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화 - 우 리 과 학 자 이 야 기
으와! 40년 넘게 바이러스를 갖고 놀았다구요?
우리나라에서 노벨생리의학상에 가장 근접했다고 주저없이 꼽을 수 있는
과학자란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호왕 박사의 일대기가 궁금하지?
왕 궁금해요!
40년 넘게 바이러스를 연구한 세계 미생물학계의 권위자 이호왕 박사를 들어본적 있니?
미국이 15년 간 4천만 달러를 쏟아붓고도 밝혀낼 수 없었던 유행성출혈열의
원인균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그 백신까지 개발한 분이지.
말라리아, 간염과 함께 세계 3대 전염병 중 하나.
매년 20여만명이 감염되는데, 치사율이 7%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들판에 누웠다가 등줄쥐의 배설물에 섞인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반세기 동안 인류의 숙제였던 유행성출혈열의 원인균을 발견하고 백신까지 개발한 위대한 과학자가 바로 이호왕이다.
한탄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그의 인생을 만나보자.
| 글∙그림 | 황중환∙386c@donga.com |
바이러스연구에바친한평생
이 호 왕
※ 전북대 과학학과 김근배 교수가 인물 선정과 자료수집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호왕아, 축구하자우!
호왕아� 엄마 꿈은 네가 훌륭한 의사가 되는 거란다!
네…!
장하구나!
내 아들.
훌륭한 의사가 되려면 먼저 병의 원인을 알아야겠군.
기용숙 교수님이 가르치는 미생물학을 신청해야지!
이봐, 기 교수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그래?
어떤 분이든지 괜찮아.
내가 공부하고 싶은 걸.
아니 공부해야 돼!
비록 몸은 부모님과 떨어져 있지만 어머니 뜻대로 훌륭한 의사가 되겠어요!
그런데 이 성적으로는 안되잖니?
네, 일단 축구 끝내고 열심히 공부하갔습네다.
날래날래 나오라우!
기다리라우!
이호왕은 평소 어머니의 소원대로 함흥의대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부모와 생이별하는데, 전쟁이 끝난 후 서울의대에 편입한다.
만 화 - 우 리 과 학 자 이 야 기
괴짜교수로 소문나 학생들의 기피대상 1호였던 기용숙.
그러나 그는 이호왕이 훗날 세계적인 미생물학자가 될 수 있었던 계기를 제공한다.
이호왕은 꾀 한번 부리지 않는 성실함으로 인해
기교수의 인정을 받고 미국유학의 기회까지 얻는다.
그러나 그리 순탄치 않았다.
생전 처음 하는 외국생활과 짧은 언어실력으로
낙제 위기에까지 몰리게 된다.
결국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석사 2년 과정인 연수뿐 아니라, 박사학위에 도전할
기회까지 얻는다.
마침내, 1959년 4년 3개월 만에 박사학위를 받고 당당히 귀국한다.
어쭈, 저 친구 보통이 아닌걸.
장차 훌륭한 학자가 되겠어.
미국에서 한국학생들에게 연수기회를 준다는구나.
자네가 한번 가보도록! 네?
말로만 듣던 미국!
한심하군요.
그건 뜨거운 물이잖소.
미스터 리, 공부를 계속 하는 게
어떻겠소?”
이대로 물러설 수 없지!
영어가 안되니 노트를 달달 외우는 수밖에….
으아악!
불이야!
마침내 뇌염연구비를 따내고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들쥐를 잡으려고 야산에서 지내다가 간첩으로 오해받기 일쑤였고
잇따른 연구원들의 감염까지….
5년 간 아무리 연구해도 병균은 꼬리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쉬지 않고 몰두했다.
한국전쟁 당시 상당수 미군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유행성출혈열.
그는 이것을
새로운 도전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박사님, 박사님!
일본에서 뇌염백신을 먼저 개발했답니다!
뭐? 우리가 한발 늦었군.
흠, 우리가 15년 간이나 큰돈을 들여 연구했는데도 못밝힌 괴질을 연구하겠다고?
쥐,
거기 서라! 오홋,
간첩!
오직, 연구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연구비는 지급하겠지만….
미국에서도 연구비를 중단하겠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지!
일본에서도 못 딴 연구비를 우리가 딸 수 있을까요?
암, 열심히 하면 가능할걸세!
연구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만 화 - 우 리 과 학 자 이 야 기
쳇, 그러면 그렇지!
연구비 지원을 그만 둬야겠어!
전화 아냐?
what?
really?
연봉을 원하는 대로 주겠소.
우리와 같이 일합시다.
쩝… 바이러스 명칭은 뭘로 하실겁니까?
박사님 이름을 붙일건가요?
아닙니다.
처음 발견된 장소면서 남북을 함께 흐르는 한탄강….
통일의 염원을 담아 한탄바이러스라고 부르겠소.
오, 예!
한탄바이러스!
멀더 요원,
이건 한타바이러스군요. 스컬리, 혹시 이걸 누가 처음
발견했는지 아시오? 제가 발견하지 않았는데요?
외계인?
누가 발견했는지는 비밀에 부치기로 합시다.
사양하겠소.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어요.
우리가 바이러스를 발견했습니다!
마침내 이호왕은 등줄쥐의 폐장에서 유행성출혈열 바이러스를 발견하게 된다.
타임지를 비롯한 전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된 사건이었다.
현재 모든 의학과 미생물 교과서에는 한국인이 규명한 병원미생물로 한탄바이러스가 수록돼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괴질의 학명으로‘한타바이러스’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한탄바이러스에서 나온 것이다.
연구결과 발표를 위해 미국으로 간 그에게 스카웃 제의가 쇄도한다.
저쨌거나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쭈욱�. 쭈욱!
아아�
눈부셔!
반세기 동안 인류의 숙제를
해결해주신 분입니다!
대단하세요.
이제 노벨상도 받으셔야 되는데….
서양사람이었다면 진작 받았을지도
모르겠는걸.
쭈욱!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출혈열을 처음 한국의 풍토병으로 오해했다.
그러나 미국 남북전쟁 때도 비슷한 환자가 있었으며, 공식적으로는 1910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에서 처음 학계에 보고됐다.
마침내 1989년에는 한 제약회사와 공동으로 예방백신인‘한타박스’까지 개발한다.
바이러스 발견과 백신개발을 동시에 이룬 세계 미생물학회의 권위자로 우뚝 선다.
미국 최고공로훈장을 받았으며, 1997년에는 노벨생리의학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바이러스 연구에 40년을 받친 이호왕.
20세기 우리나라가 낳은 대표적인 과학자로, 한국의 노벨생리의학상 후보 1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세계적인 업적을 거둔 토종과학자 이호왕은 대한민국학술원장으로 현재에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1994년에는 권위 있는 의학상인 태국 마히돈왕자상을 받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