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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디지털 시대 근로환경 변화에 대한 노동법상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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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ternational Labor Trends

2016년 7월호 pp.78~90 한국노동연구원

이은주 (프랑스 파리10대학 사회법 박사과정)

■ 들어가며

‘디지털 혁명’이라 불리는

4

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전의 산업혁명이 일자리의 종 류와 형태에 변화를 가져왔던 것처럼, ‘인더스트리

4

.

0

’ 또는

4

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적지 않 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 예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앞으로

2020

년까지 약

710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며, 약

200

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 다(World Economic Forum,

2016

).

이를 반영하듯, 최근 고용형태와 노동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데, 특히 기 업들이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등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1920

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그때그때 필 요에 따라 연주자를 섭외하여 단기적으로 공연을 한 것에서 유래된 용어인 ‘긱 이코노미’

는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요가 있을 때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고용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1) 또한 ‘긱 이코노미’와 더불어 오늘날 새로운 현상으로 자리 잡은 ‘우버화 (Uberisation)’도 요즘 자주 언급된다. 우버화는 모바일 앱을 통해 차량과 승객을 바로 연결해 주는 모바일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기존 모델보다 저렴한 비

1) 대표적으로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우버(Uber)’,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가 있 으며, 차 공유 서비스 블라블라카(blabla car), 히치(Heetchi), 음식 배달 서비스 테이크잇이지 (take eat easy), 델리버루(deliveroo)도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디지털 시대 근로환경 변화에 대한

노동법상 논의

국제노동동향 ② - 프랑스

(2)

International Labor Trends

용으로 언제든 지체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서비스 거래를 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을 의미한 다. 상대적으로 ‘우버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 미국에서는 이미 우버 운전기사의 근로자 인정 과 같이 새로운 근로형태의 등장에 따라 발생한 여러 쟁점들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 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최근 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 프랑스 노동시장에서 새 롭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점들은 ‘우버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 사용, 고용관계 의 개별화, 새로운 생산방식 등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변화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점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 노동법이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2) 새로운 위기를 앞두고, 프랑스에서 는 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노동법 개정안에도 관련 내용이 반영되었다. 이에 대한 프랑스 내에서의 논의는 비슷한 사회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2015

9

월 제출 된, ‘메틀링(Mettling) 보고서’와, 이후 현재 진행 중인 노동법 개정에 반영된 관련 규정을 중 심으로, 프랑스에서 새로운 변화 아래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떠한 내용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 관련 주요 논의 소개

논의 배경

프랑스에서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근로환경 변화에 대해 노동법상 논의가 요구된 배경 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통적인 노동법상 개념’의 한계이다. 인터넷과 업무에 필요한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공간이 어디든 업무수행이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2) Libération, «Le numérique contre le droit du travail?», 2016.5.20.

국제노동동향 ② - 프랑스

(3)

유목민 근로자, ‘디지털 노마드’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활동인구의

25

%가 이미

‘디지털 노마드’3)로, 이와 같은 업무의 유연성에 따라 시간과 장소, 활동 단위로 특정되던 전 통적인 근로시간과 장소 개념의 지배가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또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인 터넷 플랫폼 기반 근로활동은 전통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일하는 ‘자영업자’ 혹은 ‘

1

인 기업’ 형태로 분류되고 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여 더 많은 자유와 독립성이 주어지는 것 같은 외관을 갖추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경제 적 종속관계를 맺고 있는, 이 새로운 형태의 근로관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노동법상 근로 자 개념에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둘째, 근로시간과 휴식시간 구분의 모호함이다. 점심시간에도, 퇴근시간에도 근로자는 업무 관련 메일과 연락을 받는다. 연락을 체크하기 위해 틈틈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휴가 중에도 급한 업무 연락에 파일을 전송하는 경우는 오늘날 당연시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모바일 네 트워크의 발달에 따라, 시공간 제약과 노동관계의 틀이 완화되면서, 유연한 근로활동이 가능 해지고, 업무수행에 대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수 행할 수 있다는 편리함은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고 있으며, 이 는 근로자에게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6

13

일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 르면, 사용자들과 근로자들은 업무의 디지털화와 새로운 업무 기기를 통해, 편리함을 느끼는 동시에 업무량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조사되었다.4) 이전에는 문제시되지 않았던 새로 운 노동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메틀링(Mettling) 보고서’ 제출

2015

9

15

일, 프랑스 통신업체 오렌지(Orange) 텔레콤의 인사책임자 브루노 메틀링 (Bruno Mettling)은 노동법 개정을 앞두고, 노동부 장관 미리앙 엘 콤리(Myriam El Khomri)

3) L'Express L’entrepris, «La réforme du droit du travail doit intégrer les indépendants», 2015.9.29.

4) L'Express L’entreprise, «Le numérique au travail, une opportunité qui effraie les salariés», 2016.6.13.

(4)

International Labor Trends

에게 ‘디지털 변화와 직장 생활(Transformation numérique et vie au travail)’이라는 보고 서를 제출하였다(Mettling,

2015

). 총

36

개의 권고로 이루어진 이 보고서는 디지털화에 따라 출현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과 노동법이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 다고 발표되었다. 보고서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권고 내용은 ‘재량근로제(Le forfait jours)’와

‘연결차단권(Le droit à la déconnexion)’이다.

재량근로제(Le forfait jours)

보고서의 권고 제

11

안은 디지털화와 관련된 근로자들을 위한 재량근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법적인 명확성을 보장할 것을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 하여 재량근로일 시행을 강제한다. 이를 위해 현행 프랑스 노동법전 L.

3121

-

39

조를 수정하 여, 산별 협약이나 기업 내 협약에 근로자 건강보호 내용을 포함할 것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 다고 제안하고 있다. 둘째, 노동법전 L.

3121

-

46

조의 ‘업무량(charge de travail)’이 무엇을 의 미하는지 자세히 서술할 것을 제안하며, 특히 이에 일시적 변동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개별적 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것을 수락하는 권리도 추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0

1

월부터 시행된 프랑스의 재량근로제는 오늘날

47

%의 간부직 근로자들에 게 적용되고 있으며, 재량근로가 적용되는 근로자들은 평균보다 더 긴, 주

46

.

6

시간을 일한다 고 한다(DARES,

2015

). 보고서에 따르면,

2

년 전부터 재량근로를 정하고 있는 산별 협약

12

개 중

10

개의 협약이 근로자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효 선언된 바 있 다. 이로 인해, 재량근로제 시행이 불명확해지고, 많은 기업들이 위반 여부를 염려하게 되었 다. 재량근로제 실시 조건을 법적으로 명확히 정해둔다면, 제도적 안정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것이 본 권고의 취지이다.

보고서는 또한 근로자의 건강, 특히 근로자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량 근로제 시행을 요청한다. 재량근로제 실시 시, 근로자의 건강과 휴식시간을 보호에 대한 요청 은 이전 판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2015

7

7

일 파기원은 재량근로제 시행을 정 하고 있는 단체협약에는 내용상으로 일하는 시간과 업무량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근로시간 안에 일의 수행이 잘 분배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며, 그 기준을 ‘근로자의 건강’에 두고

(5)

판시한 바 있다.5)

연결차단권(Le droit à la déconnexion)

브르노 메틀링(Bruno Mettling)은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근로자들의 사생 활 침해와 정보 과잉 현상과 같은 역효과를 일으킨다고 지적하였다. ‘과잉정보’는 근로자들에 게 스트레스와 피곤을 줄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심리학적인 위험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그는 권고 제

19

안을 통해, 근 로자들의 회사 업무에 관한 연락 또는 접속을 시간을 정하여 차단하는 권리를 제안하였다. 보 고서에 따르면, 노사간 협의로 기업들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연결차단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 건들을 법으로 명확히 정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은 근로자들을 위한 디지털 기기 사용 교육을 시행하여야 하며, 업무량에 대해 근로자들과 협의하여야 한다.

연결차단권은 이전에 몇몇 기업에서 이미 시행된 바 있는데, 보고서에서 예로 든 독일 자동 차 회사 ‘폭스바겐(Volkswagen)’의 경우,

2011

12

28

일 체결된 협약을 통해

1

,

154

명의 본사 일반 근로자들이 직업용 스마트폰을 차단하여 근로시간 외에는 연락을 받지 못하도록 조치하였으며,6) 프랑스 전자 상거래 회사 ‘프라이스 미니스터(Price Minister)’는 근로자 간 구두 교류를 중시하기 위하여 매달 반나절은 메일을 차단하였던 것을 예로 들었다. 성공적인 디지털 변화의 주요 조건은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며, 그런 의미에서 연결차단권은 근 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는 것이 본 권고의 제안 배경 이다.

보고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보고서가 발표된 뒤, 프랑스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으며, 사용자 측과 노 동조합 측 모두 반기는 분위기였다. 프랑스 민주노동동맹(CFDT)은 보고서 내의 분석과 제 안 내용 모두 환영하는 입장이었으며, 노동총동맹(CGT)은 애매하고 약한 몇몇 부분이 실망

5) Cass. Soc. 7 juillet 201513-26444 참고.

6) 오후 615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월요일 오전 7시까지 연락을 받 지 못하도록 차단하였다.

(6)

International Labor Trends

스럽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흥미롭다고 평가하였다. 프랑스 노동부 장관 미리앙 엘 콤리 (Myriam El Khomri)는 보고서의 내용을 높이 평가하며, 노동법 개정을 위한 국무회의에 발 표할 개정안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을 언급하였다.7)

반면 보고서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다. 프랑스노동조합(FO)는 메틀링(Mettling) 보 고서가 사회와 법적 판단을 감안하지 않고 경제만 우선시한 논리라며 비난하였다. 또한 보고 서의 전반적인 내용들이 미래를 대처하기 위한 노동법 개정에 대한 보고서라고 보기에는 그 수준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8) 재량근로(forfait jour)는 이미 기존에 시행되고 있었던 제도로, 보고서에서는 법적인 명확성 필요에 대해서만 특별히 더 언급하고 있을 뿐, 근로환경 변화에 따라 근로시간을 계산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것 이다.

또한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우버화에 대해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되었다.

2006

에서

2011

년까지를 기준으로, 농업을 제외한 부문에서 임금근로자가 아닌 근로활동 인구수 는

26

%까지 증가했다.9) 이와 같은 증가에도 보고서에는 ‘자영업자’ 또는 ‘

1

인 기업’ 보호에 대한 고려가 없었으며, 단지 권고 제

15

안에서 근로자 개인의 사회적 보호 방안 언급으로만 그쳤다. 또한 한 근로자가 다양한 활동을 하거나 다양한 지위에 있는 경우(예를 들어, 동시에 근로자이면서도 자영업자이기도 상황)와 경제적으로는 종속되어 있으면서 ‘사용자’는 없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지만, 권고 제

17

안에서 근로자의 지위에 관해 다시 판례를 정립할 필요성 이 있다고만 언급하고, 그 이상의 논의는 없었다. 현실적으로 노동법 개정에 반영되어야 하는 핵심적인 문제들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고서는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7) Les Echos, «Numérique et travail: El Khomri promet des mesures dès 2016», 2015.9.15. 8) Generation Libre, «Rapport Mettling : quid de l’ "uberisation" du travail?», 2015.9.15, 9) 이와 같은 증가는 국제적인 경향으로, 미국에서는 임금근로자가 아닌 근로자의 수가 활동 인구의

25%를 차지하며, 2020년도에는 40%까지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Les Echos, «Quel statut pour les travailleurs 2.02015.10.5 참고).

(7)

노동법(Loi travail) 개정안 관련 내용

보고서 제출 이후 진행된 노동법 개정안에는 근로환경의 디지털화와 관련하여, ‘연결차단 권(Le droit à la déconnexion)’과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규정되었다.

연결차단권(Le droit à la déconnexion)의 시행

• 내용

프랑스 노동부 장관 미리앙 엘 콤리(Myriam El Khomri)에 따르면, 프랑스 내

89

%의 간부 직 근로자는 직장 밖에서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연결차단권(Le droit à la déconnexion)’은 엔지니어, 간부, 기술직 부문 노동총동맹(l'Ugict-CGT)의 제안에 따라 노동법 개정안 제

25

조에 명시되었다. 하원에서 통 과된 내용에 따르면, 이 권리는 당초 예정보다

1

년 앞당긴 내년

2017

1

월에 발효되며, 종 업원

50

인(이전

300

인에서 변경됨) 이상의 기업에 적용된다. 근로자의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연결차단권을 어떻게 실시할지 그 방법에 대해 협약상 정해야 하며, 그 권리는 근로자의 휴식시간과 휴가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어야 한다. 협약이 없는 경우, 사용자는 실시 양상에 대해 정해야 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 내용에 대해 근로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종업원

50

인 미만의 기업에서는 기업위원회(없으면 근로자 대표)에서 의견청취 이후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 문서로 작성하도록 한다.

그러나 지난

6

22

일 오후, 프랑스 상원에서 통과된 수정안 내용에는, 당초 근로자의 개인 시간과 가정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에 대한 언급이 삭제되었으며,

50

인 이상의 기업의 경우, 협약 부재 시 문서 형식으로 작성해야 하는 의무도 삭제되었다(Pubulic Senat,

2016

).

하원에서 통과된 내용과 비교하면, 이전보다 근로자 보호 수준이 더 낮아졌다.10) 그러나 수정 안은 절차상 다시 하원으로 보내지며, 내용은 이전과 비슷하게 다시 변경될 확률이 높다.11)

10) 현재 프랑스 상원은 보수당이 다수이다.

11) 5월에 진행된 하원 투표에서 마뉘엘 발스(Manuel Valls) 총리는 프랑스 헌법 제49조 제3항을 근거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법 개정안을 하원 투표 없이 통과시킨 바 있다. 헌법 제49 3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법안을 총리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법안을

(8)

International Labor Trends

• 평가

‘연결차단권’은 이번 노동법 개정안 내용 중 만장일치로 통과된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라고 평가될 만큼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은 거의 없다.12) 그러나 시행 이후, 이 권리가 실질적으로 잘 보장될지의 여부는 아직 예측하기가 어렵다. 사실 근로자들이 근로시간 외에도 기업의 무분 별한 연락에 긴장하는 이유는 그에 대한 즉각적인 응답 또는 처리를 하지 못했을 때, 뒤따르 는 제재에 대한 염려도 있을 것이다. 연결차단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근로자들의 권리보호가 두텁게 이루어질 수 있는 노사협의가 가능할지, 회사의 불이익에 대처하는 방안은 잘 마련될 수 있을지, 이와 같은 제재적인 측면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연결차단권을 굳이 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있다. 파리 정치대학(Sciences Po) 교수 카롤린 소바졸 리알렁(Caroline Sauvajol-Rialland)은 르 몽드 지13)를 통해, 이미 많은 간부직 근로자들이 이른 아침이든 늦은 밤이든 상관없이 스스로 업 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연결차단권이 실시된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가 상당히 부분적이고 제한적(예를 들면, 특정 기기, 특정 상황, 특정 시간만 제한)으로 시행되어 왔다며, 법으로 정하더라도 효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이미 근 로시간과 관련하여 재량근로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과 관련하 여 번아웃(burn-out)과 스트레스를 직업상 질병으로 정하고 있는 등, 어느 정도 사회적 보호 가 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책임 부과

• 내용

이번 노동법 개정안 제

27

bis조에는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정하고 있 다. 인터넷 플랫폼의 경우, 사용자가 따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사

통과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긴급 명령권’의 개념과 비슷하다. 상원 투표 이후 다 시 수정안이 하원 심의로 넘어가면, 다시 헌법 제49조 제3항을 근거로 정부가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12) L’express L’entreprise, «Loi El Khomri: le droit à la déconnexion consacré», 2016.2.19. 13) Le Monde, «Rapport Mettling : droit et devoir à la déconnexion», 2015.9.25.

(9)

회적 비용에 대한 부담도 없고 최저임금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혜택이 지속된다면, 중소기업(PME)에 대한 부정경쟁 초래가 우려된다는 것이 본 규정의 취지 중 하나이다. 현재 프랑스 국회 상원의 사회부 위원회에서는 본 조항을 삭제한 상태이지만, 이후 정부는 다시 발 의할 예정이라고 한다.14)

27

bis조에서 예정하고 있는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다음과 같다.

- 산업재해에 대한 임의가입보험 비용 부담

- 현행 노동법전 L.

6312

-

2

조에 규정되어 있는 직업교육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주며, 근로 자가 플랫폼에서 정한 최소한의 할당 매출을 달성하면, 직업훈련에 대한 비용과 훈련 이 수에 대한 경력 취득 인정 시 드는 비용 지불

- 직업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들이 수행해야 하는 서비스 이행에 대하여 집 단적 거부를 하는 경우, 이에 대해 계약상 책임을 묻거나, 계약을 파기하거나, 그에 대한 제재 불가

- 노조를 조직할 권리와 가입할 권리, 노조를 통해 그들의 집단적 이익을 행사할 권리 존중

• 평가

현재 프랑스 노동법전에는 저널리스트, 모델, 위탁판매사원(VRP), 가사노동자 등에 대하여 근로자로 추정하는 몇 가지 조치들이 규정되어 있다(L.

7313

-

1

). 또한 중간 관리자에게 적용 하는 특별한 지위를 예정하고 있으며(L.

7321

-

1

s),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시간, 휴가, 건강과 안전, 노조권 단체교섭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L.

7322

-

1

s). 이번 개정안의 내용도 이와 같은 논리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실적으로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서비스 제공자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고려가 노동법 개정에 반영된 점은 반가 운 일이다. 그러나 산재보상을 위한 보험 가입비용 부담의 경우, 이는 강제된 의무가 아니라

14) Liberation, «Livreur à domicile, salarié ou pas? Un juge professionnel tranchera», 2016.6.20.

(10)

International Labor Trends

임의적으로 가입할 것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측에서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압력을 가 할 수 있다. 또한 비용 부담에 ‘최소 할당 매출 달성’을 조건으로 정하고 있는 것 또한 플랫폼 측에서 할당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 밖의 주요 논의 : ‘종속관계’ 문제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서비스 제공자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편 이와 관련하여 다른 측면으로 새롭게 제기되는 주 장이 있다. 인터넷 플랫폼과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종속관계’를 인정하여 서비스 제공자들을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미국에서 우버 운전기사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서비스 제공자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 는 소송들이 진행 중에 있다.

최근 음식배달 플랫폼 ‘톡톡톡 닷컴(Toktoktok.com)’에서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던 배달원 은 자신을 플랫폼의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파리 노동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15) 소송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회사와 원고 간에 ‘종속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회사 측 변호 사는 배달하는 자들은 본인들이 원할 때 플랫폼에 접속하여 일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일 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 하였다. 반면, 원고 측에서는 배달원이 계약상

2

년 동안 다른 플랫폼과 일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으며, 회사의 매니저는 배달원이 플랫폼에 접속하지 않은 때에도 그들에게 배달을 지시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 종속관계가 존재했음을 주장하였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최근에는 일드프랑스(Île de France) 지부의 사회보장 및 가족수당 부 담금 징수 조합(URSSAF)이 우버 운전기사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 중이다. 종속 관계를 인정할 만한 정황이 있음을 드는 예로는, 운행거리에 따라 책정되는 요금을 플랫폼 측 에서 정하며, 고객이 부담한 비용을 플랫폼이 운전 기사에게 재지급한다는 점, 서비스 제공

15) Libération, «Livreur à domicile, salarié ou pas? Un juge professionnel tranchera», 2016.6.20.

(11)

방식에 대해 강제되는 매뉴얼이 있으며,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은 아주 제한적이라는 점, 또한 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이 매기는 점수가

5

점 만점에 최소

4

.

5

점을 유지해야 계속 활동이 가 능하다는 점 등이 있다.

새로운 고용형태의 출현에 따라 근로자지위인정 여부에 관한 소송의 수는 앞으로 점차 늘 어갈 것이다. 전통적인 근로 개념에 한계가 제기되듯이, 앞으로 관련 판례에도 유연한 판단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종속관계’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관련한 최근 판례들을 살펴보면, 한 자영업자는

5

년간 자신에게 지시를 내린 회사를 상 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항소법원은, 원고가 상품 전시회의 참석을 거절할 수 있었다는 점, 회사의 영수증·송장과 같은 거래확인서는 근로계약과 무관하다는 점 을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16) 그러나 이에 대해 파기원은, 원고는 회사 가 상세히 정해놓은 일정을 매일 준수하여 일하였으며, 개별적인 면담과 판매 회의에도 참석 할 의무가 있었고, 지켜야 할 연간 판매실적이 정해져 있으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판매를 해야 했던 점, 어길 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종속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반면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서는, 원고가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 고, 그가 원하면 당해 회사가 아닌 다른 곳의 지시에 따라 업무수행이 가능했으며, 근로시간 도 근로자가 원하는 대로 정해졌고, 시급 또한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종속 관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17)

한편 기존의 판단방식대로 ‘종속관계’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근로자 지위를 부인한 판결도 있다. 합명회사의 경우 그 구성원은 회사의 채무를 책임지는 자로서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 한 사안에서 ‘종속관계’가 아닌, 경제적 위험을 같이 부담한다는 이유로 근로자 지위를 인정 하지 않았다.18)

16) Soc. 6 mai 2015, n° 13-27.535 참고.

17) Soc. 20 oct. 2015, n° 14-16.178 참고.

18) Soc. 14 oct. 2015, n° 14-10.960 참고.

(12)

International Labor Trends

■ 마치며

앞으로

20

년,

30

년 뒤 우리의 근로환경은 또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을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기술만큼이나 근로환경과 노동시장도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 능성이 높다. 디지털화에 따른 사회 변화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변화된 근로환 경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적응’은 노사간 차원에서 더욱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겠지만, 그에 대한 ‘대응’은 사회 규범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근로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된 만큼, 프랑스 노동법은 더 늦기 전 에

200

년간 지속되어온 근로관계에 맞추어 입었던 옷에서

4

차 산업혁명 변화에 맞는 옷으로 맞춰 입어야 한다. 주 근로시간을

35

시간으로 유지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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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으로 변경할지가 아직까지는 뜨거운 주제이지만, 그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의미 없는 때도 곧 올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프랑스 노동법 개정안의 내용을 참고하면, 근로자들에 대한 유연한 보호를 위 해 노동법의 역할을 줄이고 노사간 협의에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 다. 노동법의 입지가 점차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시대에 맞는 노동법의 변화 요구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게도 시급한 문제이다.

이번 노동법 개정안에는 디지털화된 근로환경 속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까지 진 행되어온 논의가 반영되었다. 물론 현실적인 변화만큼 다양한 내용이 아직 다뤄지지 않았지 만, 이러한 움직임만으로도 진일보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응책으로 논의된 내용 대부 분이 근로자 개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권리이고, 집단적 권리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 어지지 않은 것에는 아쉬움이 있다. 더욱이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자영업자들 은 각자 흩어져 활동을 하는 근로 특성상, 그들에 대한 집단적 권리보장 여부를 떠나 집단적 권리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 권리를 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집단적 권리의 점진적 인 후퇴를 막기 위하여, 앞으로는 집단적 권리 측면에서도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 질적인 방안 마련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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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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