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에서는 ‘도덕적 주체’로서의 인간을 전제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존 재에 대한 도덕적 인식을 통해 도덕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기 이해와 가치 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도덕적인 인생관과 도덕적인 자 아상을 설계할 수 있다. 도덕과에서는 이러한 인간관에 따라 학생들이 도덕 적 주체로서의 자신을 이해할 것을 교육과정 내용 체계의 첫 번째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다.
<표 1> 2009 교육과정 내용체계
도덕 교육에 있어서 그 시작은 인간 존재의 특성을 이해하고, 도덕과 자기 자 신을 연결시키는 일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
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율적이고 통합적인 인격을 형성할 수 있다.
동양의 전통 사상 특히 맹자가 이해한 인간에 대한 관점은 도덕 교육의 목표 와 도덕과의 내용 체계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의의를 가진다. 맹자는 도덕적 주 체로서의 인간, 즉 자발적인 도덕성을 갖춘 인간 존재를 규정하며 인성론을 전 개한다. 맹자의 수양론과 정치론 등 맹자학 전반의 핵심은 인성론에 있다. 맹자 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의 사상과 학문의 방향을 설정한다.
맹자는 인간 본성의 핵심을 도덕성으로 파악하였다. 맹자는 인간의 도덕적 행 위가 타인과의 관계 형성 혹은 자신에 대한 평판의 기대가 아닌 자발적인 내면 적 도덕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에 착안하여, 인간이 도덕적 존재임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도덕적 행위로부터 파생되는 이익이나 결과를 고려하지 않 고, 자발적인 도덕성을 발휘할 수 있다. 심지어 맹자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 양지심, 시비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215)”라고 말함으로써, 사단이 인간 됨의 필수조건임을 주장한다. 이는 도덕적 마음을 구비하고 있어야만 진정 한 인간이며, 인간과 도덕성은 분리될 수 없음을 명확하게 언명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도덕에서 찾고 있는 맹자의 관점은 도덕 교육에서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도덕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규정하고, 자아의 존재 의미를 도덕성에서 찾 으려는 시도는 최근 도덕심리학의 연구 분야에서도 발견된다. 도덕심리학 의 연구 분야에서는 자아아 도덕성을 통합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데이먼(Damon, 1999)은 “자아(self)를 정의하기 위하여 도덕적 원칙 혹은 원리를 사용하는 것”이 그 개인의 도덕적 자아(moral self) 혹은 도덕적 정 체성(moral identity)이라고 불릴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하트와 그의 동료들 은(Hart, Atkins, & Ford, 1998)은 도덕적 정체성을 “타인의 행복을 보호하 고 촉진시키고자 하는 측면에서 자아감(sense of self)에 대한 헌신”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또한 Blasi는 개인이 자신을 누구인가를 설명함에 있어 도
215)『孟子』, 「公孫 上6」 “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 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덕적인 관점을 본질이자 핵심으로 제시한다고 주장한다.216) 이처럼 도덕성 과 자아를 통합시키려는 도덕 심리학의 일련의 노력들은 모두 도덕교육에 서 도덕적 자아 개념이 교육의 내용과 성취기준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방향 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맹자의 인간관은 도덕교육에서 말하는 도덕적 자아관에 부합될 수 있다. 맹자는 “사는 것[生] 또한 내가 원하고 의로움[義] 또한 내가 원하지만 두 가지를 함께 얻을 수 없으면, 삶을 포기하고 의를 취하 겠다. 삶 또한 내가 원하지만 삶보다 더 원하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구차 하게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217)라고 말한다. 도덕적 주체인 인간은 생물학 적 본능과 도덕적 열망이 충돌할 때, 도덕적 열망을 따를 수 있는 존재이 다. 따라서 맹자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구분되는 특별한 도덕적 존재라는 점을 규명한다.
인간은 감각적 욕구에 지배될 경우, 감각의 대상인 외물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인간의 삶이 동물적 삶의 수준과 다를 바가 없다 는 것을 의미한다. 맹자에 따르면 이를 벗어나 도덕적 가치를 자각하고 도 덕심에 의해 영위되는 삶이 인간다운 삶의 모습이다. 맹자는 도덕심에 부 합하는 삶을 통해 인간관계의 화합과 사회적 질서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도덕적 자아의 주체적인 도덕 판단을 통해 외적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동적인 인간상을 설정하였다. 맹자에 따르면 도덕적 자아의 ‘주 체성의 자각과 확립’은 중요한 원칙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인간의 마음과 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덕 교육의 방 법과 방향성이 설정될 수 있다. 도덕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적 도덕 성을 인식하고 이를 정체성을 형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정립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은 학교교육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적 도덕성을 인
216) 정창우, 『도덕교육의 새로운 해법』(서울 : 교육과학사, 2006) pp.294-295 217)『孟子』, 「告子 上 10」 “魚我所欲也 熊掌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魚而取熊
掌者也. 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生亦我所欲 所 欲 有甚於生者 故不爲苟得也 死亦我所惡 所惡 有甚於死者 故患有所避也,. …… 是 故 所欲 有甚於生者 所惡 有甚於死者 非獨賢者有是心也 人皆有之 賢者能勿喪耳.”
지하는데 실패한다. 교육의 방향이 자신의 본래적 마음에 대한 탐구가 아 닌 외부에서 구성된 지식의 습득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기는 자 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자신의 도덕적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고, 도덕적 주체로서의 자기 인식을 실패하면 앞으로의 도덕적 행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도덕교육에서는 학생이 도덕적 주체로서의 나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덕성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교과의 방향을 설정하고 내용을 구성해 야 한다.
또한 맹자가 제시한 도덕적 인간상은 특히 인성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한다. 도덕과는 도덕적 주체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바른 인성과 그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함양할 수 있는 인성 교육의 주관 교과이며 핵심 교과이다. 도덕과는 공동체 구성원이 공유해야 할 ‘행위의 표준’ 혹은 ‘도덕적 가치의 공통 기반’을 제공하며 학생들에게 도덕적 탐구 와 성찰 기회를 부여하여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데 공헌한다는 점에서 인성교육의 중핵 교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2012년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청소년 폭 력 예방을 위해 인성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한 학습 내용을 성취 기준에 반영하 고, 프로젝트형 인성 교육의 다양한 접근법을 활용하여 인성 핵심 역량을 효과 적으로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학생들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다움’에 대한 이해가 정립되어야 하며, 올바른 인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맹자는 사람다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며, 올바른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제 시한다.
맹자는 ‘사람다운 사람’을 도덕적 인격이 완성된 사람으로 규정하고, ‘사 람다움’의 모델로 大人, 君子, 聖人을 제시한다. 대인은 도덕적 인격이 성숙 된 사람을 의미한다. 맹자는 “仁에 거처하며, 義를 말미암으면 대인의 일이 갖추어진 것이다.218)”고 하였다. 대인은 스스로 자신의 도덕성을 함양하는
218)『孟子』, 「盡心 上 33」 “居仁由義 大人之事 備矣.”
인물이며, 자신의 도덕성을 타인과의 관계로 확장시켜 다른 사람과 함께 도를 행위할 수 있는 인물이다. 맹자에 따르면 도덕적 인격을 갖춘 사람은 천하 사람들의 모범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상적 인간은 스스로의 수양을 통해 인, 의, 예를 행하여 마음이 지향하는 상태에 도달하면 백성들과 함께 도를 행할 수 있다. 이는 도덕과에서 추구하는 인성 교육의 방향성과 부합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인성 교육은 학생들의 도덕적 인격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그 구체적 내용과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