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경의선 공원화에 대한 중앙 정부의 개입
이 절에서는 경의선 공원화 과정이 제1절에서 살펴본 국유재산 관리체 계의 신자유주의적인 전환으로 인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본다. 이 절에서 다루는 시점은 본문 제3장 제2절에서 다룬 2007년도의 마포구-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의 MOU 체결 이후에 해당한다. 2009년 서울시는 철도국유지 지상부 무상사용 허가를 획득하기 위해서 한국철도시설관리 공단 및 중앙 정부와의 협상에 본격 착수한다. 2011년에는 무상급식 논 란으로 서울시장이 교체되고 경의선 포럼 등 시민 사회 조직 활동이 전 개된다. 이 절에서는 이러한 광역 정부(서울시)의 녹색 토건에서 대안 공 간 조직으로의 사업 방향 선회와 신자유주의 정책에 근거한 중앙 정부의 개입이 충돌하는 지점을 살펴본다.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의 역세권 개발 요구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04년 철도청의 상하분리32)에 의해서 출범한 공 기업이다. 철도공단은 채권 등을 통해서 철도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 련하고 철도사용료를 통해서 부채를 차감해 가는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 다(한국신용평가, 2018.7.5.). 이는 철도를 지을수록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이다.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철도공단은 법 률적으로 공식화된 경영실적평가를 받게 된다(박홍엽 & 나유성, 2017).
경영실적평가는 매출액, 영업이익 등을 중심으로 공공기관의 운영 실적 을 평가하므로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가진 철도공단은 수익 구조의 다변 화에 사활을 걸게 된다(ibid., 54)33).
이와 같은 민영화, 성과주의 등의 영향 하에서 철도공단은 철도 유휴 부지의 임대 사업이나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민자 역사 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2007년 마포구와 철도시설관리 공단의 공원화 MOU는 철도공단의 역세권 개발 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협조와 경의선 지상부의 무상사용 허가를 규정하는 일종의 쌍무적인 협 약이다. 철도공단은 서울시와의 실무 협상에서 ‘역세권 개발 사업에 대한 협조’를 구체화하여 경의선 광역 전철 정류장(가좌역, 홍대입구역, 서강 역, 공덕역, 효창공원역)과 인접 부지(공덕역 인근 부지) 총 6곳에 대한 개발 계획을 밝히고 이에 대한 협조를 요구한다(서울시, 2009).
서울시의 실무적인 협상 전략과 공원화 추진 방향의 획정
본문 제3장 제2절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마포의 지역 성장 연합이 주 도하는 경의선 공원화의 정치가 한창이었던 2001년-2007년 사이에 서울
32)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Korea Rail Authority)은 철도 시설의 확충을 담당하고 한국 철도공사(Korail)는 실제 철도 교통 운영을 담당한다.
33) <100년 무풍지대에 경영혁신 새 바람 공기업 철도시설공단 조직개편 화제>, 문화일 보, 2005.12.21.; <철도공단 투자효율성 높인다>, 서울신문, 2012.1.11.; <철도공단 국유 재산 사용료 63억 증가한 575억원 달성>, 세계일보, 2015.1.20.
시는 이명박(2002-2006), 오세훈 시장(2006-2011)의 생태 개발, 녹색 성 장 등의 신 개발주의적인 정책을 주력으로 펼치고 있었다. 마포의 지하 화 운동 세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중심으로 일궈낸 정치적인 협상과 타 협의 결과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과의 공원화 MOU가 체결되었으나 이는 말 그대로 정치적인 선언문이자 상징적인 타협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관 료들은 실제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공원화 사업의 착공을 위해서 철 도 공단과 실무적인 협상을 개시했다.
2008년 서울시는 대규모 부지의 용도 변경 활성화를 위해서 신(新)도 시계획 운영체계를 수립하고 2009년 홍대입구역 민자 복합 역사를 포함 한 16개소를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 한다34). 이러한 개발 계획과는 별개로 공원 녹지를 주관하는 관료들은 공공녹지 조성을 위해 서 철도 공단에 요구한 역세권 개발 계획을 축소하고(서울시, 2009) 공원 이라는 공익적인 시설을 조성하는 데 대한 중앙 정부의 협조를 구하고자 2010년 2월부터 10월까지 협상을 전개해 나간다35). 협상의 주요 내용은 경의선 지상부에 대한 지자체의 재량권을 늘릴 수 있는 법적, 행정적 조 치를 강구하는 것이었다.
서울시 정책 자료집에 따르면, 서울시의 실무진은 당초 철도 부지를 용도 폐지하고 새로운 용도 설정을 함으로써 해당 국유지의 관리 소관을 지자체로 이관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서울시, 2011, 공원조성과 -6208). 그러나 서울시는 철도공단과 당시 국토해양부의 철도담당관 등 과 협의를 거치면서 국유지 관리 소관을 전환하는 데 대한 중앙 정부의 협조를 얻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인지하고 무상 임 대 방식으로 철도 부지에 지상권(토지의 지상부에 대한 사용권) 설정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서울시의 관계기관 설득에는 2007년 마포 지역구 출신의 국회의원 정
34) 서울시 신(新)도시계획 운영체계 주요 추진사항
(http://115.84.164.44/4DUPIS/sub3/sub3_3_2.jsp 최종방문일: 2020년 1월 18일)
35) 철도공단은 2007년의 공원화 MOU로 역세권 개발 사업에 마포구의 협조를 약속받은 상태에서 해당 역사 개발에 대한 타당성 조사 등 사전작업을 발 빠르게 준비했고, 이 를 토대로 2010년에야 이뤄진 서울시와의 실무 협상에서는 기 착수된 개발 사업은 조 정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서울시, 2011, 조경과-12148).
청래, 노웅래 의원이 주관한 국회토론회 <산업화 시대의 국가기반시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마포 구간 경의선 공항선 철도 지상부지 공원 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의 공원화 합의와 2008-2009년에 자체 수립한 공원화 계획 등이 사용되었다(서울시, 2011).
출처: 서울시([별첨 2] 문서#13)
[그림 4-1] 서울특별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MOU 문서
출처: 서울시 정보소통광장
[그림 4-2] 국유재산 (무상)사용 허가서
철도공단과의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서 서울시는 공익적 목적의 공원 설립이라는 대의명분 외에도 그간 서울시가 지출해 온 서울시 전역의 철 도연변 녹화비용, 철도공단의 지하철 공사에 수반되는 환경정화 비용, 역 세권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액 등 양 기관의 지출원을 따져보고 국유지 임대료를 상계하는 방식으로 흥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ibid., 조경과 -11603).
이러한 실무적인 협상의 결과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은 2010 년 12월에 마포구-철도공단 MOU와 동일한 내용의 MOU를 체결하고 이듬해인 2011년 7월 서울시는 철도공단으로부터 국유지 사용허가를 획 득하게 된다.
서울시의 실무진은 철도공단의 개발 계획이 공원화의 목적과 상충되는 과도한 측면이 있음을 인지하고 향후 도시계획국과 공동으로 대응하여 개발 계획을 축소하는 방침을 세운다(서울시, 2009; 2011). 이와 같은 중
앙 정부(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와 지자체 간의 협력을 통한 철도유휴부 지의 공원화는 관련 법령이 미비한 가운데(김명수, 2018) 선도적이고 발 빠른 지자체의 대응을 통해서 달성된 쾌거로 평가되었다.
업무보고에서도 있었습니다만 경의선 경춘선 철도 폐선부지 공원화사업도 정말 잘한 사업이었다 생각이 듭니다. 이 자체는 저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첫 번째는 사실 철도는 우리나라 근대화의 상징이었습니다. 근대화의 역할을 해서 새로운 또 다른 근대화가 아닌 이제 복지화로 가는, 추가한 노선 이 또 하나 있다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고요. 또 이 사업은 단순히 서울 시 사업만이 아니고 중앙부처의 엄격한 협조를 얻어내야 됩니다. 국장께서도 업무보고에서 잠시 언급했다시피 이 토지소유권 자체는 중앙정부에서 갖고 있 는 것인데 그것을 이렇게까지 추진한 것은 정말 엄청난 공로였다. 이를 계기로 해서 우리 단절된 서울의 녹지축을 연결해 주도록 희망을 하고요, 열심히 추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출처: 제227회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행정사무 감사(2010.11.17.), 김정태 의원)
위의 인용문은 서울시의회의 경의선 공원화 추진에 대한 평가를 보여 준다. 2007년 국회토론회에서 탈 산업사회 담론이 중앙 정부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 주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서울시의회에서도 이 사업의 주 된 가치를 ‘근대 산업 사회’의 장소를 후기 산업사회적인 것으로 전환한 다는 데 두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중앙 정부의 협조와 관 여를 복지화라는 거시적인 담론을 통해서 의미화하면서 공원 확충에 기 여한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의 바람직한 협조라는 관점에서 이 MOU를 치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