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저자: 서은영,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28
110-799,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Tel: 02-740-8484, E-mail: [email protected] 접수: 2008년 10월 1일, 게재승인: 2008년 12월 10일
유방암 환자들의 심리적 대처 과정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서 은 영
The Processes of Coping with Breast Cancer Among Korean Women
Eunyoung E. SuhCollege of Nursing, The Research Institute of Nursing Science,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More than 7,000 women are diagnosed with breast cancer each year in South Korea and many of them live long as cancer survivors. To date, no research has investigated Korean women’s coping process with breast cancer. This study thus was aimed to explore and describe the processes of coping with breast cancer among Korea women using a grounded theory methodology.
Seventeen women aged between 30 and 63 with breast cancer who underwent cancer treatment in a rural cancer hospital participated in an individual face-to-face interview. All interviews were conducted in Korean, tape-recorded, transcribed, and analyzed according to the grounded methodology. Open coding, axial coding, and theoretical sampling of the categories were proceeded in data analysis. The overriding theme was “accepting and enduring the transient suffering with a lowered mind.” Two sub-themes were “clear one’s mind of distraction and live unboundedly as water flows down,” and “make up one’s mind to accepting reality.” The findings are mediated by Korean cultural concepts such as “lowering one’s mind” and “enduring life-suffering.” The findings highlight that a patient’ successful coping with breast cancer mandates the care provider’s culturally congruent awareness and understanding. (Korean J Str Res 2008;16:305∼315)
Key Words: Breast cancer, Qualitative, Coping, Culture, Korea
서 론
유방암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여성에게 가장 빈 발하는 암으로 최근의 국가 통계에 따르면 2002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7천 3백 명 이상이 새로이 유방암을 진단받 았다(National Cancer Center, 2003; Parkin et al., 2005). 2005년 통계에서 유방암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1.6명으로, 전체
인구 중 약 7만 5천명 이상이 유방암 환자로 생존하고 있 음을 알 수 있다(Ministry of Health Welfare and Family Affairs, 2006). 새롭게 유방암을 진단 받으면 95% 이상의 환자가 6 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수술, 항암제, 혹은 방사선 치료 중 1개 이상의 항암 치료를 경험한다(National Cancer Center, 2003). 환자와 그 가족들은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 과정, 그 리고 치료 종료 후의 삶에서 심각한 신체적, 심리적 스트 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질병을 스트레스원(stressor)으로 보고 그 스트레스에 대 한 인지(appraisal)와 대처 기전에 대해 논한 Lazarus et al.(1984) 는 대처란 “개인이 가진 자원을 초월하는 내부적 또는 외
부적 특수 상황을 조절하기 위해 끊임없이 인지적, 행위적 노력을 변화시켜 가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p. 141). 이것 을 유방암 환자들에게 적용하여 볼 때 대처란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과정을 경험하며 발생하는 특수상황을 조절하 기 위해 끊임없이 인지적, 행위적 노력을 변화시켜 가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유방암이라는 스트레스원에 대한 심리적 대처 양상에 따라 환자가 경험하는 신체적, 심리적 고통(psychological distress)의 정도에 차이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Gorman, 1998). 특히 유방암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분노를 참는 소 극적 성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Watson et al., 1984;
Watson et al., 1991) 환자의 유방암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 전략이 다른 어떤 질병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실 제로 유방암이 의심되어 조직검사를 실시한 환자 117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인지적으로 질병을 회피하는 대처기전을 사용한 여성들이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더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Stanton et al., 1993).
기존의 연구들은 유방암 환자들의 심리적 대처, 즉 심리 적 적응 과정이 환자들이 속한 문화적, 민족적 특성에 따 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고하였다(Gibson et al., 2004). 미국의 백인과 흑인들에 관한 비교연구에서는 백인과 흑인 모두 가장 잘 사용하는 대처기전은 사회적 지지를 찾는 것이나 지지를 얻는 출처는 상이한 결과를 보여 두 인종간의 인간 관계의 구조나 기능이 다름을 보여주었다(Bourjolly et al., 2001).
여덟 명의 백인 유방암 여성에게 질병 진단 및 치료 경 험과 심리적 대처 과정에 대해 성찰적 일기를 쓰게 하고 그 내용을 분석한 질적 연구에서는 백인 여성은 유방암을 이기거나 지는 투쟁의 대상으로 묘사하였다(Gonzalez et al., 2007). 또한 Henderson et al.(2003)의 연구에서는 흑인 유방 암 여성 66명에게 어떻게 유방암에 대처하는가를 질적으 로 연구하였는데, 앞서 기술한 백인들의 투쟁적 개념은 나 타나지 않고 종교적 행위와 긍정적 생각과 의지를 가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흑인들의 특성이 나타났다 (Henderson et al., 2003).
유럽 국가들의 유방암 여성들에게서도 유방암에 투쟁하 는 심리적 대처 과정이 보고되었다. 노르웨이 유방암 환자 들은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유방암 대처 전략의 중심 주 제로 나타났고 삶에 대한 의지는 “삶을 향한 끈질긴 싸움”
으로 표현되었다(Landmark et al., 2002). 영국의 유방암 여성 을 대상으로 한 Luker et al.(1996)의 연구에서는 유방암의
경험을 “극복해야 하는 삶의 도전” 혹은 “불합리하게 나를 공격하는 적”으로 표현하였다. 같은 유럽 지역이라 해도 프랑스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에서는 위의 연구와 상이한 주제가 도출되었다. 프랑스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해 석학적 현상학 연구에서는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과정의 경험이 자연과 연결된 사계절로 표현되어 깊은 영적 측면 을 드러내었다(Perreault et al., 2005). 남미의 칠레의 여성들 은 종교성과 영성이 주된 질병 대처 전략이라 진술하였고, 참여자 절반이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 경험이 신에게 더 가 까이 갈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였다(Choumanova et al., 2006). 이와 같이 대상자가 어떻게 유방암에 심리적으로 대 처하는 가는 대상자가 가진 민족적 특성이나 문화적 맥락 을 떠나 생각하기 어렵다.
한편, 국내의 유방암 환자들이 심리적 대처에 관해 귀납 적 논리체계로 접근한 논문은 미비한 실정이다. 최근 유방 암 환자들의 삶의 질(Min HS et al., 2008)이나 심리사회적 중재의 효과(Kim CJ et al., 2006) 등이 보고되었으나 주로 기존의 양적 측정도구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유방암 환자 들이 우리나라의 문화적 맥락에서 어떻게 질병 과정을 경 험하는가를 밝혀내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유방암 환자 들을 면담하여 그들의 질병 경험을 서술한 두 편의 질적 연구 논문은 유방암 환자들의 힘든 심리적 대처 과정을 엿 볼 수 있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으나, 앞서 해외 문헌들에 서 볼 수 있는 민족적,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아니 어서 미흡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Chung BY, 1991; Noh YH, 2003). 따라서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유방암 환자들의 심리적 대처 과정을 구조적으로 도출하 여 향후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교육의 이론적 틀로 활용할 수 있는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본 연구의 목적은 유방암 환자들이 유방암이라는 질병을 겪으며 어떤 심리 적 대처 과정을 겪는가를 근거이론 방법을 이용하여 탐구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연구 질문은 “유방암 환자 들의 심리적 대처 과정은 어떠한가?”이다.
재료 및 방법
1. 연구 설계 및 연구방법론
본 연구에서 사용한 근거이론 방법론은 20세기 초 탈현 대주의(post-modernism)의 영향으로 태동된 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에 그 철학적 기반을 둔다(Mead, 1934). 이후 개 인과 집단의 특정 행위는 그 집단이 공유한 상징(symbol)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상징적 상호주의가 사회심리학의 한 분야로 발전하였고(Blumer, 1969), 20세기 중반 이후 그러한 흐름이 근거이론방법으로 구체화 되었다(Glaser et al., 1967;
Strauss et al., 1998). 근거이론 방법론은 개인과 집단이 속한 사회의 시대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개인과 집단의 행위와 일상의 경험을 구체적 이론으로 구조화해보고자 하는 질적 연구방법론의 하나이다. 본 연구의 목적이 유방 암 환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질병 대처 과정을 우리나라의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구조화해보고자 하는 것이므로 근 거이론 방법을 사용함이 적절하다고 사료된다.
2. 연구대상자 및 연구자 준비
본 연구는 유방암을 진단받고 지방의 한 암 진료기관에 서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편의표출법을 사용하여 선정하였다. 대상자 선정 기준은 20세 이상의 성 인 여성으로 한글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하며 유방암 2기 이하로 진단 받고 수술 후 항암 치료 중이거나 치료가 최근에 종료되어 비교적 질 병 경험을 기억하여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자로 하였 다. 병기를 2기 이하로 제한한 이유는 3기 이상의 경우는 치료 절차가 1, 2기에 비해 중하고 5년 생존율도 급격히 떨 어져 유방암에 대처하는 심리적 적응과정을 거치기도 전 에 신체적 상태가 더 급격하게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 다. 유방암 이외에는 다른 만성, 급성 질환이나 정신질환이 없는 자를 선정하여 다른 질환으로 인한 경험과 혼동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대상자 접촉은 본 진료기관의 윤리위원 회(IRB)의 승인을 받은 후 유방암 외래 진료를 위해 방문한 환자들을 접촉하여 연구 목적 및 절차를 구두로 설명하고 연구 참여 의사를 타진하였다. 연구 참여를 동의한 환자에 게 서면 동의서를 작성하게 하였다.
면담 내용을 분석하여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 는 시점(saturation point)에 이를 때까지 대상자를 모집하였 고 그 결과 총 17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참여자의 나이 는 30세부터 63세까지 다양하였고 평균 47.5세였다. 30대 가 3명, 40대가 6명, 50대가 7명, 60대가 1명 등이었다. 17 명 모두 자녀를 1명 이상 가진 기혼 상태여 여성이었고 반 수 이상이 중등도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보고하였으며 고 졸 이상이었다.
3.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은 2007년 6월 초부터 7월 말까지
이루어졌으며 해당 문헌을 고찰하여 반구조화된 면담 질 문을 도출하였다. 면담 질문은 1)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 과 정을 겪은 경험, 2) 심리적 대처 과정 등을 큰 축으로 하여 개개인에 맞게 다양한 질문을 추가하였다. 항암제 투여나 외래 추후 관리를 위해 방문한 환자들에게 연구자가 직접 접촉하여 연구의 목적 및 절차를 설명하고 면담을 요청하 였다.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참여를 동의한 대상자들은 병원 내 회의실에서 일대일 면담을 수행하였다. 면담 시작 시 대상자에게 연구의 목적, 자료 수집 절차, 연구 참여 시 잠재된 위험성, 개인 정보의 비밀 보장, 자료의 보관, 향후 연락처 등을 설명하고 연구 참여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하 였다. 면담은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가량 동안 진행되 었고 연구자가 면담내용을 녹음기에 녹음하여 녹취 자료 로 변환한 후 자료 분석에 이용하였다. 또한 연구자가 면 담을 수행하며 관찰한 사항과 면담 후 느낌을 기록하여 자 료 분석에 이용하였다.
4. 분석 방법
녹취된 자료는 문서파일로 저장하였으며 참여자의 정보 를 가명이나 기호로 대치하는 일차적 점검을 거친 녹취록 을 가지고 질적 연구팀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 자료를 분석하였다(member’s check). 이를 통해 분석과정에서 동료 보고(peer debriefing), 경로 감시(audit trail) 등의 절차를 거쳤 으며 확인 가능성(confirmability)을 확보하였다(Lincoln et al., 1985; Guba et al., 1989; Strauss et al., 1998). 질적 자료는 녹 취록 외에 연구자가 면담 중 작성한 메모, 관찰 내용 등도 포함하였다. 자료의 분석은 근거이론 방법론의 세 단계의 자료 분석법을 따라 이루어졌으며 항시 원본에서의 맥락 적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 계속적 비교분석법(constant comparative method)을 이용한 순환적 분석과정을 거쳤다 (Strauss et al., 1998). 자료의 1차 분석은 개방 코딩의 단계로 서 녹취록을 최소한의 의미를 가지는 분석단위(unit of analysis)로 나누는 작업이다(open coding). 이후 2차 분석은 각각의 분석 단위가 가지는 의미나 내용에 따라 모아 범주 화한 후 계속적 비교분석법을 사용하여 계속 모으고 재편 성하는 것을 반복하였다(axial coding). 상기의 1, 2차 분석에 질적 자료 분석 프로그램인 NVivo 7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정제된 범주들은 마지막 3차 분석에서 서로 간의 관계를 계속적으로 비교, 대조함으로써 주제 개념을 뽑아내었다 (theme elicitation) (Strauss et al., 1998).
5. 연구의 신뢰도와 타당도
본 연구는 질적 연구의 엄밀성(rigor)을 확보하기 위해 사 실적 가치(truth-value), 적용가능성(applicability), 일관성(con- sistency), 중립성(neutrality)의 측면을 고려하였다(Lincoln et al., 1985; Guba et al., 1989). 연구 결과가 사실적 가치가 있 는 가를 점검하기 위해 면담 종료 후 간략하게 내용을 요 약하여 참여자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였다. 또한 연구자 가 유방암 관련 지식 및 연구 수행 경험을 갖추었고 질적 연구팀이 자료 수집, 자료 관리, 분석 과정을 함께 관리, 감 독(member’s check)하였다. 적용가능성의 입증을 위해 국내 의 질적 연구 간호학자 1인의 자문을 받았으며 유방암 연 구의 경험이 있는 연구팀원들도 비슷한 환경에 처한 환자 에게 연구 결과를 인용할 수 있음에 동의하였다. 일관성의 확보를 위해서는 추적이 가능하도록 자료 수집과 분석의 모든 절차를 기록(audit trail)하였으며 연구팀의 감시를 받 았다. 마지막으로 중립성의 확보를 위해 면담 전 연구자의 사전지식과 선입견을 차단(bracketing)하였으며 연구자도 자료수집 과정에서 성찰적 일지를 기록하여 중립성을 유 지하도록 하였다. 이 또한 연구팀에서 지속적인 동료 보고 (peer debriefing)를 수행하였다.
결 과
1. 중심 주제: "지나가는 고통을 마음을 낮추어 받아 들이고 견뎌냄"
열일곱 명 참여자들의 유방암에 대한 심리적 대처 과정 을 근거이론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중심 주제는 “지나가는 고통을 마음을 낮추어 받아들이고 견뎌냄”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들의 질병 대처 유형은 ‘받 아들이고’ ‘견뎌내는’ “순응”의 전략이었다. 이 중심 주제 는 마음을 비우고 순리대로 현실을 흘러가게 하는 “비움”
의 측면과 마음을 강하게 하여 현실을 견뎌내는 “버팀”의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이 “마음을 비 우고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감”과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버텨 냄” 등의 하부 주제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유방암의 경험과 대처 과정에 대한 질문에 진단부터 치료시기에 따라 단계별로 자신의 경험을 진술 하였다. 모든 참여자가 자신의 인생에 있어 유방암의 진단 과 치료과정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라고 진술하였다. 진단 시의 심리적인 충격과 가족
과 친지들의 반응에 관해서는 참여자 모두 비교적 상세하 게 기억하고 있었다. 주로 정서적 감정과 관련된 범주들이 도출되었는데 “놀람”과 “충격”, “비참함”, “무서움”, “두려 움” 등으로 그 당시 심리상태를 묘사하였고, 가족이나 친 지들의 반응은 “충격”, “슬픔”, “좌절” 등으로 표현하였다.
유방 절제술을 받고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과정에서는 신 체의 부위를 잃는 “상실”의 경험과 항암제 투여로 인한 다 양한 “부작용의 경험”을 진술하였다. 개인에 따라 치료시 기에 경험하는 증상의 경중(輕重)과 그러한 증상으로 인한 심리적 폐해는 다양했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가지 게 된 대처 방법은 그러한 경험을 모두 인생의 “고통”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참여자들은 유방암 진단과 치료로 인한 심리적, 신체적 고통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 심했으나 시 간이 지나면서 유방암에 걸렸다는 현실을 인생에 있어서 는 안 될 일이라기보다는 인생의 “고통”의 일부로 받아들 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고통은 지나가는 일시적인 것 이므로 전력을 다해 견뎌내야 한다고 표현하였다. 흥미로 운 점은 모든 참여자들이 이러한 인생의 “고통”에 적응하 는 데에 있어 마음 자세를 대항하거나 맞서기보다는 “받아 들인다”, “참고 견딘다”, “붙어 있는 친구처럼 암을 지닌 채 그냥 다스리면서 산다” 등으로 표현하였다는 점이다(인 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1).
“누구나 암을 진단 받으면 세상이 왜 까맣게 될 정도로 그렇잖아요……. 왜 이런 게 걸렸나……. 마음을 곱게 먹 고 일단은 선생님 의견에 따라서 그냥 수술하고 치료 잘하 면 그게 제일 낫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가족 중에서 저 혼자만 그런 게 아니니까……. 저만 그랬다면 어떻게 할지를 몰랐을 건데. 나한테도 그렇게 오는구나 생각을 하 고 마음을 좀 더 낮추고 그냥 받아들였죠.” (인용, 면담내 용, 진술내용, 예시 1. Br-17-8-204, 가까운 친척을 유방암으 로 잃은 경험을 가진 57세 참여자의 진술)
1) 제 1 하부주제: "마음을 비우고 물 흐르는 대로 살아 감": 중심 주제의 근거가 된 제 1 하부 주제는 삶 전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더 큰 법칙에 순응하며 사는 참여자들 의 대처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 하부 주제 도출의 근거 가 되는 세부 범주로는 ‘삶 전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춤’,
‘일상사에 대해 마음을 비움’, ‘더 큰 순리에 순응함’ 등이 었다. 참여자들은 “속을 끓이며 산다”, “삶에 매달린다,” 등 의 표현을 통해 삶이 어떠해야 함에 집착하는 것을 유방암
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로 표현하였다. 이와 상반되게 유방 암이라는 현실과 힘든 치료과정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질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상사에 대해서는 마음의 상태를 비우고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고 진술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마음을 비운 후에는 “물 흐르는 데로”, 혹은
“순리대로 따르는 것”을 심리적 대처 방법으로 삼고 있었 다(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2).
“제가 좀 개인적으로는 성격이 완벽주의거든요. 그런 마 음을 고쳐먹는 게 힘든 거 같아요. 저도 원래 완벽주의자 같이 꼼꼼하고 뭐든지 내 맘대로 하는 그런 성격인데. 그 걸 억누르고 살려니까 쉽지 않죠. 마음이 다 비우고 살아 야 된다. 이런 게 제 스스로 막 주문을 외우는 거예요. 그래 도 마음을 다스리는 게 쉽지는 않아요……. 이제 급하게 안 살고 그냥 물 흐르는 데로 살려고요. 좀 편안하게 마음 먹고 살려고 해요. 아프면 다 잃게 되니까……. 마음의 여 유를 갖고 욕심을 덜 부리며 살고 싶어요.” (인용, 면담내 용, 진술내용, 예시 2. Br-2-7-150, 완벽주의를 지향하던 과 거의 삶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지낸다고 37세 두 아이 의 엄마인 한 참여자의 진술)
① 삶 전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춤; 참여자 전원이 유방 암 진단이라는 큰 정신적 충격과 치료과정에서의 어려움 을 겪으며 삶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추었다고 진술하였다.
참여자들이 삶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된 것은 유방암이라 는 중병의 진단으로 인해 죽음을 더 가까이에서 느끼게 되 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죽음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살아있다는 것이 큰 기쁨임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의 시술 을 겪으며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예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던 살아있음에 대한 감격, 건강함에 대한 소원을 가지게 되었다고도 하였다. 그 리고 지금까지 치료를 잘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다고 진술하였다(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3).
“이제 이 치료(항암치료)만 끝나면 앞으로는 정말 건강 을 챙겨야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침, 점심, 저 녁 꼭 챙겨먹고, 그래야 건강이 지켜지는 건데……. 건강 할 때 지키라는 말이 실감나요. 아무리 바빠도 밥은 챙겨 먹자……. 그게 제일 우선이에요 (웃음)……. 이번에 아프 면서 배웠어요. 아프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요.”
(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3. Br-8-8-200)
② 일상사에 대해 마음을 비움; 대다수의 참여자들이 유 방암을 진단 받고 치료받는 동안 심리적으로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상사에 대해 “마음을 비워야 한다” 혹은 “다 내려놓았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가족 내에서 자 신의 역할을 내려놓는 것과 인간관계에 있어 마음을 비우 는 것으로 나눌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유방암이라는 중한 질병을 진단받고 그동안 아내와 엄마로서 담당해왔던 여 러 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심적 고통을 진술하였다. 그러한 고통에는 자신의 역할 공백으로 인해 다른 가족들이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 여야 하는 것도 포함되었다. 그러한 변화를 최소화하려고
“속을 끓이지 말고” 그냥 마음을 비우고 그러한 현실을 받 아들여야 한다고 진술하였다(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 시 4).
“원래 직장생활은 안 했었는데 항암제 맞고 나면 집안일 은 거의 못해요. 항암제 맞고 오면 첫 째 주는 설거지 정도 만 하고 남편하고 아들은 아침에 매일 둘이 콘플레이크 타 먹고 나갔었거든요. 기운이 날 때쯤 약간 그래도 일어나서 해야겠다 생각이 들면 그 때 일어나서 설거지만 몇 개 해 놓고 청소는 아예 하지도 못하죠……. 항암치료 하는 것만 1주 정도만 힘들지 그 다음 주는 괜찮아요. 제일 힘들 때만 아무것도 못하는 거를 받아들여야죠.” (인용, 면담내용, 진 술내용, 예시 4. Br-10-6-160)
같은 맥락에서 가족 및 다른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마음 을 비우는 것이 심리적인 대처 방법이라고 참여자들은 진 술하였다.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 있어 타인이 어떤 행 동과 반응을 보이든지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대할 수 있도 록 마음을 “비움”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 였다(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5).
“인간관계에 있어 기분이 나쁜 일이 있어도 예전에는 그 걸 가지고 집착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렇게 안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좀 더 마음을 넉넉하게 가지려고 노력 을 하는데 성격이 그게 쉽게 안 되더라고요. 예전 제 성격 은 꼼꼼해서 남한테 싫은 말 듣기 싫고 남한테 싫은 소리 하기 싫고 다 내가 받아들이고 감수를 하는 편이었거든요.
우리 딸이 엄마는 엄마 성격을 바꿔야 한다고 해요. 남들 과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를 다 받아 안는 습관을 나 (엄마)를 위해서 털어버리는 습관으로 바꿔라 그래요.” (인 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5. Br-12-6-155)
또 다른 45세 참여자는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뒷바라지 하느라 가슴에 덩어리가 만져진 후에도 병원에 오는 것을 미루었다고 하였다. 막상 유방암을 진단받고 보니 자신이 다시 건강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며 딸의 대학 진학과
같은 일상사에 대해 마음을 비운 상태를 표현하였다.
③ 더 큰 순리에 순응함; 상기의 범주와 같이 참여자들 은 삶과 일상사에 대해 마음을 비운 후에는 “물 흐르는 데 로”, 혹은 “순리대로 따르는 것”을 심리적 대처 방법으로 삼고 있었다. 모든 참여자들이 유방암의 치료과정을 잘 견 뎌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 모든 상황은 더 큰 어떤 존재나 법칙에 따라 흘러갈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종 교생활을 하는 참여자들은 그러한 절대적 혹은 초월적 존 재를 신으로 묘사하였고 종교가 없는 참여자들은 “순리”, 혹은 “운명” 등으로 진술하였다. 그러한 초월적 법칙 혹은 순리가 흘러가는 대로 자신도 현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아래의 인용은 하였다(인용, 면담내용, 진술내 용, 예시 6).
“만약에 우울하고 자꾸 나쁜 생각을 하게 되면 대처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재발할까봐 제일 불안해요…….
한번 그랬는데 또 그런다면 그때는 정말 죽는다고 생각해 야 할 것 같아요. 암이라는 것을 딱 알았을 땐 정말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또 듣는다는 것이 상상 도 안 되죠……. 저는 원래는 신앙생활을 안했는데 요즘에 는 성당에 가거든요. 신앙생활을 하던지 신경을 다른 데로 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지 않나 해요. 신에게 의지를 하 니 위로가 되고 제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맡기면 되고 요.” (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6. Br-13-6-157 50세 여성으로 유방암 진단 후 신앙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진술) 특별한 종교를 가지지 않은 참여자들도 이러한 초월적 존재 혹은 이치에 관해 표현하였다. 다음 참여자는 수술 전 항암제를 네 번이나 투여하고 수술 후에도 네 번의 항 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까지 받은 53세 환자였다. 참여자는 오랜 치료를 겪고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운명에 순응 함을 아래와 같이 표현하였다(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7).
“재발이나 전이도 제가 보니까 될 사람은 되고 아닌 사 람은 괜찮더라고요. 재발이 될 운명이었으면 그건 피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인간의 노력으로 피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노력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재발이 되었다면 그 때는 순응을 해야죠. 그렇게 마음을 가져야지요……. 제 생각에는 병이란 걸 너무 두렵게 생각하지 말고 암도 당뇨 가 친구처럼 같이 살듯이 암도 그냥 내 몸에 있는 친구처 럼 붙어서 그냥 다스리면서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해요. 암에 걸렸다고 너무 무서움에 빠지지 말고요.” (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7. Br-9-5-126)
2) 제 2 하부주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버텨냄": 연구 결과로 도출된 또 하나의 하부 주제는 “마음을 단단히 먹 고 버텨냄”으로 유방암 진단과 치료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버림”과 “내려놓음”의 측면(제1 하부주제)과 더불어 버텨 내는 강인성의 측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하부 주제를 도출하게 된 범주의 예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주로 집중함”, “의지를 강하게 다져나감”, “치료과정 의 어려움을 버텨냄” 등이었다. 참여자들은 유방암을 진단 받고 치료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에 정신력을 집중하고 의지를 강하게 다져서 치료과정의 어려움을 버 텨내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범주에 대비되는 부적 절한 대처범주로는 마음을 약하게 먹거나 죽는다고 생각 하는 것, 불안하게 걱정하는 것 등이 나타났다. 이러한 생 각이 침투할 때마다 정신을 집중하여 부정적 생각을 없애 고 마음을 강하게 하는 것이 힘든 치료과정을 이겨내는데 중요한 요인이라고 진술하였다(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8).
“모든 게 환자의 의지력이니까 마음을 약하게 먹는 사람 들은 잘 안되더라고요. 환자가 만약에 나는 죽는다고 생각 하면 죽는 거고 나는 산다 나는 살 수 있다 이런 희망을 가 지면 반드시 고칠 거란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환자가 마음을 강하게 먹고 견뎌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해요. 사람 들하고 얘기해보면 마음을 약하게 먹는 사람이 많아요. 지 금도 항암이 많이 힘들다 보니까 나는 죽고 싶어 이런 얘 기를 하는 사람이 많이 있어요……. 근데 내가 마음을 강 하게 먹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인용, 면담내용, 진 술내용, 예시 8. Br-16-10-243 1년 전 유방암 2기 말에서 3기 초기로 진단받고 좌측 유방 전절제술 후 여덟 번의 항암치 료 중 일곱 번째 투여를 위해 방문하였다가 면담에 참여한 45세 참여자의 진술)
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주로 집중함; 많 은 참여자들이 유방암 진단 전의 삶을 “내 몸을 돌볼 겨를 도 없이” 가족 혹은 생계를 위해 일했었다고 진술하였다.
한 참여자는 한쪽 가슴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었으나 명 절과 제사가 연달아 있어 6개월가량 병원 방문을 미루었다 고 진술하였다. 두 아이의 엄마인 한 참여자는 식사도 거 르는 일이 많았고 자기 몸을 돌보는 것은 생각해 본적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 서 스스로를 너무 돌보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고 치료 과정을 겪으며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에 정
신을 주로 집중하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치료를 이겨 내려는 의지를 갖는 것도 자기 자신이므로 자신의 몸과 마 음을 다스리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었다고 하였다(인용, 면 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9, 10).
“진단받고 나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첫째는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게 되요. 우선순위가 본인이고 애들이 그 다음 이고 신랑은 뒷전이 되죠. 내가 살아야 애들도 있는 거잖 아요. 가족이 잘해주고 남편이 잘해줘도 결국 병을 겪는 건 나야……. 옆에서 암만 잘해줘도 그게 많이 도움이 되 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9.
Br-1-6-159)
“본인이 아프고 고통 받고 본인이 다 겪는 거기 때문에 옆에서 암만 잘해줘도 그게 좀 위로는 될까 몰라도 이겨내 는 것은 내 의지야.” (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10.
Br-15-7-161)
② 의지를 강하게 다져나감; 참여자 전원이 다른 어떤 대처 방법보다 정신력 혹은 “의지를 강하게 다져나가는 것”이 유방암에 대한 심리적 대처의 주요한 전략이라고 진 술하였다. 이 범주는 외부의 상황이나 불확실한 정보에 영 향을 받지 않도록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과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참여자 전원이 유방암이라는 중병을 진단 받은 후 수없이 많은 암 관련 정보를 접하게 되고 그러한 무분별한 정보 때문에 도리어 혼란에 빠진다고 진술하였다. 유방암을 잘 이겨냈다는 극 복의 소식도 있지만 재발이나 항암 치료 후유증에 대한 이 야기도 있어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날에는 더 욱 우울해지고 기운이 없어진다고 하였다. 부정적 정보에 도 흔들리지 않게 마음의 중심을 굳게 하는 것이 유방암을 잘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하였다(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11).
“이 병을 잘 이겨내려면 병원에 와서 치료를 열심히 받 는 것 그게 일단은 첫 번째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한테 알 리니까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가 오더라고요. 처음에 치 료 시작할 때 그랬어요. 너무 많은 애들이 암에 대해서 이 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러니까 치료만 받으면 될 것 같 다가도 친구들이 그거 하면 죽을 텐데……. 그런 얘기 들 으면 기분 나쁘잖아요. 어떤 애들은 무당 데려다가 굿하면 어떠냐는 얘기까지 하는 데 그건 굉장히 무식한 얘기잖아 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한테 알리는 것보다 병원 생활은 조용히 혼자 하는 것이 나은 것 같아요. 자기중심 이 없으면 여기도 따라가고 저기도 따라가고 그러면 마음
상태는 더 안 좋아지더라고요.” (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11. Br-11-16-410 52세인 한 참여자의 면담내용)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과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가져야 한다고 참여자들은 덧붙였다. 유방암이라 고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투병의 의지를 굳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많은 참여자들이 진술하였다(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12, 13).
“무엇보다 나는 살아야 한다는 자기의 생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옆에서도 많이 도와줘야하지만 첫째 본인의 생각이, 내 의지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마음을 굳게 갖고 강한 의지를 갖는 것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인 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12. Br14-7-177)
“이만큼 병을 겪고 보니 다른 환자들에게 절망하지 말고 기운 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차피 인제 상황이 닥쳐왔 으니까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밖에 없으니까 힘내라고 마 음을 강하게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13. Br 10-5-116)
③ 치료과정의 어려움을 버텨냄; 마지막으로 참여자들 은 치료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버텨내야” 한다고 진술하였다. 참여자들이 진술한 어려움 을 요약하면 1) 수술과 관련된 두려움, 2) 가슴의 일부를 혹 은 전체를 잃는 상실감, 3) 항암화학 약품 투여로 인한 오 심, 구토, 피로감, 체력저하, 등의 신체 증상, 그리고 4) 장 기적인 치료로 인한 경제적 손실 등이다. 참여자들은 이러 한 어려움은 본인의 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장애이므로 버 텨낼 수밖에 없다고 말하였다(인용, 면담내용, 진술내용, 예시 14).
“근데 정말 문득문득 그런 생각 많이 들어요. 나라고 왜 사람인데 마냥 좋을 순 없잖아요. 때로는 정말 나 이러다 가 빨리 죽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 수술한 자리가 아프면 내 몸에 암이 정말 사라졌을까 하는 의문감. 불안감이 있 어요. 그럴 때마다 아니야, 아니야 다 나았어. 이런 식으로 내가 마음을 강하게 먹는 거죠……. 견뎌낼 수밖에 없으니 까요. 그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인용, 면담내용, 진술 내용, 예시 13. Br-4-6-155).
이상의 결과를 요약하면 본 연구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유방암에 대한 대처는 “지나가는 고통을 마음을 낮추어 받 아들이고 견뎌냄”의 과정이라고 구조화 할 수 있으며, 그 러한 과정은 “마음을 비우고 물 흐르는 데로 살아가는” 내 려놓음의 측면과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버텨내는”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고 찰
문화란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습득하고 다음 세대에 전 수하는 지식, 신념, 예술, 윤리, 법, 관습, 혹은 사고방식 등 의 복합적 유기체이다(Helman, 2000). 개개인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거수일투족이 모여 그 사회의 문화적 맥락 혹은 문화적 코드(code)를 형성하고, 그러한 문화적 특 성은 유기적으로 다시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영향을 미친 다. 본 연구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특성이 유 방암과 같은 중한 병을 진단받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특수 한 치료과정을 경험하는 환자들의 심리적 대처 과정에 어 떻게 영향을 주었는가를 근거이론 방법론을 이용하여 탐 구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로 도출된 상황 특이적 근거이론(situa- tion-specific theory)인 “지나가는 고통을 마음을 낮추어 받아 들이고 견뎌냄”은 기존의 연구에서는 볼 수 없는 동양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유방암을 진단받았을 때의 심리적 인 충격이나 슬픔, 좌절, 불안 등은 기존의 국내외 연구 (Chung BY, 1991; Bourjolly et al., 2001; Landmark et al., 2002) 와 유사하나 유방암에 적응하는 심리적 대처 과정은 우리 나라 문화가 반영된 근거이론으로 형상화되었다. 유방암 에 대한 대처를 “인생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묘 사한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 속에 녹아있는 “인생은 고(苦) 다”라는 불교의 개념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인생의 어 려움이 없는 상태를 지향하기 보다는 어려움이 항시 존재 하지만 그것을 받아 안고 살아가는 인생관이 나타나있다.
참여자들은 또한 “마음을 비운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 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겸허한 마음을 가치 있 게 생각하는 특성이 나타난 것으로 현존하는 해외 문헌에 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개념이다. “순리(純理)를 따른다”라는 개념도 개인의 영향력을 넘어선 더 큰 이치가 있음을 강조 하는 동양적 개념이 반영된 것으로 개인의 성취나 독립성 을 강조하는 서양의 개념과는 차별되는 것이다(Triandis, 1995).
유방암 환자들을 면담하여 그들의 적응 경험을 질적 연 구한 논문은 두 편이 있는데, 1990년대 초 Chung BY(1991) 은 국내에서 질적 연구 논문 두 편이 유방암 환자 53명에 게 개별 면담 및 전화면담을 실시하여 정서적 적응 과정을 질적 연구하였다. 치료 과정을 다섯 개의 시기로 나누어 각 시기별 경험의 주제를 도출하였는데, 1) 종양 발견 후
진단 전까지는 “불안, 초조”하였고, 2) 암 진단 받은 후 수 술 전까지는 “절망 상태”에 빠지고, 3) 수술 후 보조치료 전까지는 “불안하면서도 약간의 희망을 갖게”되나, 4) 보조 치료 기간 동안에는 “질병과의 투쟁 의지”를 보이고, 5) 보 조 치료 끝난 후에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인생관과 삶 을 살아가는 태도에 변화”를 보였다. 유방암 진단 직후의 심리적 반응에 관해서는 본 연구의 결과와도 유사하나 치 료과정 전반에 걸친 대처 과정을 구조화한 것에서는 차이 를 보였다.
현상학적 연구방법론을 이용하여 아홉 명의 유방암 생 존자의 극복체험을 연구한 결과, 일곱 개의 중심 주제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음”, “가슴이 횅해짐”, “불확실한 앞날에 희망을 가짐”, “나만의 생각으로 가득 참”, “삶의 작은 의미를 깨달아 감”, “두터워진 가족애”, “병흔으로 끈 끈하게 맺어진 새로운 인연들” 등으로 나타났다(Noh YH, 2003). 본 연구의 하부 주제의 범주 중 “자신의 몸과 마음 을 다스리는 것에 주로 집중함”과 “나만의 생각으로 가득 참”의 주제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고 하겠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는 해외 연구 결과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백인과 흑인들에 관한 비교연구에서는 백 인과 흑인 모두 가장 잘 사용하는 대처기전은 사회적 지지 를 찾는 것이나 백인은 배우자, 자녀, 친구에게서 도움을 얻는 반면, 흑인은 신에게서 도움을 얻는다고 대답하여 상 이한 결과를 보였다(Bourjolly et al., 2001). 백인 여성들은 물 질적, 정서적 도움과 정보를 남편으로부터 가장 많이 얻는 다고 대답한 반면, 흑인 여성들은 위의 세 가지 도움을 친 구로부터 가장 많이 얻는다고 대답하여 두 인종간의 차이 를 나타내었다(Bourjolly et al., 2001). 본 연구의 결과인 “순 응”의 대처 방법과는 상이한 결과라 하겠다.
Gonzalez et al.(2007)는 백인 유방암 여성들의 질병 진단 및 치료 경험과 심리적 대처 과정을 내용분석방법을 사용 하여 연구하였다. 백인들이 1) 적극적, 소극적, 혹은 정서적 회피 중 한가지의 대처 양상을 취하려고 하며, 2) 치료과정 을 겪으면서 좀 더 확실한 사랑과 지지를 요구하게 되고, 3) 현재 보다 더 돈독한 인간적, 종교적 관계를 원하는 것 으로 나타났다(Gonzalez et al., 2007). 흥미로운 점은 백인 여 성은 유방암에 “항복하지 않는” 적극적 대처나 자신이 유 방암의 “희생물”이라 생각하는 소극적 대처 방법, 애써 부 정적 생각을 회피하는 방법 등을 취하여 유방암을 투쟁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방암을 막 진단 받고 치료에 임하고 있는 열 명의 노
르웨이 여성들을 개별 면담하여 유방암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근거이론 방법을 사용하여 분석한 연구에서는 가 슴을 절단하고 사회적 관계를 잃는 신체적, 감정적 상실을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의지는 “삶을 향한 끈질긴 싸움”으로 표현되었다(Landmark et al., 2002). 영국 유방암 여성 105명을 대상으로 한 Luker et al.(1996)의 연구에서는 도전(challenge), 가치(value), 적군(enemy), 상실(loss), 약함 (weakness), 보응(punishment), 전략(strategy), 경감(relief), 경고 (warning) 등 아홉 가지 낱말 카드 중 자신의 유방암의 경험 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고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 록 하였다. 62%의 환자가 유방암의 경험을 “극복해야 하는 삶의 도전 중 하나(Another hurdle in life that I can overcome)”
로 묘사하였으며 13%의 여성이 “불합리하게 나를 공격하 는(Unfair attack that has to be defended against)”, 그리고 14%
의 여성이 “이러한 경험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This experience will make me a stronger person)”라고 묘사하 였다. 이와 같이 일부 서양 문화권의 유방암 환자들을 대 상으로 한 질적 연구에서 질병 대처 과정을 “유방암과의 투쟁” 과정으로 묘사하고 “전쟁(battle)”, “적군(enemy)”, “승 리(triumph)” 등의 단어를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정복하 고 싸워 승리하는 대상으로서 유방암을 형상화 하는 것이 다(Luker et al., 1996; Bourjolly et al., 2001; Landmark et al., 2002; Gonzalez et al., 2007). 본 연구의 면담에서도 소수는 유방암을 “이겨내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적 표현은 2차 분석에서 범주로 분류되 었으나 전체적 맥락을 고려해 볼 때 정복이나 승리 개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견뎌내야 한다”는 말로 대치되었을 때 맥락적 의미를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마지막 단계의 분석(theoretical sampling)에서 근거이론 구성요소에서는 제 외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유방암을 정복하거나 싸 워 이겨야 배타적 대상으로가 아닌 “잘 다스려 함께 사는”
화합과 공존의 대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암이라는 질병 이 몸에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이지만
“마음을 낮추는” 과정을 통해 공존의 길을 지향하는 것이 다.
본 연구의 결과로 도출된 근거이론, “지나가는 고통을 마음을 낮추어 받아들이고 견뎌냄”의 학문적 의의를 세 가 지 측면에서 논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의 결과는 유방 암 환자들의 심리적 대처 과정에 있어 서양의 간호이론과 차별화된 우리나라의 문화적 개념이 함축되어 있는 최초 의 상황 특이적 이론(situation-specific theory)이다. 이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다른 암 종(種)을 가진 환자의 경험도 추후 연구하여 우리나라 암환자들을 위한 문화 특이적 간호이 론 개발에 기초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간호 교육 측 면에서 본 연구의 결과는 환자의 질병경험이 그 개인이 속 한 사회 문화적 맥락을 간과 할 수 없다는 근거를 제공함 으로써 장차 간호 실무에 투입될 학생들에게 질병과정에 있는 환자들을 좀 더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간호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간호 실무에 있어서는 일 년에 7천명 이상 새로이 유방암을 진단받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본 연구의 결과를 바 탕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교육과 상담을 제공할 수 있을 것 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지방의 한 암 진료기관에 내 원한 열일곱 명의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어떠 한 심리적 대처 과정을 경험하는가를 질적 연구방법론의 하나인 근거이론 방법론을 사용하여 탐구하였다. 도출된 중심 주제는 “지나가는 고통을 마음을 낮추어 받아들이고 견뎌냄”이라는 상황 특이적 이론으로 “마음을 비우고 물 흐르는 데로 살아감”과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버텨냄” 등의 두 하부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마음을 낮추고 유방암을 인생의 수많은 고통 중 하나로 받아들이며 공존하고자 하 는 이 이론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회문화적 특성을 바탕 으로 한 사고 구조와 논리(cultural logics or reasoning)의 산물 이라 하겠다. 본 연구를 통해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는 문 화적 특성에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유사할지라도 그러 한 경험이 개인에게 어떻게 이해되는가의 차원은 그 개인 이 속한 역사적, 사회문화적 맥락을 초월하여 생각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암은 소위 “악성 신생물”로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난치병의 하나이고 지금도 수 만 명의 여성이 유방암 치료의 경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 다. 이러한 중한 질병을 몸에 가진 한국 여성들의 경험을 우리나라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이론화하여 그들 의 문화적 코드에 맞는 중재를 개발하는 것 또한 간호학문 과 실무를 담당하는 간호사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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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67-474.
= 국문초록 =
본 연구는 국내 여성 암 발생률 1위인 유방암을 진단 받은 암환자들이 유방암이라는 스트레스에 심리적으로 대처해 가는 과정을 탐구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질적 연구방법론의 하나인 근거이론 방법론을 사용하여 지방의 한 암 진료 기관에 내원한 열일곱 명의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개인별 심층면담을 수행하였다. 녹음한 면담 내용은 녹취록 으로 변환하여 순환적 분석기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도출된 중심 주제는 “지나가는 고통을 마음을 낮추어 받아 들이고 견뎌냄”이라는 상황 특이적 이론으로 “마음을 비우고 물 흐르는 데로 살아감”과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버텨 냄” 등의 두 하부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마음을 낮추고 유방암을 인생의 수많은 고통 중 하나로 받아들이며 공존하 고자 하는 이 이론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회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사고 구조와 논리(cultural logics or reasoning) 의 산물이라 하겠다. 본 연구를 통해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는 문화적 특성에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유사할지라도 그러한 경험이 개인에게 어떤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대처하게 되는가의 차원은 그 개인이 속한 역사적, 사회문화적 맥락을 초월하여 생각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중심단어: 유방암, 질적연구, 대처, 문화,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