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ection of North Korea Works and Berne Convention
Ⅳ. 세계화시대 북한의 문화수용과 대응전략
세계화에 대한 담론은 학자들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며 특히 세계화에 대한 지지와 비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나, 20세기 말의 체제전 환과 정보화라는 기술진보를 매개로 등장한 세계화란 이제 전지구적인 현상이 되 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계화 전략의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은 철 저히 세계화 거부전략을 취하고 있다. 북한사회에서 세계화는
‘개혁·개방’,
더 나 아가서는 ‘자본주의로의 체제전환’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이 전 면적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체제 내적 개혁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도 세계화와 개 혁·개방으로 야기될 체제전환을 피하기 위한 생존전략의 일환이다.지난 2010년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중동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M 혁명
’,
혹은 ‘자스민혁명’으로 칭해지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에 의거한 시민혁명은 북한지도부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 당국으로서는 최 우선적으로, 외부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내부통제에 주력하겠지만, 이와 함께 변 화된 문화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문화전략을 모색해나가지 않을 수 없는 기로에 서 있다.최근 북한사회에 관한 우리의 관심 중 하나는 북한 내에 불고 있는 한국 대중문 화의 확산현상이었다. 북한판 ‘한류’로 불리고 있는 이 현상은 북한 내에 유입된 한국의 대중문화,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한국드라마, 영화
,
가요에 대한 북한 주민들 의 열광현상이다.물론 북한 주민의 한국문화와의 접촉은 철저히 비공식적인 것으로, 북한 당국에
의해 법적 통제를 받는 범죄행위이다. 북한의 형법은 한국을 비롯한 자본주의의 영상물을 보는 행위를 형법 193조
(퇴폐적인 문화반입,
류포죄), 195조(적대방송청 취, 인쇄물, 유인물, 수집, 보관, 류포죄)로 2년 이하의 ‘로동단련형’과 4년 이하의‘로동교화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8 북한 당국이 취하고 있는 자본주의권 영상물들에 대한 불용정책은 자본주의 문화의 유입이 북한사회의 사회주의 문 화를 와해하고 체제를 붕괴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문화
·사상적 개방은 곧 사회주의 문화의 훼손과 체제붕괴라는 도식에 사로잡힌
북한 당국에게 자본주의 문화 유입은 사회주의문화를 훼손하는 범죄행위로 설정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 당국의 정책의지와 괴리된 상황들이 주민들의 일상 문화의 영역에서 연출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초반부터 북한사회에는 비공식적인 경로, 즉 시장에서의 불법거래를 통해 남한의 영화, 드라마가 주민들에게 유입되 기 시작한 이래 그 현상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공개된 북한의 내부문건인 간부들에 대한 학습제강 <자본주의 사상문
화적 침투를 짓부시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릴데 대하여>는 당시 북한사회에 유입되는 자본주의문화의 실상과 북한 당국의 위기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29 이 문건에 따르면 “일부 일군들이 자본주의 선전물을 가지고 장난질을 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이색적인 록화테이프를 혼자 보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복사해서 외화나 물건을 받고 팔거나 빌려 주는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런 현 상은 일부 중앙기관 일군들 속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문건은 이외에도 남한가요 부르기, 서양식 옷차림 등 자본주의 문화영향 확산이 진행 중 임을 밝히며 북한 주민들이 “부르죠아 생활풍조에 유혹되어 민족적이며 사회주의 적인 우리의 생활양식을 이질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북한은 여러 차례 유사한 학습제강을 발표하며 사상교양과 주민통제를 통 해 자본주의 사상문화침투 척결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통제감시와 사 상교양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대중문화는 북한의 시장화 확산과 더불어 지속 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30 이는 자본주의문화로부터 ‘사회주의민족문화’
28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형법(2004년 개정안)은 제6장 <사회주의문화를 침해한 범죄>로 자 본주의 문화유입 문제를 다루고 있다.
29자본주의사상문화적 침투를 짓부시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일 데 대하여 (평양: 조선로동 당출판사, 2002).
30최근 북한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스토리가 뻔한 남한영화나 드라마보다 <람보 4Rambo> (2008),
<007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2006), <슈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 (2006),
<아마겟돈Armageddon> (1998) 등의 미국 액션영화나 <프리즌브레이크Prison Break> 등의
를 수호함으로써 자본주의권의 세계화전략이 의도하는 체제전복의 위협에 대응하 겠다는 북한 당국의 정책방향과 현실과의 간극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북한사회의 불안정성은 국가당국의 정책과 북한 주민들의 일상 간의 균열 의 확대에서 기인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사회의 비공식영역, 즉 주민들의 일상에 서는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시장경제를 몸으로 익히며 사적 이익에 눈을 뜨고 있으며
,
시장과 부패한 관료제가 만들어낸 일탈 공간을 통해 자 본주의적 유흥과 오락, 문화, 패션 등을 경험하고 있다. 이미 많은 북한 주민들, 특 히 북한의 젊은이들에게 ‘사회주의적 민족문화’는 상투적인 문구일 뿐이며 풍요롭 고, 자유롭고, 오락성이 넘쳐나는 자본주의 문화야말로 현재 북한 젊은이들이 선 망하는 선진문화로 부상하고 있다.현재 북한 당국은 서구문화의 세계화로 상징되는 서방문화의 확산과 남한문화 의 유입이라는 전례 없는 문화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즉, 외래문화의 유입을 통해 북한의 국가 주도적 문화정책과 문화수용자인 주민들 간의 문화감수성에 심 각한 분열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괴리현상은 북한문 화
,
더 나아가서는 북한사회의 본질적인 변혁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즉, 북한 주민들의 변화하는 문화욕구와 당국의 교조적 정책 간의 간극이 계속 증가해 간 다면, 이는 북한체제 변동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사회주의적 민족문화’를 구호로 ‘우리식’의 폐쇄적 문화전략을 통해 사회통합을
모색해 온 북한 당국으로서는 문화적 세계화의 도전에 외래문화의 수용을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해 갈 것인가, 아니면 민족문화의 정체성 고수를 통한 폐쇄전략을 지속해 나갈 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하겠다.교조화된 북한의 문화정책과 이데올로기화된 문화이론들이 바뀌지 않는 한 사 회주의 수호와 민족문화 발전이라는 명분하에 북한의 폐쇄적 문화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영화, 스포츠, 대중공연 등 오락성이 강한 특정 영역에서 보여 지고 있는 파격성은 “세계적 추세”를 강조하며 “문화분야를 선진적인 문명 강국의 높이에 올려 세워야 한다.”31는 김정은의 문화정책의 새로운 시도로 보여 진다.
현재 보이고 있는 북한의 문화전략은 자본주의 문화침투에 대항하여 사회주의
미드미국 드라마에 더 열광한다고 한다. 오양열, “북한 내 외래문화 유입으로 인한 영향과 전망,”
플랫폼 26호 (인천문화재단, 2011), p. 18.
31“2013년 신년사,” 로동신문, 2013년 1월 1일.
민족문화를 지켜나간다는 명분하에 공식적으로는 외래문화의 유입을 불허한 채,
‘세계적 추세’를 고려한 당국의 선택적 문화도입을 통해 이 괴리현상을 해결하겠
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북한사회의 시장화가 자체 동력을 가지고 지속적 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화를 동력으로 하여 급속히 확산 되고 있는 외래문화의 유입현상은 북한 당국의 미온적 정책변화를 압박하는 요인 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Ⅴ. 맺는말
북한 당국은 문화예술을 사회주의 건설과 공산주의 혁명의 무기로 규정하고 철 저히 관리해왔다.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제로 명명되는 북한식 절대권력체제의 대 중적 동의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문화예술의 전 영역을 정치적으로 도구화했으며, ‘수령형상예술’까지로 치닫는 문화예술의 정치적 예속을 구조화하 였다.
‘사회주의민족문화’의 건설을 천명해왔던 북한의 문화정책은 주체사상에 내재
된 민족개념과 자주성 테제 등의 영향하에 ‘우리식’, ‘주체의’로 수식된 민족적 형 식의 전면화와 함께 문화민족주의적 담론들을 동원하여 민족주의적 문화정체성을 구성해왔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진행된 동구사회주의 체제의 몰락을 지켜보면 서 북한 당국은 민족문화 수호를 이데올로기화함으로써 사회주의 이념의 공백에 대체해 나가고자 했다.2009년부터 2012년까지의 분석기간 동안 북한 조선중앙TV의 해외관련 방송
현황을 볼 때 공식적인 경로로 북한사회에 서구문화가 소개되기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최근 북한의 국영 텔레비전 방송인 조 선중앙TV가 해외관련 프로그램을 정기적, 부정기적으로 방송하고 있는 것은 사 실이나 프로그램 수나 방송횟수에 비해 방송의 시간이나 내용 면에서 자본주의 문화가 충분히 소개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정규
,
비정규 프로그램을 통해 간헐적으로 해외문화를 소개하고 있는가 하면,
영화 드라마를 통해 해외문화가 소개되고 있으나 이 또한 중국, 구소련 등에 공산권 국가에 편중되고 자본주의문화 유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우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그러나 그 제한적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북한 당국이 외부문화에 대한 다소의 유연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즉, 서구 자본주의사회에서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