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맹자의 ‘인간의 마음 이 선하다’[心善]는 주장은 한편으로 공허한 외침으로 인식될 수 있다. 특 히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도덕적인 이슈에 대해 둔감하며, 무지한 현대인들에게 맹자가 주장하는 心善論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 한 이론으로 오해되곤 한다. 이 장에서는 맹자의 심선론이 갖는 의미를 밝 히고자 한다.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생명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물음이 제기 되고 있는 현실에서 전통철학의 생명관을 반추해 보는 작업은 당장의 효과 에 대한 기대를 넘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 중의 하나이다.119) 특히 우리
118)『孟子』, 「盡心 下 24」 “口之於味也 目之於色也 耳之於聲也 鼻之於臭也 四肢之 於安佚也 性也 有命焉 君子不謂性也. 仁之於父子也 義之於君臣也 禮之於賓主也 智 之於賢者也 聖人之於天道也 命也 有性焉. 君子不謂命也.”
119) 김병환, 「유가의 생명관 - 생생(生生), 만물일체와 "살림"의 생명론 -」, 한국유 교학회, 유교사상연구, 22권, 2005. p. 308
사회의 현 시점에서 생명이 있는 존재에 대한 연민과 위로, 동정과 사랑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인간의 본래적 마음이 발현되어 인격체의 완성을 이루기 위한 방향으로서 생명성의 확충에 주목 하고 있는 맹자의 사상은 재음미될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맹자의 심선론 이 인간의 생명에 대한 관심과 이해와 연결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살 아있음[生]에 感應하는 인간의 마음120)에 대한 논의는 맹자가 말하는 仁 개념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맹자의 仁 사상에서 드러나는 생명성에 대한 논의는 生機的 질서가 지배적이었던 고대 중국적 사유의 영향을 받은 것이 다.
고대 중국에서는 생기적 질서에 대한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감각적인 계 절과 기후의 변화, 생동하는 자연의 질서로 인해 중국 철학은 ‘생명’ 정신 이 그 바탕을 이루게 되고, 모든 사상 체계는 생명 정신의 발로를 근간으 로 삼았다. 방동미는 중국인에게 우주라는 개념은 기계적 물질만이 활동하 는 장소가 아니라 보편적 생명이 유영하는 세계라는 점을 주장한다. 따라 서 중국인들에게 모든 현상 속에는 생명이 간직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중 국에서 자연은 보편 생명이 유행하는 무한한 영역이며, 자연은 생기체로서, 자연의 生意는 모든 사물에 충만하여 우주 생명에 어우러진다. 따라서 사 람과 자연은 생기적으로 서로 통하는 관계이다.121)
맹자의 마음론 역시 생명성의 담론 안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맹자는 생명 의 화합과 연대 과정을 도덕성의 확장 논리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
120) 이는 에드워드 윌슨이 생명 다양성의 보전을 호소하기 위해 가장 근본적인 대책 으로 탄생시킨 개념인 바이오필리아(Biophilia)으로 이해될 수 있다. 윌슨에 따르 면 우리 인간에게는 생명에 대한 태생적인 사랑의 심성이 있으며, 우리의 유전자 안에는 생명 사랑의 본능이 새겨져 있다. 바이오필리아, 즉 생명사랑이라는 말은 생명(Bio)과 좋아함 또는 호성(-philia)의 조합어이다. 윌슨은 생물 다양성의 고갈 이 단순히 경제적 또는 사회 구조적인 재앙이 아니라 그보다 더 근원적인 인간 본성의 차원에서 다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생명 사랑을 생명과 유사한 과정에 가치를 두는 타고난 경향이라고 정의하고, 인간이 생명을 탐구하고 생명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정신 성장에 필수적이며, 심오하고 복잡한 과정이라고 주장 한다. Edword o. Wilson, 안소연 역, 『바이오필리아』, (서울 : 사이언스북스, 2010)
121) 김충열, 『중국철학사』,(서울 : 예문서원, 2006) pp. 61-62
유의 기원을 살펴보기 위해 맹자 이전의 중국에서 생명에 대한 관심이 어 떤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유가 사상에서 생명에 대 한 관심의 단초는 『周易』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생명을 낳고 낳는 것을 易이라 이른다.122) 천지의 가장 큰 덕은 생명을 낳는 것이다.123) 천지가 감응하면 만물이 생명을 얻는다.124)
‘生’ 혹은 ‘生生’을 현대적 의미에서의 생명과 생명을 끊임없이 탄생시키 는 것으로 규정할 때, 위 구절들은 『주역』의 작자가 생명을 乾坤으로 대 변되는 천지 작용의 소산으로 또 생명창생을 유기체적 작용으로 파악하여 끊임없는 生生의 작용을 易이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125) 또한 주역에서 는 天地, 즉 陰과 陽이라는 두 가지 요소의 교합작용에 의해서 전체 우주 생명이 생성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즉 자연계의 운동을 생명 활동과 연결 시켜 이해한다.
한 번 陰하고 한 번 陽하는 것을 道라고 한다. 이 道를 계승하는 것이 善이며, 내적으로 이 道를 이루고 있는 것이 性이다.126)
또한 위의 인용문에서 살펴보면 주역에서는 생명이라는 문제를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 비유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陰陽이라고 하는 철학적인 개념 을 통해 생명의 본질과 현상을 해석하는 동시에 우주의 대생명과 가치의 측면을 연결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역에서는 생명이라는 개념을 단
122)『周易』,
繫辭上 “生生之謂易.”
123)『周易』,
繫辭下 “天地之大德曰生.”
124)『周易』,
咸 “天地感而萬物化生”
125) 김병환, 위 논문. p.313
126) 『周易』, 繫辭上 “一陰一陽之謂道, 繼之者善也, 成之者性也.”
순히 생물학적인 개체생명의 발생과 활동을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 의 영역을 우주 전체로까지 확대해 생명의 근거를 설명하는 동시에 그것과 개체생명과의 연관성을 철학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127)
즉 주역에서는 생명 현상을 도덕적 가치로 전환하여 이해하고 있다. 주 역에서 우리는 생명의 발전, 생명의 자기 발전을 소중히 여기는 적극적 가 치 부여와 존중을 본다. 이는 일반화시킨 추상적인 생명이 아니라 구체적 인 개개의 생명으로서 경험적 현실로서의 생명관에 기초한 우리 존재의 원 초적 모습이다. 이 경험적 자연 생명은 자기 발전을 기약하여 인문 생명으 로 비약128)할 수 있는 자기 창조성을 갖춘 것이다.129)
이러한 사유를 바탕으로 맹자의 마음론은 자연 생명으로서의 인간이 도 덕 생명으로의 전환되었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보여준다. 맹자는 타 생명의 고통을 차마 지켜보지 못하는 마음을 근거로 들어 인간의 선한 마음[心善]
을 논증하고 있는데, 이는 맹자가 말하는 도덕생명의 근원이 다른 생명에 대한 관심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다른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인 간의 본성과 연결된다.
맹자는 仁 개념 안에 생명성에 대한 논의들을 포함시켰다. 유자입정의 예에 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순수한 마음의 감정으로부터 선을 행한다. 여기서 선을 향한 근본적인 자연적 충동은 인간의 好生性, 즉 생명을 사랑하는 본 능에서 기인한다. 맹자는 타 생명의 고통을 눈앞에서 차마 지켜볼 수 없는 도덕적 기제가 우리의 생명 속에서 역동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생명 에 대한 感應의 근거는 인간의 마음, 즉 四端之心에 있다. 仁의 단서인 惻 隱之心에서 惻은 깊은 傷心을, 隱은 심한 통증을 뜻한다. 여기서 측은지심 은 타 생명의 고통과 불행에 연민과 괴로움을 느끼는 감정이며, 내가 아닌 다른 생명의 아픔과 상처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감정이다. 따라서 측
127) 함현찬, 「장재 철학의 천인합일적 인간이해와 보편생명」, 한국한문고전학회, 한 문고전연구, 25권, 2012. pp.459-494
128) 자연생명이 도덕생명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김병환, 위 논문. pp.
319-321 참고
129) 김병환, 「『주역』의 자연 생명사상」, 범한철학회, 범한철학」 20권, 1999. p. 22
은지심은 不忍之心이며, 공감적 고통(empathic distress)을 의미한다. 공감 적 고통은 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상태를 일컫는 심리학 용 어이다130).
한 사람이라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면 인한 것이 아니며, 자기의 소유가 아닌 데 그것을 가지면 의로운 것이 아니다. 거처해야 할 곳은 어디에 있는가? 인이 그것이며,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의가 그것이다.131)
또한 맹자는 죄 없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不仁으로 파악하는데, 이 또한 살아있음을 중시하는 인간의 本心과 연결된다. 맹자는 仁을 “사 람132)”, "사람의 마음133)", “사람의 편안한 집134)”으로 설명하고, 사람이 반 드시 仁에 거한 후에야 비로소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국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인간의 본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 람의 마음이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측은한 마음, 不安不忍한 마음이 다.
정호의 설명방식은 맹자의 仁 개념이 내포한 생명성을 적절하게 표현한 다. 그는 “맥박을 짚어보는 것에서 제일 잘 仁을 체득할 수 있다.135)”고 말
130) 호프만의 공감 이론에 따르면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보이고 그에 적절하게 반응 하는 공감의 능력이 인간의 도덕적 행위를 촉발하는 기제이며, 또한 그것이 계발 되고 향상될 수 있다. 호프만은 공감적으로 각성된 긍정적인 정서, 즉 기쁨이나 즐거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부정적인 정서, 즉 고통, 불안, 분노 에 관심을 둔다. 왜냐하면 친사회적 도덕적 행위의 동기로서 작용하는 것은 공감 적 고통, 공감적 분노와 같은 부정적 정서들이기 때문이다. 공감적 고통은 타인의 실제적인 고통을 목격함으로써 유발되며 다시 이 공감적 고통은 고통을 받고 있 는 타인을 도와줌으로써 경감되거나 해소된다. 김홍일, 「공감의 도덕교육적 함의 -M.L.Hoffman의 이론을 중심으로-」, 도덕교육학연구 제7집 1호, 한국도덕교육학 연구회, 2006. p. 101-103
131) 『孟子』, 「盡心 上 33」“曰何謂尙志 曰仁義而已矣 殺一無罪 非仁也 非其有而取 之 非義也 居惡在 仁 是也 路惡在 義 是也 居仁由義 大人之事 備矣.”
132) 『孟子』, 「盡心 下 16」 “仁也者, 人也. 合而言之, 道也.”
133) 『孟子』, 「告子 上 11」 “仁人心也. 義人路也.”
134) 『孟子』, 「離婁 上 10」 “仁人之安宅也.”
135) 『二程全書』권3, 1a “切脈最可體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