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하는 삶이 성공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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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하루 매출액이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할 정도로 잘 나가던 약 국을 경영하는 약사였지만, 어 느 한순간 보건범죄단속법에 걸려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사람. 바로 참존화장품 김광 석 회장이다.

김 회장의 굴곡인생은 40 여년 전 피부약 하나로 전국 에서 유명세를 탔던 종로‘피 보약국’을 경영하던 때부터 시작이 됐 다. 당시 피부약 하나로 전국적으로 유 명인사가 된 김 회장에게 주위의 약사들 이 피부약을 같이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의 김 회장은 자신이 조제한 피부약을 다른 약국에서도 팔 수 있도록 했다. 결국‘무허가 제약’이라는 혐의로 범죄자가 됐고, 거액의 벌금까지 떠안게 됐다.

“그때는 깊이 생각할 겨를 없이 우선 피해볼 요량으로 암자에 숨어들었지요.

그런데 그곳에서‘무허가 약사’로 내 이 름 석자가 찍힌 신문을 발견하고서 비로 소 현실을 직시했습니다.”그가 암자에 서 읽은 것은 이미 6개월 정도가 지난 날 짜의 신문이었지만 우연찮게도 그에 대 한 기사가 실린 것이었다.

“순간 깊은 골짜기로 떨어지는 기분으 로 절규했지만 서서히 이젠 항복할 때라 는 생각이 드는 거였어요. 갑자기 신(神) 의 존재감이 느껴졌다고 할까요.”기약 없는 도망으로 인한 절망이 생뚱맞게도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상하게 기쁨이 넘쳐났다고 했다.

이후 곧바로 경찰에 자수를 한 김 회 장은 법원에서 8억3000만원이란 거액 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이미 새로운 인생설계가 자리 잡았다.

“자신 있는 분야로 차별화할 생각이었 지요. 일단 피부 하면 자신이 있으니까 기초화장품으로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

기로 계획했어요.”

이렇게 해서 참존은 지금까지 기초화 장품만 잘 만드는 회사로 각인돼 왔다.

그의 제품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실제 로 모든 제품은 김 회장의 피부를 먼저 거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만 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는 것인데, 바로‘샘플만 써 봐도 알아요’란 카피문 구는 지금까지도 광고사(史)에 명카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참존을 세울 때 김 회장의 마음속엔 또 다른 신념이 세워졌다고 한다. 바로 크리 스천으로서의 삶이다. 인생에서 가장 깊 은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가 다시 일어서 기 위해선 그 길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참존을 설립한 이후에도 그 의 삶이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소비자가 만족하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외국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자 김 회장은 늦기 전 에 해외 진출을 결심하게 된다.

참존은 1991년 일본시장에 뛰어들었 지만 처음 10년 간 100억원이 넘는 손실 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 지만 어느 날 이름도 모르는 한 일본 처 녀가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참존 화장품에 대한 놀라운 효과’를 올렸고, 이로 인한 파급 효과는 실로 컸다.

인터넷상으로 꼬리를 문 소문이 이어 지자 갑자기 샘플 요청이 쇄도하면서 한 달 샘플 발송비만 1000만원이 소요되기 에 이르렀다. 지금은 1억2000만명의 일 본인이 참존을 애용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이다. 김 회장은 이 일은 우연이 아 니라고 말했다. 바로 자신에 대한 신의 계획으로 믿고 있다.

“요즘도 주변에서 종종 경영기법을 물 어오면 하나님 법대로 하는 것이라 답을 합니다. 아버지가 직접 세워주신 기업에 서 저는 청지기일 뿐인 거지요. 이런 마 음으로 일을 하니까 쓸데없는 욕심은 사 라지고 사업은 더욱 번창하게 됐어요.”

결국 참존화장품은 올해 일본 홈쇼핑

QVC에서 상반기 매출순위 2위를 기록 하고, 중국에선 연간 매출액 1000만달 러가 넘는 성공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곧 참존화장품의 신사옥이 서울 대치동에 들어설 예정이다. 신사옥이 세 워질 곳은 2001년 우성건설의 사옥 부 지였다가 김 회장이 7번째의 경매입찰 로 인수했다고 한다.

이제는 성공한 기업체의 창립자로서 느긋한 생활을 즐길 만한데도 연일 특강 과 간증에 몰두하는 김 회장. 그는 일생 을 통해 만들고 나누고 싶은 것은 바로

‘감동’이라고 했다.

“감동이 있는 삶이 바로 성공하는 삶”

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경남 하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 술찌끼 지게를 진 그에게 누군가가 들려준‘초 년고생은 금을 주고도 못 산다’는 덕담 한마디가 바로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절망적일 때 들은 격려 한마디가 인생을 바꾸기도 하 는 것이다.

“이제 70세 나이를 넘기다보니 인생

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질문도 받게 됩 니다. 그러면 전 골짜기 없는 인생은 봉 우리도 없다고 대답하곤 하지요.”

김 회장은“많은 사람들이 고생 없이 평탄한 인생을 살고 싶어 하면서도 봉우 리에 오른 사람을 부러워한다”면서“하 지만 봉우리에 오르기까지는 고생의 발 걸음을 딛고 올라설 수밖에 없는 것”이 라고 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소망교회의 장 로인 그가 요즘 들어 누리는 최대의 기쁨 은 매주 일요일 예배가 끝난 후 많게는 30여명에 이르는 가족과 친지들이 다 한 자리에 모여 점심식사를 나누는 일이라 고 한다. 54명의 직계존속 모두가 건강 하고 평안해 더 바랄 것이 없다.

어쩌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축복이 바 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인생의 굴곡을 기 회로 여기면서 가슴속에는 커다란 이상 을 품고 선하게 살아가는 삶. “축복받길 원한다면 축복을 내리실 신이 나를 인정 케 하라”는 그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김숙현 기자^sh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