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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연구 제16권 제1호 2007년 6월

한미 FTA와 간접수용

: 국내 재산권 보호 제도에의 시사점

김 관 호*

20)

투자협정은 투자재산에 대한 소유권의 박탈은 없지만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수용과 유사한 효과를 유발하는 간접적 수용에 대해서도 보상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 며, 이러한 규정은 한미 FTA상의 투자협정 부문에도 도입될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투 자협정의 간접수용 규정에 대한 국내의 쟁점 이슈를 평가하고, 국내 재산권 보호제도 개선의 계기로서 한미 FTA의 의의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투자협정상의 간접수용 규정 은 국내의 관련 법제와 전반적으로 부합하며, 국내외 투자자 간의 역차별적 성격의 규 정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이 규정은 공공정책의 추진을 제약하기보다는, 공익과 사적희생 간의 균형이라는 제약하에 공공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시장경제체제의 기본적인 원 칙을 재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를 계기로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에 대한 국내의 구제절차는 피해자가 보다 용이하고 유효하게 보상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입법자가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면 서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압력이 강화 될 필요가 있다.

핵심용어: 투자협정, 한미 FTA, 간접수용, 규제수용, 재산권 보호

*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서울시 중구 필동 3가 26 (e-mail: khkim@dongguk.edu) 접수일: 3/5, 게재확정일: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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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은 단지 통상협상이라는 차원을 넘어 관련 국내제도를 전반적으로 재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미 FTA가 국경 간 장벽의 완화라는 1차적 목표 달성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제도의 개선으로까지 연결될 때 한미 FTA가 갖는 긍정적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투자협정은 한미 FTA의 한 부분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다수의 국가들과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한미 FTA상의 투자협정은 이들 협정과 내용상 큰 차이점은 없다. 그 러나 그동안 투자협정이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데 반해, 한미 FTA상의 투 자협정의 경우 한미 FTA의 최대 관심 분야 중의 하나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이는 상대 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최대 투자국인 미국이라는 점과 투자협정이 FTA의 한 부분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 투자협정의 내용 중에서 국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항 중의 하나가 간접수용에 관한 내용이다. 공익을 목적으로 재산의 소유권을 박탈하는 직 접적인 수용뿐만 아니라 소유권의 박탈은 없지만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수용과 유사한 효과를 유발하는 간접적 수용 역시 투자협정에서는 보상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 다. 이는 투자협정의 가장 고전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의 하나로서, 우리나라는 투자협정 을 통해 이러한 의무를 오래전부터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그동안 투자협정의 체결 과정에서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 의무 문제에 대해 심 도 있는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투자협정이 외국인투자에만 적용되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간과된 부분도 있으며, 이 내용이 실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 했던 것도 그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래 외국에서 투자협정을 배경으로 간접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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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관련된 분쟁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투자협정상의 간접수용 규정에 대해 새로운 관심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투자협정상의 간접수용 규정과 이와 관련된 국내 제도를 고찰하고 있 다. 제II절에서는 투자협정, 특히 한미 FTA상의 투자협정에서 간접수용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제III절에서는 상대국인 미국의 국내 제도로서 규제수용제도에 대해 살 펴보고 있다. 제IV절에서는 간접수용과 관련된 국내 제도를 고찰하고 있다. 그리고 제V 절에서는 국내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한미 FTA를 계기로 국내 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II. 투자협정과 간접수용

1. 투자협정의 수용 및 보상 규정

투자협정이란 체결국들 서로 간의 투자 증진 및 투자 보호를 목적으로 체결하는 협정 을 말한다. 특히 두 국가 간에 쌍무적 차원에서 체결하는 협정을 양자간투자협정이라 하며, 이는 현재 가장 보편적인 투자협정이다. 투자협정은 FTA 등과 같은 포괄적인 무 역협정의 한 부분으로 포함되기도 한다. 예컨대 NAFTA 등 미국이 체결하고 있는 FTA 는 투자협정 부문을 FTA의 한 부분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투자협정은 비상업적 위험 요소로부터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자산 보호에 관한 내용, 즉 투자보호에 관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투자협정과 투자보호뿐만 아니라 투자자유화에 관한 내용, 그리고 이행의무 의 금지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투자협정으로 구분된다. 전자의 경우를 일반적 으로 투자보장협정이라 지칭하며 현재 존재하고 있는 양자간투자협정의 거의 대부분이 이러한 성격의 협정이다.1)

1) 2004년 말까지 체결된 양자간투자협정의 수는 2,5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UNCTAD, 2005). 투자자유화의 내용이 포함된 양자간투자협정으로는 미국이 체결한 투자협정들이 대표적이다. 우 리나라의 경우 양자간투자협정으로는 한일투자협정만이 투자자유화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한-칠레 FTA, 한-싱가포르 FTA, 한-EFTA FTA상의 투자협정이 투자자유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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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협정의 가장 고전적이고 핵심적인 규정의 하나가 수용 및 보상 규정이다.2) 투자 자의 입장에서 볼 때 현지국에서 가장 큰 위험요소는 자신의 투자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어떤 형태로든 박탈당하는 경우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위험요소로부터 안전장치를 마 련하는 것은 투자보호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투자협정상의 수용 및 보상 규정은 현지국 정부가 준수해야 할 몇 가지 의무 내용을 담고 있다. 상대국 투자자의 투자자산에 대한 수용 또는 국유화는 공공목적을 전제로 해야 하고, 국내 투자자와 비 교하여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하며, 정당한 보상 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협정들은 수용 및 보상 규정의 적용대상으로서 직접적인 형태의 수용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형태의 수용도 포함시키고 있다. 즉 수용에 상응하는(equivalent) 조치, 수용과 동등한(tantamount) 또는 동일한(same) 효과를 갖는 조치, 수용과 유사한 (similar) 효과를 갖는 조치, 간접적으로(indirectly) 수용하는 조치 등의 문구를 통해 직접적 인 형태의 수용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형태의 수용 역시 그 대상이 됨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협정에서는 이러한 표현에 해당되는 수용을 간접수용(indirect expropriation)이 라 지칭하고 있다. 간접수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투자협정은 정의 를 내리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투자 재산의 소유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 지만 재산을 사용하거나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상당히 침해되어 수용에 버금가는 피해 가 발생하는 경우로 이해되고 있다.3)

간접수용을 포함하여 수용에 대한 보상은 투자협정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 만 대체로 Hull's Formula로 지칭되는 신속하고(prompt), 적절하고(adequate), 유효한 (effective) 보상이 규정되고 있다. 신속한 보상은 지체 없는(without delay) 보상을 의미한다.

2) 투자협정의 내용에 대한 보다 상세한 분석과 설명은 UNCTAD(1998), 법무부(2002) 참조.

3) 간접수용이란 용어 외에 잠식성 수용(creeping expropriation), 사실적 수용(de facto expropriation) 등의 용어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잠식성 수용의 경우 간접수용의 한 형태로 정의되기도 한다. 예컨대 UNCTAD(2000)는 간접수용을 잠식성 수용과 규제수용으로 분류하고 있다. 잠식성 수용은 점진적인 소 유권에의 간섭으로 투자재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로 정의하며, 이러한 예로서 투자지분의 강매, 경 영권에 간섭, 원료 및 노동시장에의 접근 제한, 과도한 과세 등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잠식성 수용 을 제외한 나머지 간접수용을 규제수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Dolzer(1986), Sornarajah(1994) 등은 잠식성 수용을 간접적 수용의 한 형태로서 외국인투자자를 겨냥한 현지국 정부의 “부정적인 의도”가 특히 배경 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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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느 정도의 시간 내에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신속한 보상인지에 대해서는 확 실한 규정은 없다. 적절한 보상은 보상금액의 산정과 관련된 기준으로서, 일반적으로 수 용이 발생하기 직전 또는 수용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에 수용재산의 공정한 시장가치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정한 시장가치란 합리적인 구매 자가 매도자에게 지급하고자 하는 가격으로 해당 자산의 미래 수익성이 고려된 가치이 다. 그리고 적절한 보상에는 수용일부터 보상 당일까지의 정상적인 이자의 지급이 포함 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효한 보상이란 보상이 충분히 현금화될 수 있고, 자유로 운 송금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2. 미국의 투자협정 모델과 간접수용 명료화 규정

간접수용이 수용 및 보상 규정의 적용대상으로 포함된 것은 1950년대 투자협정 초기 때부터이다.4) 그러나 최근까지 간접수용의 문제는 투자협정에서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투자협정에서 수용규정을 배경으로 발생한 분쟁은 주로 현지국 정부의 국 유화나 직접적인 형태의 수용에 따른 분쟁이었고, 간접수용이 문제가 된 분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NAFTA 투자협정을 배경으로 투자자가 간접수용임을 주 장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분쟁들이 상당수 발생하기 시작하였고,5) 이에 따라 투자협정상 의 간접수용 규정에 대한 관심이 크게 제고되었다.

이러한 NAFTA의 간접수용 관련 분쟁이 간접수용에 대한 투자자의 지나친 확대해석 에 기인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미국 행정부는 2004년 개정된 투자협정 모델에서 간접 수용의 개념을 명료화한 부분을 도입하였다.6) 즉 간접수용이란 공식적인 소유권의 이전

4) 지금과 같은 형태의 양자간투자협정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9년 독일과 파키스탄 간의 협정부터이다.

투자협정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우호통상항해조약(Treaties on Friendship, Commerce and Navigation:

FCN)의 경우 직접적인 수용에 대한 보상만을 언급하였을 뿐 간접수용에 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았다.

5) NAFTA 발효 이후 NAFTA 투자협정의 내용 위반을 이유로 투자자가 현지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제기한 건수는 약 40여 건에 이르고 있다. 이 중 31건의 경우에 있어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 의무 규정 위반이 투자자의 소송 제기의 하나의 사유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최종 판결이 이루어진 10건 의 경우에 있어 국제 중재 판정부가 간접수용을 인정한 사안은 단 한 건(미국의 Metalclad사 대 멕시코 정부건)에 머무르고 있다(김관호, 2006b).

6) 미국의 투자협정 모델 개정의 배경에 대해서는 김관호(2006a)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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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명백한 몰수의 성격은 없지만 직접적 수용에 상응하는 효과를 유발하는 조치 내지 일련의 조치들로서, 이의 해당 여부의 판단을 위해서는 구체적 사안별로, 사실에 입각한 검토가 요구되며, 이러한 검토에서 특히 고려해야 할 요소로서 ① 정부조치의 경제적 충격의 정도 ② 정부조치가 명백하고 합리적인 투자 기대이익(investment-backed

expectations)을 침해한 정도 ③ 정부조치의 성격의 3개 요소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극

히 희소한 상황을 제외하고는(except in rare circumstances), 공공의 건강, 안전, 환경 등과 같이 정당한 공공 후생의 목적을 위해 고안되거나 적용된 비차별적 성격의 규제수용은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 명료화 규정에서 언급하고 있는 간접수용 판단의 3개 요소는 미국 국내에서 사법 부가 규제수용(미국 내에서는 간접수용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규제수용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을 판단함에 있어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기준이다. 또한 다음 절에서 설명하겠 지만 간접수용에 관한 국제중재 사안에 있어 중재판정부가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기준들이기도 하다. 미국의 간접수용 명료화 규정에서 사실 특이한 사항은 후반부에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으로서, 이 부분이 도입된 데에는 미국 내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압 력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공공의 건강, 안전, 환경이라는 정책적 목표 를 배경으로 하는 규제조치의 경우 여타의 공공목적을 배경으로 하는 규제조치에 비해 간접수용 판단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의 규제조치에 있어 간접수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 ‘극히 희소한 상황’이 어떤 상황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결여되어 있다. 미국의 협정 모델 과 거의 흡사한 내용의 간접수용 명료화 규정을 두고 있는 캐나다의 투자협정 모델

(FIPA)7)의 경우, 이러한 상황이란 예컨대 특정 조치나 일련의 조치들이 그 목적에 견주

어 너무 정도가 심해서 선의로 도입되거나 적용되었다고는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이 부분이 담고 있는 의미의 불

7) Foreign Investment Protection Agreement. NAFTA 회원국들은 NAFTA 투자협정에 따른 분쟁에서 제기 된 이슈들을 논의해 왔으며,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2001년 NAFTA 자유무역위원회(FTC)는 투자협정 부문에 대한 해석 설명서(interpretive statement)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 캐나다 투자협정 모델상의 간 접수용 명료화 규정의 내용은 모두 이러한 해석에 기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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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목적에 비해 정도가 너무 심해서는 안 된다는 비례의 원 칙은 간접수용의 판단에 있어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원칙으로서 결코 새로운 내용 이 아니다. 정부조치의 선의성에 대한 판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면, 정부가 선의의 목적을 주장함에도 재판부가 이를 부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성격 의 규제조치에 대해서는 간접수용의 적용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는 내용으로도 볼 수 있 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향후 이러한 성격의 규제조치에 대한 간접수용 소송 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 간접수용의 판단 기준

자신의 투자재산에 대해 정당한 보상 없이 간접수용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외국 인투자자는 국내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현지국의 법적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 다. 그러나 투자협정상의 분쟁해결절차는 이러한 국내 구제절차 외에, 외국인투자자가 원하는 경우 국제중재절차를 통해 구제를 추구할 수 있는 경로를 규정하고 있다.8)

OECD(2004)는 간접수용에 관한 국제중재 판례들을 분석하여 중재판정부가 간접수용 여

부의 판단에 있어 적용하고 있는 주요 기준들을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협정 모델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과 마찬가지로 재산권 침해의 정도, 정부 조치의 성격, 그리고 합리적인 투자 기대에의 침해 정도라는 세 가지 기준이 중재판정 부의 판결에서도 주요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재산권 침해의 심각성 정도는 간접수용의 판단에 있어 핵심적인 고려 요소이다. 어느 정도의 침해가 간접수용으로 인정될 만한 침해인가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상당히 엄격 한 척도를 제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투자자의 재산권이 상당히 감소되었다는 정도로 는 간접수용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조치에 의해 재산의 경제적 가치의 모두 또 는 거의 대부분이 소멸될 정도의 경제적 충격을 간접수용에 해당하는 심각한 피해로 판

8) 투자협정은 정부 대 정부 간의 분쟁해결절차뿐만 아니라 투자자 대 정부 간 분쟁해결절차를 두고 있다.

투자자 대 정부 간 분쟁해결절차의 근본적인 취지는 현지국 정부의 협정 의무 위반사항에 대해 투자자 가 직접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현지국의 국내 구제절차를 이용하지 않고 국제 중재를 이용하는 경우 세계은행의 산하 기구인 「국가와 타방국가 국민 간의 투자분쟁 해결에 관한 국제 센터(ICSID)」가 중재기관으로 보통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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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하고 있다. 또한 심각한 경제적 충격 여부를 판단할 때 금전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문 제가 된 정부조치의 존속기간도 고려되고 있다. 즉 단기간, 일시적인 침해가 아니라 상 당 기간 동안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해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 하는 경향이다. 일부 판례의 경우 재산권 침해의 심각성 정도가 간접수용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척도라는 논리하에 정부조치의 목적과 도입의 맥락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이 기준만이 판단의 잣대가 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매우 소수의 판례에 불과하며, 정부조치의 성격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접근 방법을 취하는 것이 일 반적이다.

정부조치 성격의 경우 일단은 문제가 된 정부조치가 공공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검토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명백히 비합리적이지 않은 이상 중재판정부는 주권국가 정 부의 논리를 수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부조치가 공공목적과 사적희생 간의 균형 을 추구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은 간접수용 판단에 있어 적용되는 핵심적인 원칙이다.

즉 정부조치의 목적에 비해 피해자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했는가 하는 문제가 간접수용 의 판단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이다. 정부의 경찰권 행사(police power)의 성격을 지 니는 정부조치는 보상의 의무가 수반되는 수용조치의 범주에서 제외된다. 선의의(bona fide) 조세관련 조치는 이러한 경찰권 행사의 영역에 속한다.

합리적인 투자 기대에의 침해 정도란 투자자의 투자 배경을 이루었던 합리적인 기대 를 정부조치가 얼마나 침해했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합리적 기대란 투자자가 주장하 는 주관적인 기대가 아니다. 투자자는 문제가 된 정부조치가 없는 상태를 전제로 해서 자신의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며, 그 근거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4. 우리나라의 투자협정과 간접수용 규정

현재 우리나라는 80개국과 양자간투자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 중 73개의 협정이 발 효 상태이고 7개의 협정이 미발효 상태이다. FTA상의 투자협정의 경우 칠레, 싱가포르, EFTA와의 FTA에 투자협정 부문이 포함되어 있다. 즉 현재 우리나라는 총 76개의 투자 협정의 적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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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의 양자간투자협정(1964) 이래 우리나라가 체결한 모든 투자협정들은 직접적인 형태의 수용뿐만 아니라 간접수용 역시 투자협정상의 수용 및 보상 규정의 적용대상이 되는 수용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76개의 협정 중 62개의 협정에서 수용에 상응하 는(equivalent) 조치라는 문구를 통해, 그리고 7개의 협정에서 수용과 동등한(tantamount) 또 는 동일한(same) 효과를 갖는 조치라는 문구를 통해, 5개의 협정에서 간접적으로 (indirectly) 수용하는 조치라는 문구를 통해, 그리고 2개의 협정에서 수용과 유사한(similar) 효과를 갖는 조치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간접수용 역시 보상의 의무가 수반되는 수용의 대상임을 규정하고 있다. 보상의 경우 일부 협정을 제외하고는9) 대부분 Hull's Formula, 즉 신속하고, 적절하고, 유효한 보상이란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10)

III. 미국의 규제수용제도

1. 내용

미국의 연방헌법 수정 제5조는 “누구라도 정당한 법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생 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당하지 아니하며, 정당한 보상(just compensation) 없이는 공익에 사용할 목적으로 사유재산권을 수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래 이 조항은 정부 가 공공목적을 위해 개인의 재산을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조치를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재산의 소유권을 침해하지는 않았지만 재산의 사용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정부 규제도 이 조항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대법원의 판례들이 제시되면서, 이 조항은 비단 명시적인 수용조치뿐만 아니라 수용에 버금가는 재산권 피해를 초래하는 조치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보상을 추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9) 공정한 시장가치에 따른 보상이 명시되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는 중국과의 협정(1992)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의 협정의 경우 시장가치에 따른 보상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가치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일 반적으로 인정되는 가치 산정방식을 사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란, 터키, 엘살바도르와의 협정의 경우 유효하게 현금화될 수 있고 자유로운 송금이 가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태국, 파키 스탄 등 10여 개국과의 협정의 경우 보상에 이자가 포함됨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10)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2006) 자료를 바탕으로 필자가 분석한 결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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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은 아니지만 재산권에 대한 침해 정도가 심각하여 결과적으로 수용적 성격으로 판단되는 조치들을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규제수용(regulatory taking)이라 지칭하고 있다.

규제수용에 대해 법적으로 확립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나, 대체로 ‘정부의 경찰권

(police power)에 근거한 공적 규제의 정도를 벗어나서 수용의 법리에 따른 보상이 요구되

는 재산권의 침해’ 정도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행정부가 규제수용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라 할 수 있다. 레이건 행정부는 규제완화 그리고 규제로부터의 재산권의 보호 를 강조하는 노선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규제수용과 관련된 소송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 이는 가운데, 미 행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하였고 1988년 3월 ‘정 부행위와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Government Actions and Interference with Civil Constitutionally Protected Property Rights)'로 명명된 대통령 행정명령 12630이 발동되었다.

이 행정명령이 제시하고 있는 목적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명시적인 수 용조치뿐만 아니라 규제수용 역시 연방헌법 수정 제5조의 적용대상임을 명심할 것, 둘 째, 행정당국은 규제조치가 재산권에 미치는 효과를 면밀히 검토할 것, 셋째, 규제조치 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수용의 발생을 최대한 예방함으로써 보상으로 인한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행정명령에서는 수용 함 의성(taking implications)이 있는 정부 조치를 사유재산권의 사용에 관한 인가, 허가, 조건, 요구, 그리고 제한을 목적으로 하거나 수행하는 규정들로서 정부의 경찰권 행사의 영역 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법무부는 이 행정명령에서 명시되고 있는 지시 사항에 따라 1988년 6월 ‘예상 치 못한 수용의 위험 및 회피 평가 가이드라인(Attorney General's Guidelines for the Evaluation of Risk and Avoidance of Unanticipated Takings)'을 마련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은 행정당국이 규제 법안을 마련함에 있어 이러한 법안의 수용 함의성에 대해 자체적으로 평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 과정에서 정부 재정에의 잠재적 부담을 최소화하면 서 규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 검토할 것을 지시하고 있 다.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관보 등을 통해 규제 법안을 통지할 때 이의 수용 함의성을 개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행정당국들의 규제수용에 대한 이 해를 제고하기 위해 규제수용에 관한 판례들을 제시하여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대표적

(11)

인 판례의 하나로서 Penn Central Case를 제시하고 이의 판결에서 제시된 세 가지 기준, 즉 정부조치의 경제적 충격의 정도, 합리적인 투자 기대에의 침해 정도, 정부조치의 성 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행정명령은 예산관리국(OMB)으로 하여금 행정당국들에 대한 감독을 지시하 고 있다. 행정당국은 예산관리국에 규제 법안의 검토를 요청할 때 수용 함의성에 대해 검토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예산관리국은 각 행정당국의 예산 신청을 심사할 때 수용에 따른 보상금 지급 결과를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2. 주요 판례와 규제수용의 기준

미국에서 보상이 지급되어야 하는 규제수용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판례들을 통 해 형성되어 왔다.11) 규제수용에 관한 대표적인 판례로서 인용되고 있는 세 가지 판례 들에 대해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Pennsylvania Coal Case

(1922)

펜실베이니아 석탄회사의 채광구역 중의 지표면 일부에 Mahon의 주택이 위치하고 있었다. Mahon은 채광으로 인해 지반이 침하되어 주택 붕괴의 우려가 있음을 주장하며 주법원에 석탄회사의 채광 중단을 명령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주법원은 주택표면의 침하를 야기하는 방법으로 타인의 주택 지하에 있는 석탄 채광을 금지하는 법(Kohler 법)에 따라 동 석탄회사의 채광 중단을 명하였다. 이에 동 석탄회사는 이 법은 정당한 보상 없이 채광권을 박탈한 것으로서 위헌이라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다. 그리고 연방대법원은 이를 보상이 수반되어야 하는 규제수용으로 판시하였 다. 연방대법원이 이를 규제수용으로 판시한 핵심적인 근거는 문제의 법이 석탄회사의 채광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것이었다.

이 판례 이전까지는 수용은 재산의 물리적 박탈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따라서 이 판례는 규제수용을 인정한 최초의 판례로서 인용되고 있다. 이 판례가 지니

11) 미국의 규제수용제도의 발전과 주요 판례들은 Burcat and Glencer(2002) 참조.

(12)

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정부가 보상의무를 지니지 않는 규제권과 보상의무를 지니 는 규제 수용을 구분하는 기준으로서 가치감소원칙(Diminution in Value Test)을 제시하였 다는 것이다. 즉 정부조치가 재산권에 대한 규제를 통해 재산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경 우 그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보상을 할 필요가 없지만 정도를 벗어나는(goes too far) 과도 한 가치 하락이 초래되는 경우 수용의 법리에 따라 보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이 원칙은 규제수용의 판결에서 적용되는 중요 원칙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2) Penn Central Case

(1977)

뉴욕시의 유적물보호법은 지정된 유적물의 소유자가 유적물의 외관구조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유적물로 지정된 Grand Central Terminal 을 소유하고 있던 Penn Central 운송회사는 터미널 건물이 협소하여 건물 뒤편에 고층 건물을 지으려고 계획 중이던 회사(UGP)와 건물임대계약을 체결하였다. UGP가 위원회 에 건축허가를 신청하자 위원회는 이 건물이 신축되면 터미널의 역사적․예술적 특징 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Penn Central과 UGP는 유적 지정으로 인해 정당한 보상 없이 재산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 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이 사안을 규제수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례는 현재 미국에서 규제수용에 관한 가장 보편적인 기준이 되고 있는 ‘세 가지 요소 기준(Three Factor Test)'을 제시한 최초의 판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규제수용 의 판단에 있어 정부의 규제조치가 공익목적을 위해 행사되었는가 하는 정부조치의 성 격 문제, 정부의 규제조치가 재산권에 얼마나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는가 하는 문제, 그리고 정부의 규제조치에 의해 침해된 재산권의 기대가 투자자의 얼마나 합리적 인 기대인가의 문제가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안의 경우 이 세 가지 기준 모두에 있어 규제수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연방대법원의 판단이었다.

(3) Lucas Case

(1992)

1986년 Lucas는 남 캐롤라이나 연안에 단독주택을 건축할 목적으로 두 필지의 택지 를 구입하였다. 당시 Lucas가 구입한 택지는 주 정부가 건축을 제한하고 있는 연안해 제 안구역에 속해 있지 않았으며, Lucas는 주변 필지에 이미 지어진 주택들과 같은 형태의

(13)

주택을 건축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1988년 해변관리법의 제정으로 Lucas의 택 지에는 어떠한 영구건축물도 건축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Lucas는 이를 규제수용으로 주장하며 보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최종적으로 연방대법원은 이를 규제수용으 로 인정하였다. 이를 규제수용으로 인정한 근거로 연방대법원은 원고의 토지에 어떠한 건축물도 신축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원고의 재산권에 대해 모든 경제적으로 유용한 사 용(all economically beneficial use)을 박탈한 것이며, 원고가 주택을 지어 분양하려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 기대로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이 판례가 지니는 의미는 목적이 공익에 있다 하여도 재산권자에게 경제적으로 유용 한 사용을 모두 거부하는 것은 규제수용으로서 보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 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단 정부의 규제조치가 공공을 해악(harm)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경 우, 즉 불법방해 행위를 방지하려는 경우에는 모든 경제적으로 유용한 사용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보상이 필요치 않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3. 최근의 소송 현황

미국의 회계감사원(GAO)이 2003년 9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2년까지의 3년간 규제수용과 관련된 주요 4개 부처(농무부․육군공병대․환경보호국․

내무부)를 상대로 제기된 규제수용 소송 중 44건이 종결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2건에 있어 법원의 판결 결과 규제수용으로 인정되어 총 420만 달러의 보상금이 지급되 었다. 12건의 경우 규제수용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원고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타협이 성사됨으로서 소송이 종결되었다. 이들 12건의 타협 건에 있 어 원고에게 지급된 총 보상금액은 3,230만 달러였다.

즉 종결된 44건 중 14건의 소송에서 원고에게 보상금 지급이 이루어졌고 그 금액은 총 3,650만 달러였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부처별로는 내무부와 관련된 소송이 26건 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10건에 있어 보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보 호국의 경우 관련 소송은 단 2건에 불과하고 보상이 지급된 소송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고 있다. 한편 종결된 이들 소송 외에 2002년 말 현재 계류 중인 규제수용 관련 소송건 수는 54건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4)

이들 3년간의 집계 결과만을 놓고 보면 미국에서 연간 30여 건의 규제수용 소송이 제 기되고 있고, 규제수용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는 경우(타협에 따른 보상금 지급을 포함하여) 는 약 30% 정도이며, 보상금 지급에 따른 정부의 연간 지출 규모는 약 1,200만 달러 정 도인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표 1> 미국의 규제수용 소송 현황(2000~2002년)

관계부처 소송건수

(종결) 보상지급건수 보상판결건수

/금액

보상타협건수 /금액

보상금액 합계

농무부 1 1 1/35.3만 달러 0 35.3만 달러

공병대 15 3 0 3/2,208.5만 달러 2,208.5만 달러

환경보호국 2 0 0 0 0

내무부 26 10 1/385.1만 달러 9/1.021.6만 달러 1,406.7만 달러 합 계 44 14 2/420.4만 달러 12/3,230.1만 달러 3,650.5만 달러 자료: GAO(2003)

IV. 우리나라의 관련 제도

1. 과도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의 법적 근거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는 규제수용 또는 간접적 수용 등의 개념이 존재하지는 않는 다. 그러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치의 경우 피해자에게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 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법리이며, 이에 관한 제도적 장치로서 행정상 손실보상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행정상 손실보상제도는 정부의 재산권 침해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이의 를 제기하고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행정상의 손실보상은 공공 필요에 의해 적법한 행정상의 공권력 행사로 사유재산에 가해진 특별한 희생에 대하여 사유재산권 의 보호와 공평부담의 견지에서 행정주체가 행하는 조절적인 재산적 보전을 의미한다.

(15)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23조 제3항은 행정상 손실보상의 법적 근거 이다.

이 헌법 조항에 따라 재산권의 물리적 박탈에 이르는 명시적인 수용조치뿐만 아니라 사용과 제한을 통한 재산권의 침해(이 부분이 간접적 수용조치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행정상 손실보상의 대상이 된다. 즉 재산에 대한 소유권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재산권의 행사라는 측면에서 특별한 희생이 야기된 경우에도 손실보상이 이 루어져야 할 헌법상의 근거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동 헌법 조항에서 재산권의 침해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 함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재산권의 침해를 규정하고 있는 개별 법률에 이에 따른 손실보상 근거 규정이 있으면 이러한 규정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재산권의 침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손실보상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경우 손실보상을 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법률은 명시적인 수용 조치에 따른 재산권의 침해에 대해서는 손실보상 규정을 두고 있지만,12) 재산권의 행사 측면에서의 침해에 대해서는 손실보상의 근거 규정을 두지 않거나 두더라도 제한적인 범주 내에서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만 손실보상을 규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문 제는 법학계에서도 오랫동안 쟁점이 되어 왔던 사항이다. 현재 법학계의 해석은 손실보 상에 관한 법률상의 규정이 없더라도 재산권에 대한 특별한 희생이 발생하는 경우 행정 상의 손실보상이 가능하다는 점에 대체로 입장이 모아지고 있다. 즉 보상을 법률로써 하라는 것은 보상의 절차와 내용을 법률로 정하라는 것이지 보상 여부까지 법률에 위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은 여하튼 보상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률에 보상 근거 규정이 없으면 보상은 불가능하므로, 아무런 보상 규정 없이 재산권의 특별한 희생을 규정하는 법률상의 근거조항은 위헌으로서 무 효라는 것이다.13)

12)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수용에 대한 보상 근거 법률이다.

13) 이러한 해석을 위헌무효설이라 하며 현재 다수설이다.

(16)

2. 피해자의 보상추구 방법

우리나라는 보상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보상이 이루어지는 재산권 침해 조치들 이 개별 법률에 명시되며, 이러한 조치에 한해 해당 법률의 규정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 진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법률이 규정하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피해 자는 규정에 따라 이의 절차를 밟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구제를 추구할 수 있다.

문제는 피해자가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를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법률에 이에 대한 보 상의 근거가 없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피해자는 일단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재판의 전제가 됨을 주장하며 법원에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법원이 신청을 기 각하는 경우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즉 법원을 통한 위헌심판제청이나 헌법소원심판제도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즉시 이루어지 는 것은 아니다. 보상은 법률에 따른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는 법률상의 근거가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자가 보상입법을 하 여 헌법합치를 회복할 것을 명하며, 피해자가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보상입법이 이루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3.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에 대한 판단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헌법 제23조 제2항). 공공복리의 추구를 위해 어느 정도의 재산권 행사 제한은 재산권자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이 의도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벗어나 재산권자에 특 별한 희생이 발생되는 경우 보상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 어느 정도의 제한이 보상이 수반되어야 할 특별한 희생인가 를 판단하는 일차적인 주체는 입법자이다. 즉 입법자는 법률 제정 시 법률 내용에 재산 권의 과도한 침해로 판단되는 사항이 있으면 이에 대한 보상 근거 규정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입법자가 법률 제정 시 보상이 필요한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여부를

(17)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입법자가 어떤 근거를 제시하는 것도 아니며, 단지 입법자 나름대로의 판단의 최종 결과물만이 제시되는 것이다. 또한 개별 법률상의 보상 근거 규정이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만을 판단의 근거로 한 것 으로 볼 수도 없다. 보상 규정을 둠에 있어 재산권 측면에서의 고려뿐만 아니라 정치적, 상황적 측면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예컨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경우 재산권의 과 도한 침해라 볼 수 없음에도 관대한 보상 규정을 둘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한 사안의 경 우에는 재산권 침해의 측면이 경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별 법률 상의 보상 규정을 통해 입법자의 정확한 판단 기준에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14) 우리나라에서 보상이 수반되어야 하는 과도한 재산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적인 주체는 헌법재판소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어떠한 기준에 따라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지는 이와 관련된 헌법소원심판 판결문을 통해 파악 할 수 있다. 도시계획법 제21조 위헌소원(1998년)은 보상 규정이 누락된 재산권 제한 법 률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이 제기된 대표적인 사례로서,15) 이에 대한 판결문은 헌법재판 소가 어떤 판단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1) 도시계획법 제21조 위헌소원에 대한 판례

청구인들은 도시계획법 제21조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토지 위에 관할관청 의 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물을 건축하여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건축물에 대한 철 거대집행계고처분을 받았다. 이에 청구인들은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 고, 소송 중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주장하며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이 신 청이 기각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재산권을 제한함에 있어 지켜야 할 원칙

14) 문화재보호법의 경우 문화재의 보존상 부적당하거나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소유자에게 일정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데, 이러한 명령의 이행으로 손실을 받은 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의 Penn Central Case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성격의 모 든 행정명령을 손실보상이 수반되어야 하는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로 입법자가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15) 보상 규정의 누락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다른 예로서 자연공원법 제11조에 대한 위헌소원(2006)(자연 공원 중 자연환경지구에서의 건축행위제한에 관한 소송)을 들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소송의 경우 재산권에의 침해 정도가 재산권에 내재하는 사회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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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제시하고 있다. 즉 “토지재산권에 대한 제한입법 역시 다른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 과 마찬가지로 과잉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 인 사용․수익권과 처분권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적용 되는 구체적인 수단은 그 목적이 정당해야 하며 법치국가적 요청인 비례의 원칙에 합치 해야 한다. 즉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이 의도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고 촉진하기에 적합 해야 하고(방법의 적정성),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똑같이 효율적인 수단 중에서 기본권 을 최대로 존중하고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사용해야 하며(침해의 최소성), 법률에 의하 여 기본권이 침해되는 정도와 법률에 의하여 실현되는 공익의 비중을 전반적으로 비교 형량하였을 때 양자 사이의 적정한 비례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법익의 균형성).”

헌법재판소는 이 사안에서 이러한 원칙들이 지켜졌는가에 대해 검토하였다. 구역지 정 후 토지를 종래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 이러한 원칙들이 지켜진 것으로 판 단하였다. 즉 “구역의 지정으로 인한 개발가능성의 소멸과 그에 따른 지가의 하락이나 지가상승률의 상대적 감소는 토지소유자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에 속하 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신의 토지를 장래에 건축이나 개발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 리라는 기대가능성이나 신뢰 및 이에 따른 지가상승의 기회는 원칙적으로 재산권의 보 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구역지정 당시의 상태대로 토지를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 는 이상, 구역지정에 따른 단순한 토지 사용의 제한은 원칙적으로 재산권에 내재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소유자가 종래의 목적대로 토지 를 이용할 수 있는 한, 구역의 지정으로 인하여 토지재산권의 한계를 넘는 가혹한 부담 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구역지정 후 토지를 종래의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없거나 또는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아무런 보상 없이 이를 감수하도록 하고 있는 한 이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당해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의 예로서 나대지의 경우와 사정 변경으로 인해 용도가 폐지된 경우를 제시하였다. 개발제한구역 내의 토지 중 지정 당 시의 지목이 대지로서 나대지의 상태로 있었던 토지는 구역의 지정과 동시에 건물의 신 축이 금지되어 실제로는 지정 당시의 지목과 토지의 현황에 따른 용도로조차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이다. 사정변경으로 인해 용도가 폐지된 경우로는, 토지가 종래 농지 등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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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사용되었으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이 있은 후에 주변지역의 도시과밀화로 인해 농 지가 오염되거나 수로가 차단되는 등의 사유로 토지를 더 이상 종래의 목적으로 사용하 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어 버린 경우를 제시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경우가 토지소유자가 보상 없이 수인해야 할 한계를 넘어선 것 으로 판단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헌법상의 재산권의 보장은 무엇보다 도, 토지소유자가 재산권에 관하여 종래의 법질서가 존속하리라는 신뢰 아래 합법적으 로 그의 토지에 가치를 창설한 경우 새로운 법질서의 변경으로 인하여 그의 토지에 이 미 형성된 가치가 갑자기 박탈되거나 절하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한다. 따라서 법률개정 으로 인하여 종래의 용도대로 토지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종래 합법적 으로 행사된 토지 사용․수익권 등 이미 형성된 상태는 그의 종래의 기능을 변경하려는 규정에 대하여 계속 그의 존속을 관철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입법자는 보상 없이는 종래 의 합법적인 사용․수익을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없다.” 그리고 “토지소유자가 자신의 토지를 사적으로 의미 있게 사용할 방법이 더 이상 없게끔 토지재산권이 제한된다면, 자신의 토지가 단지 이름만 자신에게 귀속되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토지와 자신과의 귀 속관계가 단절된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국민 누구나가 수인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 의 범위를 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으로 말미암아 일부 토지소유 자에게 사회적 제약의 범위를 넘는 가혹한 부담이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하여 보 상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 판결하고, 입법자가 조속한 시일 내에 보상입법을 하여 위헌적 상태를 제거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였다.

(2) 간접수용 판례와의 비교

도시계획법 21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헌법 재판소에서 보상이 수반되어야 하는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투 자협정상에서의 간접수용 또는 미국에서의 규제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기준과 거 의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있어서도 재산권 침해 정 도의 심각성, 정부 규제조치의 목적과 성격, 그리고 투자자의 합리적인 기대에의 침해 정도라는 규제수용 또는 간접수용을 판단하는 일반적인 세 가지 기준이 고려되었다.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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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재판소의 판결을 이러한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재산권 침해 정도의 심각성에 있어, 구역지정으로 인해 토지를 종래의 목적으로도 사 용할 수 없거나 또는 더 이상 법적으로 허용된 토지이용의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실질 적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의 길이 없는 경제적 피해, 즉 토지의 소유권은 이름만 남았 을 뿐 알맹이가 없는 상태 정도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정부조치의 목적 과 성격에 있어, 헌법재판소는 도시계획법의 공공목적에의 부합성을 전반적으로 인정하 였으나, 문제가 된 구역지정의 예외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합리적인 기대에의 침해 정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핵심적으로 고려되었던 요소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안에서 토지소유자가 보상 없이 수인해야 할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토지를 합법적인 용도대 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관점을 중요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즉

“헌법상의 재산권의 보장은 무엇보다도, 토지소유자가 재산권에 관하여 종래의 법질서 가 존속하리라는 신뢰 아래 합법적으로 그의 토지에 가치를 창설한 경우 새로운 법질서 의 변경으로 인하여 그 토지에 이미 형성된 가치가 갑자기 박탈되거나 절하되는 것으로 부터 보호한다.” 그리고 “종래 법적으로 허용된 방법으로 토지를 사용한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에 의하여 실현된 합법적인 토지사용은 그 자체로서 이미 토지의 상황을 형성하 기 때문에, 그의 위치와 자연과의 관계에 따른 주변상황의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 히려 토지소유자가 형성한 상황에 따른 재산권의 지위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토지 를 종래의 용도대로 사용하는 것은 토지소유자의 합리적인 기대이며, 이러한 사용이 거 부되는 것은 합리적인 기대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내용으로 볼 수 있 을 것이다.

그러나 구역지정으로 인한 개발가능성의 소멸과 그에 따른 지가의 하락이나 지가상 승률의 상대적 감소는 토지소유자가 감수해야 할 부분으로 판결하고 있다. 즉 “자신의 토지를 장래에 건축이나 개발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능성이나 신뢰 및 이에 따른 지가상승의 기회는 원칙적으로 재산권의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구역지 정 당시의 상태대로 토지를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이상, 구역지정에 따른 단순한 토지이용의 제한은 원칙적으로 재산권에 내재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를 넘지 않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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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다.” 토지를 종래의 용도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개발가능성이나 지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침해되는 것은 토지소유자의 합리적인 기대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 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사안은 제II절 (3)에서 언급했던 미국의 Lucas Case와 유사한 성격의 사안이라 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판결 내용 역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거의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Lucas Case에 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서도 원고의 재산 권에 대해 모든 경제적으로 유익한 사용(all economically beneficial use)을 박탈한 정도의 재 산권 침해가 발생하였고, 원고가 택지 매입 시 허가된 용도대로 주택을 지어 분양하려 는 기대는 합리적인 투자 배경의 기대로 보아야 한다는 근거에 따라 규제수용을 인정했 던 것이다.

4. 보상의 기준과 방법

투자협정상의 간접수용 또는 미국의 규제수용의 경우에서는 보상의무가 수반되는 재 산권의 과도한 침해를 모두 수용의 범주에서 취급한다. 즉 소유권의 박탈을 초래하는 명시적인 수용조치와 소유권의 박탈은 없지만 과도한 재산권의 침해를 초래하는 간접 적 수용조치를 모두 수용의 범주에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간접수용 또는 규제수용 조치의 경우에도 수용조치의 경우와 동일한 맥락하에 피해 부분에 대해 보상 이 이루어져야 함이 규정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23조 제3항은 재산권의 수용․사용․제한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지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무엇이 정당한 보상인가에 대해 수용 시의 보상문제와 관 련된 위헌소원 판례들16)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정 당한 보상이란 원칙적으로 피수용재산의 객관적인 재산가치를 완전하게 보상하는 것이 어야 한다는 완전보상을 뜻하는 것으로서, 재산권의 객체가 갖는 객관적 가치란 그 물 건의 성질에 정통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거래에 의하여 도달할 수 있는 합리적인 매매가 능가격, 즉 시가에 의하여 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수용 이외에

16)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2001. 4. 26), 사설철도주식회사 주식보유자에 대한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제1호 원헌제청(2002. 12. 18)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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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과 제한을 통한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정당한 보상의 원칙인 지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다. 헌법재판소는 수용․사용․제한에 대해 공히 적용되는 정 당한 보상에 대하여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석 내용에는 피수용재산만 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도시계획법 제21조 위헌소원에 대한 판결의 경우 보상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보상의 구체적 기준과 방법은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입법형성권 을 가진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정할 사항”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재산권의 침 해와 공익 간의 비례성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헌법상 반드시 금전보상만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입법자는 지정의 해제 제도 또는 토지매수청구권제도와 같이 금전보 상에 갈음하거나 기타 손실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하는 등 여러 가지 다른 방법 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토지매수청구 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상입법이 이루어졌다.

토지매수청구권제도는 토지의 소유권은 박탈되지 않았지만 사용․수익권 등 여타 재 산권의 행사가 현저하게 제한되는 피해가 발생한 경우 차라리 정부가 이러한 토지를 수 용하고 피해자에게 수용 시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사용․수익권이 거의 박탈된 토지의 소유권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며, 토지소유자는 차라 리 소유권을 매도하고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토지에 대해 적정한 가격을 지불 하고자 하는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토지에 대해 정부가 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침해 부분에 대해 현금보상을 받는 것보다 토지소 유자에게 유리한 보상일 수 있다. 그러나 소유권을 계속 보유하고자 하는 피해자의 경 우에는 다른 보상방식이 법률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 점이 있다.

아직까지 토지매수청구권제도는 도시계획법 제21조와 관련된 그린벨트 내의 해당 사 안에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토지의 사용․수익권이 현저하게 제한된 여타 피해 사안 에 대해서도 이 제도의 확대 적용이 추진되고 있다. 예컨대 군사시설보호구역 내의 피 해 토지, 도시자연공원 구역 내의 피해 토지, 고속도로 접도 구역 내의 피해 토지 등에 대해서도 토지매수청구권제도의 도입이 결정되었다. 또한 문화재 출토 보전지역 내의 피해 토지에 대해서도 토지매수청구권제도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토지재산권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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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제한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 토지매수청구권제도로 정착될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V. 한미 FTA와 국내제도의 개선방향

1. 한미 FTA의 간접수용 논쟁과 평가

그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투자협정을 체결해 왔지만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 문제는 관 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국내경제에서 외국인투자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던 상황에 서 외국인투자에만 적용되는 투자협정상의 내용이라는 점에서 간과된 이유도 있으며, 기본적으로 간접수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도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이 문제는 국내에서 투자협정 분야의 최대 관심사항의 하나로 대두 되었다.17) 이 문제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측에서는 간접수용이 우리나라의 법 제에 없는 제도로 위헌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며, 국내외 투자가 간의 심각 한 역차별적 성격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한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 의무 는 정부의 공공정책 추진을 극히 제약할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제IV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법제에서 간접수용 또는 규제수용이란 용 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이에 상응하는 내용의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고 있다. 위헌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우리나라의 헌법이 법률에 따른 보상, 즉 보상 법률주의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사안에 있어 국내 법률상의 보상 근거 규 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자협정상의 간접수용 규정에 의해 보상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만큼 이 는 위헌성에 대한 타당한 주장이라 볼 수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에 대해 해당 법률이 보상 근거 규

17) 한미 FTA상의 투자협정 분야의 주요 쟁점이슈로는 간접수용 외에 투자자 대 정부 간 분쟁해결절차, 세이프가드 규정, 이행의무 금지 규정, 투자협정의 적용 범주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 은 정인교(200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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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두지 않는 것이 위헌인 것이다.

국내외 투자자 간의 역차별성 문제의 경우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보상 법률 주의의 선에서만 보면 분명히 역차별성이 존재한다. 외국인투자자는 투자협정에 근거하 여 모든 재산권의 과도 침해 사안에 대해 보상을 구할 수 있는 반면, 국내 투자자는 법 률에서 규정된 사안에 한해 보상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에 보상 근거 규정이 없는 경우에 국내투자자도 위헌소송을 통해 보상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 상 추구의 대상 범주 측면에서 역차별성을 단정하기 어렵다.18)19) 보상의 의무가 수반되 는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도 역차별성을 단정하기 어렵다. 제IV절 에서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제시하고 있는 판단 기준이 국제 중재판정부 의 일반적인 판단 기준보다 엄격하다고 볼 수 없다.

보상의 수단과 금액에 있어 역차별성의 문제는 사전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우리나 라에서 재산권의 과도 침해 사안에 있어 보상 방법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매수청구권 제도가 투자자에게 반드시 불리한 보상 방법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수용 시에 공정한 시장가치에 따른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공정한 시장가치가 무엇인가 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보상금 액 산정 방식20)이 투자협정상의 공정한 시장가치에 따른 보상 원칙에 부합하는지의 문

18) 재산권의 침해와 관련된 사안에 있어 외국인투자자도 헌법소원을 통해 구제를 추구할 수 있는지는 확 실하지 않다. 헌법소원은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만이 청구할 수 있고, 이는 기본권의 주체라야만 헌법소 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는 ‘국민’ 또는 국민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외국인’은 기본 권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주체가 될 수 있는 기본권의 범위는 확실하 지 않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같은 ‘인간의 권리’에 관한 기본권은 이러한 범위에 포함 된다. 참정권을 제외한 평등권도 인간의 권리로서 외국인에게도 부여되는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재산권이 이러한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재산권 과도 침해 사안에 있어 헌법 소원이라는 구제절차가 외국인투자자에게 부정되는 경우, 투자협정의 존재가 없다면 외국인투자자는 국내투자자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19) 익명의 논평가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절차적인 측면에서의 역차별성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법률에 보상 규정이 없는 경우 외국인투자자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투자협정을 근거로 법원의 선에 서 구제를 추구할 수 있는 반면 국내 투자자는 위헌소송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러한 절차적 측 면에서 국내 투자자에 부과되는 추가적 부담은 역차별적 요소라 할 수 있다.

20) 토지수용으로 인한 손실보상의 경우 손실보상액의 산정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되, 개발이익을 배제 하고, 공시기준일로부터 재결 시까지의 시점보상을 인근토지의 가격변동률과 도매물가상승률 등에 의 하여 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지가공시법 제10조 제1항 1호).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보상이 헌법상의 정당한 보상에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200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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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는 실제 구체적인 사안이 발생하여 중재판정부의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는 문제이다.

공공정책 추진의 제약 문제는 비단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투자협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세계의 일부 시민단체들이 공히 제기하고 있는 비판 사항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간접수용의 개념을 자의적으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함으로써 비 롯된 비판이라 볼 수 있다. 간접수용은 재산권에 대한 모든 침해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소유권만 남았을 뿐 재산에 관한 여타의 권리가 거의 소멸된 정도의 피해 가 발생한 경우만이 간접수용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투자협정상의 간접수용 규정 은 공공정책을 추진하되 이러한 정도의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 용일 뿐이다. 사유재산권 보호를 초석으로 하는 시장경제체제 국가에 있어 공익과 사적 희생 간의 균형이라는 제약하에 공공정책이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이 다. 투자협정상의 간접수용 규정은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2. 국내 관련제도의 개선방향

그동안 우리나라가 투자협정에 접근하는 방향은 외국인투자와 국내투자를 구분하는 시각하에 이루어졌다. 투자협정의 내용에 맞게 외국인투자 제도와 환경을 개선하는 것 이 투자협정이 부과하는 과제였다. 그러나 외국인투자가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 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외국인투자와 국내투자 간의 구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본의 국적성이 갈수록 소멸되어 가는 상황에서 투자협정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과제는 단지 외국인투자와 관련된 제도와 환경의 개선이 아니라 전반적인 국내 제도와 환경의 개선이라 할 수 있다. 한미 FTA상의 투자협정은 이러한 시각하에 접근되어야 하며, 간접수용과 관련된 국내제도는 한미 FTA를 계기로 점검이 요구되는 과제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간접수용과 관련된 국내제도의 주요 문제점으로 접근성과 예방성 측면에서의 문제점 을 제시할 수 있다. 접근성의 경우, 법률에 보상 근거 규정이 없는 사안의 경우 재산권 의 과도한 침해를 주장하는 피해자가 보상을 추구할 수 있는 구제절차가 용이하지 않다 는 것이다. 이런 사안의 경우 위헌소송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미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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