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정주체계의 가장 기본 단위이며, 사회적 변화가 공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된다.
한국의 마을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으로 유구한 역사성을 담고 있으며, 마을 구성원들이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 는 지역공동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전통마을 은 종가를 중심으로 한 씨족공동체를 구성하였고, 마을 의 어른을 지도자로 하여 국난을 당했을 때 의병항쟁으 로 이어질 수 있었다. 즉, 마을은 유교적 가치관으로 무 장하고 향촌의 도덕과 윤리를 지탱하는 버팀목으로서의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였다. 일제강점기에 그런 마을의 중요성에 주목한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의 저항정신과 의 병운동의 근원으로 동족취락(씨족마을)을 들면서 ‘조선 의 촌락’에 대한 연구물을 내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발전에 따 른 이촌향도 현상에 의해 마을의 대부분이 원형을 상실
하면서 사라지고, 최근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에 따라 그 나마 존속하고 있는 마을 공동체도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다. 대부분의 마을이 수도권에서 떨어진 농촌의 인구 과소지역과 정체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서울과의 거 리에 따라 경제성장의 여파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이다.
첫째, 「미래 국토발전을 위한 지속가능한 마을 연구」
는 전통마을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정책적 시 사점을 제공하고 있는 기초연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연 구내용을 보면 ‘마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마을의 근본적인 개념을 짚으면서 마을단위 정책의 변천 을 한국 국토정책의 맥락에서 살펴보고 있다, 또한 인구 과소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경북 경주의 양동마을, 전남 구림지역 마을, 충남 홍동면 마 을, 충북 보은 하얀민들레생태마을, 경남 함양 봉전마을,
사회 변화와 공간 변화의 접점, 마을 공동체의 지속성 확보 방안 제시
최재헌 | 건국대학교 지리학과 교수(choijh@konkuk.ac.kr)
미래 국토발전을 위한 지속가능한 마을 연구
A Study on Sustainable Village for the National Territory Development 김선희, 차은혜, 임경수, 조영국, 윤현위, 김명한, 장원, 정석호 지음
108 국토 제429호(2017. 7) KRIHS 보고서
경북 포항 문성마을의 6개 사례를 각각 인지적 차원, 기 능적 차원, 취락구조적 차원, 그리고 사회관계망의 형성 차원에서 고찰하고 유의한 시사점 도출을 시도하였다.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해서는 문화 를 중심으로 하는 장소정체성을 확보하고, 생활서비스 공급을 위한 최소 인구규모를 확보하며, 정부주도보다는 마을공동체주도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핵심 아 이디어로 삼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한 정책으로는 마을 정 주공간의 개선과 관리, ‘집락연합정책’으로 대변되는 마 을 간의 생활권 얼라이언스(alliance) 강화, 교육·일자 리 시스템 마련, 마을기본법 제정, 외부활동가 육성, 활 동공간 마련 등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이 연구는 ‘미래 국토’, ‘지속가능성’이라고 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포함하면서 가장 작은 공간단위인 마 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연구로 평가된 다. 거시적인 사회 변화의 종착역이 결국 인간 정주공간 의 기본단위인 마을과 지역공동체이고, 공동체의 유대감 이 형성되는 바탕이 바로 마을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해서는 보고서에서 제시한 공동체의 정체성과 문화 중심의 장소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민 생활서비스 를 공급하는 일상 생활권을 고려한 ‘집락연합정책’이 적 절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결과와 시사점에 관한 정책 활용성을 높 이기 위해서 연구내용에서 몇 가지 사항을 명확하게 부 각시키는 것이 좋을 듯싶다. 특히, 다양한 마을의 유형 을 사례지역이 대표할 수 있는가? 연구에서 제시한 각 마을의 특성과 문제점, 해결책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보 편적으로 적용 가능한가? 취락의 공간구조에서 나타나 는 일반성과 특수성, 향후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 개선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마을 만들 기, 지역공동체 사업, 농어촌활성화 사업 등 기존의 농촌 개발 정책의 한계점은 무엇이고,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 한 추가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수도권과 대도시 인근의
마을, 낙후지역의 마을에 대한 처방이 모두 동일할 것인 가? 미래국토에 대한 네 가지 시나리오별로 마을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 수 있을 것인가? 양동마을과 같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례를 일반적인 마을에도 적 용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논점에 대하여 명확하게 정 리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의 의미는 무엇보다 추가적인 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전국적 수준에서 남아 있는 마을을 유형화하 여 각 유형에 맞는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연구, 농촌과 도 시 지역으로 분리하기보다는 도농연속체로서의 마을 단 위 공간을 다루며 근린의 개념을 기반으로 상호 보완성 을 고려한 연구, 기존의 행복생활권과 정책적 연계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 이 밖에도 마을 경제와 인구증가 등 의 미시적 메커니즘 규명, 적절한 인구규모와 집락규모, 일본 사례 이외의 해외 사례 발굴 등이 있다. 이러한 연 구에 관한 후속 연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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