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영화 의 내러티브에 영향을 미치는 미술적 요소 분석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1

Share "영화 의 내러티브에 영향을 미치는 미술적 요소 분석"

Copied!
20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투고일_2018.12.10 심사기간_2019.01.01-16 게재확정일_2019.01.28

영화 <아가씨>의 내러티브에 영향을 미치는 미술적 요소 분석

Analysis of the Art Elements Influencing on the Narrative of the Film <The Handmaiden>

진영선, 원광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 최병길(교신저자), 원광대학교 조형예술디자인대학 교수 Jin, Young Sun_Doctor Course, Graduate School, Wonkwang University

Choi, Byung Kil(Corresponding author)_Professor, College of Plastic Arts and Design, Wonkwang University

차례 1. 서론

1.1. 연구 배경 및 목적 1.2. 연구 방법

2. 영화의 내러티브와 미술적 요소

3. 영화 <아가씨>에 나타나는 미술적 요소 3.1. 실내배경 : 카레산스이와 우키요에 3.2. 실외배경 : 인상주의 화풍

3.3. 인물의 내적 표현 : 기모노와 드레스

3.4. 영화의 중심서사: 아르누보 양식과 데칼코마니

4. 결론

참고문헌

(2)

영화 <아가씨>의 내러티브에 영향을 미치는 미술적 요소 분석

Analysis of the Art Elements Influencing on the Narrative of the Film <The Handmaiden>

진영선, 원광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 최병길(교신저자), 원광대학교 조형예술디자인대학 교수 Jin, Young Sun_Doctor Course, Graduate School, Wonkwang University

Choi, Byung Kil(Corresponding author)_Professor, College of Plastic Arts and Design, Wonkwang University

요약 본 연구의 목적은 영화 화면에 등장하는 미술적 요소가 영화의 내러티브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는 데에 있다.

연구대상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미술 부문 발칸상(Vulcan Award)을 수상하며 영화 속 미술의 아 름다움을 인정받은 영화 <아가씨(The Handmaiden)>(박찬욱 감독, 2016년 6월 1일 개봉)을 선정하였는데, 영화의 ‘내러티브’를 이루는 ‘인물’과 ‘공간’, 두 여자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의 흐름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 치는 동·서양의 미술작품, 미술양식, 조형적 요소 등을 미술적 요소로 연구범위를 한정 지어 분석하였다.

<아가씨>의 분석에 앞서 영화의 내러티브와 미술적 요소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영화는 종합예술로, 현 대 중매체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내러티브는 영화의 꽃이라 할 수 있으며, 내러티브를 구성하기 위한 ‘인물’과 ‘공간’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술적 요소이다.

영화 <아가씨>는 일본식 서재, 우키요에, 카레산스이 등 일본의 미술적 요소를 통하여 주인공의 해방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에게서 자유를 찾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인상주의를 연상시 키는 색감과 배경을 통해 권력의 지배하에 있는 현실과 대비되는 자유로움을 표현하였다. 서양화가들의 작품 속 기모노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기모노와 클림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참고한 드레스 등, 히데코의 다양한 의 상과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주인공의 내적 변화를 표현하였다. 실내의 벽지는 모리스의 아르누보 양식 패턴 을 원용하여 히데코의 우울한 내면을 표현했으며 데칼코마니적 대칭 구도를 통하여 히데코와 숙희의 진정한 사 랑을 표현하였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nvestigate the influence of art elements appearing in the scenes of the film on the narrative of the film.

The subject of the study was <The Handmaiden>(Director Park Chan-wook, released on June 1, 2016) which was recognized for its beauty in film and won the Vulcan Award for the first time as a Korean film at the Cannes Film Festival. The research scope was limited to artistic elements such as eastern and western art works, art styles, and formative elements that directly or indirectly affect the 'character' and 'space' of the film 'narrative' .

Before analyzing <The Handmaiden>, I examined the relationship between film narrative and artistic elements. Film is a comprehensive art and one of the most influential fields in the current mass media. The narrative is a flower of a movie, and the artistic factor has the greatest influence on giving a plausibility to 'character' and 'space' for composing a narrative.

The movie <The Handmaiden> has metaphorically expressed the situation of our country which is free from Japan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along with the liberation of the main character through Japanese artistic elements such as Japanese style library, Ukiyoe, and Kare Sansui. It also expresses freedom in contrast to reality under the control of power through color and background reminiscent of Impressionism. Hideko represented her inner changes through various changes in her costume and hairstyle, including a sumptuous kimono reminiscent of kimono in the works of Western artists and a dress reference to a character in Klimt 's work. The interior wallpapers expressed Hideko 's depressed inner face by using Maurice' s Art Nouveau style pattern and also expressed the true love of Hideko and Sukhee through a decalcomania symmetrical composition.

중심어

아가씨 영화 내러티브 미술적 요소 분석

ABSTRACT Keyword

The Handmaiden Film

Narrative Art Elements Analysis

(3)

1. 서론

1.1. 연구 배경 및 목적

박찬욱(1963-) 감독은 영화에 미학을 녹여낼 줄 아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복수는 나의 것(Sympathy For Mr. Vengeance), 2002>, <올드 보이(Oldboy), 2003>,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ance), 2005>의 복수 3부작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던 그는 뛰어난 색채, 초현실주의적 분위기와 스타일을 갖춘 뛰어난 영상미학으 로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았으며1) 10번째 장편 영화 작품인 <아가씨 (The Handmaiden), 2016>를 통해 영화 미학의 정점을 찍었다. <아가씨>는 개봉 전부터 여배우의 노출, 동성애, 일제 강점기 등 한국 사회에서 다루기 힘든 것을 다 집어넣은 탓에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였지만 많은 관객에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줄거리로 호평을 받았 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2017년 제 53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아가씨>로 박찬욱 감독은 영 화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제 71회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 초로 외국어 영화상2)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영화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것은 영화 <아 가씨>가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와 선정적인 장면만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아가씨>가 작품성을 인정받고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영화 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낸 <아가씨>의 ‘미장센(Mise-en-Scène)3)’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전통미술과 더불어 근대 서양미술 등 다양한 미술적 요소를 도입한 영화의 아름다움은 관객들 에게 <아가씨>에 등장한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였으며,4) 제 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발칸상(Vulcan Award)5)을 수상하며 영화 속의 미학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미장센’을 이루는 미술적 요소들은 단순히 화면을 예쁘게, 보기 좋게 구성하는 게 아니라 영화

‘내러티브(Narrative)6)’에 개연성을 부여하는데 뒷받침이 된다.

영화 <아가씨>는 여타 박찬욱 작품과는 다르게 내러티브가 명확하다. 영국의 워터스(Sarah Waters 1966-)의 소설 『핑거 스미스(Fingersmith), 2006』7)를 각색한 작품으로 박찬욱 감독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내러티브 중 하나로 꼽는 우리나라의 시대상에 맞게 내러티브를

1) 김경애, 「<올드보이>에 나타난 여섯 개의 이미지」, 문학과영상학회5(1), 2004, p.6.

2) 非 영어권 영화부문의 최고 작품을 가리는 외국어 영화상.

3) 미장센은 ‘장면(화면) 속에 무엇인가를 놓는다.’라는 뜻의 프랑스에서 유래하였다. 이 말은 그동안 유럽에서 우리말의 ‘연출’에 해당 하는 연극 용어로 쓰여져 왔다가, 여러 가지 구성요소들을 생각해내고, 화면 속에 배치함으로써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의미하는 영화 용어로 정착하였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미장센 [Mise-en-Scène]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 01. 30., 국학자료원).

4) 영화가 개봉한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팬 층이 두터운 편이다. 국내 영화로는 드물게 팬들의 성원에 확장판 정식 상영과 이례적으로 각본집까지 발매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국내 팬들은 <아가씨>의 촬영지인 일본의 장소와 건물을 인터넷 을 통해 소개하고 홍보하고 있다. 또한 웹사이트엔 <아가씨>에 등장한 ‘우키요에’에와 ‘자포니즘’에 관한 글들이 아직도 활발하게 검색되며 외신에선 <아가씨>에 등장하는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작품 중 하나인 <문어와 해녀(蛸と海女)>를 보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하나인 <올드보이>에서 주인공이 낚지를 먹는 장면을 떠올리며 ‘박찬욱의 트레이드 마크를 영화 속에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 는 궁금증을 제시하기도 했다.

5) 칸영화제 폐막 이후 발표되는 상으로, 2003년 제정됐다. 이는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중 미술, 음향, 촬영, 편집, 시각효과 등에서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이룬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번외상이다. 벌칸상 수상자는 CST(Commission Supérieure Technique de l’Image et du Son)에서 선정한 심사위원이 선정한다. 한편, 영화 <아가씨>의 류성희 미술감독이 한국인 최초로 2016년 6월 폐 막한 제 69회 칸영화제 벌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전까지의 벌컨상은 대부분 촬영 및 음향 아티스트에게 수여됐는데, 미술감독 에게 주어진 것도 처음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벌컨상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6) 실제 혹은 허구적인 사건을 설명하는 것 또는 기술(writing)이라는 행위에 내재되어 있는 이야기적인 성격을 지칭하는 말.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과관계로 엮어진 실제 혹은 허구적 사건들의 연결을 의미하며 문학이나 연극, 영화와 같은 예술 텍스트에서는 이야기를 조직하고 전개하기 위해 동원되는 다양한 전략, 관습, 코드, 형식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내러티브는 관객들에게 펼쳐지는 내용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하고 이를 기초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 것인가를 예측하게 해준다. 그럼으로써 어떤 사 건이나 감정의 발생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전개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내러티브 [narrative] (영화사전, 2004. 09. 30., propaganda).

7)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스릴러 시대물이다. 소설의 제목인 ‘핑거스미스’는 소매치기를 뜻하는 19세기 영국의 속어이다. 18세기 말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거부(巨富)를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그녀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 그리고 그에게 고용된 소녀의 이야기이다. 한국어판은 2006년 최용준의 번역으로 열린 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핑거스미스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4)

재창조해야 했으며 국적과 성별, 계급을 뛰어넘는 두 여자의 사랑을 영화 미술적 요소를 통하 여 그려내었다. 박찬욱 영화로는 드물게 권선징악이라는 뚜렷한 결말이 존재하며, 주로 내러티 브의 분석 대상이 되는 등장인물의 행동적 동기와 그 영향,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 문제가 해결되어 가는 과정까지를 미술적 요소를 활용하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표현하였다.

그러나 영화 <아가씨>에 등장하는 다양한 미술요소들이 영화의 내러티브를 아름답게 표현하 며 영화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영화 <아가씨>의 미술적 요소에 관한 연구 가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자는 이 영화를 미술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사료되어 <아가씨>의 내러티 브 전개과정에서 영화 속에 미술적 요소들이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어떠한 효과를 창출해냈는 지 보고자 한다.

1.2. 연구 방법

영화 <아가씨>는 미학적으로 볼거리가 많은 영화인만큼 수많은 미술적 요소들이 등장하며 영화를 이루는 장면마다 의상, 색채, 소품, 구도 등 미술적 요소들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화면이 아름답다’고 할 때 그냥 아름답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 ‘내러티브’의 내적인 필요를 위한 아름다움이라면 서슴지 않고 한다고 하였다.8) 이는 영화를 아름답게 보여주는 미술적 요소들이 영화의 내러티브를 위한 치밀한 계산아래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본 연구자는 미술적 요소가 <아가씨>의 내러티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함으 로써 미술적 요소들을 통해 영화 안에서 어떠한 의미와 효과를 주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아가씨>는 영화의 중요한 내러티브 중 하나인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상을 표현 하고자 우리 나라 영화로는 드물게 일본미술의 요소를 뚜렷하게 나타냈으며, 유럽풍의 미술과도 조화를 이루면서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이에 영화 <아가씨> 안에서 동·서양의 미술적 요소들을 통하여 그 당시 한국, 일본, 서구의 사대주의와 해방, 영화의 주인공인 두 여인의 사랑과 자유로 향하는 과정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분석해볼 것이다.

미술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양식과 미술사를 거쳐 온 만큼 그 범위가 광범위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미술적 요소라고 정확하게 한정짓기가 애매하다. 미학적으로 볼거리 가 많은 영화인만큼 <아가씨>에선 수많은 미술적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본 논문에서는 영화 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인물’과 ‘공간’, 두 여자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의 흐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미술작품, 미술양식, 조형적 요소 등을 미술적 요소로 한정 짓고, 영화에 상징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분석하고 이 영화의 미술적 심미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2. 내러티브와 미술적 요소의 관계

현대미술은 더 이상 캔버스를 통한 표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캔버스 위에 단순한 붓칠 행위가 아닌 언어, 문자, 비디오나 행위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화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 다. 이러한 대중매체들은 미술작품의 제작에서 새로운 개념, 즉 상품, 상업성, 소비자주의 등의 개념들을 형성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미술작품의 전통 개념에 변화를 초래했다.9) 그러한 대중매체 중에서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영화를 꼽을 수 있다.

영화는 근대 이후로 등장한 대중매체이다. 영화는 음악, 미술, 영상을 아우르는 종합예술 (Total Art)로서 급속한 성장을 가져왔으며, 현대예술의 관점에서 보자면 예술성과 대중성, 영향력 등에서 충분한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닌 영화는 다양한 시도와 소재의 개발을 통해서 새로운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10)

8) 메트로 신문, ‘아가씨’ 박찬욱 감독 “파격·금기? 내러티브 위한 선택일 뿐”(인터뷰), 글 장병호, 2016. 06. 07.

http://www.metroseoul.co.kr/news/newsview?newscd=2016060700162

9) 신성열, 「현대미술의 대중매체성과 예술철학적 의미」, 인문과학연구 제 30집, 2011, p.278.

(5)

이러한 영화는 내러티브의 예술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현실의 시간과 공간을 영화적으로 재창조한다. 영화에는 내러티브를 구성하기 위한 ‘인물’과 ‘공간’, ‘시간’이 존재한다.11) 영화라 는 가상세계 안에서 인물과 공간을 상황에 맞게 변화시켜 재창조하여 영화의 내러티브를 개연 성 있게 표현하는 것이야 말로 영화의 완성도를 좌지우지 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영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예술영역 중 영화의 내러티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술적 요소일 것이다.

영화 역시 다른 시각예술과 마찬가지로 프레임이라는 제한된 시각적 공간 속에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하나의 프레임 내에 고정되는 회화나 사진과 달리 다수의 프레임들을 매개로, 혹은 프레임 인(Frame-In) 되지 않는 외화면(Off-Screen)과의 관계를 통해 공간의 수령과 발산 운동을 펼치면서 관객에게 고도의 상상력을 발현한다.

영화는 본질적 특성상 매순간 영상에 비춰지는 음향(등장인물의 대사, 음악)과 시각적 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때 화면에 비춰지는 시각적 요소들을 이루는 대부분은 미술적 요소들이며 상상력을 발현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12) 관객이 영화의 시간성과 인과관계를 추측하는데 있어,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적절하게 배열되어 있는 미술적 요소들 을 담은 영상은 그 자체로서 영화의 내러티브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서양을 처녀 항해했던 타이타닉호 안에서의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인 <타이타닉 (Titanic), 1997>에서는 모네(Claude Monet, 1840-1926), 드가(Edgar Degas, 1834-1917),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등의 미술 작품들이 등장하며 화가인 남자주인공을 표현 하기 위한 소품으로 쓰이며 결국은 영화에서 사건의 시작이 되는 ‘누드화’를 그리는 장면과 이어지도록 당위성을 부여해주며13) 국내 영화인 <하녀(The Housemaid), 2010>에서는 김 재관(1947-)과 배영환(1969-)의 미술작품으로 상류층의 삭막함을 표현하며 영화 속 상류 층의 차가운 공기를 표현한다. 이렇듯 미술적 요소가 영화의 내러티브에 미친 예는 수도 없이 많이 들을 수 있으며 미술은 영화의 내러티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관객들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도록 만들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미술적 요소들이 영화 <아가씨>의 내러 티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분석해보고자 한다.

3. 영화 <아가씨>에 나타나는 미술적 요소 3.1. 실내배경 : 가레산스이와 우키요에

영화의 서재를 살펴보기에 앞서 영화 <아가씨>에서 사건이 대부분이 일어나는 장소인 코우 즈키(조진웅 역)14) 저택을 살펴보자. 일식과 양식이 하나로 붙은 이 독특한 건물은 저택은 영화의 ‘다섯 번째 주인공’의 역할을 한다.15)

이 저택은 코우즈키가 생활하는 본채<사진 1>, 코우즈키가 여러 귀족을 불러 모아 아가씨에 게 낭독회를 시키는 서재가 포함된 별채<사진 2>, 하인들이 기거하는 하인숙소<사진 3>

이렇게 총 세 곳으로 나뉘는데 저택은 존재만으로도 영화에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 이미지, 「미술영화로 해석된 미술 작품 분석 연구: 2000년대 미술영화를 중심으로」, 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4, p.1.

11) [네이버 지식백과] 내러티브 (영화 기술 역사), 2013. 02. 25., 커뮤니케이션북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625045&cid=42219&categoryId=42227

12) 서정남. 「제1부 환상, 네러티브, 신화 : 영화 텍스트에서 시간의 공간화와 공간의 시간화에 대한 서사학적 분석」, 한국기호학회, 기호학 연구 15권0호, 2004, p.90.

13) 정장진, 「영화 <타이타닉>에 숨어있는 누드화 한 장」, 미술세계217, 2011, p.113. 또한 타이타닉의 명장면으로 잭 도슨(레오나 르도 디카프리오 역)이 로즈 드윗(케이트 윈슬렛 역)의 누드화를 그려주는 장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시작이자 끝을 장 식하는 이 누드화는 감독이 직접 그린 것으로, 수백 년 동안 비너스라는 이름으로 미술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 서양의 누드화를 모티브로 그려진 것이다.

14) 밀수품으로 고관대작의 통역을 부정하게 따내고 한일합방에 공을 세우고 그 대가로 따낸 이권을 통해 부자가 된 인물. 히데코의 후견인이자 이모부이며 “조선은 추하고 일본은 아름답다”라며 스스로 일본인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러기 위해 조선인인 전부인과 이혼하고 몰락한 일본 귀족인 히데코의 이모와 결혼한다. 그 후, 히데코의 이모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어린 히데코를 학대하며 변 태적인 낭독회를 시키고 인간의 신체부위를 진열해 놓은 지하실을 히데코에게 보여줌으로써 커다란 공포심을 심어놓는다. 영화 안에서 가장 큰 악으로 존재하는데 후지와라 백작에 의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15) 인터뷰 365, [인터뷰] ‘아가씨’ 박찬욱 감독, “영화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대저택”, 글 유이청, 2016. 05. 25.

http://interview365.mk.co.kr/news/74613

(6)

<사진 2>

영화 <아가씨>에 등장하는 본채,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0 134143

<사진 3>

영화 <아가씨>에 등장하는 별채, 출처:

http://www.cine21.com/news/vie w/?mag_id=84314

<사진 4>

영화 <아가씨>에 등장하는 하인숙소, 출처: 영화 <아가씨> 캡처

첫째, 코우즈키가 등장하지 않는 순간에도 코우즈키가 구상하고 지은 이 저택 안에서 생활하는 히데코(김민희 역)16)의 상황은 코우즈키에게 구속되고 있는 아가씨의 상황을 잘 표현해준 다.17) 이는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에게 구속당하는 우리나라의 처지와도 맞물리는 부분이 있다.

둘째, 영화로 각색하며 원래는 1910년대 고베를 배경으로 하였던 <아가씨>의 시대적 배경이 1930년 일제 강점기로 바뀌며 박찬욱 감독은 일식과 양식이 공존하는 코우즈키 저택을 표현 해냄으로써 영화 안의 시대상을 더욱 더 부각시키는 요소로 만들고자 하였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의 내러티브엔 중요해보이진 않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가씨>

의 ‘시대’라고 하였다.18)

1800년 메이지 시대(明治時代) 때부터 일본 정부는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일본 건축의 서구화를 하였는데 일본 국민이 갑작스럽게 서구화되어가는 건축물에 거부감과 불편 함을 느껴 제대로 시행되지 않다가 서서히 서구의 요소들이 들어간 건축물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하였다. 공공건물과는 달리 가옥이나 상점 등 개인적인 소규모 건축에 차츰 붉은 벽돌 등의 재료를 화강암과 같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서구 가옥의 장식적 요소를 다양하게 부가해

‘동화 속의 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19)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했을 때, 이 저택은 코우즈키라는 인물과 일제 강점기라는 영화의 내러티 브를 구현하기 위한 박찬욱 감독의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감독은 당시 조선의 지배국가인 일본을 동경하여 극단적으로 숭배하며 일본인인 척하는 코우즈키라는 인물의 우 스꽝스러운 성격을 일식과 서양식을 반반으로 갈라서 억지로 붙여놓은 듯, 한 몸처럼 붙어 있는 코우즈키 저택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코우즈키 저택의 가장 계급이 낮은 하인들의 숙소<사진 3>는 조선의 전통 가옥으로 꾸몄으며, 하인들이 쓰는 숙소를 한국 전통 가옥으로 표현함으로써 당시 가장 낮은 계급이 일본에게 지배를 당하고 있는 한국인임을 은연중에 표현하였다. 영화에서는 식민지 시대 우리 나라의 상황과 배경을 눈에 보이게 부각시키지는 않지만 이러한 장치를 통해 식민지 시대의 생활을 비춰주고 있는 것이다.20)

16)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자신을 길러주던 이모가 한국인인 코우즈키와 결혼함으로 인해 한국으로 오게 된 일본 귀족 아가씨. 코우 즈키 가에 살던 중, 이모의 자살과 이모부인 코우즈키의 학대로 차가운 성격을 지니게 된다. 어렸을 적 자살한 이모 대신 코우즈키 의 주도 아래 열리는 낭독회에서 음란서적을 낭독하며 자랐다. 불우한 어린 시절 때문에 남자와 코우즈키를 증오하며 살아가던 중, 후지와라 백작으로부터 코우즈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계획을 듣고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계획의 일부로 자신의 대용품으로 정신 병원에 보내기 위해 코우즈키 가에 들인 하녀 숙희와 진실한 사랑에 빠지게 되며 숙희와 함께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17) 네이버 매거진, 매혹적인 이야기 [아가씨] 박찬욱 감독 인터뷰, 글 김형석, 2016. 06. 09.

18) 씨네21 [스페셜] <아가씨> 본격 스포일러하는 인터뷰 - 박찬욱 감독에게 묻다, 글 김혜리, 2016. 06. 06.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4313

19) 김효진. 「일본의 초기 근대 건축의 양상과 변모 – 식민지 연구를 위한 전제로서의 식민 모국 연구」, 일본비평, 일본비평 15호, 2016, p.276.

20) 박찬욱 감독은 이러한 코우즈키 저택을 실감나게 촬영하기 위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여러 건축을 물색한 끝에 코우즈키 저택의 정원과 대문은 1913년에 「일본 근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린 영국인 건축가 죠사이아 콘더(Josiah Conder 1852-1920)가 양 관부분을 건축한 육화원(六華苑)에서 촬영했다. 육화원은 지방에 유일하게 남은 작품으로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코우즈키 저택의 별채(서재 외관)와 정원은 같은 지역에 위치한 모로토 정원(諸戸氏庭園)에서 촬영했다. 일본 미에현 구와나시의 실제 건물은 두 가지 양식이 서로 동떨어진 느낌이어서 후반 작업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새로운 서양식 저택 구조를 만들었다.

(7)

이러한 코우즈키 저택에서 코우즈키가 가장 아끼는 서책을 보관하는 장소인 서재<사진 4>야 말로 코우즈키의 권력이 가장 확장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의 ‘미시권력’에 의하면 권력은 단순히 지배와 복종으로만 이를 성립할 수 없으며 ‘미시권력’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주변에 공존한다. ‘미시권력’은 물리적 위협이나 강제적 위협을 가하지 않더라도 ‘감시의 시선’으로 억압을 느끼게 한다.21) 코우즈키의 저택과 서재는 이러한 ‘미시권력’의 형태로 나타나며 히데코를 억압하는 공간으로 특히 서재는 코우즈 키가 일본 귀족들을 모아 놓고 변태적인 낭독회를 여는 장소로도 등장하며 히데코가 남자들에 게 적대감을 품게 되고 코우즈키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는 장소로 영화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4> 영화 <아가씨>에서 서재에서 열리는 낭독회를 즐기는 일본 귀족들, 귀족들의 뒤편에는 서양식으로 꾸며진 도서관이 보인다.

출처: http://entertain.naver.com/read?oid=108&aid=0002522782

코우즈키의 저택의 외관처럼 서양식 도서관과 일본식 다다미로 된 공간이 마주 보고 있는 서재 는 이질적인 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 코우즈키의 도착적인 성 욕망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일본 식 정원을 다다미 안에 만들어 구현해냈다. 이런 이질적인 공간들을 박찬욱 감독은 혼잡스럽거 나 모호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명확하게 구분 지어 나누어놓은 이러한 표현방식은 정갈한 혼종 성을 나타낸다. 박찬욱 감독은 이상하고 낯선 것이지만 미학적으로 추하지 않은 서재를 원했 다. 서재라는 공간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미술적 요소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일본과 각국의 춘화를 보관하는 장소 서재는 우아한 영국풍으로, 반대편 낭독회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일본 실내 풍으로 정갈한 다다미를, 일본의 정원을 표현하기 위해 일본식 분재, 물웅덩이를 배치하 였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류성희 감독은 일본 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카레산 스이(枯山水)22)를 정원으로 끌어들였으며 일본 정원을 바위로 산을 표현하고 물로 강을 표현 한 우주의 축소판으로 구현해냈다.23)<사진 5> 감독은 낭독회의 장면 중 코우즈키가 서재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장면<사진 6>을 삽입함으로써 자신이 만들어 놓은 가짜 세계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표현한다.24)

아마도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지라 육화원의 파격적인 건물설계를 영화에 그대로 담기 어려워 일제시대 적산가옥처럼 붉은 벽돌 건물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넣었을지도 모른다.

출처: 매거진 뷰파인더, 16편의 영화 <아가씨>와 근대 건축물의 상관관계, 글 이야기술가, 2016. 06. 03.

21) 윤장호. 「젠더의 권력관계를 통한 공간의 도상연구-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중심으로」, 한국영상제작기술학회, 2018, p.77.

22) 물 없이 모래와 자갈을 이용하여 꾸며진 일본식 정원. 서양에서 선불교(Zen Buddhism) 사상이 인기를 얻은 이후, 일본 정원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본계 미국인 조각가인 노구치(Isamu Noguchi, 1904-88)에 의하여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1956-58)에 일본식 정원을 만들기도 하였다.

출처: 윤성호. 「카레산스이(枯山水)식 정원의 조형성」,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한국디자인포럼, 2015, p.245.

23) 김혜리(2016. 06. 06.), 위의 인터뷰.

24) 전영화(2016. 06. 03.), 위의 인터뷰.

(8)

<사진 5> 코우즈키의 서재 중 일본식 정원을 들인 다다미 출처: http://blog.naver.com/meta253/220703119118

<사진 6> 일본식 정원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코우즈키 출처: 영화 <아가씨> 중 캡처

이런 외적인 모순을 통해 서재는 또 다른 내적 모순을 낳는다. 카레산스이는 본디 선승들의 명상을 위해 제작된 정원이다. 그런 경건함의 상징이라 볼 수 있는 카레산스이를 배경으로 행해지는 행위는 정사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춘화의 장면 재현과 음란서적의 낭독이다.

행해지는 행위와 어울리지 않게 고요한 분위기의 이 장소에선 일본의 꽃꽂이 꽃 마냥 히데코만 이 화려하게 놓여있다. 무채색 톤의 정장을 빼입은 남성들<사진 4>의 욕망 대상으로 놓여있 는, 매우 아름답게 치장을 한 히데코와 그녀가 낭독하는 서책만이 색을 가진 존재로 부각되는 것이다.<사진 7>25)

낭독회 장의 풍경과 비슷한 구도로 그려진 모로노부(Hishikawa Moronobu, 菱川師宣, 1618-1694)의 <요시와라의 풍속(吉原の躰), 1680><그림 1>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사실 을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다도를 즐기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의 건물 내부 풍경은 마치 <아가씨>의 서재 속 낭독회장을 연상케 한다. 벽면의 장벽화와 바닥에 깔려 있는 다다미, 다른 점이라곤 영화를 위해 특별히 감독이 들여 넣은 카레산스이 정원과 단상 위의 화분뿐이다. 영화에서는 단상 위의 화분 대신 화분의 용도로 쓰이는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히데코가 존재한다. 이는 낭독회에서 히데코가 남성들의 눈요깃거리로, 서재 속의 꽃꽂이 꽃 역할을 대신 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진 7> 코우즈키의 서재에서 낭독회를 하는 히데코의 모습 출처: 영화 <아가씨> 중 캡처

<그림 1> 하시카와 모로노부 <요시와라 풍속>, 1680, 목판화, 종이 위에 잉크, 25.7x38.6cm

출처: https://www.metmuseum.org

박찬욱 감독이 미술적 요소를 이용하여 구현해낸 이 장면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계급 또한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제 강점기의 시대상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귀족 여인인 히데코 가 일본 복식을 차려입은 채 조선에서 남자들의 눈요기가 되는 굴욕을 당하고 오히려 조선인인 코우즈키와 후지와라(하정우 역)26) 백작은 서양식 양복을 빼입고 그런 그녀를 감상하는 모습 으로 그려진다. 히데코와 대조되는 남성들의 어두운 복장은 그들이 권력 관계의 우위에 있음을

25) 전영화(2016. 06. 03.), 위의 인터뷰.

26) 미술에 조예가 깊은 일본 귀족으로 보이지만 실은 제주도 머슴의 자식. 영국에 있던 중 우연하게 백작이란 칭호를 얻고 진짜 백 작 행세를 하고 다니는 사기꾼. 코우즈키의 낭독회에 참가 중 히데코를 보게 되고 히데코에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숙희를 히데코 대신 정신병원에 가두고 히데코와 함께 코우즈키의 재산을 빼앗을 생각이었지만 역으로 숙희와 히데코에게 이용당해 코우즈키와 함께 몰락한다.

(9)

나타내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다른 예로 서재에서 코우즈키의 혀가 검게 변해 버린 신<사진 8>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먹물에 의해 검게 변색 되어버린 코우즈키의 입과 혀를 통해 그가 탐하는 권력의 강도가 더욱 강화 될수록 붉은 혀의 색은 퇴색되고 점점 검게 짙어짐을 의미 한다.27)

<사진 8> 혀가 검게 변한 코우즈키, 출처: 영화 <아가씨>중 캡처

히데코에게 고통을 주는 장소로 등장하는 이 서재는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히데코의 해방 장소 로 표현된다.<사진 9> 히데코와 그녀의 조력자 숙희(김태리 역)28)는 코우즈키의 저택을 빠 져나가기 전, 코우즈키의 서재에 들린다. 서재에 있는 서책을 보게 된 숙희는 평소 히데코가 낭독하던 책이 음란서적임을 알게 되고 이에 분노한다. 분노한 숙희는 코우즈키가 가장 아끼는 물건으로 등장하는 서책에 물감을 뿌리고 찢고 망가뜨리며 코우즈키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는 공간인 서재를 망가트린 뒤, 코우즈키 저택을 떠난다. 이는 코우즈키의 세계를 재현해놓은 서재를 망가뜨리고 떠남으로써 히데코의 해방을 표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9> 코우즈키의 서재를 망가뜨리는 히데코와 숙희, 출처: 영화 <아가씨> 캡쳐

이때 영화 <아가씨>에서 숙희가 열어본 서적의 그림으로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絵) 춘화가 등장한다. 우키요에는 우리나라의 풍속화처럼 일본 서민들의 모습을 그린 목판화로 일본 화가 들이 유곽의 기녀, 가부키 배우, 도회지 여성, 명승지 등 서민들의 풍속과 생활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표현함으로써,29) 일본뿐만 아니라 19세기 서구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 의 전통미술 중 하나이다. 특히 우키요에 하면 춘화가 떠오를 정도로 성에 대한 주제를 자주 다루었는데 당시에 우키요에를 보면 선명한 낙관이 찍혀 있는 작품도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 일본인들은 이러한 주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러한 성을 다룬 주제 가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인식하는 당시 일본의 개방적인 성 문화의 수용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27) 윤장호. 위의 학술지, 2018, p.85.

28) 장물아비의 손에 자란 소매치기. 후지와가 남작으로부터 히데코의 재산을 빼돌리려 하는데 히데코와 자신의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되어주면 장물을 주겠다고 제안을 받아 코우즈키 가에 하녀로 들어오게 된다. 곱게 자란 것 같은 히데코를 세상 물정 모 르는 아가씨로 생각하고 연민을 느끼다 사랑에 빠지게 된다. 히데코와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뒤, 후지와라 백작과 코우즈키 남작 을 따돌리며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

29) 성해준, 이성혜. 「우키요에(浮世繪)에 표현된 일본인의 성의식, 동아시아일본학회」, 일본문화연구 35, 2010, p.224.

(10)

다.30) 미술감독 류성희는 일식과 양식이 어우러진 서재에서 일어나는 국제적인 변태 모임인 낭독회의 음란서책으로 춘화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며31) 서양의 영화에서도 일본의 춘화는 영화 안에서 음란서적의 용도로 쓰이는 것을 빈번히 볼 수 있다.

그 중 영화 <아가씨>에서 등장한 춘화는 1814년 출판된 세 권 분량의 염본 『희능회지고진 통』(喜能会之故真通, きのえのこまつ)에 수록된 춘화로, 서양의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 었던 우키요에 대표작가인 호쿠사이(Katsushika Hokusai, かつしか ほくさい) 1760-1849) 의 목판화인 <문어와 해녀(蛸と海女)> 또는 <어부아내의 꿈(The Dream of the Fisherman's Wife)> <사진 10>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당시 일본 예술에선 대중적인 주제 였던 젊은 해녀가 두 마리 문어에 휘감긴 채 성적인 쾌락을 느끼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으로, 두 연체동물 중 커다란 문어는 여성에게 구강성교를 하고 있고, 아들인 작은 문어는 좌측에서 입과 왼쪽 유두를 애무하며 보조하고 있다. 그림 위쪽에 어지럽게 쓰인 글은 여성과 문어가 서로 만나면서 느낀 성적인 쾌락을 표현하는 내용이다.32)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괴물 문어들에게 성적인 고통을 당하는 여인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원치 않게 남성들에게 성적인 대상이 되어 있는 히데코의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

<사진 10> 영화 <아가씨> 중 등장하는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문어화 해녀>, 1814, 목판화, 27x19cm 출처: 영화 <아가씨> 캡처

<아가씨>에서 숙희는 히데코를 코우즈키와 남성들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구원자’의 역할을 한다. 숙희가 모순으로 가득 찬 서양식과 일본식이 공존하던 서재를 망가트리고 <문어와 해 녀>를 비롯한 서재에서 보관하던 각국의 춘화와 일본의 춘화를 찢어버림으로써 영화의 중요 한 내러티브 중 하나인 히데코의 해방을 표현했으며 일제 강점기에 우리가 갈망하던 조선의 독립도 은유적으로 표현해냈다.

3.2. 실외배경 : 인상주의 화풍

영화 <아가씨>에서 코우즈키 저택 밖에서의 장면은,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인상주의 회화를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인상주의란 본디 자연광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물들의 인상을 캔버 스에 표현하는 미술사조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러한 자연광선으로 빚어지는 색상을 스크린에 담아냈는데, 긴장 관계가 난무하는 영화의 일반적인 플롯 속에 오히려 긴장을 이완시키는 장면 들을 삽입함으로써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인상주의 그 자체 를 영화 속에 옮겨놓은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색채미학이 돋보이는 영화로 칭송받게 되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장면을 꼽자면 히데코와 숙희가 산책하는 장면<사진 11>에서는 한 폭의 인상주의 작품이 연상된다.33)

히데코는 숙희와 산책하면서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로 괴로워한다. 숙희는 원래 히데코에게

30) 성해준, 이성혜, 위의 학술지, 2010, p.227.

31) <아가씨>의 미술팀은 약 1000여장의 춘화를 직접 보고 공부하여 <아가씨>에 등장하는 춘화를 재현해냈다.

32) 위키백과 / <문어와 해녀>, https://ko.wikipedia.org. 2018. 11. 22.

33) http://blog.naver.com/synapse0/220727469760, 2018. 10. 9

(11)

끌렸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다른 꿍꿍이를 품었었다. 그러던 숙희는 이 장면에서 히데코에 게 연민을 느끼며 진심 어린 위로를 해준다. 히데코도 숙희에게서 진심어린 위로를 받으면서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장면은 영화 안에서 두 여자의 마음이 처음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대목이다.

<사진 11> 영화 <아가씨>의 산책 장면

(sinapse0의 naver.com/synapse0/220727469760 블로그 참고)

<그림 2> 클로드 모네, 아르장퇴유 근처에서의 산책, 1873, 캔버스에 유채, 81x60cm, 프랑스 파리 마르코땅미술관 소장

그런가 하면 푸르른 나무 사이를 산책하는 히데코와 숙희의 모습은 인상주의의 대표 화가인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아르장퇴유 근처에서의 산책(Promenade Near Argenteuil), 1873>(그림 2)을 연상시킨다. 두 여인이 산책을 즐기는 장면과 모네의 <아르장퇴유 근처에서 의 산책>을 비교해보면, 인물들의 의상, 구도 등에서 매우 유사한 점들이 발견된다.

다른 그림, 히데코와 숙희가 외국으로 도피하기 위해 후지와라 백작을 강가에서 기다리는 장면

<사진 12>를 보자.

<그림 3> 클로드 모네, <지베르니 부근의 센 강변>, 1897, 캔버스에 유채, 75x92.5cm, 오르게 미술관.

<사진 12> 영화 <아가씨> 캡처

안개가 낀 듯한 뿌연 공간 사이로 빛이 스며들어와 강물이 반짝이는 이 장면은 마치 모네의

<지베르니 부근의 센 강변(Bras de Seine près de Giverny), 1897> <그림 3>을 옮겨 놓은 듯하다. 남작과 함께 배를 타고 도강하는 장면에서 강의 수면 위로 떠다니는 수련들을 보여주 는 장면<사진 13> 또한 모네가 말년에 그린 <수련(Wikimedia commons), 1908> 시리즈

<그림 4>를 연상시킨다.

강 위로는 나무들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으며, 그 위를 수련들이 여유롭게 둥둥 떠다닌다.

이 강변 역시 숙희와 히데코가 사랑을 확인하던 장소 중 하나이다. 후지와라 백작이 코우즈키 의 지하실에서 죽음을 맞기 전 이 강변의 배 위에서 손을 잡고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 강변은 두 사람이 두 사람이 코우즈키 저택을 탈출하며 펼쳐지는 역경 속에서 조심스럽게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이다.

(12)

<그림 4> 클로드 모네, <수련 연못> 1908, 캔버스에 유채, 90x92cm, 개인 소장

<사진 13> 영화 <아가씨> 캡처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영화 비평가인 에릭 로메르(Jean Marie Maurice Scherer, 1920-2010) 는 무르나우(Friedrich Wilhelm Murnau, 1888-1931)의 영화 <파우스트(Faust-Eine deutsche Volkssage) 1926>의 회화적 공간 분석에서 로메르가 무르나우 영화의 회화적 성격 을 찾아내는 의미는 그것이 어떤 회화와 닮은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거나 하는 사실에서가 아니 라, 바로 영화의 이미지를 통해서 회화의 아름다움을 재현해낸다는 점이였다.34) <아가씨>의 야외 풍경에서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작품을 닮은 ‘빛의 색채’가 돋보이는 이유는 코우즈키 저택 안에서의 풍경과는 대조되는 괴리감 때문이다. <아가씨>에서 히데코가 숙희에게 “여긴 절대 볕이 쨍쨍 내리쬐지 않아. 이모부가 금지하셨으니까. 햇빛은 책을 바래게 하거든. 이 저택 에는 빛이 거의 안 들어오는데 이 집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라고 묻는 장면이 등장한다. 앞의 대사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코우즈키 저택은 자연광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곳이다. 서책을 너무나도 아끼는 코우즈키가 책이 바랠까봐 빛이 저택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설정인데 히테코에게 있어 코우즈키 서재가 있는 저택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움’의 상징인 것이다.

히데코가 코우즈키의 지배 아래 원치 않는 음란서적을 낭독할 때 순간적으로 전기가 나가 낭독 회장이 어둠에 잠기는 장면도 이를 은유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저택 밖의 정원은 자유와 진취적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35) 코우즈키의 지배 아래에 있는 어둡고 우울한 저택 안과 바로 저택 밖으로 펼쳐져 있는 빛을 머금은 풍경, 이는 박찬욱 감독의 포스트 모더니즘적 영화 미학이 돋보이는 요소로 상반된 두 풍경의 ‘빛과 어둠’으로 비틀어진 사대주의와 그곳을 벗어난 자유로운 곳으로의 열 망과 해방을 나타내는 것이다.

모네뿐만 아니라 마네(Edouard Manet, 1832-1883)의 작품들이 연상되는 장면도 등장한다.

숙희에게 밀회하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히데코와 후지와라 백작이 일부로 애정행각을 벌이 는 척하는 장면<사진 14>은 마치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Le Déjeuner sur l'herbe), 1863> <그림 5>를 연상하게 한다.36)

나무와 풀이 어우러진 배경, 나무 사이와 남성의 다리 사이에 들어와 있는 여성의 모습이 매우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당시 파리사회 귀족층을 비난하 기 위해 연출한 작품이었다면, 영화의 이 장면은 히데코와 후지와라 백작이 숙희를 일부러 속이기 위해 연출한 장면이라는 점 또한 유사한 점이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역시

<올랭피아(Olympia), 1863>와 마찬가지로 귀족들의 위선을 조롱하기 위해 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풀밭 위에서 소풍을 즐기는 남녀를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아닌 그 당시 파리 귀족 층을 묘사해 그려놓았으며, 여성은 옷을 입지 않은 나체로 그려져 있는 것이다. 문란한 여가생 활을 즐기던 당시 파리 귀족들의 행위에서 많은 관람자는 불쾌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그러한

34) Éric Rohmer, L'organisation de l'espace dans le Faust de Murnau, Petite bibliothéque des Cahiers du cinéma, 2000, p.21.

35) http://blog.naver.com/synapse0/220727469760, 2018. 11. 20.

36) http://blog.naver.com/jayryu97/220784093839, 2018. 10. 4

(13)

연유로 마네는 폭발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사진 14> 영화 <아가씨> 중 캡처 <그림 5> 에두아르 마네 <풀밭 위의 점심식사> 1863, 208x264.5cm, 캔버스에 유채, 오르게 미술관

영화 속의 히데코는 당시 서양 미술작품에 등장하던 누드화의 여인들과 처지가 비슷하다. 서재 의 꽃처럼, 춘화의 여인처럼, 남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상황에서도 순종적이지 않고 오히려 남성들을 쥐락펴락 하고 결국은 진정한 자유를 되찾는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 안의 히데코를 통해서 부조리한 남성우월주의를 비판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아가씨>가 페미니즘 영화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누드화라는 이름 아래 여성의 나체를 감상하던 귀족들과 남성들을 비판했던 19세기 문제적 작가 마네, 이 시대의 문제적 감독 박찬욱, 두 거장 사이에 공통점이 느껴진다.

3.3. 인물의 내적표현 : 기모노와 드레스

영화 <아가씨>에서 히데코는 일본 귀족의 역할을 맡은 만큼 전통 일본식 기모노와 유럽식 드레스를 번갈아 가며 선보인다. 보그닷컴이 선정한 ‘가장 패셔너블한 영화 10’에 선정될 정도 로 <아가씨>에 나오는 의상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이 의상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시각적 미학 때문만은 아니다. 히데코의 의상에 나타나는 미술적 요소들을 통해 영화의 내러티 브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의 내적변화를 표현한다.

3막의 구성을 이루는 <아가씨>는 막마다 달라지는 히데코의 감정을 의상에 반영해 단계적으 로 변화를 보인다. 1막에 등장하는 순수하고 유약한 히데코의 의상은 아이보리 블라우스와 카키색 치마 등 정숙하고 심플하게 구성 되어 있는 반면 2막, 3막에서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 주는 히데코의 행동에 맞게 기모노와 드레스는 화려한 색채를 보인다.37)

히데코가 입고 나온 의상은 총 25벌로, 그 중 히데코의 내면을 표현하는 색채와 서양의 회화를 떠오르게 하는 몇 가지 의상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2막 히데코의 첫 음란서적 낭독 장면에서 입고 있는 기모노는 코우즈키의 학대로 죽음을 맞은 그녀의 이모(문소리 역)가 입었던 의상을 그대로 입고 있다.<사진 15, 16>

후리소데라고 불리는 이 기모노는 사실 처녀가 입는 기모노라, 코우즈키의 부인 역을 맡은 문소리가 입기엔 부적절한 의상이다. 그럼에도 그 낭독회 공간의 의미, 그리고 둘이 연결되는 고리에 맞춰, 히데코가 이 옷을 입고 낭독회장에 등장하는 장면은 어린 시절 이모의 죽음이 일어난 시간으로부터 갇혀 있는 히데코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38) 본디 흰색은 순수한 느낌 을 주지만 낭독회 장면에서 히데코와 이모가 입은 기모노는 정숙한 느낌을 주는 서재와 어우러 져 같은 톤으로 그려진 서양난 때문인지 화려한 느낌을 준다.

37) 중앙일보, [매거진M] '아가씨'의 숨은 주인공, 미술과 의상, 글 고석희, 2016. 11. 09.

38) 스타뉴스, 조상경 의상감독 "'아가씨' 김민희 기모노, 드레스는.."(인터뷰)① [韓영화 장인 릴레이 인터뷰], 글 전형화, 2016. 06. 29.

http://star.mt.co.kr/stview.php?no=2016062908324604777&outlink=1&ref=http%3A%2F%2Fsearch.naver.com

(14)

<사진 15> 낭독회장에서 히데코의 의상

출처: 인터뷰365의 기사기모노 입은 김민희·문소리, 미공개 스틸로 본 영화 '아가씨’

갈수록 화려한 색채를 띠어가는 히데코의 기모노는 당시 서구화를 이루던 중인 다이쇼 시대의 복장 때문인지 아니면 영화의 외적 풍경을 이루는 인상주의 색감 때문인지 ‘자포니즘’의 영향 으로 기모노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던 서양의 미술작품을 연상시킨다.

숙희가 처음 저택에 들어오는 장면에서, 숙희는 본채에 들어서면서 펼쳐지는 고풍스런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진다. 2층으로 올라갈 때 보이는 그림 중 히데코의 어렸을 때 모습을 그린 초상화 를 유심히 보는 장면이 있는데 초상화의 어린 히데코는 숙희와 눈이라도 마주친 듯 기괴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인다. 이 초상화에서 보이는 기모노를 입은 어린 히데코는 히데코의 회상 장면<사진 17>에서 다시 등장한다. 마치 어린 히데코가 입은 기모노는 클로드 모네의

<일본식 옷을 입은 카미유 부인(Camille in Japanese costume), 1875 > <그림 6>을 연상케 한다.39)

<사진 17>

영화 <아가씨> 장면 중 어린 히데코

<그림 6>

클로드 모네 <일본식 옷을 입은 카미유 부인>

1875, 보스턴 미술관 소장

또한 위에서 언급했던 히데코와 백작이 애정행각을 벌이는 척했을 때 입고 있던 기모노<사진 18>는 벨기에의 화가 알프레드 스테방스(Alfred Stevens, 1823-1906)의 작품 <일본 파리 (La Parisienne japonaise), 1872>를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일본의 미술품과 여성의 패션 의 관심이 많았던 스테방스의 성향을 잘 나타내는 작품으로 기모노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작품 이라 할 수 있다.

<사진 18>과 <일본 파리>의 브라이트 톤의 블루 색상과 화사하게 수놓아져 있는 작은 꽃무 늬는 기모노를 착용하고 있는 여인을 신비롭게 보이게 하며 아름다움을 배로 증가 시켜 준다.

39) http://blog.naver.com/synapse0/220727469760, 2018. 9. 22.

(15)

기모노의 색감과 무늬만이 아니라 기모노 위로 둘러져 있는 오비(허리띠) 또한 두 기모노를 더욱 비슷하게 보이게 한다.

<사진 18>

영화 <아가씨> 중 캡처

<그림 7>

알프레드 스테방스 <la Parisienne japonaise>, 1872, 150×105cm, 캔버스에 유채

이렇게 <아가씨> 속에 등장하는 화려한 기모노는 영화의 판타지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드 는데 일조할 뿐 아니라 히데코의 내면까지 표현한다. 일본의 전통의복인 기모노는 어깨처짐이 없이 직선으로 만들어져, 입었을 때 여유분이 겨드랑이 밑으로 주름져 늘어지며 이를 오비로 허리에 죄어 매는 스타일이다. 단추나 매듭이 따로 없기 때문에 잠깐만 방심해도 매무새가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갈하게 입혀진 기모노는 히데코의 닫힌 내면을 상징한다.40)

일본의 기모노 외에 서양의 작품들이 연상되는 의상도 더러 등장한다. 그 중 몇 가지 장면을 꼽자면 오스트리아 화가인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작품 속 여인들이 연상된다.

이것은 영화 <아가씨>의 분장감독인 송종희가 영화 배경인 1930년대에 유행했던 한국의 여 성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신에 두 여성 주인공의 신분과 심리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스타일링에 주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41)

그러한 몇 장면들을 예로 들자.

잠시 동안 저택을 비우기 위해 떠나는 코우즈키를 배웅하고 뒤를 돌아서는 히데코의 모습<사진 19>은 마치 클림트의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Emilie Floege), 1902>(그림 8)가 연상된다.42) 클림트의 작품 속 여인들은 사실적이기보다는 신비롭고 에로틱한 느낌을 준다. 그러한 그의 화풍은 이 초상화를 시작으로 자리가 잡혔다고 볼 수 있다. 여자관계가 복잡했던 클림트가 순수하게 사랑했던 유일한 여인이라고 여겼던 플뢰게를 그린 이 초상화는 퍼플톤의 의상과 부풀어 올린 헤어 스타일, 그리고 야윈 얼굴이 돋보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헤어스타일 도 보여준다. 따라서 유럽식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인하여 비현실적이면서 귀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그중 극중에 히데코가 자주 선보이는 헤어스타일은 <사진 20과 21>에서처럼 클림트의 대표 작인 <유디트(Judith), 1901><그림 9>와 흡사하다.

클림트가 그려낸 유디트43)는 매우 에로틱하고 매혹적이게 느껴지지만 어딘지 모를 기시감이

40) 전문가 칼럼 [조명숙의 패션 스트리트] 화려하고도 화려하도다, '아가씨'의 의상들, 조선비즈, 조명숙 패션저널리스트, 2016. 06. 15.

41) 진윤정, 김성남, 「영화 <아가씨> 속 헤어스타일에 관한 연구」, 미용예술경영연구 제11권 제1호(통권32호), 2017, pp.5-7.

42) http://blog.naver.com/loveapeach/220939585278, 2018. 9. 22.

43) 『구약성서』의 외경(外經) 「유딧기」에 등장하는 여성. 베투리아 마을의 과부로, 아시리아 군 공격시, 적진에 뛰어들어, 적장 홀로페 르네스를 유인, 그 목을 잘라가지고 돌아왔다. 서양 중세를 통해 프루덴티우스(Aurelius Clemens Prudentius, 348-410년경)의 장시 Psychomachia (프슈코마키아 영(靈)의 싸움, 4세기 후반) 삽화 등에 의해, 유딧은 ‘겸양’과 ‘자제’, 홀로페르네스는 ‘오만’

과 ‘음란’의 미덕과 악덕을 나타내며 전자는 에스테르, 시바의 여왕과 더불어 『에크레시아』까지도 상징했다. (예: 샤르트르 대성당

(16)

든다. 이러한 이유는 클림트의 <유디트>가 마치 남성을 유혹하는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적장 인 홀로페레우스의(Holophernes)를 살해한 후에 성취감에 젖어 미소를 짓고 있는 유디트의 팜므파탈(Femme Fatale)적인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44) 이러한 유디트의 모습이 영화의 끝자락에서는 순진하고 매혹적인 얼굴로 코우지키와 후지와라 백작을 나락으 로 몰아넣는 히데코와 겹쳐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클림트의 작품 속 여인을 연상시키는 퍼플 의상과 이 밖에 등장하는 블랙, 딥 그린 등의 서양식 드레스 색채를 통해 화려하고 부유한 상속자의 모습이 느껴지도록 하였다. 이러한 의상 색채를 통해 고급스러운, 성숙한, 세련된, 품위 있는, 화려한, 서양적인 이미지 등을 느낄 수 있다.45)

<사진 19>

영화 <아가씨> 스틸컷

(blog.naver.com/loveapeach/22093 9585278 블로그 참고)

<그림 8> 구스타프 클림트

<에밀리 플뢰게>, 1902, 캔버스에 유화, 181x84cm, 빈 미술관 카를스플라츠

<사진 20와 21> 영화 <아가씨> 중 히데코의 헤어스타일 (blog.naver.com/

loveapeach/220939585278 블로그 참고)

<그림 9> 구스타프 클림트 <유디트>, 1901, 캔버스에 유화, 84 x42cm,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갤러리

북쪽 문짝 아치볼트 부조, 1220). 르네상스 시대에는 살로메와 크레티아와 나란히, 영웅적인 형태를 취하는 이 주제가 널리 애호 되었다. 도나텔로에 의한 피렌체의 팔라초 베키오 앞의 샘 중앙주(中央柱)를 위한 브론즈 군상(1455)은, 홀로페르네스의 뒤에 서 서 칼을 쥐고 있는 유디트를 배치하고 있다. 실내의 정장한 부인 반신상 앞쪽에 잘린 머리를 탁상에 놓는 모습(예 : 크라나흐[부], 1530년경의 빈 미술사미술관), 천막 앞에서 시녀와 함께 목을 부대에 넣는 모습(예 : 만테냐, 더블린 내셔널 갤러리), 목을 머리 에 인 시녀를 데리고 귀로에 들어서는 모습(예 : 보티첼리, 1470년경 우피치 미술관), 잘린 목을 두 손으로 들고있는 모습(예 : 베로네제, 빈 미술사미술관) 등 여러 표현이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유딧 [Judith] (미술대사전(인명편), 1998, 한국사전연구사)

44) 한혜경,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작품에 나타난 팜므파탈(Femme Fatal)의 이미지」,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7, pp.43-46

45) 양정희. 「아가씨 의상 색채 연구 연구-여주인공 히데코 의상을 중심으로」, 한국의류산업학회지 제20권 제3호, 2018, p.262

참조

관련 문서

화학 반응 속도 : 단위 시간당 반응물이나 생성물의 농도의 변화.. 반응물의 농도는 감소하고,

그러므로 ㉥ ‘김 선생님’은 현재의 담화 상황에 참여하지 않는 인물을 지칭하는 표현이라는 설명은 적절하다.. 그러므로 ㉤이 아버지가 지금까지 은주와 나눈 대화의 화제

*단어 사이의 공통성과

3 성격이 상황에 적응하면서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있다.. 4 성격이 상황에

약국은 당초 수집 목적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범위에서 정보주체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지 여부, 암호화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였는지 여부 등을

(Taekwondo, Weight Lifting Players) (90 min × 6 days/week) Warming

15) 세광음악출판사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