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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恩)’ 으로 본 민족종교의 근대적 효 (孝)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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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8)이난수*

목 차

Ⅰ. 들어가는 말

Ⅱ. 은(恩)으로 본 민족종교의 효 1. 동학에서의 효

2. 증산교에서의 효

Ⅲ. 원불교 부모은에 나타난 근대적 효(孝)개념 1. 감사의 효

2. 상생의 효

Ⅳ. 나가는 말

<국문초록>

본 연구는 은(恩)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민족종교에 나타난 근대적 효 개념을 살펴본다. 우선 동학과 증산교의 효 개념을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원불교를 중심 으로 근대적 효 문화의 양상을 고찰하였다.

동학의 효 개념은 유교적 효 개념을 종교적 측면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혜월 (海月)은 만물의 영장인 한울님의 은혜를 부모의 은혜와 같은 층위에서 논의하였 고, 나아가 한울님에 대한 신앙 생활을 부모에 대한 효 실천과 동일하게 보았다.

증산교는 세상의 원한을 풀어 상극을 없애고 상생의 도를 이룬다는 해원상생 (解冤相生)을 바탕으로 보은(報恩)을 설명한다. 즉 세상에 맺힌 원한을 해소하 고 진정한 상생을 이루기 위해서는 은혜를 기반으로 한 상호관계가 성립되어야 한 다. 따라서 효는 은혜를 기반으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서로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 조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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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에서의 효는 은(恩)사상의 중심 사유인 감사(感謝)와 상생(相生)을 중 심으로 논의된다.

원불교의 신앙에 입각한 현실생활에서의 효 실천은 감사생활로 구체화된다. 소 태산이 말한 보은(報恩)의 실천방법 가운데 감사생활은 효 실천의 자발적인 동기 와 의지를 이끌어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원불교의 효는 상생을 토대로 한 다. 소태산은 가족윤리에 상생의 원리를 적용하였다. 즉 가족 공간에서 부모와 자 식의 상생은 곧 사회 영역으로 확장되며 나아가 우주만물의 상생으로 이어진다는 원불교의 가르침을 함의하고 있다. 이렇듯 상생의 효는 가족 간에 서로 긴밀하고 정신적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공감의 관계를 지향한다.

주제어 : 근대, 민족종교, 효, 은, 동학, 증산교, 원불교, 감사, 상생

Ⅰ. 들어가는 말

한국 전통사회의 기본 윤리 가운데 효는 부모와 자식 그리고 조상과 후 손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가치이다. 이는 대가족 제도에서 상하의 질서를 정 립하고, 가족관계를 유지해 주는 윤리적 기제였다. 근대이후 산업의 발달이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족의 구성이 변화되었고, 오늘날에 이르러 혼족 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탄생되었다. 이렇듯 시대에 따라 가족의 구성 과 양상이 달라지면서, 이에 따른 가족관계도 변화를 겪고 있다. 조선후기 까지 효는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가족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보편윤리로 자리 매김하였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해방이후 급속한 산업화의 발달로 인해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면서 삶의 범주도 가족 중심에서 개인 중심 으로 바뀌게 된다. 다시 말해 혈연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사회에서 유대와 공존의 윤리였던 효가 근대화의 물결 속에 그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대표 적으로 오늘날 효라는 개념은 부모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을 강요하는 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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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인식되어 세대 간의 갈등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효에 대한 인식은 조선시대중기에 나타난 왜곡된 효 문화를 효의 본질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효 문화는 조선시대 이후 로 재정립되거나 변화의 과정을 겪지 않았던 것일까? 혹은 근대화의 변혁 에서 효 개념은 변함없이 유교전통의 덕목으로 권위를 유지했던 것일까?

본 연구는 두 가지 의문점에 대한 답을 민족종교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민족종교에서 전통적인 효 개념의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 은(恩)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민족종교에 나타난 근대적 효 개념을 살펴볼 것이다. 우선 동학과 증산교의 효 개념을 알아보고, 이를 토 대로 원불교의 부모은1)을 중심으로 근대적 효 문화의 양상을 고찰해보자.

Ⅱ. 은(恩)으로 본 민족종교의 효

우리나라의 종교 역사에서 새로운 종교의 출현은 조선조 말기에부터 본 격화되었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현실로 백성들의 우환의식이 형성되

1) 원불교의 은사상에 관한 연구로는 이현택, 「圓佛敎 恩思想의 연구」, 원광대석사논문, 1975.; 이현택, 「원불교 은사상과 증산교 보은상생사상의 비교고찰」, 원불교사상 제7 집, 1983. ; 정순일, 「은사상에 대한 또 하나의 시각」,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41집, 2009.; 박광수, 「원불교의 상생사상: 사은을 중심으로」, 신종교연구 제12집, 2005. 등이 있다.

또한 원불교의 효관련 연구로는 양은용, 「효사상의 전통에서 본 원불교의 효」, 국제 원광문화학술논집 제1권 3호, 2011. ; 조정현, 원불교 효 사상 연구, 박문사, 2016.

; 최병대, 「원불교의 효 윤리 연구 : 효 교육과 관련하여」, 성산효도대학원석사논문, 2004. 등이 있다.

원불교 은사상과 관련한 연구경향은 첫째 사은을 중심으로 연구하였고, 둘째 유교와 불교의 은개념과 함께 고찰하였으며 셋째 원불교 은사상을 환경과 효를 중심으로 연구 하였다. 특히 최근 조정현에 의해 원불교 경전을 중심으로 효를 논의한 단행본이 발간 되었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근대 민족종교의 은 개념을 중심으로 효를 논의할 것이다. 우선 동학과 증산교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원불교의 효 개념을 고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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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으나, 이를 기성종교인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에서 정신적 기반을 마련 하여 대응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백성들은 새로운 종교에서 도피처를 찾아, 우환의식을 해결하고자 하였다. 민족 혹은 민중의 구원을 사회 현실 속에서 모색하였던 새로운 종교로는 동학으로부터 시작되어 증산교, 대종교 그리 고 원불교를 꼽을 수 있다. 한국 근대에 탄생된 네 가지를 종교를 우리는 민족종교라 일컫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민족의 토속 신앙을 바탕으로 유교ㆍ불교ㆍ도교의 삼교를 통합한 신앙이라는 점이다. 특히 동학은 유교를 중심으로 하고, 증 산교가 선도교를 우위에 두었다. 그리고 대종교는 무교를 맥으로 하였고 원 불교는 불교를 구심점으로 다른 사상과 회통하며, 융섭하였다.2)

동학은 인간을 가장 신령한 존재인 우주의 중심으로 보면서, ‘한울님’ 즉

‘하나님’을 인간의 마음에 모신다는 ‘시천주(侍天主)’사상을 중심으로 한다.

이 사상을 토대로 동학의 효 개념은 생성된다. 한울님에 대한 공경 즉 은혜 로움은 부모에 대한 효의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증 산교는 세상의 원한을 풀어 상극을 없애고 상생의 도를 이룬다는 해원상생 을 바탕으로 보은을 설명한다. 즉 세상에 맺힌 원한을 해소하고 진정한 상 생을 이루기 위해서는 은혜를 기반으로 한 상호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이 러한 보은의 실천에서 효의 논의가 이루어진다.

1. 동학에서의 효

1860년 개창(開創)된 동학(東學)에서 신앙의 대상은 천주(天主ㆍ天ㆍ上 帝ㆍ한울님ㆍ하나님)이며, 기본 이념은 ‘시천주’사상이다. ‘시천주’는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 1824-1864)가 득도한 것으로 그는 “‘시’라는 것은 안 에 신령이 있고 밖에 기화가 있어 온 세상 사람이 각각 알아서 옮기지 않는 것이요, ‘주’라는 것은 존칭해서 부모와 더불어 같이 섬긴다.”3)라며, 시천주

2) 정규훈, 한국의 신종교, 서광사, 1977, 12~13면, 228~229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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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내용을 설명하였다.4) 한울님을 부모처럼 받든다는 구절에서 동학의 효 개념을 미루어 볼 수 있다.

천지부모 네 글자는 글자 자체가 비록 각각 다르나. 그 실제는 도무지 한울 천 한자니라. 그러면 천지는 곧 부모요 부모는 곧 천지니, 천지부모는 처음부터 사이가 없느니라.5)

인용문은 해월 최시형(海月 崔時亨, 1827-1898)이 한울님에 대한 설명 을 한 부분이다. 천지가 부모라는 것은 뺷서경(書經)뺸의 “천지는 만물의 부 모이고,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6)라는 유교적 사유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인용문에서 천지부모는 곧 한울님을 지칭하며, 한울님에 의해 인간 및 천지 만물이 생성되었다. 이러한 토대 위에 그는 천지부모를 가족의 영역으로 끌 어들인다.

천지는 만물의 아버지요 어머니이니라. 그러므로 경에 이르기를 「님이란 것 은 존칭하여 부모와 더불어 같이 섬기는 것이라」하시고, 또 말씀하시기를 「예와 이제를 살펴 보면 인사의 할 바니라」하셨으니, 「존칭하여 부모와 더불어 같이 섬긴다」는 것은 옛 성인이 밝히지 못한 일이요 수운 대선생님께서 비로소 창명 하신 큰 도이니라. 지극한 덕이 아니면 누가 능히 알겠는가. 천지가 그 부모인 이치를 알지 못한 것이 오만년이 지나도록 오래 되었으니, 다 천지가 부모임을 알지 못하면 억조창생이 누가 능히 부모에게 효도하고 봉양하는 도로써 공경스

3) 東經大全 「論學文」: 侍者 內有神靈 外有氣化 一世之人 各知不移者也 主者 稱 其尊而與父母同事者也.

4) 최제우의 시천주 사상은 제2세 교주 최시형에 의해 양천주(養天主)로 해석하고 사인 여천(事人如天)으로 발전시킨다. 그리고 제3세 교주 손병희에 의해 인내천(人乃天)이 라고 표현된다. (동학학회, 동학과 동학경전의 재인식, 신서원, 2001, 15~151면 참조.) 5) 海月神師法說 「道訣」: 天地父母四字 字雖各異 其實都是一天字也 然則天地卽

父母 父母卽天地 天地父母初無間焉

6) 書經 「太誓上」: 有天地萬物父母, 惟人萬物之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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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게 천지를 받들 것인가.7)

수운 최제우가 주창한 ‘시천주’에서의 ‘주’에 대하여 해월은 수운이 단순 히 한울님을 섬기는 표현으로 부모를 비유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자 식의 효 실천에 대해 마치 하늘에게 기도드리듯이 부모에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종교적 실천을 가족 공간에 적용하여 효의 의미를 말 한 것이다. 그는 기존의 유학에서 천지를 부모와 연결하였지만, 실제 하늘 을 섬기듯 부모를 섬기는 실천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수운에 이 르러서야 진정한 효의 도리가 밝혀졌고, 신앙의 실천영역에서도 이러한 점 을 볼 수 있다. 그는 “천지 섬김을 부모 섬김과 같이 하되, 출입에 반드시 고하고 혼정신성의 예의를 한결 같이 하는 것은, 개벽 오 만년 이후에 선생 께서 시창한 것이라.”8)라고 하였다.

여기서 해월은 한울님과의 신앙을 유교에서의 부모에 대한 예의처럼 할 것을 주장한다. 즉 외출할 때나 집에 돌아올 때 한울님에게 고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부모에게 인사드리는 것처럼 한울님 에게 기도를 드리라는 것이다. 부모님의 안부를 보살피는 자식의 일상처럼 신앙을 실천하도록 주장하였다. 이처럼 동학에서 한울님과의 신앙관계는 부모에게 효를 행하는 것과 동일하며, 부모에 대한 효 실천 역시 하늘 섬기 듯이 해야 한다.

이와 같이 동학에서 등장하는 효의 개념은 종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 며, 이는 조상숭배의 효 관점과는 대별된다. 다시 말해 살아계신 부모에 대 한 효의 실천을 절대적 가치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절대적 가치는 은(恩)이

7) 海月神師法說 「天地父母」: 天地萬物之父母也故 經曰 「主者稱其尊而與父母同 事者也」 又曰 「察其古今則 人事之所爲」 「稱其尊而與父母同事者」 前聖未發之事 水雲大先生主 始創之大道也 非至德孰能知之 不知天地其父母之理者 迄五萬年久 矣 皆不知天地之父母則 億兆蒼生 孰能以孝養父母之道 敬奉天地乎.

8) 海月神師法說 「道訣」: 事天地如事父母 出入必告 一如定省之禮 開闢五萬年以 後 先生之始刱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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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구체화된다.

부모가 나를 낳고 나를 기르나 자연히 성장하는 것은 천지의 조화요, 천지가 나를 화생하고 나를 성장하게 하나 천명을 받아서 가르치고 기르는 것은 부모의 은덕이니 그런 즉, 천지가 아니면 나를 화생함이 없고 부모가 아니면 나를 양육 함이 없을 것이니, 천지부모가 복육하는 은혜가 어찌 조금인들 사이가 있겠는가.

천지는 이미 부모의 이름자가 있고 또한 부모의 은덕이 있은 즉, 부모에게 효도 하는 도로써 받들어서 같이 섬기고 공경하여 같이 봉양함이 또한 마땅하지 않으 며 또한 옳지 않겠는가. 선성이 다만 신체발부를 부모에게서 받은 은혜만 말하 고, 천지에게서 받은 근본을 명확히 말하지 않은 까닭을, 선성이 어찌 알지 못한 다 하리오. 때에는 그 때가 있고 운에는 그 운이 있어서, 먼저 미래의 도를 발설 하지 못하여 그러한 것이니라.9)

부모가 자식을 낳고 기르는 과정은 모두 천지의 조화이다.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자연의 이치 속에 만물의 조화가 이루어진다. 해 월은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는 것은 한울님의 뜻이며, 자식을 양육하는 것 또한 부모에게 주어진 한울님의 뜻이다. 이처럼 인간은 태어나 성장하기까 지 한울님과 부모의 은혜를 입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자식은 부모의 심신 을 편안하고 기쁘게 해드리며 공경의 마음으로 봉양에 힘써야 한다. 그는 또한 은혜를 흔히 ‘신체발부수지부모’에만 한정하여 논의하는데, 보다 근원 적인 은혜는 천지만물을 화생하고 조화롭게 한 한울님에게 있다. 그는 한울 님의 은혜에 대해 “한울님은 음양오행으로써 만민을 화생하고 오곡을 장양 한 즉, 사람은 곧 오행의 가장 빼어난 기운이요, 곡식도 또한 오행의 으뜸가

9) 海月神師法說 「道訣」: 父母生我育我 而自然長成者天地之造化也 天地化我成 我 而受天命 而敎而養之者父母之恩德也 然則非天地無以化我 非父母無以養我 天地父母覆育之恩何嘗少有間乎. 天地旣有父母之名字 亦有父母之恩德則 以孝父 母之道 奉以同事 敬而同養 不亦宜乎 不亦可乎 先聖但言 身體髮膚受之於父母之 恩 不明言受之於天地之本故也 先聖豈曰不知 時有其時 運有其運 不先發未來之 道而然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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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기운이라. 오행의 원기로써 오행의 수기를 기르나니, 화해서 나고 자라 서 이루는 것은 이것이 한울님이 아니고 누구이며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라 말하리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승님께서 오만년 무극대운을 받아 덕을 천 하에 펴서 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도를 행하여 이 덕을 알게하는 것은 다만 이 한가지 뿐이라.”10)라고 하였다. 해월에 의하면 우주의 모든 공간과 자연 의 이치 그리고 인간의 탄생까지 모두 한울님에 의해 화생하고, 장양하였 다. 이러한 이치를 수운이 깨달아 천하에 그 도를 알리며, 한울님의 은덕을 세상에 전파한 것이다. 그가 말한 은혜의 범주는 한울님과 부모를 중심으로 하며, 은혜의 바탕은 한울님에게 있다.

그가 이렇듯 부모의 은혜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당시의 현실인식에 의한 것이다.

근래에 와서 사람의 윤리가 업신 여겨지게 되어 정녕 부모가 나를 낳아 길러 주신 것을 알면서도 등한히 하고 소홀히 하여 효도하는 자가 매우 적거늘, 하물 며 미묘난측한 무형유적의 천지부모의 이치를 누가 능히 경외하여 효성으로 봉 양하겠는가.11)

해월은 당시 사회적 혼란의 원인으로 윤리의 붕괴를 손꼽는다. 특히 가족 의 윤리를 대표하는 효의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세태 에 동학의 가르침 또한 전파하기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 시대의 가족 윤리 를 바로 잡고 세우기 위한 효의 실천으로 그는 “천지부모를 길이 모셔 잊지 않는 것을 깊은 물가에 이르듯이 하며 엷은 얼음을 밟는 듯이 하여, 지성으

10) 海月神師法說 「道訣」: 天以陰陽五行化生萬民 長養五穀則 人是五行之秀氣也 穀亦五行之元氣也 以五行之元氣 飼養五行之秀氣 化而生之長而成之者 非天伊誰 非恩曰何 所以吾師受五萬年無極大運 布德于天下 使斯民 行斯道而知斯德者 只 此一端也.

11) 海月神師法說 「道訣」: 挽近以來 人倫蔑如 丁寧知父母之生我育我 而慢而忽之 以孝子甚鮮 又況微妙難測者 無形有跡天地父母之理 孰能敬畏 孝而奉之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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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효도를 다하고 극진히 공경을 다하는 것은 사람의 자식된 도리이니라.

그 아들과 딸된 자가 부모를 공경치 아니하면, 부모가 크게 노하여 가장 사 랑하는 아들 딸에게 벌을 내리나니, 경계하고 삼가하라.12)”라고 하였다. 인 용문의 첫 구절은 부모에 대한 공경의 태도를 묘사한 것이다. 그는 뺷시경 (詩經)뺸 「소아(小雅)」의 구절을 인용13)하여, 조심하고 또 삼가는 태도로 부모를 봉양할 것을 말하였다. 자식은 부모를 극진히 공경하고 효도를 해야 하며, 만약 이와 같지 않다면 자식은 응당한 댓가를 치르게 된다. 그는 불효 의 결과로 벌을 받게 되는데, 이 벌은 부모가 내린 것이다. 인용문의 뉘앙스 를 보면 마치 하늘에게 벌을 받는 듯 하다.

해월은 효를 언급하면서 유교적 가치관의 효 개념을 종교적 측면으로 승 화시켰다. 특히 한울님을 모신다는 동학의 사상을 적용하여 효를 절대적 가 치로 논의한다. 이를 위해 그는 만물의 영장인 한울님의 은혜를 부모의 은 혜와 같이 살펴보았고, 한울님에 대한 신앙 생활을 부모에 대한 효 실천처 럼 하도록 독려하였다. 이렇듯 동학에서의 효는 유교적 효 윤리관을 토대로 효의 실천을 위한 당위성을 종교적 측면에서 구현하였다.

2. 증산교에서의 효

증산교(甑山敎)14)는 증산 강일순(甑山 姜一淳, 1871-1909)이 1900년 천 지대도를 깨닫고,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천지공사(天地公事)의 의식을 거 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천지공사에는 증산교의 핵심 이념과 설립 취지 및 종교적 의의가 잘 드러나 있다.

12) 海月神師法說 「天地父母」: 天地父母永侍不忘 如臨深淵 如履薄氷然 至誠至孝 極盡極敬 人子之道理也 爲其子女者 不敬父母則 父母大怒 降罰於其最愛之子女 戒之愼之.

13) 詩經 「小雅」: 如臨深淵, 如履薄氷.

14) 본 논문에서 증산교는 증산계열 종교까지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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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에는 상극지리(相克之理)가 인간사물(人間事物)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 사가 도의에 어그러져서 원한이 맺히고 쌓여 삼계(三界)에 넘침에 마침내 살기 (殺氣)가 터져나와 세상에 모든 참혹한 재앙을 일으키나니 그러므로 이제 천지 도수를 뜯어고치며 신도를 바로잡아 만고의 원을 풀고 상생의 도로써 선경을 열 고 조화정부를 세워 하염없는 다스림과 말없는 가르침으로 백성을 화(化)하며 세상을 고치리라.15)

그에 의하면, 선천 세계는 인간과 사물이 모두 상극의 원리에 지배되고, 그 원한이 삼계(三界)인 천(天)ㆍ지(地)ㆍ인(人)에 가득하여 참혹한 세상 이 되었다. 이 때문에 증산은 천지도수를 뜯어 고치는 천지공사를 시행한 다. 공사의 내용은 신도를 바로 잡아 온 세상의 맺힌 원한을 풀고 상생의 도를 열어 세상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다. 증산에 의해 9년(1901-1909) 동 안 천지공사가 실행되었고, 그의 원한을 풀어 상극을 없애고 상생의 도를 이룬다는 해원상생(解冤相生)은 증산교의 이념이 되었다. 증산의 해원은 맺혀있는 원한을 풀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사회적으로 차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에서 함께 존중하는 사회풍조를 추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는 “지금은 해원시대니라. 양반을 찾아 반상의 구별을 가리는 것은 그 선령의 뼈를 깎는 것과 같고 망하는 기운이 따르니라. 그러므로 양반의 인습을 속히 버리고 천인을 우대하여야 척이 풀려 빨리 좋은 시대가 오리라.”16)라고 하였다. 이처럼 증산교의 해원 은 사회의 영역까지 확장하여 상생의 세계를 추구한다. 나아가 인간관계에 서 상생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사람에게 원하는 바가 있는데, 임금이 되고자 하나 임금이 되지 못하고, 어버 이가 되고자 하나 어버이가 되지 못하며, 스승이 되고자 하여도 스승이 될 수 15) 대순진리회 교무부, 典經, 대순진리회 출판부, 1982, 298~299면.

16) 같은 책, 2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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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이는 임금이 있으나 신하가 없다면 그 임금이 어디에 설 수 있겠으며, 어버 이가 있으나 자식이 없다면 그 부모가 어디에 설 수 있겠는가. 스승이 있으나 학생이 없다면 그 스승은 어디에 설 수 있겠는가.17)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그리고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서로 하나라도 존재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다. 즉 임금에게 신하가 없다면 임금은 임금 노릇을 할 수 없다. 이처럼 모든 인간은 홀로 독립된 존재로 살아갈 수 없으 며, 부모와 자식이라는 대대관계(對待關係)가 성립될 때 상생의 길로 나아 갈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자식이 부모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도리를 다하 는 보은(報恩)이 실천될 때 상생은 실현된다.18)

천지공사를 행하심에 해원을 위주로 하여 보은으로 종결하시어 해원(解冤) 보은(報恩) 두 원리인 도리로 만고에 쌓였던 모든 원울이 풀리고 세계가 상극이 없는 도화낙원으로 이루어진다.19)

위의 내용은 뺷대순진리회요람뺸 가운데 일부분이다. 증산의 가르침은 대 순진리회에 이르러 해원개념이 보은으로 발전되어,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으 로 나누어진다. 인간을 포함한 천지까지 보은의 범주에 속하며, 그 종류는 6가지로 나누어진다. 여섯 가지 대은(大恩)으로는 부모ㆍ스승ㆍ직업ㆍ사 회ㆍ국가ㆍ천지가 있다.20)

보은이라는 단어가 상생과 결합되면서, 대대적 의미의 효 양상이 나타난 다. 즉 보은은 상생의 범주에서 논의되며, 이는 자식과 부모가 대대적인 입 장에서 그 관계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증산은 “부모 자식간이라도 서로 힘

17) 같은 책, 150면.

18) 이경원, 「대순진리회의 ‘상생’이념에 관한 연구」 대순사상논총 제18집, 2004, 46면 참조.

19) 대순진리회 교무부, 대순진리회요람,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0, 8면.

20) 같은 책, 20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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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빌려주어서는 안 된다.”21)라고 하였다. 힘을 빌려준다는 말은 부모의 몫 을 자식이 책임지거나 대신하지 않는 것이다.

상제께서 공사를 행하신 후부터 부친도 일상생활에서 의존심을 갖지 않도록 하고 또 평소의 허물을 뉘우쳐 앞길을 닦도록 하고 간혹 종도들로부터 물품이나 그 밖의 도움을 받는 것을 일체 금하셨도다. 그런데 하루는 어느 종도가 상제의 본댁이 너무 협착함을 송구히 생각하여 좀 나은 집을 사드렸도다 상제께서 이것 을 아시고 그 종도에게 꾸짖고 “네가 어찌 나의 부친에게 허물을 만들어 드리느 뇨. 아직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불효라고 하겠으나 나는 부모의 앞길을 닦 아드리려고 내가 항상 형편을 살피고 있으니 너희들은 부친을 도울 생각이 있으 면 나의 허락을 얻어 행하라”고 명하셨도다.22)

증산은 자신의 부친에게 보다 넓은 집을 선물한 종도를 꾸짖으며, 효에 대하여 말한다. 그가 말한 부모 봉양은 심신의 안락함과 경제적인 여유를 안겨드리는 것이 아니다. 자식의 역할은 부모 자신이 살면서 지은 과오 혹 은 잘못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와드리는 것이라 하였다. 그는 자신의 부친 이 말년에 짚신을 삼아 생활하는 것에 대해 “차꼬를 벗는 중이라”23)고 말 하였다. 차꼬는 죄인의 두 발목을 넣고 자물쇠를 채우게 한 옛 형구(形具) 이다. 그는 자신의 부모를 죄인으로 표현한다. 그는 부친이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지난날 과업으로 인한 결과이며, 자식이 대신 할 수 없는 것 으로 여겼다.

불교나 유교의 효 관점에서 볼 때, 부모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부모의 죄 도 자식이 대신 갚거나, 축원하는 것은 보편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증산은 부모의 잘못이나 업보는 보은의 범주에서 제외시켰다. 상생의 관점에서 보 면, 자식이 부모의 잘못을 대신 갚는 보은은 상생이 아닌 상사(相死)의 길

21) 대순진리회 교무부, 典經, 222면.

22) 같은 책, 172~173면.

23) 같은 책, 2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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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때문이다.24) 이처럼 보은상생은 부모가 자식을 생하게 하고 자식이 부모를 생하게 하는 은혜를 중심으로 한 상생을 추구한다.

이상으로 증산교에서의 효는 세상의 원한을 풀어 상극을 없애고 상생의 도를 이룬다는 해원상생을 바탕으로 보은이 등장한다. 보은상생에 나타난 효는 은혜를 기반으로 형성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서로를 살리는 방향으 로 나아갔다.

Ⅲ. 원불교 부모은에 나타난 근대적 효(孝)개념

원불교의 은사상은 소태산 박중빈(少太山 朴重彬, 1891-1943)이 깨달은 일원상의 진리를 밝혀놓은 사상이다. 일찍이 소태산은 「교리도(敎理圖)」가 운데 “일원(一圓)은 법신불이니 우주 만유의 본원이요. 제불 제성의 심인 이요. 일체 중생의 본성이다.”25)라고 적어놓았다. 그가 말한 ‘일원’은 원불 교의 종지(宗旨)로, 법신불이자 우주의 궁극적 진리인 초월성을 지닌 신앙 대상이자 동시에 중생의 본성인 내재적인 신앙의 대상이다. 이와 같은 ‘일 원’의 구체적인 모습을 소태산은 사은(四恩)이라 하였다.26)사은은 법신불

24) 차선근의 연구에서는 위의 예문을 부모 스스로 과오를 직접 풀고 앞날을 열어 나가는 수행에 해당하므로 수행윤리로서의 효가 된다고 하였다. (차선근, 「대순진리회의 효 윤 리에 나타난 종교성 연구」, 대순사상논총 제27집, 2016, 186~187면 참조.) 25) 圓佛敎正化社, 圓佛敎全書 「敎理圖」, 圓佛敎正化社, 1997, 9면.

26)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고 그 진리를 믿어 복락을 구하나니, 일원상의 내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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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사실적 파악이라 볼 수 있으며, 삼신불(三身佛)의 관점에서 본다면 일 원상이 법신불이며 사은은 보신불 내지 화신불이 된다.27)

따라서 ‘일원’의 진리는 사은으로 대표되며, 사은의 구성은 천지은(天地 恩)ㆍ부모은(父母恩)ㆍ동포은(同胞恩)ㆍ법률은(法律恩)로 나누어진다.28) 여기서 은(恩)과 인간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불교에서 ‘연기’를 통해 모든 생명의 관계를 설명하듯이, 원불교에서는 ‘은 혜’의 관계로 세상을 본 것이다.29) (서로의 관계가) 없어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은 관계의 본질이 절대적 상생의 관계임을 시사한다. 이를 테면 천지은의 내용 가운데 “우리가 천지에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할진대 먼저 마땅히 천지가 없어도 이 존재를 보전하여 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볼 것이니, 그런다면 아무리 천치(天痴)요 하우자(下愚者)라도 천지 없어 서는 살지 못할 것을 다 인증할 것이다.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가 있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30)라는 부분은 모든 생명이 천지의 은혜를 입은[被恩] 것으로, 온통 은혜의 세상 속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용 문의 피은에 관한 내용은 세상 만물의 관계가 은혜로 출발하는 절대적 은 혜 구조의 발견이라 볼 수 있다.31)

은혜의 속성은 뺷정전(正典)뺸에서 피은(被恩)ㆍ보은(報恩)ㆍ배은(背恩)

말하자면 곧 사은이요.” 圓佛敎正化社, 圓佛敎全書 「正典」, 127면.

27) 양은용, 「효사상의 전통에서 본 원불교의 효」, 국제원광문화학술논집 제1권 3호, 2011, 30면 참조.

28) 원불교의 사은개념은 불교의 사은을 차용한 것이다. 불교는 인간이 태어나서 세상에 받는 네 가지 은혜를 부모, 국왕, 중생, 삼보(三寶)의 은혜 또는 부모, 사장(師長), 국왕, 시주(施主)의 은혜로 구분하였다.

29) 정순일, 「은사상에 대한 또 하나의 시각」,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41집, 2009, 44면 참조.

30) 圓佛敎正化社, 圓佛敎全書, 「正典」, 26면.

31) 정순일, 앞의 글, 43면 참조. 정순일은 “피은이란 절대은을 말하는 것으로서 순수한 은 혜를 입고 있다는 말로 요약되며, 이와 대비적으로 ‘보은’은 상대은의 영역이라 하겠다.”

라며 피은과 보은을 절대은과 상대은으로 논의한다.(정순일, 앞의 글,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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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사은의 항목에 각각 배치되어있다. 여기서 피은은 말 그대로 은혜를 입은 것이며, 보은은 입은 은혜를 갚는 것이다. 그리고 배은은 은혜를 갚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은혜는 피은-보은-보은 의 결과 또는 피은-배은 –배은의 결과라는 인과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여 기서 사은은 신앙의 대상이며, 사은에 대한 보은은 신앙의 방법이 된다. 다 시 말해 은혜는 부처이며, 보은은 불공(佛供)이라 할 수 있다. 사은의 요소 인 천지와 부모 그리고 동포와 법률이 모두 부처가 되며, 사은에 대한 보은 이 바로 부처에게 올리는 불공인 셈이다.

천지은은 만물에게 응용 무념으로 덕을 입혀 주신 대시주은이시니 우리도 그 도를 체받아서 무념 보시를 하면 보은이 되는 동시에 우리가 곧 천지와 합일하 여 덕화가 만방에 미칠 것이요, 부모은은 우리가 무자력할 때 자력을 얻게 해 주신 대자비불이시니 우리도 그 도를 체받아서 무자력한 노약자를 보호하면 보 은이 되는 동시에 우리가 곧 사생의 부모가 되며 삼세의 대효가 될 것이요, 동포 은은 우리에게 자리이타로써 대협동이 되었으니 우리도 그 도를 체받아서 서로 돕고 서로 북돋우면 보은이 되는 동시에 내가 곧 사생의 지친이 되어 일체 동포 는 자연히 공생 공영할 것이요, 법률은은 지공무사한 법도로써 우리를 보호하여 주시니 우리가 그 도를 체받아서 법규를 잘 지키면 보은이 되는 동시에 우리가 바로 법주가 되어 대자유세계가 전개될 것이니라32)

대산 김대거(大山 金大擧, 1914-1998)는 천지은ㆍ부모은ㆍ동포은ㆍ법 률은에 대하여 피은과 보은을 설명하고, 보은의 결과를 같이 언급하였다.

천지은을 대시주은(大施主恩)으로, 부모은을 대자비불(大慈悲佛)이라 하 였다. 여기서 은혜는 부처가 세상과 중생에게 베푸는 것으로 네 가지 양상 으로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동포은은 천지은과 부모은을 받아서 살아가는 중생들의 관계가 자기 뿐만 아니라 남도 이로운[自利利他] 부처의 세계를

32) 大山宗師法語, 「敎理篇」 3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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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며, 법률은은 부처의 법도를 통해 모든 중생이 대 자유 세계를 경험하 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사은의 주체는 부처와 중생의 관계로 볼 수 있으며, 이를 세분화하여 천지와 인간, 부모와 자식 그리고 동포와 국민, 법 률과 시민으로 나타난다. 대산은 이러한 은혜의 관계를 통해 천인합일과 삼 세의 대효 그리고 공생ㆍ공영과 대자유의 세계를 이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원불교의 사은은 세상을 은혜의 기반 위에 모든 생명의 상생을 꿈 꾸는 유토피아를 지향한다.

본 연구에서는 사은 가운데 부모은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식이 상생하는 이상적인 효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근대시기 변화된 효 개념을 탐 색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이 시대에 요구되는 가정 윤리도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1. 감사의 효

원불교의 신앙생활에서 제시한 보은의 방법은 현실 생활에서의 효행의 길을 제시해 준다. 특히 소태산이 말한 보은의 실천방법 가운데 감사생활은 효 실천의 자발적인 동기와 의지를 이끌어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본고에서는 감사의 효라 하며, 원불교에 나타난 근대적 효 개념으로 본다.

감사의 효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우선 부모은에 나타난 효의 동기와 의미 그리고 실천방법을 알아보자.

소태산은 부모은의 서두에서 자식이라면 누구나 부모에게 효를 할 수 밖 에 없는 필연적인 상황에 놓여져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부모에게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할진대, 먼저 마땅히 부모 가 아니어도 이 몸을 세상에 나타내게 되었으며, 설사 나타났더라도 자력(自力) 없는 몸으로서 저절로 장양될 수 있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볼 것이니, 그런다 면 누구나 그렇지 못할 것은 다 인증할 것이다. 부모가 아니면 이 몸을 나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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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고 장양되지 못한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

대범, 사람의 생사라 하는 것은 자연의 공도요 천지의 조화라 할 것이지마는, 무자력할 때에 생육(生育)하여 주신 대은과 인도의 대의를 가르쳐 주심은 곧 부 모 피은이니라.33)

우선 인간이 태어나고, 생명을 유지하는 할 수 있는 것은 부모라는 존재 가 있기 때문이다. 자식과 부모는 결코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으며, 특 히 자식은 부모가 없다면 세상에 나지도 죽지도 못하였을 것이다. 만약 태 어나도 부모가 없다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다시 말해 부모가 장양하지 않는다면 자식은 죽음의 길에 이르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 나자마자 무자력의 상황에 처하며, 부모의 절대적은 은혜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마치 물이 없으면 인간이 살 수 없듯이, 자식에게 부모는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이렇게 자식은 부모의 무조건적인 은혜를 받게 된다.

따라서 피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모에게 효행을 실천해야 하는 내적 동 기이자 효 실천의 근거가 된다.

소태산은 이와 같은 부모 피은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첫째, 부모가 있으므로 만사 만리의 근본되는 이 몸을 얻게 됨이요. 둘째, 모든 사랑을 이에 다 하사 온갖 수고를 잊으시고 자력을 얻을 때까지 양육하고 보호하여 주심이요. 셋째, 사람의 의무와 책임을 가르쳐 인류 사회로 지도 하심이니라.”34)자식이 부모에게 입은 은혜는 크게 탄생과 양육 그리고 훈 육으로 분류된다. 탄생은 이 몸을 세상에 나타내게 한 것으로, 갈러준 은혜 보다 더 근원적인 존재은이다. 양육은 자력을 얻기까지의 정성과 사랑으로 키워준 은혜이다. 그리고 훈육은 인도의 대의를 가르쳐주는 은혜이다.35)

부모 피은에 이어 등장하는 내용은 부모 보은의 강령이다. “무자력할 때

33) 圓佛敎正化社, 圓佛敎全書, 「正典」, 31~32면.

34) 같은 책, 32면.

35) 조정현, 원불교 효 사상 연구, 박문사, 2016, 184~189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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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피은된 도를 보아서 힘 미치는 대로 무자력한 사람에게 보호를 줄 것이 니라.”36)부모 피은에 대한 보은의 강령에서 효를 받는 주체가 무자력자인 경우로 한정된다. 소태산은 피은된 바를 알고, 보은하는 도리가 부모 보은 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자력 있는 부모는 보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일 까? 원불교에서는 부모가 자력이 있다면 자식은 부모가 자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무자력할 경우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 여기서 자력의 기준은 정신의 자주력과 신체의 자활력, 경제적 자립력을 말한다.37)이렇듯 원불교에서 효의 방법은 부모의 무자력과 자력에 따라 달라진다. 뿐만 아니 라 자식의 보은 대상은 세상의 모든 무자력자로 확장된다. 인류에 대한 보 은 실천은 원불교 효사상의 특징이며, 전통적 효 개념의 확장이다. 즉 혈연 을 바탕으로 한 가족윤리로서의 효 개념이 인류를 대상으로 한 사회와 국 가의 윤리로서 외연을 넓혀간 것이다.

이와 같이 부모 피은에 대한 무자력자의 보은 실천을 한다면, 어떤 결과 를 가져오는 지 알아보자.

우리가 부모 보은을 한다면 나는 내 부모에게 보은을 하였건마는 세상은 자연 히 나를 위하고 귀히 알 것이며, 사람의 자손은 선악간에 그 부모의 행하는 것을 본받아 행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이치인지라, 나의 자손도 마땅히 나의 보은하 는 도를 본받아 나에게 효성할 것은 물론이요, 또는 무자력한 사람들을 보호한 결과 세세 생생 거래간에 혹 나의 무자력한 때가 있다 할지라도 항상 중인의 도 움을 받을 것이니라.38)

위의 내용은 보은의 결과를 밝힌 내용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면 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나의 자손이 본받아 나에게 보은을 실천할 것이

36) 圓佛敎正化社, 圓佛敎全書, 「正典」, 32면.

37) 조정현, 앞의 책, 189면 참조.

38) 圓佛敎正化社, 圓佛敎全書, 「正典」, 33~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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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무자력자를 도왔다면, 내가 무자력할 때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보은의 결과는 인과(因果)에 의거한다. 효는 혈연을 중심으로 세대와 세대 를 이어주는 연결의 작용을 한다. 나의 효도가 자식의 효심으로 이어지고, 만약 무자력자를 도왔다면 나는 현재 혹은 미래 아니면 다음 생에서 보은 의 대상이 된다. 이렇듯 보은의 결과는 부모와 자식뿐만 아니라 세대와 세 대를 이어주고, 공간과 시간의 영역도 초월한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

소태산의 부모은 가운데 피은은 효라는 감정의 내적 동기와 효의 실천 이유를 말한다. 이를 토대로 부모 보은은 효의 의미와 의의를 나타내었다.

다시 말해 부모 보은은 가족의 영역과 더불어 사회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인류 혹은 중생의 효로 나아간 것이다. 이러한 점은 상봉(上奉)의 도리를 강조하는 조선시대의 효 문화보다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효가 실천되지 않았을 경우 즉 부모 배은에 관한 원불교의 논의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가) 부모에 대한 피은·보은·배은을 알지 못하는 것과 설사 안다 할지라도 보은 의 실행이 없는 것이니라.39)

(나) 우리가 만일 부모에게 배은을 한다면 나는 내 부모에게 배은을 하였건마는 세상은 자연히 나를 미워하고 배척할 것이요, 당장 제가 낳은 제 자손도 그것 을 본받아 직접 앙화를 끼칠 것은 물론이며, 또는 세세 생생 거래간에 혹 나 의 무자력한 때가 있다 할지라도 항상 중인의 버림을 받을 것이니라.40)

인용문 (가)는 부모 배은에 대한 설명이다. 원불교에서 불효는 피은과 보 은 그리고 배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앎에서 나아가 실천하 지 않는 것도 또한 불효이다. 소태산은 은혜를 알지 못하는 것을 불효의 시 작으로 본다. 여기서 앎은 배우고 익히는 지식의 문제를 넘어 은혜에 대한

39) 같은 책, 33면.

40) 같은 책,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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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과 실천의 의지까지 포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인용문의 “보은의 실행 이 없는” 앞에 “안다 할지라도”라는 단서를 덧붙인 것이다. 그는 피은을 통 해 효를 행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원인 및 동기를 주장하였고, 보은을 통 해 효의 의미와 의의를 말하였다. 그리고 배은에서는 피은과 보은에 대한 앎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실천하는 효를 주장한다.

인용문 (나)는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만약 배은 한다면, 그 결과는 모든 현세와 미래 그리고 자손에게까지 고통스러운 삶에 처하게 됨을 말하고 있 다. 배은의 결과로 인한 삶의 고통이 대대로 이어지고, 다음 생까지 지속된 다는 것은 불효가 대죄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보은의 결과와는 극단적인 대 립을 이루고 있다.

이상으로 살펴본 원불교의 효 개념은 소태산의 부모은을 중심으로 하고, 이를 토대로 정산은 조선의 유교적 효를 극복한 근대적 효 개념을 제창한다.

효라 함은 무슨 일이나 보은의 도를 행하는 것은 다 효에 속하나니 이는 모든 보은 가운데 부모 보은이 제일 초보가 되는 까닭이라, 그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이가 어찌 다른 은혜를 먼저 알며 널리 천지와 동포와 법률의 근본적 은혜를 알 게 되리요. 그러므로, 효의 실행은 부모은으로부터 시작하여 이 모든 은혜를 발 견하는 데에 있나니, 사람 사람이 이 모든 은혜를 발견하여 어느 처소 어느 시간 을 막론하고 천만 경계를 오직 이 감사 하나로 돌리는 것이 다 효의 활용 아님이 없는지라, 이는 옛날 세상에 좁은 해석으로 부모가 자력이 있는 때에도 평생을 그 곁을 떠나지 않는 것만 효로 생각하고 사회의 모든 책임과 일체의 보은 행사 에 등한하는 등의 일면적인 효가 아니니, 그러므로, 효의 의의는 실로 광대하고 원만하여 천하 고금에 길이 세상의 강령이 되고 인도의 비롯이 되나니라. 현하 시대의 인심을 본다면 효에 병듦이 또한 오래인지라 가정에 있어서는 부모를 원 망하고 세상에 나오면 천지와 동포와 법률을 원망하여 세상 공기가 침울하여 지 고 인간 생활이 위험에 당하나니 이 위험한 시국을 돌이켜서 평화 안락한 세상 을 만들기로 하면 무슨 방법으로든지 이 효의 정신을 진흥하여 모든 인심이 효 에 돌아오지 아니하고는 도저히 어려울 것이니라.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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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송규(鼎山 宋奎, 1900-1962)는 사은의 보은 가운데 부모 보은을 가 장 기본으로 보았다. 그는 부모 보은으로부터 시작하여 천지와 동포 그리고 법률은의 은혜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부모 보은은 유교적 관 습에서의 자력이 있는 부모에게도 실천하는 효가 아니다. 원불교에서의 효 는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무자력한 모든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다.

이러한 효의 시작은 피은의 인식 즉 은혜를 발견하는 것이다. 효를 실천하 려면 우선 무엇이 효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행동으로 효가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효를 알고 이를 행한다면,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 그리고 천지가 온통 은혜로 가득할 수 있다고 본다. 은혜의 세상을 언 급하는 것은, 지금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말한 효는 산업화의 영향으로 가족보다는 개인이 중심이 되면서, 개인의 욕망을 추구하는 사회 현실에 대한 해결책이다.

인용문에서 현실 생활에서 효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감사(感謝)’라는 단 어가 등장한다. ‘감사’는 주로 신앙 생활에서의 기본수칙에 등장한다. 뺷원불 교정전뺸 「수행편」 가운데 일상수행요법에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 자.”42)라는 수칙이 있다. 그리고 지은보은(知恩報恩)에 관한 설명 중에 “원 망할 일이 있더라도 먼저 모든 은혜의 소종래를 발견하여 원망할 일을 감 사함으로써 그 은혜를 보답하자”43)라는 부분에서도 일상생활에서의 보은 이 감사라고 하였다. 소태산은 일상수행으로 원망을 버리고 감사의 생활을 권면하고 있다. 여기서 감사는 보은의 실천이며 효의 관점에서 볼 때, 부모 와 자식간의 호혜적 관계를 이끌어낸다. 다시 말해 부모에 대한 감사의 효 는 상호 관계를 서로 존중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감사의 마음 이 감사의 행동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자발적인 효의 실천을 가져온다. 즉

41) 圓佛敎正化社, 鼎山宗師法語, 원불교출판사, 1972, 174~175면.

42) 圓佛敎正化社, 圓佛敎全書, 「正典」, 60면.

43) 같은 책, 58~5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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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적인 효행이 아닌 자발적인 효행을 실현할 수 있다. 모든 일상에서 싹 트는 감사의 마음이 효의 시작이며, 감사의 행위로 인해 효가 완성된다. 이 러한 점에서 정산의 감사 실천은 근대적 효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원불교에서 일상생활에서의 감사함은 보은행의 마지막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함께 사는 가족부터 같이 일하는 동료 나아가 우주만물까지 모두 은혜의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한 원리에 입각해서 감사의 마음은 또 다른 감사의 파동을 만들어 은혜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44)다시 말해 곁 에 있는 부모에 대한 감사생활이 지금의 효 실천 즉 은혜로운 세계의 서막 인 셈이다.

2. 상생의 효

원불교의 이상세계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조화된 새로운 문명세계이 며, 상생의 은혜로운 세계이다.45)소태산은 인간관계에서 상생의 원리를 다 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은 강과 약 두 가지로 구성이 되었나니 강자와 약 자가 서로 마음을 화합하여 각각 그 도를 다 하면 이 세상은 영원한 평화를 이루려니와 … 옛 성현의 말씀에 윗사람이 아랫사람 보기를 적자같이 하면 아랫사람이 윗사람 보기를 부모와 같이 하고, 윗사람이 아랫사람 보기를 초 개같이 하면 아랫사람이 윗사람 보기를 원수같이 한다는 말이 다 이를 이 름이니라.”46) 그는 세상에는 강과 약이 존재하고, 상생을 이룰 때 평화가 온다고 하였다. 상생의 방법은 강자가 약자를 자식처럼 여기고 약자는 강자 를 부모처럼 공경하는 것이다. 부모은에 나타난 효 실천 가운데 상생의 논 리도 이와 비슷하다.

44) 정순일, 위의 글, 51~52면 참조.

45) 박광수, 「원불교의 상생사상: 사은을 중심으로」, 신종교연구 제12집, 2005, 143면 참조.

46) 圓佛敎正化社, 圓佛敎全書, 「大宗經」, 222~2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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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사 봉래 정사(蓬萊精舍)에 계실 때에 하루는 어떤 노인 부부가 지나가다 말하기를, 자기들의 자부(子婦)가 성질이 불순하여 불효가 막심하므로 실상사 (實相寺) 부처님께 불공이나 올려 볼까 하고 가는 중이라고 하는지라, 대종사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이 어찌 등상불에게는 불공할 줄을 알면서 산 부 처에게는 불공할 줄을 모르는가.” 그 부부 여쭙기를 “산 부처가 어디 계시나이 까.”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의 집에 있는 자부가 곧 산 부처이니, 그대들 에게 효도하고 불효할 직접 권능이 그 사람에게 있는 연고라, 거기에 먼저 공을 드려 봄이 어떠하겠는가.” 그들이 다시 여쭙기를 “어떻게 공을 드리오리까.” 대 종사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이 불공할 비용으로 자부의 뜻에 맞을 물건도 사다 주며 자부를 오직 부처님 공경하듯 위해 주어 보라. 그리하면, 그대들의 정성을 따라 불공한 효과가 나타나리라.” 그들이 집에 돌아가 그대로 하였더니, 과연 몇 달 안에 효부가 되는지라 그들이 다시 와서 무수히 감사를 올리거늘, 대종사 옆 에 있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곧 죄복을 직접 당처에 비는 실지불 공(實地佛供)이니라.”47)

소태산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봉양한다는 전통적인 효 관점을 깨뜨렸 다. 그는 며느리의 불효를 고민하던 노부부에게 절에서 불공을 드릴게 아니 라, 며느리에게 불공을 드리라고 하였다. 시부모가 며느리를 정성으로 공경 하며 받드는 것을 가부장적 세계관으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전통적인 가족 윤리의 토대를 넘어, 부모와 자녀가 상호 의존하는 원불교적 상생 원리를 기반으로 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며느리와 시부모는 서로 은 혜를 기반으로 한 상생의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여기서 며느리와 시부모 는 서로 은혜의 관계에 있지만, 무자력자가 아님으로 피은과 보은의 범주에 서 논의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자식에 대한 자애(慈愛)로 생각하기 도 어렵다. 소태산은 며느리를 마치 산 부처처럼 공경하라고 한 점에서, 세 상 모든 사람을 부처처럼 공경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며느리도 시부모를 부처처럼 공경하고 시부모도 며느리를 부처처럼 공경

47) 같은 책, 135~1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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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생상의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이렇듯 원불교의 교리에서 부모와 자녀는 상생의 관계 속에서 정서적인 공감과 유대감으로 가족을 이루어간다. 소태산은 가족윤리에 상생의 원리 를 적용하였고, 이는 부모가 자식을 훈육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당 된다.

자녀를 가르치는 데에는 부모 자신이 먼저 상봉 하솔의 도에 어긋남이 없어야 할 것이니, 만일 자녀의 보는 바에 자신이 직접 불효를 한다든지 불경을 한다든 지 기타 무슨 일이나 좋지 못한 행동을 한다면 그 자녀를 지도할 위신이 없게 되는 것이요, 둘째는 그 언동이 근엄(謹嚴)하여야 할 것이니 만일 부모를 무난하 게 아는 때에는 그 자녀를 정당한 규율로 지도하기가 어려운 것이요, 셋째는 친 애(親愛)를 주어야 할 것이니 만일 근엄하기만 하고 친애하는 정이 건네지 아니 하면 그 자녀를 진정으로 감화하지 못하는 것이요, 넷째는 모든 언약에 신용을 잃지말아야 할 것이니 만일 신용을 잃고 보면 그 자녀에게 철저한 영(令)을 세 우지 못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상벌을 분명히 할 것이니 만일 상벌이 분명하지 못하면 그 자녀에게 참다운 각성을 주지 못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어릴 때부터 정당한 신앙심을 넣어 주어야 할 것이니 만일 신앙심이 없으면 자라는 도중에 다른 외경의 유혹을 받기 쉬운 것이요, 일곱째는 어릴 때부터 공익심을 권장하 여야 할 것이니 만일 공익심의 권장이 없으면 자연히 이기주의의 싹이 커나는 것이요, 여덟째는 어릴 때부터 남의 악평이나 훼담(毁談)등을 금해야 할 것이니 만일 그것을 금하지 아니하면 자연 경박한 습관이 커나서 구화(口禍)의 문이 열 리게 되는 것이요, 아홉째는 어릴 때부터 예 아닌 물건은 비록 적은 것이라도 취하지 못하게 할 것이니 만일 예 아닌 물건을 취하여 오게 하면 자연 염치 없는 습관이 커나게 되나니라.48)

인용문의 요지는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소태산은 우선 부모자신이 웃어른을 섬기고 아랫

48) 같은 책, 238~2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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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거느리는 상봉하솔(上奉下率)를 실천한다면, 자녀의 불효나 잘못 된 행동을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부모는 평소의 언행이 신의가 있 고 공공성을 추구하며, 근거 없는 비방과 절도 등의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 다. 또한 자식에게 사랑을 주되 버릇없는 행동은 단속하며, 함께 신앙생활 을 함으로써 자식이 잘못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부모가 이와 같을 때, 자식은 부모의 훈육에 감화되어 부모를 믿고 따를 수 있다. 나아가 사회생활에서도 남을 배려하며 유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 처럼 소태산은 자식을 훈육하기 전에 먼저 부모자신부터 올바른 도를 실천 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만 자식이 올바른 도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은 상 생의 전제조건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자애(慈愛)의 뜻을 원 불교에서는 부모의 삶과 행동의 올바름으로 본 것이며, 나아가 부모와 자식 의 상생 조건이 된다. 그리고 가족 공간에서 부모와 자식의 상생은 곧 사회 영역으로 확장되며 나아가 우주만물의 상생으로 이어진다는 원불교의 가 르침을 함의하고 있다.

자녀는 자녀로서 지킬 바 도가 있나니 정전(正典)에 밝혀 주신 부모 보은의 조목을 일일이 실행하여 참다운 큰 효가 되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만일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하여 혹 의 아닌 명령에도 순종한다면 이는 작은 효로써 큰 효를 상함이요, 부모를 봉양한다 하여 혹 공중을 위한 큰 사업을 못하게 된다 면 이도 또한 작은 효로써 큰 효를 상함이니, 부모가 혹 노혼하여 대의에 어두운 경우가 있을 때에는 온화한 기운과 부드러운 말씨로 간(諫)하고 또 간하여 그 마음을 돌려드리기에 힘쓸 것이요, 공사에 큰 관계가 있어서 직접 시봉을 드리 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형제나 친척에게 이를 대신하게 하고 그 공사를 원만히 이룩함으로써 참다운 큰 효가 되게 할 것이며, 혹 부모가 나에게 자애가 적은 경우가 있다 할지라도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오직 자녀의 도리만 다할 것이 니라.49)

49) 圓佛敎正化社, 鼎山宗師法語, 21~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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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은 정산이 자녀의 도를 언급한 것이다. 그는 자녀가 지켜야 할 도리 가운데, 우선 부모 보은의 조목을 실행할 것을 말하였다. 보은의 방법 은 실제생활에서 겪는 일들을 중심으로 자세하게 논의되었고, 그 안에는 부 모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경과 헌신이 진정한 효가 아니라는 뜻이 담겨있다.

이를 테면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하여 옳지 않은 요구에 순종하 는 것은 큰 효를 상하게 한다. 공사(公事)로 인해 부모봉양이 어려울 때에 는 다른 사람이 대신하여 봉양하게 하여, 공사를 원만하게 이루도록 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받는 사랑하는 적더라도 자식은 원망치 말고, 자신의 도리 를 다해야 한다. 정산은 효를 행하는 데에 있어 자식이 커다란 희생을 치르 는 즉 부모만을 위해 봉사하는 경직된 효 관념을 반대한다.

소태산도 공사의 일로 모친의 봉양이 어렵게 되자, 동생에게 부탁하며 다 음과 같이 말하였다. “도덕을 밝힌다는 나로서는 모친의 병환을 어찌 불고 하리요마는, 나의 현재 사정이 시탕(侍湯)을 마음껏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너도 아는 바와 같이 나를 따라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이 벌써 많은 수에 이르러 나 한 사람이 돌보지 아니하면 그들의 전도에 지장이 있을 것이요, 이제까지 하여 온 모든 사업도 큰 지장이 많을 것이니, 너는 나를 대신하여 모친 시탕을 정성껏 하라. 그러하면 나도 불효의 허물을 만일이라도 벗을 수 있을 것이요, 너도 이 사업에 큰 창립주가 될 것이다.”50) 위의 예문은 변화된 근대적 효 관점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부모의 자식이자 원불교 의 종사인 소태산은 부모의 효 보다는 많은 무자력자를 구제하는 효를 선 택하였다. 물론 자신을 대신해 부모의 병환을 간호할 수 있는 가족이 없다 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는 부모에 대한 헌신뿐만 아니라 공도(公 道)에 헌신도 효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점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상하가 아닌 상생의 관계일 때 가능하다. 이제 더 이상 보은은 부모 시봉에 한정되지 않고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보다 큰 효를 지향함으로써 전통적 효

50) 圓佛敎正化社, 圓佛敎全書, 「大宗經」, 240~2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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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벗어나게 된다. 이처럼 상생의 효는 근대에 이르러 변화된 ‘효’개념 을 시사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정산이 언급한 자녀의 도는 궁극적으로 가족 간에 서로 긴밀하고 정신적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공감의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효 를 통한 이상적인 가족은 함께 상생하는 삶이다. 정산은 “상생의 인과는 선 인 선과로서 인과의 원리가 상생으로 순용됨을 이름이니, 그 인연이 서로 돕고 의지하여 모든 일을 원만히 성취하게 되는 좋은 인과 관계요.”51)라고 하였다. 자식과 부모가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는 상생의 실천은 오늘날의 진정한 효로 대표된다. 다시 말해 원불교의 효는 부모와 자식의 상생의 관 계에서 보은, 감사 등을 통해 효를 실천하는 근대적 ‘효’개념의 한 특징을 밝히고 있다.

Ⅳ. 나가는 말

본 연구는 근대화의 변혁에서 변화의 과정을 겪었던 근대적 효 개념을 민족종교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동학과 증산교 그리고 원불교 경전에서 등장하는 은(恩)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우선 동학에서의 ‘시천주(侍天主)’사상을 중심으로 동학의 효 개념을 알 아보았다. 해월은 효를 언급하면서 유교적 가치관의 효 개념을 종교적 측면 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한울님을 모신다는 동학의 사상을 적용하여 효를 절 대적 가치로 논의한다. 이를 위해 그는 만물의 영장인 한울님의 은혜를 부 모의 은혜와 같이 살펴보았고, 한울님에 대한 신앙 생활을 부모에 대한 효 실천처럼 하도록 독려하였다. 이렇듯 동학에서의 효는 유교적 효 윤리관을 토대로 효의 실천을 위한 당위성을 종교적 측면에서 구현하였다.

51) 圓佛敎正化社, 鼎山宗師法語, 1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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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교에서의 효는 세상의 원한을 풀어 상극을 없애고 상생의 도를 이룬다 는 해원상생을 바탕으로 보은이 등장한다. 보은상생에 나타난 효는 은혜를 기반으로 형성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서로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마지막으로 원불교에서의 효는 사은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은사상의 중 심 사유인 감사와 상생의 단어를 중심으로 원불교에서의 효 논의를 전개하 였다.

원불교의 신앙생활에서 제시한 보은의 방법은 현실 생활에서의 효행의 길을 제시해 준다. 특히 소태산이 말한 보은의 실천방법 가운데 감사생활은 효 실천의 자발적인 동기와 의지를 이끌어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감사는 보은의 실천이며 효의 관점에서 볼 때, 부모와 자식간의 호혜 적 관계를 이끌어낸다. 즉 부모에 대한 감사의 효는 상호 관계를 서로 존중 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감사의 마음이 감사의 행동을 불러일으 킴으로써, 자발적인 효의 실천을 가져온다. 의무적인 효행이 아닌 자발적인 효행을 실현할 수 있다. 이렇듯 모든 일상에서 싹트는 감사의 마음이 효의 시작이며, 감사의 행위로 인해 효가 완성된다. 따라서 정산의 감사 실천은 근대적 효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원불교의 효는 상생을 토대로 한다. 원불교의 교리에서 부모와 자녀 는 상생의 관계 속에서 정서적인 공감과 유대감으로 가족을 이루어간다. 소 태산은 가족윤리에 상생의 원리를 적용하였다. 즉 가족 공간에서 부모와 자 식의 상생은 곧 사회 영역으로 확장되며 나아가 우주만물의 상생으로 이어 진다는 원불교의 가르침을 함의하고 있다. 이렇듯 상생의 효는 가족 간에 서 로 긴밀하고 정신적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공감의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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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Concept of Modern Filial Piety (孝) in Ethnical Religion Appearing in ‘Eun (恩)’

‐-Focused on Won-Buddhism

52)Lee, Nan-su*

This study examines the concept of modern filial piety appearing in ethnical religion centering on the word, Eun (; grace). First, the concepts of the filial piety of Dong-hak and Jeungsangyo were examined, and the aspect of the culture of modern filial piety was examined based on Won-Buddhism.

Dong-hak's concept of filial piety sublimated the concept of Confucian filial piety into religious aspects. In particular, Hyewol discussed the grace of Hanulnim, the lord of all creatures, on the same level as the grace of the parents, and further observed the faith life of Hanulnim as the practice of filial piety for the parents.

Jeungsangyo explains Boeun (報恩; reward) based on Haewon- sangsaeng (解冤相生) by solving the world's grudge and eliminating incompatibility and forming a co‐prosperity intention. In other words, a grace‐based mutual relationship must be established to solve the grudge that is made in the world and to achieve true co‐prosperity. Therefore, the filial piety is based on the grace,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parents and the child proceeds in the direction of saving each other.

The filial piety in Won-Buddhism is discussed around the central reason of Eun () thought, thanks and co‐prosperity (相生).

The practice of filial piety in the real life based on the faith of Won-Buddhism is embodied as a thankful life. In Sotaesan's way of practicing Bo‐eun (報恩; thankfulness), living a thanksgiving life has

* Chosu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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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racteristic of bringing voluntary motivation and will of practice of filial piety. The filial piety of Won-Buddhism is also based on co‐

prosperity. Sotaesan applied the principle of co‐prosperity to family ethics. In other words, the co‐prosperity of parents and children in the family space implies the teaching of Won-Buddhism that it extends to the social realm and furthermore leads to co‐prosperity of the universe.

Thus, the filial piety of co‐prosperity seeks to establish a sympathetic relationship that allows families to have close and spiritual bonds.

Key Words : Modern, Ethnical Religion, Filial Piety, Eun(grace), Dong-hak, Jeungsangyo, Won-Buddhism, Thanks, Co-prosperity

<필자 소개>

이름 : 이난수

소속 : 조선대학교 우리철학연구소 전자우편 : noanan@hanmail.net

논문투고일: 2017년 7월 15일 심사완료일: 2017년 8월 17일 게재확정일: 2017년 8월 22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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