의 근본 원리로는 법의 지배, 권력 분립, 견제와 균형, 다수의 지배 하에서 소수자의 권리 존중, 종교와 국가의 분리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근본적 가치로는 공공선(공동선)과 개인의 권리(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 정의, 평등, 다양성, 진실, 애국심 등) 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요약컨대, 민주시민교육이 정치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높이는데 주요 목 적이 있지만, 단순히 시민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유능하고 책임있는 참여를 배양하는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 다시 말해, 시민참여가 바람직하 다고 하여 시민들이 옹호하는 모든 행동이나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고무하
19<http/www.civied.org/civitasexec.html>.
는 것은 아니다. 입헌 민주주의 자체가 자유, 평등, 정의, 그리고 공동선 등 근본적인 가치의 증진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도 이러한 가치에 부 합되는 정부정책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교육이 시민들이 아무렇게나 자신의 의지를 행사하는 것에 대해 백지수표를 제공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행위의 결과를 예견하고 근본적인 민주주의적 가치 측면에서 정당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책임있는 결정과 행동을 하도록 훈련한다.
나. 평화교육: 영국을 중심으로
(1) 평화교육의 역사적 배경
전쟁과 평화는 시대와 사회를 떠나 주요 관심사로 존재해왔지만, 17세기 체코의 교육자인 코메니우스가 ‘교육을 통한 평화’에 대한 관심을 최초로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20 이후 19세기 말에 유럽에 ‘국제주의
(internationalism)’ 개념이 도입되고, 평화협회가 공식화되면서 평화에 대
한 태도를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이런 노력은 1930년대 중 반 영국의 세실 로버트(Robert)경이 국제평화운동(IPC)을 출범시키면서 행동지향적 운동으로서의 평화교육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 평화 교육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갈등에 대한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갈등에 내 재되어 있는 원인에 대한 여론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1930 년대 파시즘의 등장으로 평화교육은 쇠퇴하였으며,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평화교육은 2차 대전 이후 평화에 대해 재개된 관심(특히 핵문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평화교육은 크게 2개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국제
20Robert Aspeslagh and Robin J. Burns, “Approaching Peace Through Education: Background, Concepts and Theoretical Issues,” in Robin J.
Burns and Robert Aspeslagh, Three Decades of Peace Education Around the World: An Anthology (New York: Garland Publishing,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