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실크로드의 중심지’
투르크메니스탄, 그리고 한국
신 성 철 주투르크메니스탄대사
국문초록
투르크메니스탄은 우리 국민들에게 낯선 국가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 4 위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국가 가 되었고 1995년 유엔 총회에서 영세중립국 지위를 획득하였다. 독립 초기부 터 현재까지 강력한 대통령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금년 3월 부친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신임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시장경제 체제 도입과 민영화 정 책 등 아버지가 추진해온 개혁정책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주요 가스 수출 대상 국인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를 유지・강화해 나갈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 해서는 자국의 영세중립국 지위를 바탕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러 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양국 관계는 그간 에너지 플랜트・인프라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기술력을 보유한 한 국과 자원이 풍부한 투르크메니스탄은 ICT, 보건・의료, 교통, 재생에너지 등 다 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잠재력이 높다. 2001년 태권도 협회가 창설되고 2008 특집: 한・중앙아시아 외교관계수립 30주년
년 국립 아자디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이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 고 있으며, 문화 협력도 앞으로 점차 확대되어 갈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잠 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위대한 실크로드의 심장’이 되기 위해 역내 수송 허브화 정책을 지속 추진해오고 있다. 우리가 언젠가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게 될 때 투르크메니스탄과의 협력관계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Ⅰ. 들어가며
전통적으로 유목 생활을 하던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에게 말은 생존의 필수 요소였다. 특히, 아할테케(Ahal-Teke) 품종은 투르크메니스탄의 자랑이다. 중국 역사에서 피와 같은 땀을 흘리며 천리를 달린다고 일컬어지는 한혈마(汗血馬), 그 리고 삼국지연의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적토마가 이 아할테케와 같은 종으 로 추정된다. 사실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북한이 아할테케를 입수하는 방 안을 타진했다는 언론보도1)도 있다. 마치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같이 빠르게 달리던 아할테케는 태양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였으며 수천 년 동 안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과 동고동락 해온 친구이기도 하다. 투르크메니스탄 국가 문장 정중앙에 위치한 아할테케의 모습은 이 천리마가 투르크멘 사람들 에게 어떤 존재인지 잘 보여준다.2)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은 우리와 역사・문화・언 어적 유사성을 보인다. 국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투르크메니스탄은 투르크
1) KBS, “세계적 명마, ‘아할테케’. 북한도 눈독?”, 2018년 5월 14일. http://news.kbs.co.kr/
news/view.do?ncd=3649013
2) 투르크메니스탄은 매년 4월 마지막 일요일을 ‘투르크멘 말의 날’로 지정하였으며, 국립 투르크멘말협회(Turkmen Atlary)는 이를 기념하여 승마 경주, 아름다운 말 선발대회, 마 상 공연, 말 관련 학술 세미나 등을 개최한다.
계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투르크는 우리 역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돌궐 족으로 돌궐은 투르크를 한자로 음차한 표현이다. 돌궐족과 고구려는 서로 사 신을 교환하고 춤사위가 전해질 정도로 다방면에서 활발히 교류한 것으로 알 려져 있으며, 실제 양국의 언어는 같은 알타이어 계통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다 고 한다. 또한 좌식문화나 어른을 공경하는 관습, 대가족 제도 등 우리와 유사 한 전통을 갖고 있는데, 이곳 사람들이 우리처럼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을 보면 이를 잘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양국 모두 올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본고에서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 지 않은 천리마의 나라 투르크메니스탄의 국내 정세 및 대외관계를 개괄하고, 지난 30년 간 발전해온 한・투르크메니스탄 양국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Ⅱ. 투르크메니스탄 정치・경제 동향
1. 국내 정세
금년 3월 19일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1991년 독립한 이래 세 번째 대통령으로서, 전임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 프 대통령의 아들이기도 하다. 3월 12일 대통령 선거에서 72.97%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지난 2월 11일 투르크메니스탄 국 회 상원이 임시회의를 열어 조기 대통령 선거 실시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전임 대통령이 갑작스레 퇴임을 결심하게 된 경위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그 는 그간 자신의 아들을 석유가스개발국 부국장, 국회의원, 외교부 차관, 주지 사, 건설산업부 장관, 재정경제 부총리 등 다양한 직책을 거치게 하며 소위 ‘후 계자 수업’을 진행해 왔으며, 특히 2020년 9월 기존 단원제를 양원제로 전환 하고 자신이 상원의장을 겸임하는 등 권력 이양을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3)
투르크메니스탄은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한 이래 강력한 대통령 중심의 정치가 이어져 오고 있다. 초대 사파무라트 니야조프 아타예비치 대통령은 2006년까지 집권하면서 국가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그는 모든 분야에 걸쳐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였는데, 모든 국민이 가정과 직장, 학교에 자신의 사진 을 걸어놓도록 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은 어록집인 ‘루흐나마(Ruhnama)’를 학교에서 가르치게 하였다. 2006년 니야조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급서함에 따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당선되 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사기업 허용 등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는 한편, 교육・보건・사회보장 및 농업 분야에서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였다. 그러 나 이러한 개혁이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베르디무 하메도프 대통령은 2012년 재선된 이후 2016년에 헌법을 개정하여 기존 대 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고 대통령 나이 제한(70세)을 폐지하는 등 장기집권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결국 2017년 3선에 성공한다. 상술 한 대로 2022년 2월 돌연 조기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며 퇴진하였으나, 현역 상원의장으로서 여전히 국정에 관여하고 있다.
금년 취임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강력한 국가 의 새로운 시대 부활(Revival of a New Era of a Powerful State)’ (2022- 2025) 프로그램을 통해 전임 대통령인 아버지가 추진해온 정치・경제・사회・문 화 등 분야에서의 개혁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확인하였다. 취임 후 처음 행한 각료 인사에서 자신이 담당하던 재정・경제 부총리직을 제외한 모든 부총리를 유임시킨 것을 통해서도 이러한 국정 방향이 잘 드러난다. 그가 추진하는 개혁 들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앞으로 국내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등은 지켜 봐야 할 것이다.
3) 상원의장은 대통령이 헌법 및 국가위원회 법률 위반 시 전체 의원 3/4 찬성에 의해 대통 령 불신임안을 결정하여 대통령 해임안을 국민투표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대법원장,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등 법집행기관의 장을 임명 또는 해임 하기 위해서는 상원의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전임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 은 퇴임 후에도 상원의장직을 유지 중이다.
2. 경제 동향
가. 가스 수출선 다변화 노력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 4위의 천연가스 매장량4)을 보유하고 있는 자원 대 국이다. 1991년 독립한 이래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제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 원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풍부한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지 리적 위치,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가스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투르크메니스탄은 오래 전부터 안정적인 수출선의 확보와 수출선 다변화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오고 있다. 독립 직후 천연가스 대부분을 러시아 소유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에 저가로 수출하고 러시아는 이 를 유럽에 재수출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필연적으로 러시아와 갈등이 일어 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09년 4월 대러 수출 가스관 폭발 사고와 수출 가격 및 물량을 둘러싼 갈등으로 대러 가스 수출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12월 대중국 가스관과 2010년 제2의 대이란 가스관 건설이 완료되면서 투르 크메니스탄의 가스 생산량도 증가하였으며, 현재 투르크멘 가스의 대부분은 중국(2021년 77%) 및 러시아(22.7%)에 수출되고 있다.5)
이러한 대중・대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다양한 가 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TAPI(Turkmenistan-Afghanistan–
Pakistan-India)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이름 그대로 투르 크메니스탄 가스를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과 인도에 공급하기 위한 총 투자금액 100억 불, 연간 최대 수송능력 33bcm의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이 다. 성공 시 투르크메니스탄의 숙원인 가스 수출 다변화는 물론 역내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나, 아프간 국내 정세 불안 및 투자 자금 조달 등의 문제
4) British Petroleum이 발간한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1에 따르면 투르크메 니스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13.6조 큐빅미터(cm)로, 러시아(37.4tcm), 이란(32.1tcm), 카 타르(24.7tcm)에 이어 세계 4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5) 투르크메니스탄이 자국 가스 수출 현황을 대외 공개하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 이는 우리 대사관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획득한 정보를 종합하여 도출한 추정치이다.
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TCP(Trans Caspian Gas Pipeline) 프로젝트도 거론되는데, 이는 투르크멘 가스를 카스피해를 거쳐 아 제르바이잔으로 운송함으로써 러시아를 경유하지 않고 유럽에 직접 가스를 공 급하기 위해 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 간 약 300㎞의 가스관을 설치하는 프로젝트이다. 만약 성공하면 EU의 남부가스회랑(Southern Gas Corridor) 과 연결되어 유럽에 가스를 직접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역시 재원 확 보의 문제가 있으며 카스피해 연안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이를 용인할지 여부 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작년 11월에는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아제르 바이잔 3자 가스 스왑 계약이 체결되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란 북부에 가 스를 수출하고 이란은 이와 동일한 양의 가스를 아제르바이잔에 공급하게 되 어, 사실상 투르크메니스탄이 아제르바이잔에 매년 2bcm의 가스를 수출하는 셈이 되었다.6)
나. 국제 수송 인프라 개발 - ‘위대한 실크로드의 심장’
투르크메니스탄은 과거 번성했던 실크로드에 위치하여 역내 수송허브로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교통・물류 현황이 열악한 편이었 다. 이에 투르크멘 정부는 철도, 도로, 공항, 항구 등의 건설 및 현대화 작업을 지속해 왔으며, 특히 2018년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전 대통령이 국가 모토를 ‘투르크메니스탄-위대한 실크로드의 심장(Turkmenistan – the Heart of the Great Silk Road)’으로 선정하고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역내 수송 허브화 정책을 본격 추진하였다.
2014년 12월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 철도가 완공됨에 따라 중국 저장성(浙江省) 이우에서 이란 테헤란까지 화물철도가 운행될 수 있게 되었으 며, 2016년 11월에는 아시아 국제철도회랑 제1단계로서 아타무라트-이맘나 6) 2017년 1월 투르크메니스탄은 18억 달러에 이르는 이란의 가스 대금 채무를 이유로 대이 란 가스 공급을 전격 중단했었다. 이란은 남부에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으나, 내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산악 지대인 북부는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가스를 수입하여 사용한다.
자르(투르크멘)-아키나(아프가니스탄)를 잇는 철도가 완공되었다. 이를 바탕으 로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을 잇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2018년 세르헤타밧(투르크멘)-투르군지(아프간) 철도가 완공되면서 아프간-투르크메니스탄-아제르바이잔-조지아-터키까지 이어지는 라피스 라줄리(Lapis Lazuli) 교통회랑이 연결되게 되었다. 한편, 2018년 2월 에는 투르크메나밧 신공항이, 5월에는 투르크멘바시 국제항구가 완공되었고, 여러 도시를 잇는 도로와 고속도로 건설도 현재 진행 중이다. 작년에 수도 아 시가바트와 떼젠을 잇는 220㎞의 고속도로가 완공되었으며, 앞으로 떼젠-마 리, 마리-투르크메나밧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도 건설 예정이다.
다. 기타
에너지 수출 외에는 건설・섬유・농업 등이 주요 산업에 해당한다. 농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면화 생산으로, 이렇게 생산된 면화를 가공한 섬유 제품들을 유럽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20년 7월 투르크메 니스탄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옵저버 지위를 획득하였으며 2021년 11월 에는 WTO 가입을 신청하여 금년 2월 WTO 내에 이를 검토하기 위한 실무그 룹이 구성되었다. WTO 가입 시 외국인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 고 있다.
3. 코로나19 상황
투르크메니스탄의 ‘코로나19’ 공식 확진자 수는 0명이다. 정부 공식 발표는 없으나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투르크멘 국민의 8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 였다고 한다. 투르크멘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20년 3월부터 정기 항공편을 중단하는 등 강력한 대내외 봉쇄정책을 유지해왔다. 외교관 등 정부의 별도 허가를 얻지 못한 외국인은 입국이 불가능하며, 나아가 자국민의
입국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신임 대통령 취임 이후로 국내 쇼핑몰 등의 영업이 재개되는 한편, 6월 1일부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UAE 및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는 등 점차 봉쇄 조치를 해제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Ⅲ. 투르크메니스탄의 대외관계
1. 영세중립국 외교정책
투르크메니스탄 외교정책의 근간은 ‘영세중립국 외교정책’이다. 1991년 독 립 후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 1995년 12월 12일 유엔 총회에서 영세중립국 지위를 획득하였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이 날을 ‘중립의 날’이라는 공휴일로 지 정하여 기념한다. 이러한 영세중립국 지위를 바탕으로 국가들 간 대립이 존재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불개입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으며, 지역 안보 및 경제협 력 기구에도 가입하지 않고 모든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 력해 오고 있다. 일례로, 투르크메니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유일하게 독 립국가연합(CIS) 내 준회원국(associate member)으로 머물러 있으며, 집단 안보조약기구(CSTO)와 상하이협력기구(SCO)에는 가입 자체를 하지 않고 있 다. 중립 정책은 국제정치적인 고립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으나, 투르크메니스 탄은 이러한 고립을 미국이나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한 발짝 벗어나는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중립정책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투르크멘 당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어떠한 공식 평가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 총회에서 ‘우크라 이나 침략 결의’(3.2), ‘인도적 상황 결의’(3.24), ‘러시아 인권이사국 자격 정지 결의’(4.7) 채택을 위한 표결에도 모두 불참했다. 다만, 지난 4월 일부 언론이
투르크멘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의약 및 의료 용품, 섬유 등의 인도적 지원 물 품을 송부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7) 이는 중립정책 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유지하고 있는 실례라고 볼 수 있 을 것이다.
2. 러시아와의 관계
러시아와는 역사적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긴밀한 정치・경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1991년 독립 이후 천연가스의 거의 유일한 수출선이었던 러시아와 의 협력 관계는 국가 존립에 필수적이었다. 최근에는 대러 가스 수출의 비중이 감소하였으나, 만약 중단되는 경우 사실상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상 황에 직면하게 되는 만큼 여전히 러시아와의 관계는 투르크메니스탄에게 중요 한 외교적 과제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CIS 준회원국이지만 정상회의에도 자 주 참석해 오고 있으며, 2012년과 2019년에는 CIS 정상회의 의장국을 수임 하기도 하였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도 양국 간 협력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 지난 4월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블라디미르 지 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 당수의 서거를 애도하는 서한과 양국 수교 3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발송한 바 있으며, 4월 8일 정상 간 통화에서는 푸틴 대통 령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공식 초청하였다. 투르크메니 스탄은 투・러 경제협력공동위(4월 9일, 투르크멘 수도 아시가바트), 제5차 중 앙아+러시아 외무장관회의(4월 22일, 화상), 제1차 중앙아+러시아 의회포럼 (5월 12일, 아시가바트)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러시아와의 협력관계를 변함없 이 유지・강화해 오고 있다.
러시아와의 유대관계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언어・문화적 영역에서 기인하 7) News Central Asia, “Turkmenistan will send humanitarian aid to Ukraine”, 2022년 4월
27일 newscentralasia.net/2022/04/27/turkmenistan-will-send-humanitarian-aid-to-ukraine/
는 측면도 있다. 이곳 투르크메니스탄 외교부가 개최하는 행사는 기본적으로 러시아어로 진행되며 영어는 동시통역으로 제공한다.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러시아의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다. 다만, 투르크메니스탄은 독립 이후 자국 전통문화를 지속 강조해오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투르크메니 스탄 성인들 중 다수가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는 반면 10대들은 러시아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에서 러시아어 의무 교육을 중단했기 때문 이다.
3. 중국과의 관계
양국 관계는 2006년 대중 가스관 설치를 합의(2009년 완공)한 이후 급속도 로 발전하였다. 2013년 9월 시진핑 주석의 투르크메니스탄 방문을 계기로 양 국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는데, 이는 러시아보다도 빠른 것이 다.8) 중국은 투르크메니스탄을 유럽과 중국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공급처로 인식하며, 투르크메니스탄은 중국을 자국의 가스 수출선 다변화를 위한 제1의 파트너로 여긴다. 2010년 3.6bcm에 불과 하던 대중 가스 수출량은 2019년 31.6bcm, 2020년 27.2bcm, 2021년에는 34bcm에 달했다.9) 현재 투르크멘 가스의 80% 가량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 는 만큼, 중국은 투르크메니스탄에게 있어 명실상부 제1의 경제적 파트너이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중국은 최근 군사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2021년 7월 중앙아 3개국 순방 시 투르크메니스 탄이 자국의 국가안보를 수호할 수 있도록 전통적・비전통적 지원을 하기로 약 속한 바 있으며, 금년 4월 아시가바트에서 개최된 투・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아프가니스탄 정세를 비롯한 국제・지역 안보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 하고 양국 간 전략적 소통 유지 및 대테러 협력 강화 등에 합의하였다. 중국
8)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2017년 10월에 형성되었다.
9) British Petroleum,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단, 2021년 데이터는 대사관 추정치)
웨이펑허 국방부장은 투르크메니스탄 방문 계기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을 예방하고, 군사장비와 인력양성 분야에서 양국 군대 간 실질 협력이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양국의 정치・군사 협력이 어느 수준까지 강 화될지 앞으로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4. 터키와의 관계
투르크메니스탄의 대외관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터키이 다. 같은 투르크계 민족으로 이루어진 터키,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은 민족적・언어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협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특히, 터키 기업 들의 투르크메니스탄 건설 사업 분야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터키는 투르크권국가기구(OTS: Organization of Turkic States), 국제투르크문화 기구(TURKSOY, 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Turkic Culture) 등 투르 크계 국가들을 포괄하는 국제기구를 활용하여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투르크메니스탄은 OTS에는 옵저버로, TURKSOY에는 정식 회원국 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상원의장(전 임 대통령)이 OTS 원로원의 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중립국 정책을 기반 으로 러시아・중국・터키 등 역내 강대국들과 모두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투르크 메니스탄 외교정책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Ⅳ. 한・투르크메니스탄 관계
1. 정치・경제 협력
우리와 투르크메니스탄은 1992년 2월 7일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래 올해 수 교 30주년을 맞았다. 수교 이후에도 2006년까지는 양국 간 인적 교류 및 협력
수준이 높지 않았으나, 2007년 6월 주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이 개설된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발전했다. 특히, 2008년 한 해에만 두 차례의 정상회담(8 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석 계기 및 11월 투르크멘 대통령 국빈 방한)이 개 최되면서 양국 관계가 ‘호혜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다. 이후 2014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투르크메니스탄 국빈 방문, 2015년 5월 구르반굴리 베르디 무하메도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 2019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의 투르크메니스 탄 국빈 방문이 이루어지는 등 양국 정상 간 교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양국협력의 발전은 특히 에너지・인프라 건설 사업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2009년 현대엔지니어링 및 LG상사 컨소시엄이 갈키니쉬 가스 탈황 시설 건 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래 우리 기업들이 에너지 플랜트 및 인프라 건설 분야 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차례차례 수주해 내었으며, 특히 양국 간 정상외교를 통해 투르크메니스탄 핵심 국책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확대됨에 따라 2015년에만 약 50억 달러를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대표적인 협력 사례로 는 2018년 완공된 키얀리 가스화학플랜트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우리 기업들 이 컨소시엄으로 건설한 중앙아 최대이자 투르크메니스탄 최초의 가스화학플 랜트이다. 완공까지 약 30억 달러가 투자되고 하루 평균 5천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었으며,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직접 ‘양국 간 성공적 협력사례’라고 평가할 정도로 한국의 기술력과 투르크멘의 자원이 함께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이다.
가장 최근에 개최된 2019년 4월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이러한 에너지 플랜 트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양국 간 협력을 석유화학・ICT・교통・국토정 보・섬유・산림・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더욱 확대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후 투르크메니스탄에 우리 정부 지원으로 세종학당(2019년), 가스직업 훈련원 (2021년), 정보접근센터(2022년 2월)가 건립되는 등 양국 간 합의 사항이 하 나하나 실현되어 오고 있다.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과 자원을 보유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상호 보완적인 경 제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양국 간 에너지・인프라 분야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본다. 아울러,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수출 외에 다양한 분야로 경제 다변화를 추진 중이고 우리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바이오, 조선, 방산, 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나 산림협력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 기 업의 수주 실적이 2015년 절정에 이른 이후 감소 추세에 있는데, 지난 3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수주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2. 문화 협력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K-POP의 인기가 높다. 이에 힘입어 개인적으로 주 재국 인사를 만날 때 BTS의 앨범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투르크메니스탄 내 한국에 대한 관심은 K-POP이 본격적으로 인 기를 끌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태권도의 경우 대사관이 개설되기도 전인 2001년에 이미 투르크메니스탄 태권도 협회가 결성되었고, 2010년부터는 매년 대사배 태권도 대회가 성황리 에 개최되어 오고 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10여 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데, 2008년에 이미 국립 아자디 세계언어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었으 며 2019년에는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세종학당이 이곳 수도 아시가바트에 문 을 열었다. 현재는 초・중등학교에서도 한국어 시범교육을 실시하는 등 한국 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점차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이러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음식, 영화, 한복 등 보다 더 다양한 분야로 확장시켜 나가기 위 해 우리 대사관은 매년 한국주간 행사를 개최하여 다양한 우리 문화를 소개해 오고 있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봉쇄조치들로 인해 2020년 이래 다양한 문
화 행사가 개최되지 못했다. 그러나 상술한 바와 같이 신임 대통령 취임 이후 방역조치가 서서히 완화되어 오고 있는 만큼, 올해는 다양한 문화 행사들을 개 최하여 양국 간 문화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올해 4월 3년 만에 한국어 능 력시험을 시행하여 그 첫 발걸음을 뗐다. 총 180명의 투르크메니스탄 학생들 이 지원하여 한국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 한국어 말하기 대회, 대사배 태권도 대회, 한국주간 행사, K-POP World Festival 예선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1,000여 명에 달하는 이곳 고려인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Ⅴ. 마치며
투르크메니스탄은 국토의 80%가 카라쿰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라쿰은 투르크메니스탄어로 ‘검은 모래’를 뜻한다. 이 사막의 기후 여건이 너무나 열악 하였기 때문에 투르크멘어로 ‘힘든, 우울한’이란 의미를 가진 ‘검다’라는 형용 사를 사용해 ‘검은 모래’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다. 혹독한 사막으로 둘러싸인 투르크메니스탄이지만 동서양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때 문에 끊임없이 타민족의 침략을 받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된 고대 도시 ‘니사’는 이란계 파르티아 왕조의 본거지였던 곳이며, 마찬가지로 세 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대 도시 ‘메르브’는 파르티아 제국의 영향력 하에서 실 크로드의 중계지 역할을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러시아 어가 통용되고 러시아정교를 믿는 사람이 10% 가까이 되는 것은 1924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에 편입되었던 흔적이다. 이러한 굴곡 속에서도 자신들의 문 화와 전통을 잃지 않고 유지해온 점은 우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이라는 천리마는 아직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하지 않았다. 새 로운 대통령의 통치 하에 가스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세계 경제 체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갈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 탄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언젠가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으 로 뻗어나가게 될 때 투르크메니스탄과의 협력관계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 다.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 육로를 통 해 투르크메니스탄과 교류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