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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문화정책과 문화정체성

문서에서 제23권 1호 2014 (페이지 137-142)

Protection of North Korea Works and Berne Convention

Ⅱ. 북한의 문화정책과 문화정체성

1. ‘사회주의적 민족문화’와 북한의 문화정체성

북한은 체제건설 초기부터 문화예술을 정치적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다.

물론 문화예술을 중요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 온 것이 비단 북한만은 아니다.

문화란 기호, 이미지, 텍스트, 담론 등 상징체계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영역 으로, 문화는 여러 기호들, 상징체계들을 통해 한 사회, 한 체제의 이데올로기, 가 치관, 규범들을 재생산하고 정당화하는 기능에 이용되어 왔다. 특히 단기간에 체 제의 정통성을 구축해야 하는 혁명체제 또는 대중동원에 의거하는 동원체제에서 문화의 정치적 효용성은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소련과 중국 등 공산주의정권 지도부가 그러했듯이 북한 역시 정치과정에서의 상징적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파악했으며 대중동원에 효과적인 예술, 드 라마, 극장, 출판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를 동원해왔다. 북한에서 문화예술은 정 치의 한 부분이자,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특히 북한의 경우 유일적 영도체계라 명명된 독점적 1인지배체제의 대중적 지지기반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서 문화예술을 통한 선전선동 활동 등 기호와 상징을 통한 체제정당화 작업이 집 중적으로 취해져 왔다. 북한에서 문화예술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인간과 그 생활을 형상적 수단과 형식으로 반영함으로써 사람들의 사상·정서 적 교양에 이바지하는 사회적 의식의 한 형태. 가극, 음악, 무용, 미술, 연극, 영화 그 밖의 여러 가지 형식이 있다. 진실로 사실주의적이고 혁명적인 예술 은 인간생활의 가장 아름답고 가장 숭고한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혁명적 세계 관을 세우는데 이바지 한다.”1

공산주의 문예정책의 기본원칙이기도 한 ‘사회주의적 리얼리즘’2의 문예정책이 갖는 당성, 계급성, 인민성에 기초하여 규범화된 북한의 문화예술의 국가통제방식

1사회과학출판사 편, 󰡔조선말대사전 2󰡕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2), p. 1762.

2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은 스탈린주의가 문화영역에까지 연장된 것으로 스탈린-즈다노프-고리키에 의해 창안되어 소비에트작가동맹에서 확정되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사회주의 적 리얼리즘은 마르크스주의와 함께 등장했으며 사회주의사회를 창조하기 위한 예술적 투쟁으로 전개되었으며 그것이 이론으로 정교화되면서 구체적 명칭이 부여된 것이 1932~1934년경이었다.

1934년 제1회 소비에트 작가회의에서 공식용어로 채택되어 기본 창작방법으로 받아들여진 후 교 조화되었다. 당성, 계급성, 인민성을 지표로 하여 공산주의적 전형성의 창조를 통한 혁명적 세계 관 확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주체의 문예이론의 영향 하에 주체의 사실주의로 변용되어 수령에 충실한 사회주의적 인간형 창조를 지향하고 있다.

은 문화예술영역의 정치성을 더욱 공고히 해왔다. 따라서 북한에서 문화예술은 인 민들에게 혁명적 세계관을 세우게 한다는 명분 하에 당국이 의도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왔으며 문화예술의 창작 및 실천, 수용과정은 철저히 당국에 의해 기획, 통제되어 왔다.

현재 북한의 문화정책은 ‘인민적이고 혁명적인 사회주의 민족문화의 건설’에 기 초를 두고 있으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제국주의적 사상문화의 침투를 막고 수령 의 주체사상에 입각하여 혁명위업에 힘 있게 복무하는 혁명적 문학예술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근본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주의 민족문화’로 집약되는 북한 문화의 정체성은 북한 건국초기의 문예정

책의 추진과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북한의 건국과정은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를 기 획하고 실현해나가는 과정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 당지도부는 문화예술적 자 극을 강화함으로써 대중들의 동의기반을 구축하고자 했다. 해방공간에서 민족성 의 회복과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양대 목표를 수행해야 했던 북한 당지도부는 이 양대 목표를 위한 문화정책을 구체화하고자 했다. 건국 초기 북한 지도부가 설정 한 문화 형성의 방향은 ‘봉건사상의 타파’, ‘일제잔재의 극복’, ‘민족문화예술 유산 의 비판적 계승’으로 설정되었다.3

북한의 국가건설기 문화예술의 발전과정은 소련의 영향 하에 진행되어 갔다. 특 히 1949년 3월 ‘조소문화협정’ 체결을 계기로 하여 소련의 문학작품이 대거 번역 되어 북한사회에 소개되었으며 소련의 선진사회주의 문화예술이론들이 유입되었 다. 그러나 이후 ‘반종파투쟁’, ‘주체’의 등장과 함께 소련의 문화영향력이 크게 약 화되는 한편 혁명전통계승이 문화예술의 핵심주제로 등장하기에 이른다.

이어 1967년 북한판 문화혁명의 계기가 된 ‘5·25교시’ 이후 유일사상과 무관한 일체의 문화예술인들의 문예활동이 억압되었으며 특히 외래문화의 요소는 수정 주의로 비판되고 철지히 근절되었다.4 이러한 가운데 북한은 ‘민족적 형식의 사회 주의적 내용’이라는 창작원리에 근거하여 조선화 발전과 민족악기의 개량 등 민

3당시 김일성은 민족문화유산들 가운데서 낙후한 것은 버리고 진보적이며 인민적인 것은 찾아내 어 새 민주조선을 건설하는 오늘의 현실과 인민의 생활감정에 맞게 발전시킨다는 입장에 따라 복조선고전보존위원회, 고전악연구소, 봉산춤 보존회, 문예총 산하동맹, 대학 등이 민족문화유산 의 수집 정리와 연구, 계승사업을 진행하였다.

4김정일의 친지이자 북한의 여성 문예엘리트였던 망명자 성혜랑의 증언에 따르면, “(5·25교시 이 후) 외국음악은 소련노래까지도 금지되었으며 고전악보는 모두 불살라졌다. 석고조각품은 비너 스건 베토벤이건 모두 몽둥이로 깨버렸다. 서양화는 일체 찢어 버렸다”고 그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성혜랑, 󰡔등나무집󰡕 (서울: 지식나라, 2000), p. 314.

족문화 담론을 확산시켰으며, 문화예술에서의 민족적 형식과 민족적 정체성은 북 한의 김일성체제의 정통성의 근거로 강조되어 온 ‘주체’, ‘자주’, ‘우리식’ 담론과 전략적으로 결합되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조선민족제일주의의 일환으로 민족 문화의 계승이 강조되면서 혁명문화와 함께 민족문화정책이 핵심 사업으로 추진 되었다.5

김정일시대에 접어들어 북한은 선군문화예술6을 표방하는 한편 민족문화 담론 을 확산시키는 이중적 문화전략을 추진하였다. 북한이 초기부터 설정한 사회주의 민족문화 건설의 방침은 주체문화에 내재된 문화민족주의적 경향성으로 인해 민 족전통을 호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북한사회에서 민족문화와 민족유산에 관한 강조는 당시 북한의 환경변화, 다시 말 해 혁명환경과 대외환경의 변화에 대한 문화적 대응전략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 요가 있다.

1990년대 초반 소련의 해체와 동유럽 국가들의 체제전환 등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은 북한사회의 정체성을 구성해 온 사회주의적 가치와 이념의 무력화를 초래 했으며, 이에 당시 북한 지도부는 사회주의 이념 공백을 대체하는 차원에서 민족 주의 이데올로기를 본격화하였다. 1991년 김일성은 민족대단결 논의를 피력하며

“진정한 민족주의”를 선언한 바 있으며,

7

1997년 김정일은 주체성과 함께 민족성

고수의 당위성을 피력하였다.8

2000년대 이후 북한은 “남조선 사회의 양풍,

왜풍”에 맞서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민속문화 포함한 민족전통 되살리기 운동과 전통예술 및 계몽기 문 학예술의 복원과 진흥을 크게 강조하는 등 문화민족주의의 전면화로 나서기 시작했

. 2002년 김정일은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의 담화 <우리 인민의 우수한 민

족적 전통을 적극 살려나갈 데 대하여

>를 통해 “우리 인민의 고유하고 우수한 민족

5전영선, “북한의 민족문화정책과 민속문화,” 󰡔북한 문화, 둘이면서 하나인 문화󰡕 (서울: 한울, 2006), p. 267.

6김정일시대 접어들면서 김정일 통치방식인 ‘선군정치’가 문화예술분야에 구현되는 방식으로 ‘선 군문학예술’이 등장했다. 체제수호 및 김정일체제의 문화적 정통성 구축을 위한 문화적 기획으로 등장한 선군혁명문화는 형상창조의 미학적 문제로 혁명적 군인정신을 체현한 새로운 성격 창조 를 설정하는 한편,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형상을 더욱 완벽하게 최상의 높이에서 창조하 는 것”을 창작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주제로 제기하고 있다.

7김일성, “우리민족의 대단결을 이룩하자,” 󰡔김일성저작집 43󰡕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6), p. 170.

8김정일, “혁명과 건설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할 데 대하여,” 󰡔김정일선집 14󰡕 (평양: 조선로 동당출판사, 2000), pp. 326~329.

적 전통을 적극 살려나가는 것이 당의 일관된 방침

”이라고 선언하며 민족전통을 살

려나가는 것이 자본주의 문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임을 강조했다.

2.

북한의 세계화인식과 문화전략

북한이 여전히 ‘사회주의 민족문화론’을 주창하는 가운데, 그 사회주의적 내용 을 탈색시키고 민족전통을 호명하는 그 이면에는 서방자본주의 문화의 세계적 확 산을 의미하는 문화세계화에 저항하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가 존재하고 있다. ‘세 계화’에 대한 북한사회의 기본 인식은 “정치, 경제, 사상문화의 모든 분야에 걸쳐 다른 나라와 민족들에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착취제도를 수립하는 것”9 으로 보고 “세계화의 간판 밑에 주권국가들의 정치, 경제, 사상문화의 전 영역에 걸쳐 서방의 대대적인 침투와 간섭이 감행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10 무엇보 다도 개별나라의 자주권이 보장된 세계화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즉, 북 한에서 세계화란 강대국에의 예속과 자주권 상실로 인식되고 있다.

매개나라와 민족이 자기 인민이 자주적으로 선택한 사상과 제도, 력사적으로 형성되고 공고화된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자기 운명을 자주적으로, 조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조건에서 정치, 경제, 문화를 포괄하는 세계화, 일체화 란 있을 수 없다.11

세계화 전략의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은 철저히 세계화 거부전략을 취하고 있다.

북한이 전면적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체제 내적 개혁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도 세 계화와 개혁·개방으로 야기될 체제 전환을 피하기 위한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북한사회에서 반세계화 전략은 정치, 문화면에서 집중되고 있다. 북한 당 국은 민주, 자유화, 인권 등 서구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항하여 ‘우리식 민주 주의’, ‘집단주의’, ‘사회주의적 인권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더욱 강조되고 있 는 민족주의와 민족문화의 강조는 반세계화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12

9최철웅, “미제의 세계화책동의 반동적 본질,” 󰡔정치법률연구󰡕, 3호 (2005), p. 46

10위의 논문, p. 47.

11최성일, “미제가 제안하는 세계화론의 반동성,” 󰡔김일성종합대학학보(철학경제학편)󰡕, 53권 4호 (2007), p. 38.

12전미영, “사회변혁기 북한지식인의 역할과 정치의식,” 󰡔통일과 평화󰡕, 3집 1호 (서울대 통일평화 연구소, 2011), p.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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