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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기근과 정부의 기근대응정책

이제까지 사회주의 경제에서 발생한 기근들의 공통적 특징 가운 데 하나는 정부가 적절한 기근 대응책을 수립하는데 실패함으로써 기근의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사실이다.80 예를 들어, 1932~33년 소비에트 기근의 경우 당시 소련정부는 기근지역의 식량상황에 별 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들 지역에서 너무 많

80이 節의 논의는 Lee, Suk, Food Shortages and Economic Institutions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pp. 261-263을 따른 것이다.

은 곡물을 수집해 갔고, 국제적인 식량지원 제의 역시 무시했으며, 심지어는 곡물을 수출하기까지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958~61 년 중국기근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해서 중국 정부 또한 아직까지 당시의 기근대응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물론 각각 의 기근에 대해 사회주의 정부가 보여준 대응은 무척 달랐지만, 그 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기근 정책상의 문제점이 나 타났다.

① 정보 실패: 대다수 사회주의 정부는 기근의 발생 사실을 초기에 파악하는데 실패했다. 그들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과장된 식 량생산통계를 그대로 믿어 버리거나, 식량생산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어도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② 구호 실패: 대다수 사회주의 정부는 기근지역에 적절한 구호식 량을 지원하는 일에 소극적이었다. 때로는 국제사회의 식량지 원을 거부하고, 곡물을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기근의 피해를 더 욱 크게 만드는 오류를 범했다.

③ 분배 실패: 대다수 사회주의 정부는 농가로부터 너무 많은 식량 을 강제 수집(collection)하는 경향이 있었다. 농가의 식량생산 량이 감소하더라도, 정부의 식량수집 목표량은 상대적으로 비 탄력적이었고, 이로 인해 농가들이 생산량 감소의 영향을 직접 받아 기근의 피해자로 전락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기근의 발생 당시 이들 사회주의 경제가 가지고 있던 식량 지위 체계를 감안하면, 위와 같은 정책실패는 그리 놀랄만한 일이 되 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들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생산된 식량의 일차

적 청구권을 국가가 갖고 있었다. 이로 인해 각 농가 또는 집단농장 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식량에서 정부의 수집 목표량을 일차적으로 충족시켜야만 했으며, 그 여분의 식량으로 자신들의 소비를 해결해야 했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의 식량 수집 목표량을 달성하는데 특이한 어려움이 없는 한, 농촌의 식량사정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더욱이 정부는 도시민들의 식량소비를 국가의 배급제로 보호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농촌에서의 식량생산이 크게 떨어지더라도 각 농가 또는 협동농장에 하달하는 식량수집 목표량을 크게 줄일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 그 결과 식량생산량의 감소는 곧바로 농촌에서 의 식량사정 악화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었고, 이로 인해 주로 농민들 이 기근의 피해자로 등장하였다. 기근의 피해자가 주로 농민층에서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구호식량의 제공에도 소극적이었다. 이들이 사 회주의 체제발전에 핵심적인 세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구호보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기근이 발생했다는 다소 당황스러운(?) 현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둔 것 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주의 정부의 정책실패가 1994~2000년 북 한기근에도 그대로 반복되었던 것일까? 물론 이와 관련된 여러 비 판을 북한정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앞서 우리가 언급한 북한의 식량지위체계를 상기해 보면, 이러한 비판이 과연 얼마만큼의 현실적 타당성을 지니게 될 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 이미 언급한대로, 북한은 생산된 식량의 일차적 청구권을 협동농장 조합원이 갖고 있 다. 따라서 식량생산이 감소할 경우, 그 일차적 영향은 농가의 소비 량 변화가 아니라 정부의 식량 수집량 변화로 나타나게 된다. 정부

가 생산량의 감소에 따른 식량사정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동일한 이유에서 식량사정 악화의 영향 역시 농촌에서 보다 도 도시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만일 도시민들이 북한 사회주의 정권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면, 북한정부는 악화되는 식량사정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또는 이에 대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 되는 것을 차단하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식량사정 악화 를 방지하는데 노력할 개연성이 높다. 북한의 경우 앞서와 같은 여 타 사회주의 정부의 기근 대응책 실패가 그대로 반복될 여지가 별로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개념적인 논의가 1994~2000년 북한기근이라는 현 실상황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다음 절에서부터는 북한정부의 기근대응정책과 관련하여 과연 무 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