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매슬로의 욕구이론에 대한 비판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매슬로의 욕구이론에 대한 비판"

Copied!
31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1)이경인․이진남*

목 차 1. 머리말

2. 뺷피로사회뺸를 통해서 본 현대인 3. 매슬로의 욕구이론 적용의 한계점 4. ‘철학함’의 필요성

5. 결론

<국문초록>

이 글은 현대인이 지닌 과잉긍정 문제 해결에 있어 매슬로의 욕구이론의 한계 를 살펴보고, 그 이론의 적용에 있어서 ‘철학함’의 필요성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제2장에서는 한병철의 뺷피로사회뺸를 통해 현대인의 과잉긍정 문 제를 조명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인은 신경증적 병리증상을 호소하고 있고, 이는 과잉긍정을 원인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대인에게 더 이상의 긍정성은 위험한 것이 된다. 제3장에서는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과잉긍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그의 이론을 간략히 살펴본다. 이어서 이 욕구이론은

‘빈약한 자아관’, ‘무한 동기로 작용하는 자기실현’, ‘낙관적 성향’을 이유로 과잉긍 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옹호하게 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제4장에서는 현대인의 과잉긍정 문제에 있어서 매슬로의 이론이 건전하게 적용되 기 위해서는 ‘철학함’이라는 철학적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밝힌다. 철학함이 라고 하는 철학적 과정의 특징은 어떠한 상황과 대상에 대해 규범적 접근을 할 수 있으며, 비판적 검토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매슬로의 욕구

* 강원대학교 철학과

(2)

이론이 지니고 있는 적용의 한계점, 즉 ‘빈약한 자아관’, ‘무한 동기로 작용하는 자 기실현’, ‘낙관적 성향’을 보완하여 과잉긍정 문제를 다루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한 다. 또한 철학함의 특징들은 자아정체성, 욕구, 현실 왜곡 등에 직접적인 접근 및 검토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과잉긍정 문제 역시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살펴본다. 매슬로의 욕구이론은 현재 수많은 분야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오 용과 남용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 이론이 담고 있는 의미가 건전 하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철학적 과정이 함께 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많은 현 실적인 문제들과 고통들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제어 : 피로사회, 과잉긍정, 매슬로, 욕구이론, 철학함

1. 머리말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간은 무언가를 원한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충족했 을 때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욕구라고 하는 것은 인간에게 본성적으로 주어진 능력이다. 이러한 욕구는 때로는 좋은 것으로 때로는 나쁜 것으로, 또는 중요한 것 혹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브라함 매 슬로는 욕구를 ‘좋은 것’,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자신만의 욕구이론을 제시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그가 겪은 시대 상황과 인간의 모습은 선 보다는 악에 가까웠다. 그러나 매슬로는 인간은 악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 만, 어떤 분명한 긍정성을 지니고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 선과 악이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은 선하다 는 자신의 확신을 이론적으로 증명하고자 했다.

그동안 매슬로의 욕구이론은 각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인간 욕구에 대한 설명으로서 심리학 이론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이론이 만들어진지 50년 이상이 흐른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3)

것인가? 게다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 즉 과잉 긍정으로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있는 현대인에게 이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인가? 앞으로 살 펴보겠지만, 현대인들은 피로와 우울증, 번 아웃(burn-out) 증후군 등을 호 소하고 있으며, 이는 과잉긍정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이 는 현대인의 욕구와도 관련이 있다. 그렇기에 건강한 인간이 되는 것을 목 표로 하고 있는 그의 이론이 과잉긍정과 관련된 문제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매슬로의 욕구이론은 현대인의 과잉긍정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가?’라는 문제를 던지고 답을 구해보고자 한다.1)

본 논문에서 매슬로의 욕구이론과 철학적 사유 과정의 필요성을 검토하 는 작업은 단순히 비판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설정하고 이 이론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강화하는 작업이 된다. 왜냐하면 자기실현이 라는 이상적 지점은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 요소와 성취의 방법 등을 제시 하지 못한다는 이 이론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소비자본주의시대라고 할 수 있다. 성과와 소비를 성공과 행복의 척도로 삼

1) 본 논문의 주요 개념인 욕구에 대한 매슬로의 구분을 살펴보자면, 매슬로의 욕구이론에 서 욕구는 ‘need’에 상응하는 개념이다. ‘need’를 ‘필요’로 번역할 경우 심리적 상태의 의미가 약한 신체적 결핍상태를 지칭하지만, 매슬로는 ‘욕망’의 의미를 포함한 ‘욕구’로서, 심리적 상태의 의미를 강하게 부여하여 사용한다. 번역자는 ‘need’를 욕구로, ‘desire’를 욕망으로, ‘drive’를 추동으로 구분해서 번역하였다. 분명 욕망(desire)의 의미가 욕구 (need)보다 심리적 상태 및 활동과 더욱 관련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매슬로가 “The typical desire is much more obviously a need of the whole person. It would be far better to take as a model for research such a drive, let us say, as the desire for money rather than the slicer hunger drive, or even better, rather than any partial goal, a more fundamental one, like the desire for love.”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는 욕구에 욕망의 의미를 편입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어서 그가 ‘the desire for love’를 다음 문장에 ‘the need for love’라고 다시 표현하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매슬로가 비록 ‘need’와 ‘desire’의 정의를 분명하게 내리지는 않았으나, 욕구를 ‘욕구+욕 망’의 형태로 간주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A. H. Maslow, Motivation and Personality, (New York: New York: Harper & Row Publishers, 1970), pp.20~21.

(4)

고 있는 현대인에게 매슬로의 욕구이론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매슬 로의 이론에 대한 비판 작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시도가 되며, 자기 실현 이전에 먼저 ‘자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제2장에서는 뺷피로사회뺸를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살펴보고 과잉긍정의 위험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제3장에서 는 매슬로의 욕구이론을 간략하게 살펴본 후, 이 이론이 현대인의 과잉긍정이 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제4장에서는, 현대인에게 매슬로의 욕구이론을 적용하려면 ‘철학함(doing philosophy)’의 과정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자 한다.

2. 뺷피로사회뺸를 통해서 본 현대인

본 논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용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 인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일 것이다. 논자는 뺷피로사회뺸에 나타난 후기근대 의 인간을 현대인으로 간주하고 그 특징을 살펴보려한다. 한병철은 뺷피로 사회뺸에서 “21세기의 사회는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변모했다. 이 사회 의 주민도 더 이상 ‘복종적 주체’가 아니라 ‘성과주체’라고 불린다.”고 말하 며 현대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2) 성과사회 이전의 사회인 규율사회 는 ‘~해서는 안 된다’, ‘해야 한다’라는 조동사가 지배적인 사회였다고 말한 다. 그는 규율사회에서의 ‘복종적 주체’는 부정성을 통해 자신을 지키고, 이 러한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하였다고 말한다.3) 그러나 이제 이러한 주체는 성과주체로 변하였다. 한병철은 성과주체가 신경성 질환들을 호소하고 있 다고 말한다. 이 질환들에는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경계성성격 장애, 소진증후군 등이 있는데, 그는 이러한 증상들이 과잉긍정에서 기인한

2) 한병철, 뺷피로사회뺸, 김태환 역, (문학과지성사, 2012), 23면.

3) 같은 책, 24면.

(5)

것이라고 판단한다.4)

한병철에 따르면, 과잉긍정은 현대 사회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 하에 채택되고 권장된 ‘긍정의 도식’으로 인한 것이다. 이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 에서 더 많은 노동과 생산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금지시키는 것’

보다는 ‘무언가를 권장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기에 채택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이러한 ‘긍정의 도식’을 ‘성과의 패러다임’과 대체 가능한 개 념으로 간주하며, 긍정성이 성과의 극대화와 직접적으로 관계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5) 정리하자면 성과를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긍정성을 지니 는 것은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고, 또 다시 상호적으로 성과가 극대화되면 될수록 긍정성은 강화되는 것이다.

한병철은 ‘성과주체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다.’고 하였다. 과다한 노동에 따른 결과인 성과는 자기를 착취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자기 착취가 자유로운 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6)그에 따르면, ‘할 수 있음’은 성과사회를 대표하는 긍정적 조동사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로운 개인이며, 동시에 성과사회 속 개인은

‘할 수 있음’이라는 긍정성을 지닌 존재로서, 성과라는 목표를 자유롭게 선택하 며 그 성과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로 스스로 여기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는 성과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 도 성과주체는 자신과의 전쟁으로 인해 탈진해버리고 우울 상태에 빠진다.

그 결과로 남는 것은 공허한 자아뿐이다.7)이처럼 21세기를 지배하는 신경증 적 병리증상은 이러한 긍정성의 과잉을 통하여, 성과를 위해 자기를 착취하는, 자기관계에 몰입된 주체에게 나타나는 피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성과주체로 서 현대인은 스스로를 소모하고 탈진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같은 책, 11면과 17면.

5) 같은 책, 25면.

6) 같은 책, 29면.

7) 같은 책, 94~95면.

(6)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현대인이 과도한 성과지향성과 긍정성을 지니 는 것은 독이 된다. 성과사회에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과잉’이다. ‘하면 된다.’와 같은 교훈은 ‘하면 되는’ 상황과 대상에 적용해야하는 것인데, 불가능하고 역기 능을 초래하는 상황과 대상에도 ‘할 수 있다.’를 적용하는 것은 과잉긍정이 며, 병리적 증상을 키울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에

‘할 수 있음’이라는, 해야 하는 것에는 ‘해야 함’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이야 말로 건강한 사람이 지녀야할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뺷피로사회뺸에서 나타나는 현대인의 모습 중 또 다른 특징은 ‘자아’에 대 한 부분이다. 한병철은 성과주체의 과도한 자기착취의 결과는 공허한 자아 뿐이라고 말한다. ‘자아는 타자의 부정성을 부정함으로써 타자 속에서 자기 자신을 확인한다.’고 말하고 있듯이, 성과사회 이전의 자아는 타자 속에서 자신이 확인되는 것이었다.8)그렇다면 성과사회에서 개인의 자아는 어떠한 가? ‘부정이 없는 동질적인 것의 공간, 적과 동지, 내부와 외부, 자아와 타자 의 양극화가 일어나지 않는 공간’인 성과사회에서 자아는 타자와 양분되지 않기에 타자를 통해 확인되지 않는다.9) ‘소진증후군은 자아가 동질적인 것 의 과다에 따른 과열로 타버리는 것’10)이며, ‘우울증은 성과주체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발발’11)한다는 그의 입장은, 성과주체로서 자아가 자기착취 를 통해 사라져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모든 외적 강제에서 해방되었다고 믿는 긍정성의 사회는 파괴적 자기 강제의 덫에 걸려든다’고 말하고 있다.12)이처럼 현대인의 자아는 자기 몰입적이다. 성과주체로서 자 아는 모든 근거를 자신에게 두고, 이상을 위해 현실적 자아에게 채찍질하는

8) 같은 책, 16면.

9) 같은 책, 21면.

10) 같은 책, 22면.

11) 같은 책, 28면.

12) 같은 책, 102~103면.

(7)

자아인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바와 같이 자기 착취적 자아는 결국 공허 한 자아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3. 매슬로의 욕구이론 적용의 한계점

제2장에서는 매슬로의 욕구이론을 현대인에게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는 지 알아보기 위해, 후기근대인이라 할 수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살펴보았 다. 이제 본 글의 목적을 위해, 제3장에서는 매슬로의 욕구이론을 뺷동기와 성격뺸, 뺷존재의 심리학뺸을 통해서 살펴보고, 현대인의 과잉긍정 문제해결 에 있어서 그 한계점을 지적하려 한다.13)

3.1. 매슬로의 욕구이론

매슬로는 대표작인 뺷동기와 성격뺸, 뺷존재의 심리학뺸을 통해서 자신의 욕 구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의 욕구이론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성을 가 진다. 첫째, 매슬로가 ‘욕구는 인간 본성과 다르거나 반대되지 않으며 인간 본성의 일부’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모든 기본욕구는 본성으로 파악된다.14)둘째, ‘욕구들은 강도에 따라서 일종의 위계를 이루 어 배열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15)셋째, ‘자아실현은 그 아래로 나머지

13) 미국심리학자 워터맨(A. S. Waterman)은 인본주의 심리학과 긍정심리학 간의 철학적 기반에 대한 비교를 하였는데, 이들은 철학적 기반의 차이에 따라 존재론적, 인식론적 관점의 차이를 보였으며 실천에 있어서도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과잉긍정 문제와 관련한 인본주의 심리학적 이론에 대한 비판은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긍정심리학 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

A. S. Waterman, "The Humanistic Psychology-Positive Psychology Divide - Contrasts in Philosophical Foundations", American Psychologist, Vol. 68, No. 3, (2013), pp.124~

133.

14) A. H. Maslow, 뺷동기와 성격뺸, 오혜경 역, (북이십일, 2009), 155면.

15) 같은 책, 69면.

(8)

모든 욕구들을 포괄’하고 있다.16)넷째, 욕구는 결핍욕구와 성장욕구로 구 분된다.17)매슬로가 네 가지 특성으로 욕구를 설명하고 있는 것은, 그의 인 간 본성의 본질에 대한 관점에 따라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내적 본성은 인간 종에 있어서는 전반적인 것이지만, 각자에게 있어서 독특한 것 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은 선하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본성은 외적인 것에 가려질 수 있기에 발현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18)

매슬로의 욕구이론과 본성에 관한 관점을 볼 때, 인간의 욕구는 모든 인간 종에서 보이는 것이며, 각자에게 고유한 것으로 나타나며 가치중립적이거나 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삶의 동기로 작용하며, 최종적 으로는 성장의 동력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매슬로에게 있어서 인간은 성장할 수 있고, 성장욕구를 발현 및 성취함으로서 이것이 가능하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욕구의 위계적 배열에 따라, 최상위에 있는 욕구인 자기 실현욕구는 하위 욕구의 충족을 통해서 도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19)

매슬로는 모든 인간이 자기실현을 할 수 있으며, 건강한 사람은 자기실현 한 사람이라 여기고 있다.20)모든 인간이 이미 자기 실현할 수 있도록 되어

16) A. H. Maslow, 뺷존재의 심리학뺸, 정태연․노현정 역, (문예출판사, 2004), 308면.

17) 같은 책, 118면과 129~130면.

또한 매슬로는 뺷동기와 성격뺸(153면, 157면, 163면 등)에서 생존과 성장을 구분하며, 결핍과 성장의 차원에서 인간의 욕구를 구분한다. 추가적으로, 번역에 따라 뺷동기와 성 격뺸에서는 자아실현이라는 용어를, 뺷존재의 심리학뺸에서는 자기실현이라는 용어를 채 택해 사용하고 있다. 엄격하게 보자면 자아실현과 자기실현은 구분되겠지만, 본문에서 는 느슨하게 역자의 번역과 맥락에 따라 혼용하려한다.

18) 같은 책, 80~82면.

19) A. H. Maslow, 뺷동기와 성격뺸, 88면과 109면.

20) “나는 ‘건강한 사람들이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유선택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 관찰한다.’고 말하고 싶다. … 더군다나 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반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 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기실현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고, 적어도 원론적으로 나에 게(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자기실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9)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배우기만 한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말한 다. 그는 ‘환경의 궁극적인 역할은, 인간이 환경의 잠재력이 아닌 자기 자신 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허용하거나 도와주는 것이다. 환경이 인간에게 어 떤 잠재력이나 재능을 부여하지는 않는다.’고 하며 인간의 본성의 발현이 주요 방법이지만 환경의 역할이 필연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21)환경이 생 존에 필요한 것을 제한하지 않고, 인간의 언론, 행동, 표현 등의 자유가 형 성되는 것은 인간이 본성을 발현하여 자기실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지향하는 이상적 인간인 건강한 사람으로 서 자기실현인의 특성들을 항목들로 제시하고 있다.22)

3.2. 적용의 한계점

위에서 살펴본 욕구이론은 현재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이 이 론은 심리학, 상담학, 교육학, 경영학, 경제학 등의 분야에서 인간 욕구와 인간 본성 이해의 근거자료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논자는 이 욕 구이론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것에는 문제 점이 있다고 보았다.23)왜냐하면 인간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이 욕구이론이 과연 ‘현대인이 당면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가.’하는 문제는 주요 사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 본대로, 현대인은 과잉긍정을 통한 성과지향, 자기몰입적 자아 문제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다시 신경증적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A. H. Maslow, 뺷존재의 심리학뺸, 315면.

21) 같은 책, 319면.

22) 이들은 ‘절대적 완전함’이 아니라 ‘인간적 완전함’을 이룬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23) 본격적인 비판적 접근에 앞서 주의할 점은 이 글은 매슬로의 이론 자체를 비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이론이 교육학, 심리학, 상담, 경영,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해되고 적용되는데서 생기는 한계점을 조명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주요 논제는 ‘이 이론의 적용을 통해 과연 현대인의 과잉긍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다.

(10)

병리증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렇기에 논자는 더 이상의 ‘과잉긍정’은 현대인에게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왜 굳이 욕구이론과 과잉긍정 문제를 연결하여야 하는가? 그것 은 일(work)의 의미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조안 시올라의 저서 뺷일의 발견뺸 을 통하여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고용주 들이 자기실현 같은 추상적 욕구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 여할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고 이것은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하였다.24)또 한 ‘욕구는 때로 사람들에게 일하는 동기가 되어주기도 하고, 일하지 않도록 만들기도 한다. 경영자들이 깨달은 비결은 이러한 욕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 키면서, 또 다른 욕구를 장려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매슬로의 욕구이 론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25)이를 통해 조안 시올라는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오용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면서도 욕구이론이 잘못 적용될 위험 성이 있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한다.26)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과잉긍정 문제 와 욕구이론이 연결될 요지가 충분하다. 왜냐하면 과잉긍정이 현대 사회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 하에 채택되고 권장된 ‘긍정의 도식’인 것처럼, 욕구 이론의 이용 역시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 하에 채택된 전략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펴볼 것이지만 긍정성은 활동의 태도이며 욕구는 활동의 동기이자 근거가 된다. 한병철과 조안 시올라의 입장을 따르자면 성과사회는 현대인 에게 긍정성을 활동의 태도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며, 현대인 자신의 욕구를 그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대의 성과사회라는 측면에서 과잉긍정 문제와 욕구문제를 연결시켜 살펴보는 것은 유효한 것이라 할 수 있다.27)이제 본격적으로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현대인의 과잉긍정 문제를

24) Joanne B. Ciulla, 뺷일의 발견뺸, 안재진 역, (다우출판사, 2005), 9~14면.

25) 같은 책, 170면.

26) 같은 책, 173면.

27) 본문에서는 생산성 향상으로서 긍정성의 전략과 욕구의 전략을 구분하였는데, 실제로 는 긍정성과 욕구가 생산성 향상에 있어서 완전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

(11)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를 강화시킬 위험성을 지닌다는 점에 대해 지적 해 보고자한다.

3.2.1. 기능적 자아

논자는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과잉긍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가 빈약한 자아관에 있다고 본다. 매슬로에게 욕구란 동기와 같은 의미 를 지닌 것이기에, 결핍욕구와 성장욕구는 결핍동기와 성장동기의 의미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다.28)그런데 문제는 그가 설정한 결핍과 성장의 주체 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매슬로는 이론을 전개하면서 자아(ego) 개념과 자기 (self) 개념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결핍과 성장 주체의 의미로 볼 수 있는 것은 자아(ego) 혹은 자기(self)일 것이라고 여겨진다.29)논자는 매 슬로의 입장에서 자아와 자기를 구분하여 살펴봄으로서 한계가 되는 지점 을 명확히 하려 한다.

그의 주요 저서 제목이 뺷존재의 심리학뺸인 것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듯 이, 그는 존재(being) 개념을 중점으로 두고 이론을 전개해간다. 매슬로는

야한다.

28) 매슬로의 경우는 ‘욕구’와 ‘동기’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그가 볼 때 욕구와 동기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흔히 동기는 욕구에 의해 만들어진 동인이 행동을 일으키기 위해 특정목표에 대하여 활성화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므로 엄밀히 구분하자면 동기와 욕구가 다른 점은, 욕구는 항상적인 균형이 무너졌을 때 발현하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사실 매슬로의 이론을 아포케라는 현상학적 관점에서 보아 각 개인에게 있는 욕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현하는 인간상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매슬로의 의도와는 달리 지금까지 이해되고 사용되어온 그의 욕구이론은 교조적으로 인간의 본성을 이러이러하다는 일반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논자는 이러한 이해와 사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29) 매슬로는 자기실현 하는 사람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강한 자아(strongest ego)와 자기초 월(self-transcending)을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 이는 매슬로가 자아와 자기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표현하지 않았을 지라도, 최소한 구분 가능한 것으로 간주하였다고 볼 수 있다.

A. H. Maslow, Toward a Psychology of Being, (Mansfield: Martino Publishing, 2010), p.131.

(12)

자기실현을 이룬 사람을 이상적인 건강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이 런 사람을 존재를 발현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고, 이런 의미에서 매슬로에게

‘존재’는 ‘자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매슬로의 이론에서 결핍과 성장의 주체 역시 자기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매슬 로는 인간 본성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자기’ 개념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자 아를 언급하면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에게 결핍과 성장이 실현되는 대상으로서 자기는 주체지만, 결핍과 성장 의 활동은 자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를 구분하자면 매슬로에게 자기는 ‘존재’로서 자신 그 자체라 볼 수 있고, 자아는 결핍의 충족과 성장을 하도록 기능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30)이 구분을 다시 통합적으로 보자면, 자기는 자아를 포함하여 존재, 자신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으며 자아는 그 존재를 실현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래는 이러한 매슬로의 자아에 대한 입장을 기능주의적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논자 역시 이에 동의한다.31)이와 관련하여, 논자는 매슬로가 자기실현 성취 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이론의 한계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매슬로의 연구 결과가 단지 자기실현한 사람들의 성격에 있어 외형 적 모습을 관찰한 결과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32) 이는 매슬로가 자기 실현이라는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성격의 내적 모습 및 정체성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아의 내적 내용을 간과하고 기능적 성향에 편중되어 있는 점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

30) 매슬로는 뺷존재의 심리학뺸에서 ‘건강하고 완전하게 기능하는’, ‘완전히 기능하는’이라 는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며 완전한 기능과 자아, 자기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매슬로의 이론이 지닌 기능주의적 성향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라.

김정래, 「교육목적으로서 ‘자기실현’의 재음미: 매슬로우의 이론을 단초로 한 논의」, 뺷교육 철학연구뺸, 제36집, (2014), 49~70면.

31) 같은 글, 51면.

32) 이진남, 「왜곡된 욕망과 정신건강」, 뺷철학연구뺸, 제44집,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2011), 221~222면.

(13)

자면, 매슬로에게 자아는 다른 어떠한 구조적, 요소적 의미보다는, 위계적 욕구를 충족하고 성장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자아는 어떠한가?

논자가 뺷피로사회뺸를 통해 살펴본 현대인은 성과주체로서 그 정체성은 성과로서 결정되는 존재인데, 이러한 현대인은 자신의 정체성인 성과를 위 해 활동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성과라는 것은 자아를 구성하는 것임과 동시 에 자아를 확인하는 요소가 된다. 자아정체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비 록 자아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확인 가능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 다.33)결국 그들에게 자아는 실체적인 무언가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슬로의 이론에서 기능주의적 자아는 현대인의 자아를 설명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매슬로의 입장은 현대인의 자아에 대한 기능적 측면은 설명 할 수 있지만, 이론상의 한계로 구조와 요소로서 현대인의 자아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매슬로의 이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아의 구조나 요소 를 중요한 것으로 보지 않기에, 성과를 통해 확인하는 현대인의 자아는 명 확하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남는다. 또한 욕구이론에서 빈약한 자아의 모습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는다고 도 할 수 있다.34)이러한 한계점과 동시에 기능주의적 자아의 문제는 과잉

33) 김선희에 따르면, ‘욕구와 믿음, 가치 등 행위자의 모든 상태들의 체계가 곧 자아를 구성한다.’ 이러한 자아는 ‘욕구와 믿음과 가치들이 모여서 그 개인의 인격, 혹은 성품체 계를 구성하며 동시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자아정체성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논자는 이러한 설명 역시 매슬로가 간과한 자아의 구조와 요소의 측면에 서 설명한 것이라 보고 있다.

김선희, 「자아정체성에 기초한 철학상담 방법론」, 뺷철학연구뺸 제85집, 철학연구회, (2009), 231~232면. 참고.

34) 매슬로의 자아에 대한 입장을 현대인에게 적용할 수 없는 문제는 아래의 그림처럼 표 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선희가 말한바와 같이 자아는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하 는 것이다. 그러나 매슬로의 이론은 자아를 기능에 국한하여 다루고 있기에 빈약한 자 아관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의 자아는 개인의 주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이다. 또한 이러한 자아의 역할은 ‘자기’에 근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매슬 로의 자아관은 현대인의 자아관과 다르며, 설명에 있어서도 기능적 측면에 국한될 수밖

(14)

긍정의 옹호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앞서 밝힌 바 와 같이, 매슬로는 자아가 결핍을 충족하려는 기능을 함과 동시에, 최종적 단계로서 자기실현욕구에 따라 성장동기를 실현 및 성취하도록 기능한다 고 여겼다. 자아는 결핍의 충족과 성장의 활동 주체로서 기능적 자아로 간 주되는 것이다. 그런데 실체로서 간주되는 현대인의 자아는 자신의 정체성 을 성과에 두고 추구하고 있으며, 긍정성을 통해서 성과를 추구하는 동력을 얻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의 기능을 하는 기능적 자아는, 한병철이 말한바와 같이, 현대인의 자아가 현실자아를 이상자아에 맞추기 위해 활동하는 자아로 기능하는 것을 옹호할 여지가 충분하다. 왜냐하면 기 능적인 면에서, 현대인의 자아가 위와 같이 활동하는 것은 온전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능적 자아에게 긍정성은 성장을 위한 기능의 방식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매슬로의 기능주의적 자아관이 현대인의 자아에 대한 온전한 설명이 불가능하거니 와, 성과를 향한 과잉긍정과 그 활동을 자아의 기능으로 인정할 수 있는 위 험성을 내포하는 한계가 있다.

에 없다. 이 논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아와 자기 개념은 매슬로를 언급할 때는 매슬로 의 구분을 따르지만, 다른 문맥에서는 그 문맥과 사상가에 맞게 사용한다. 왜냐하면 서 로 다른 사상가와 문맥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을 체계와 문맥을 무시하고 통일하려는 시 도는 자칫 의도하지 않은 왜곡을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 ‘주체’, ‘정체성’ 개념 의 사용에도 마찬가지이다.

(15)

3.2.2. 무한한 욕구로서 자기실현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현대인의 과잉긍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또 다 른 한계점 및 문제점은, 자기실현이 목표적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기인한 다. 매슬로의 욕구이론에서 자기실현은 기본욕구라 할 수 있는 결핍욕구와 성장욕구를 충족 및 성취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는 절정경험35)을 통해 성장욕구를 성취해간다고 말하는데 이는 즉, 자기실현하기 위해서는 성장욕구를 충족 및 실현해야하는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자기실현한 사람의 특징들을 나열하면서, 자기실현을 건강한 삶을 위 한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36)

논자는 이러한 자기실현의 목표적 성격은 자기실현 욕구와 별개로 또 다른 성장동기를 제공하며, 무한히 재생산되는 동기라는 특징을 지니는 것으로 보았다. 매슬로의 이론에서 자기실현은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본성라고 할 수 있는 욕구의 발현과 충족 및 성취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욕구 는 자기실현의 동기로서 작용하는데, 문제는 동기가 자기실현욕구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기실현욕구에 따라 추구되는 목표인 ‘자기실현’은, ‘자기 실현’이라는 목표 자체 때문에, 다시 동기가 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자기실 현이 어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것을 바라는 ‘도구적 욕구’가 되는

35) 매슬로의 이론이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실현 방법의 부재이다. 그는 절정경험 을 통해 자기실현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절정경험이 자기실현의 증거가 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절정경험이 세상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며(자기실현), 일상 속에서 소소한 형태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비완전성)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 한 입장은 순환론적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김정래, 같은 글, 51면.’ 참조.

36) 매슬로는 자기실현을 연구함에 있어서, 자기실현한 사람이 보이는 외현적 특징에 대한 관찰만을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결과가 자기실현자의 특징이 특징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변화 하는 사회적 가치가 자기실현의 가치가 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는 성과사 회와 성과주체의 문제와도 관련될 것이다.

(16)

것이라고 볼 수 있다.37)이것은 매슬로가 자기실현을 어떠한 단계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발달’의 과정으로 여기고 있는 부분과 관련된다. 매슬로는 ‘성장 은 연속적이고 다소 안정적으로 상향적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발달이다. 더 많은 것을 얻을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소망은 끝이 없고 결코 성취되거나 충족되지도 않는다.’라고 하며 성장의 무한한 성격을 말하고 있다.38)결핍욕구는 충족을 통해 사라지는 반면, 성장욕구는 충족이 되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항상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39)

매슬로는 자기실현을 발달의 의미로 파악하면서, 이론 내적으로나 현실 적으로 자기실현욕구의 성취를 최종적 목표로 간주하였다. 또한 자기실현 은 최종적 목표이면서, 마르지 않는 동기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말하듯이 자기실현한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으로서, 인간적으로 건강한 사람 이다.40)그렇기에 자기실현을 성취한 사람은 모든 부분에서 완전히 실현한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에서 절정경험을 통해 욕구를 실현한 사람이다. 금교 영은 현상학적 심리학자라 부를 수 있는 매슬로의 입장을 설명한다. 그 역 시 매슬로가 인간은 본성적으로 완전함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 았으며, ‘자기실현’이라는 것을 보았을 때 인간만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인격 사고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41)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 은 자기실현을 이룬 사람의 자기실현욕구는 다시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이

37) W. Irvine, 뺷욕망의 발견뺸, 윤희기 역, (까치, 2008), 75면.

38) A. H. Maslow, 뺷존재의 심리학뺸, 126면.

39) 논자는 ‘이전 단계의 욕구 충족이 자아실현의 필요조건인지 충분조건인지 여부의 애매 함 등 연구 방법에 있어 상당한 문제점들을 노정시키고 있다.’며 매슬로의 이론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논자가 다시 지적하는 점은 매슬로의 욕구이론 에서 자기실현욕구와 자기실현이 모두 목표임과 동시에 동기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이진남, 「왜곡된 욕망과 정신건강」, 222면.

40) A. H. Maslow, 뺷동기와 성격뺸, 306~307면.

41) 금교영, 「현상학적 심리학자의 인간관을 통한 인격연구」, 뺷철학논총뺸, 제61집, 새한철 학회, (2010), 174~177면.

(17)

다. 이러한 입장은 과잉긍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긍정하는 방 식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고 본다.42)

자아에 대한 설명에서 언급 했듯이(3-2-1), 현대인들은 성과를 통해 자기 및 자아를 확인하며 성과를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긍정성은 성과를 내기위한 활동의 힘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진정한 자기와 자아에 대한 반성적 검토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적 목표로 설정되는 자기실현은 현대인에게 성과적 목표로 환원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적용의 한계 가 있고 또한 위험한 것이라 할 수 있다.43)그리고 무한한 욕구 발현과 성장이 가능하다는 매슬로의 입장은 한병철이 말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만 있고 하지 않을 힘은 없다면 우리는 치명적인 활동 과잉 상태에 빠지고 말’ 가능성을 지니는 것이다.44) 정리하자면 현대인의 주체에 대한 선행적 분석 없이, 그리고 매슬로가 주장하는 자기실현에 대한 이해 없이 매슬로의 욕구이론을 현대인에게 적용한다면, 자기실현은 결국 무한한 동기로 기능하 며 성과주체의 과잉긍정에 힘을 실어 줄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45)

42) 물론 매슬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은 무한 확대되는 인간의 욕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을 다르다. 이 논문에서 다루는 매슬로의 욕구이론은 이상적 차원의 인간이 아니라 과잉긍정이 상식화된 21세기 작금 의 현실에서 살아가는 평균적인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논자의 비판이 무의미하 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43) 나의 자아와 자기라는 것은 결국 제시될 수는 있지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닌 각자의 몫이다. 이 지점이 어떠한 분야가 되었든 철학이 필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기 서 지적하려고 하는 바는 자기를 찾으려하는 끊임없는 ‘욕구’ 자체가 아니라, 어떤 식으 로든 자기로 여겨진 것에 대한 추구를 반성 없이 긍정할 위험성이 있다는 점임을 분명 하게 밝힌다.

44) 한병철, 뺷피로사회뺸, 53면.

45) 이에 대해 ‘과잉긍정 문제는 자본주의적인 현대사회 및 개인의 결핍욕구에 연결된 것 이며, 자기실현욕구는 오히려 그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논자 역시 이 반론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자기실현욕구의 발현을 통한 완전한 자기실현은 과잉긍정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자기실현은 긍정성과 부정성이 조화를 이룬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반론은 어느 정도 정당하다. 그러나 완전한 자기 실현은 이론적인 상태이기에 과잉긍정 문제의 해결점으로서의 자기실현은 한계점을 지

(18)

3.2.3. 낙관적 성향

마지막으로 지적하고자 하는 한계점은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지니고 있 는 낙관적 성향에서 기인한다. 매슬로는 기본적으로 인간본성에 대한 낙관 적 입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저서 곳곳에서도 인간이 지닌 선함, 본성적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46)또한 매슬로 의 욕구이론에서 자기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발현하는 것은, 선한 것 그리고 도덕적인 것, 완성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47)성장 이 무한하다는 주장 역시 이러한 낙관론을 바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라 할 수 있다. 그는 가치에 대해 ‘인간이 지닌 가치들은 내부 특성이 밖으 로 드러난 것이면서 내재해 있는 본능이고 문화적 발달 뿐 아니라 생물학 적 유전적인 것에 근거한다.’고 말하며,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건강 한 사람들이 보이는 가치들을 기술하는 것으로서 가치를 언급하고 있다.48)

닌다. 또한 매슬로는 욕구위계가 고정 불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구조임을 주장 하였다. 논자가 반론에 동의함과 동시에 지적하는 바는 위계에 따른 최종적인 욕구인 자기실현욕구가 하위욕구인 결핍욕구의 충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긍정성과 관련된 문제를 야기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될 것이다.

46) 매슬로의 인간에 대한 낙관적 입장은 그의 저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기본적인 욕구,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와 능력은 표면상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닌 중 립적이거나 혹은 긍정적인 의미로 ‘좋은’ 것이다.”라는 입장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이런 매슬로 이론의 낙관적 성향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주 목할 만하다.

A. H. Maslow, 뺷존재의 심리학뺸, 187면.

47) 매슬로는 존재 자체에 대한 인지를 통해 존재 자체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존재 가치는 완전성, 선함, 완성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다. 그리고 이는 존재 자체에 잠재해 있는 것이다.

같은 책, 201면과 361면.

이러한 매슬로의 입장에 대해, 고미숙은 자신의 논문에서 매슬로의 이론이 이론적 특 징으로 인해 도덕성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며, 이 이론이 지닌 과도한 낙관론이 지닌 한계점을 설명하고 있다.

고미숙, 「자아실현의 도덕적 의미」, 뺷교육문제연구뺸, 제27집,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 구소, (2012), 66면.

(19)

그의 연구방법은 건강한 사람에 대한 관찰과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건강한 사람의 특징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방법은 B-인 지, B-가치, B-유희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 매슬로의 입장에 서 건강한 사람은 존재자체를 인지하고, 그 인지를 통해 존재 자체의 가치 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와 가치 파악을 통해 건강한 사람은 존재 자체를 유희(playfullness)한다. 매슬로에게 분명 이 세 요소는 통합적 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인간 존 재에 대한 낙관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에게 인간은 존 재 자체로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는 어떠한 의미부여 없이 나타나 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논자가 주목한 점은 매슬로의 욕구이론에서 보이는 낙관적인 입장이 필 연적으로 현대인의 과잉긍정이라는 문제를 설명하는데 한계를 지니고 있 으며, 오히려 이 과잉긍정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주체가 지 닌 긍정성이라고 하는 것은 ‘의식적인 태도’에 속한, 태도의 양상 중 하나이 다. 논자가 조명한 현대인의 긍정성은 어떠한 대상이나 행위가 지닌 긍정적 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 중,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 바라보는 태도라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자의 긍정성은 주체가 지닌 태도 중 하나로, 그 주체는 부정성, 소극성 등의 태도를 모두 지닐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반해, 후자의 긍정성은 맹목적인 긍정성 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긍정성에 반하는 것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긍정적 사고의 핵심에 는 불안이 놓여 있다. (중략) 저절로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믿 지 못하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해진다.”49)고 말하는 것처럼, 안될 가능성을

48) A. H. Maslow, 뺷존재의 심리학뺸, 329~330면.

49) B. Ehrenreich, 뺷긍정의 배신: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뺸, 전미영 역, (부키, 2011), 25면.

(20)

배재하려는, 불안에 의한 신념화된 긍정성이라 할 수 있다.

‘긍정적(positive)’이라는 의미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다. ‘도움이 된다’는 의미, ‘동의한다’는 의미, ‘좋다’는 의미, ‘낙관적이다’는 의미 등으로

‘긍정적’이라는 개념이 쓰일 수 있다. 그렇다면 본 글에서 다루고 있는 긍정 성의 주요 의미는 무엇인가? 논자는 낙관적이라는 의미의 긍정성이라고 보 았다. 낙관적(optimistic)이라는 개념은 ‘앞으로의 전망을 좋게 판단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이 지닌 과잉긍정, 즉 맹목적인 긍 정성은 ‘어떠한 대상이나 행위에 대해 낙관적으로만 판단하는 태도’의 의미 가 중심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할 수 있다’는 태도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중심으로 하며, ‘이상적 자아 및 상황’을 지향하는 태도이기 때문이 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슬로의 이론이 지닌 낙관적 성향이 과잉긍정을 통 해 발생한 현대인의 문제를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가?

분명 인간에 대한, 상황에 대한, 목표에 대한 낙관적 태도는 주체에게 희 망을 주며, 적당한 낙관은 불안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 경향이 지닌 위험은 신념화 되었을 때 드러난다. 왜냐하면 ‘잘될 것이다’라 는 낙관이 신념화되고 과도한 낙관이 되는 것은 현실 감각을 무뎌지게 만 들며,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50) 그렇기에 논자 는, 이 욕구이론이 매슬로의 기획 의도에 따라 인간에 대한 낙관적 성향에 편중되었던 점이 오히려 과잉긍정이라는 새로운 문제와 관련되어 한계점 을 지니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이론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과도한 낙관을 방지할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50) “지나친 낙관주의는 병과 같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병을 키워 심각한 건강상 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현실은 항상 최악은 아니다. 설사 현실이 최악이라도 그 현실 에 눈을 감으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사실상 상향인과와 하향인과는 모두 같은 장소, 시간에서 발생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졸고를 참고하라.

이진남, 「긍정심리학의 행복 개념에 대한 비판적 고찰」, 뺷철학논집뺸, 제44집, 서강대학 교 철학연구소, (2016), 120면.

(21)

4. ‘철학함’의 필요성

앞서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현대인의 과잉긍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세 가지 요인을 지적하였다. 이제 철학적 사유 과정인 ‘철학함’이 매슬로의 이 론이 지닌 한계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과잉긍정의 문제 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51)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안상 희 외 1인은 매슬로의 욕구이론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양상의 예측 을 시도를 하였다.52)이들은 각 산업혁명마다 매슬로가 제시한 욕구 단계 의 충족이 이뤄져온 양상을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은 자기 표현욕구와 자아실현욕구가 충족될 것이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 라고 예측하였다.53)이들의 주장은 경영과 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 4차 산업 혁명은 일자리의 위기가 아니라 기회이며 이를 활용하고 받아 들어야한다 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비가 정체성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으며, 이를 활용 한 새로운 직업과 산업형태를 제시하고 있다.54)

그러나 소비가 정체성을 결정하는 시대의 도래가 반드시 소비로 정체성을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 이전에 소비가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인 지도 따져봐야 하며,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소비가

‘자기’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를 위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구분하지

51) 사실 매슬로와 같은 심리학 이론을 철학적 원리로 분석하여 철학함이 부족하다고 하는 주장은 범주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매슬로의 욕 구이론이 단지 심리학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마치 확정된 원리처럼 사용되어온 현실 을 감안한다면 이 이론을 단순히 심리학적 이론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 그리고 철학적 분석은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근원적 이론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슬로의 욕구 이론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2) 안상희․이민화, 「제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뺷한국경영학회 통합학술 발표논문집 2015뺸, (2016), 2344~2363면.

53) 같은 글, 2356면.

54) 같은 글, 2357면.

(22)

않은 채 맹목적으로 소비를 추구하고 권하는 것은 진정한 자기실현을 보장 할 수 없기 때문이다.55) 또한 한병철이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완전히 다 타버릴 때까지 자기를 다그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러 학자들이 이미 매슬로의 욕구이론은 능력주의, 자본주의, 자유주의 논리와 결합될 때 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56) 자기실 현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능력 중심적이며, 내적 능력을 통해서 실현되더라 도 외면적 특징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고, 그 몫은 자기 자신에 의해 결정 되는 것이라는 입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논자는 위에서 소개한 안상 희의 연구가 이러한 문제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고 보았다.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라도, ‘소비가 정체성을 결정하 는 시대’에 무반성적으로 적용될 때는 위험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소비사회와 성과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자기착취는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매슬로의 이론 역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잉긍정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자는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무가치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매슬로가 보여주는 ‘인간애’는 존경할만하며 그의 이론은 하나의 이론으로 서, 가설로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가 최종적으 로 제시한 참된 자기실현욕구가 제대로 발현된다면 과잉긍정의 문제는 해

55) 매슬로가 주장하는 자기실현의 양상이 그 의미 그대로 이해되고 있지 않은 지점이기도 하다.

56) 매슬로는 이러한 비판을 받을 여지를 충분히 남겨놓았다. 단적으로, “능력은 자기를 사용해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고, 그러한 능력을 충분히 사용한 경우에만 이러한 요구 가 멈춘다. 말하자면 능력은 욕구인 동시에 본질적 가치다. 재능이 다른 만큼, 가치 또한 그만큼 다르다.”라는 매슬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A. H. Maslow, 뺷존재의 심리학뺸, 307면.

또한 다음 논문에서도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보편성을 담보하지 못하며 민족주의적이 고 능력 및 성취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살펴볼 수 있다.

S. King-Hill, "Critical analysis of Maslow’s Hierarchy of Need", The STeP Journal, Vol. 2, No. 4, (2015), pp.54~57.

(23)

결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실현의 욕구를 실현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철학적 사유 과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여긴 ‘환경의 중요성’은 실상 그의 생각보다 인간에게 훨씬 더 결정적 인 요인이었다.57)현대인에게 ‘나’는 성과와 소비를 통해 확인되는 것이고, 욕망은 부정성과 타자성으로 왜곡되었다.58)매슬로의 입장대로 인간은 선 한 존재이며, 능력 있는 존재이기에 “심리적으로 건강(Euphychian)”59)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대인은 환경에 영 향을 많이 받으며, 영향을 받아 건강하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이론이 매슬로의 의도에 부합하여 현대인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철학적 과정이 라 할 수 있는 ‘철학함(doing philosophy)’이 필수적이다.60)

57) “환경의 궁극적인 역할은, 인간이 환경의 잠재력이 아닌 자기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 도록 허용하거나 도와주는 것이다. 환경이 인간에게 어떤 잠재력이나 재능을 부여하지 는 않는다.”

A. H. Maslow, 뺷존재의 심리학뺸, 319면.

물론 매슬로가 환경의 중요성을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다. 그는 아이들이 잠재적으 로만 인간이고 사회, 문화, 가족 안에서 인간으로 성장해가야 하는 존재로 말하고 있다.

(「동기와 성격」, 26면) 그러나 그것은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 상대적으로 환경이 더 중요 하다는 것을 말했을 뿐이고, 환경결정론자들에 비해 인간의 의지의 역할을 더 강조했다 는 것은 사실이다.

58)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졸고를 참고하라.

이진남, 「왜곡된 욕망과 정신건강」, 208~232면.

59) A. H. Maslow, 뺷존재의 심리학뺸, 248면.

60) 주의할 점은 매슬로의 욕구이론 적용과 인본주의 심리학적 적용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이론이 인본주의 심리학의 모든 것을 대표하는 이론은 아니기 때 문이다. 그렇기에 논자의 논의는 ‘인본주의 심리학적 상담 과정에서 이 이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의 문제와는 다른 논의라 할 수 있다. 또한, ‘철학함을 행하는 주체’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기에 살펴보자면, 본 논문에서 ‘철학함을 행하는 주체’는 과잉긍 정 문제를 안고 있는 현대인이며, 적용에 있어서는 적용자와 피적용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인은 ‘철학함의 대상’도 된다고 할 수 있는데, ‘철학함의 대상’은 어느 하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철학함을 행하는 주체’를 밝힌 이유는 과잉긍정 문제와 매슬로의 욕구이론, 그리 고 이 욕구이론을 적용 및 활용하는 영역 모두가 그 자체로 철학함을 행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철학함의 대상이 될 것이며, 현대인이 철학함을 행하는 주체임을 분명하게

(24)

나의 인생과 세계에 관해 질문하는 것은 철학함(doing philosophy)의 전 형적인 형태이다. 우리 인간은 ‘나는 왜 존재하고 나를 둘러싼 세계는 내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산다.

이렇게 부단한 질문을 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이해의 틀을 짜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처럼 인생의 목표인 행복, 그 행복의 과정에서 얻어야 하는 탁월성(덕), 행위, 마음(영혼)에 대한 종합 적인 체계를 이해해야 그 안에서 욕구가 가지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 다.61)에피쿠로스의 경우에 있어서도 쾌락과 행복을 결정하는 내적인 요인 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욕망을 능동적으 로 조절하는 자기지배의 능력(enkrateia heautou)에 달려있다.62) 나에게

‘왜?’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은 스스로 반성하고 검토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의 고정관념이나 신념 역시 ‘왜?’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물음은 나의 사고나 행동에 근원적 접근을 하는 것으로, 무언가를 욕구함에 있어서 도 근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63)자기실현을 하고 싶다면, 왜 자기실현을 하고 싶은지, 나의 자아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자기실현욕구는 무엇인 지 되묻는 작업은 매슬로가 강조했던 자기를 만드는 것이며, 건강한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하는 것은 이 러한 현대인이 자신과 주변에 대한 반성적 분석을 하는 것이며, 병행해야 할 것은 현재 자신과 주변에 대한 검토라고 할 수 있다.

철학함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어떤 대상에 대한 규범적 접근과 비판적

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자면, 위에서 제시한 안상희의 논문과 관련하여 철학함을 행해야 하는 주체는 논자와 독자가 될 것이며, 철학함의 대상은 이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61) 이진남, 「지성과의 화해 :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의 욕구 개념」, 뺷범한철학뺸, 제54 집, 범한철학회, (2009), 172면.

62) 이진남, 「에피쿠로스의 욕망과 쾌락 : 인간 중심의 윤리」, 뺷인문사회과학연구뺸, 제13권, 제1호, 부경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2), 197면.

63) 이진남, 「현대인의 욕망과 철학상담」, 뺷범한철학뺸 제66집, 범한철학회, (2012), 340면.

(25)

검토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규범적 접근과 비판적 검토는 매슬로 의 욕구이론이 지닌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점에서 그 필요성을 지니고 있다.

매슬로의 이론은 욕구의 구조는 설명할 수 있지만 욕구 자체가 건강한 것인지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밝힐 수 없을뿐더러 치료할 수도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64)반면 철학함의 특징인 규범적 접근은 욕구를 단순히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검토하고 가치를 부여하며,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행복 과 마음의 건강을 얻기 위해서는 철학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간주하 던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욕구를 구분함으로서 추구해야할 욕구와 피해야할 욕구를 제시하였다.65)이러한 에피쿠로스의 입장은 무한한 동기로 작용하는 자기실현욕구에 대해 규범적 접근을 함으로서 자기실현이 공허한 욕구로 기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철학적 과정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누스바움 역시 병든 욕구에서 건강한 욕구를 분리한 에피쿠로스의 작업을 그의 철학적 방법으로 간주하며 그 치료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66)이처럼 철학함을 통 한 규범적 접근은 매슬로의 욕구이론을 적용하는데 있어 스스로를 검토하고 가치를 부여하며, 건강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규범적 접근과 더불어 철학함이 지닌 특징 중 하나인 비판적 검토는 자 기객관화를 통한 자아 및 자아정체성 검토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슬 로의 욕구이론을 적용하는데서 보완점이 된다. 또한 이러한 비판적, 객관적 검토는 욕구가 나의 욕구인지, 타인의 욕구인지, 왜곡되었는지 살펴보며 간 파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만든다. 철학상담사 피터 라베 는 “괴로움에 빠져 있는 사람을 위해 철학이 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일중 하나는 아마도 (중략) 근거가 없거나 부정확한 가정, 불합리한 두려움 등을 인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일 것이다.”라고 하면서 철학의 역할 및 기능을

64) 이진남, 「왜곡된 욕망과 정신건강」, 221~223면.

65) Epicurus, 뺷쾌락뺸, 오유석 역, (문학과지성사, 2011), 41면.

66) M. Nussbaum, The Therapy of Desire : Theory and Practice in Hellenistic Ethics, (Princeton :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4), p.105.

(26)

말하고 있는데, 이는 비판적 검토와 유사한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이 다.67) 비판적 검토는 주관성을 최대한 배재하고 어떠한 대상과 관계 등의 속성과 특징을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다. 규범적 접근이 판단을 통해 대상의 가치를 부여함으로서 선택과 회피의 근거를 마련한다면, 비판적 검토는 대 상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배재한 상태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분 석 및 평가하는 것이기에 나의 자아를 구성하는 요인과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욕구의 정체성과 왜곡 등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철학함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규범적 접근과 비판적 검토가 자신 혹은 어떠한 대상에 대한 올바른 파악과 선택 및 행위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은 과잉긍정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또한 매 슬로의 욕구이론이 지닌 낙관성이 맹목화되는 것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낙관성과 긍정성은 어떠한 대상과 관계한 자신의 의식적 태도라 할 수 있 는데, 현실적으로 어떠한 긍정성의 대상은 긍정성과 부정성, 낙관성과 비관 성을 동시에 지닌 상태로 존재한다. 이 말은 어떠한 대상이나 행위의 결과 는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개연적 결과라는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학함을 통한 규범적 접근과 비판적 검토는 그 대상이 지닌, 상 이한 특성을 간파할 수 있도록 하며, 취해야할 의식적 태도를 선택하도록 돕는다. 그렇기 때문에 논자는 철학함은 과잉긍정과 과잉낙관이 지닌 문제 점을 지적할 수 있으며, 건강한 긍정성과 낙관성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5. 결론

논자는 매슬로의 욕구이론이 현대인의 과잉긍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67) P. B. Raabe, 뺷상담과 심리치료에서 철학의 역할뺸, 김수배․이한균 역, (학이시습, 2016), 282면.

참조

관련 문서

선한 눈물이라 함은, 최근 수년간 그의 내부에서 잠자고 있던 정신적 인격 의 각성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었기 때문이고, 악한 눈물이라 함은 그 것이 자기 자신에

개인적 요인 요인 요인 요인, 사회적 사회적 사회적 사회적 영향 영향 영향 영향, 행동 행동 행동 행동 계속에 계속에 계속에 대한 계속에 대한 대한 대한 관심

다수의견은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인 피고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공유물의 전 부 또는 일부를 독점적으로 점유·사용하는 경우에, 다른 소수지분권자인

비매체적 요인 은 수용자인 관객을 고려하여 원작의 이념을 변화시키게 하는 정치적 요인, 제작비용 때문에 원작의 이야기의 범위를 축소시키게 하는 경제적 요인, 신

윤정근·이영구(2012)의 연구에서는 내부마케팅과 직무만족과의 관계에 대해 내부마케팅의 요인 중 커뮤니케이션, 권한위임, 평가보 상이 직무만족에 유의적인

한 사람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이렇듯 중요한 진로결정에서 상당수의 학생들이 체계적인 진로탐색이나

모든 시기에서 지지대를 사용하여 가슴을 압박한 경우에 깊이가 높았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영아 심폐소생술에 대한 지지대 사용 전‧. 후 전체적인

지역성과 관계성은 광주지역 지상파 TV 채널 브랜드 충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