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창 수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ㅣ e-mail : [email protected]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나노크기의 여러 기계형태를 가지는 것들은 그 성능의 뛰어남과 독특한 기능으로 인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제껏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나노크기의 세계에서는 다양한 생물학적 기계(Biological Machine)들이 우 리의 접근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은 어머니인 자연으로부터 늘 무언가를 배운다.
과학과 기술측면에서도 지금은 새로운 기술이 많이 개 발되었지만 사실상 그 중에는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벨 크로접착포(일명 찍찍이)의 경우 도꼬마리(cockleburs) 와 같은 식물의 가시를 모방해서 만든 것과 같이 자연 계에 존재하는 것을 모방하여 제작된 것이 매우 많다.
최근에는 상어의 피부를 모사해서 전신수영복을 제작 하여 수영선수의 기록을 향상시키기도 하였다. 이외에 도 많 은 사 람 들 이 자 연 모 사 공 학 (Biomimetic Engineering)이라는 이름하에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
의 놀라운 특징을 모방한 기술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또한 1964년 Richard Feynman이 미국물리학회에서
한 나노기술의 발전에 대한 연설(‘There is a room at
the bottom’)은 나노기술에 관한 관심이 현 세대에 서
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으며, 여러 학문
분야에서 나노기술에 관한 연구가 점차 확대되어 오고
있었다. 나노기술이란 그리스어인“나노스(난쟁이)”에
서 유래되었으며,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접두사로서
나노미터 크기에서 이루어지는 물리적 현상을 규명하
고 이를 연구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나노기술은 학문과
기술의 모든 영역에 빠르게 접목되고 있으며, 그 동안 미지의 영역에 속해있던 많은 과학적 의문들을 밝혀내 는 데 매우 큰 공로를 하였다.
그림 1과 같이 그 동안 인류는 마이크로미터크기 이 상의 세계를 인지하고 주목해왔다면, 최근 들어서는 나 노미터 크기의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나노크기의 세계에서 우리는 많은 새로운 현상과 우수한 특성을 가지는 물질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나노기술과 자연을 모사하는 기술의 만남 은 운명 같은 필연적인 수순이었을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 구조나 생명체 중에서는 그 동안 기술과 장비의 문제로 나노크기까지 연구하지 못했던 장벽이 최근 들어 무너지게 되자 봇물처럼 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자연의 놀라운 현상에 대해 주목 하는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인류는 자연과 생 명체의 더 깊은 곳까지 보기를 원하고 있으며, 그 동안 덮어두었던 많은 과학적 의문을 밝혀내고 싶어한다. 나 노기술은 마치 중세시대에 현미경의 발견처럼 이제껏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세계를 눈으로 보고, 이 해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시대 를 열어주고 있다.
기계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연과 나노기술의 교집 합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우리는 나노기계기술을 발견 할 수 있다. 우리의 생각보다 자연계의 생명체와 구조
물에서 나노스케일의 기 계기술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 한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고 향후 기계분야 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분야에 보다 깊 은 관심과 연구를 시작 하는 데 작은 계기가 되 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연계 속의 나노기계구조
나노 구조가 매우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대표 적인 사례는 연꽃 잎의 초발수(Superhydrophobic) 특 성에 대한 것이다. 겉으로 매끈해 보이는 연꽃 잎에는 수천 분의 1mm 크기의 돌기가 요철을 이루고 있다. 그 림 2와 같이 미세한 돌기는 마이크로크기와 나노크기가 결합된 형태로 물방울이 맺히도록 한다. 이 효과를 연 꽃 잎 효과라고 하는데, 연꽃 잎에 맺히는 물방울이 아 침마다 연꽃 잎의 먼지를 쓸고 내려가 연꽃 잎이 깨끗 해진다.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면 세차가 필요 없는 자 동차나 건물용 페인트를 만들 수 있으며, 일부 제품은 이미 상품화되어 판매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도마뱀의 발바닥을 주목해보자. 도마뱀 발바닥의 구조는 그림 3과 같이 매우 미세한 털로 이루 어져 있다. 약 20억 개 이상의 털이 부착되어 있으며, 이 역할이 정확히 규명되기 전까지는 왜 도마뱀이 천정 에 거꾸로 붙어있을 수 있는지가 명확히 규명되지 못하 였다. 2000년 Nature 지에 도마뱀의 이 특별한 능력의 원천이 발표되었다. 도마뱀의 발바닥에 부착된 나노크 기를 갖는 미세한 털과 천정의 바닥 사이에 원자력간힘 (Van der Waals force)에 의해 접착이 유지된다는 것이 다. 어떤 접착제나 매개물 없이 미세 털과 바닥 사이의
그림 2(좌) 연꽃 잎과 (우) 그 표면구조
접착력이 유지된다는 것은 이를 향후 접착제로 사용할 경우에 영구적으로 사용가능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점에서 상업적으로도 큰 장점이 있다. 최근에 는 이를 모사하는 많은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었으며, 상용화 수준의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러
한 접착기술은 일반 테이프뿐 아니라 물체를 고정하는 장치 및 로봇의 팔이나 장갑 등에 부착하여 가파른 벽 에서의 작업을 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자연계 속의 나노기계센서
자연계에서 물고기 특히 연어가 자신이 태어났던 곳 으로 돌아가는 회귀현상은 매우 유명하다. 이러한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에 대한 여러 가능성 있는 답변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연어의 아가미와 옆줄에 있는 미세한 감각기관의 역할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특히 이 미세감각기관은 유체의 흐름 속도와 온도를 감 지해서 어떤 방향이 상류이고, 하류인지를 확인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특히 물고기의 옆줄은 유체의 속도를 감지하고 균형을 유지해주며, 물 속에서 소리를 감지는 역할에도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검지원리로는 유모세 포(hair cell) 또는 부동섬모(streocilia)라고 부르는 수백 nm 직경을 가지는 구조물의 유체의 흐름에 의해 변형 하게 되면서 유체를 센싱하게 된다.
그림 4와 같이 물고기의 옆줄에는 물이 들어갈 수 있 는 구멍이 있으며, 이 구멍을 통해 들어온 물이 Cupular 라는 부분을 밀게 되면, 그것과 연결된 감지섬모(sense
그림 3Gecko 도마뱀 발바닥에 부착된 hair cell (Nature 405, 681, 2000)
그림 4(좌) 물고기 옆줄에서 유체흐름을 검지하는 hair cell(From: Encyclopedia Britannica, 1994); (우) 달팽이관(Choclea)
hair)가 움직이게 되면서 신호가 발생하게 된다. 이 신 호가 신경에 전달되어 신호를 검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그림 4(우)와 같이 인체의 귀에도 유사 한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은 매우 복잡한 귀 내 부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림과 같이 달팽이관 내부를 좀더 해부학적으로 관찰하게 되면 그 기저에서 수백 나 노미터 크기의 유모세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유모세 포는 외부의 자극(소리)이 들어오게 되면 휘어지게 되 는데 이 휘어짐을 통해 이온이 유동이 발생하게 되어 신경을 통해 우리가 소리신호를 감지하게 된다. 최근에 는 이러한 나노기술을 이용한 인공 유모세포(artificial hair cell)을 만들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 미래에 는 난청으로 고생하는 많은 분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될 것 같다. 또한 이와 같은 기술을 극대화하여 먼 거리 의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거나 인간이 감지하기 힘든 주파수의 소리를 듣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 응용분 야가 매우 넓다고 할 수 있다.
자연계 속의 나노기계유체
위에서 언급한 유모세포에 필수적으로 부가되는 것 이 있는데, 이것은 유모세포의 기계적 움직임을 우리의 뇌가 감지할 수 있도록 화학적인 신호변화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조물이 이온채널(ion channel) 이다. 이온채널은 세포막에 존재하면서 세포의 안과 밖
으로 이온을 통과시키는 막 단백질로서 대사를 조절하 고, 다양한 생체신호를 검지하는 데 매우 필수적인 구 조이다. 그림 5와 같이 이온채널은 마치 작은 구멍과 같 이 생겼으며, 이온채널 내부를 통해 이온의 움직임을 조절하게 되면 그 크기는 1nm 이하 수준이다. 매우 유 명한 이온채널로서 우리 몸에서 수분만 통과시키는 이 온채널이 있는데 아쿠아포린(Aquaporin)이다. 이 이온 채널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물 수송속도(4x10
9H
2O/s)를 지니며, 다른 이온을 전혀 통과시키지 않은 완벽한 선택성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이를 모사하거나 이를 생명공학적으로 복제하여 바닷물을 정화하는 연 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이온채널이 이온을 선택적 으로 통과시키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에 대 한 연구는 기계공학적 측면뿐 아니라 화학, 생물이 결 합된 폭넓은 융합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또한 최근 들어 나노포어라 불리는 이온채널을 모사한 나노스케 일의 구멍을 이용한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 며 이를 이용한 DNA Sequencing, RNA detection, 분자 검출 등이 연구되고 있다.
자연계 속의 나노기계구동
2000년에 Science지에 ATP(Adenosine Triphosph ate; 아데노신 삼인산염)를 연료로 하는 작은 바이오모 터가 발표되었다. 이 바이오모터의 한쪽 부분을 나노크
그림 5(좌) 세포막에 존재하는 이온채널과 (중간) F1-ATPase 바이오모터에 나노프로펠러가 결합된 나노기계시스템(Science, 290, 1555, 2000), (우) Myosin motor의 구조(Nature Reviews Molecular Cell Biology, 12, 163,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