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공업화학 전망, 제11권 제2호, 2008
좋은 영화 소개 코너
오랜만에 만난 좋은 영화 - 원스
강정원 편집이사 (고려대)
“How often do you find the right person?”- 영 화 원스(Once)의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문구이다. 나에 게 잘 어울리는 상대를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던가....
영화 원스는 불과 십오만 달러(한화 1억 5천원 쯤?)를 들여 만든 저예산 뮤지컬 영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 면은 아일랜드의 더블린 거리가 전부이고, 배우들의 개 런티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영화에는 미남, 미녀 배우도 등장하지 않는다. 뮤지컬 영화라고 하지만 무지 막지한 물량을 투입한 헐리우드판 뮤지컬들에 비하여 초 라할 뿐이다. 음악들도 대부분 통기타와 피아노만을 반 주로 전개되고, 돈 들인 흔적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모든 불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선댄스 영화제와 아카데미 를 휩쓴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영화의 매력적인 부분은 인간 적인 따스함과 공감에 있다. 너무 오래되어서 구멍이 난 기타를 두드리며, 포크송을 연주하는 남자 주인공(Glen Hansard)과 다소 유행에 뒤떨어져 보이는 패션이지만 이지적이고 순수한 여주인공(Marketa Irglova)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은 보는 사람들의 감성을 적시기에 충분하 다.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장면은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악기점에서 화음을 맞추며 “Falling Slowly”라는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다. 이 장면은 영화를 보면서 남자와 여자 가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 장면 은 이전에 소개한 영화 “사이드 웨이즈”에서 두 남녀가 포도주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짜릿한 장 면을 연상시킨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정말 단순하다. 더블린의 길가에 서 노래를 부르던 남자 주인공이 우연히 여자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음악적으로, 감성적으로 두 사람은 잘 어울 리지만 여주인공은 이미 결혼한 여자이다. 일반적인 멜 러 영화 같으면, 삼각관계를 둘러싼 여러 가지 갈등이 등장하겠지만, 이 영화에는 도식적인 갈등은 전혀 없다.
여주인공은 그의 음악을 응원해 주고 마침내 음반을 만 들게까지 이르게 된다. 남주인공이 그토록 원하던 콘서 트의 기회를 가지게 되는 순간 여주인공은 자신의 원래
자신의 위치로 되돌아간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상영시간 이 88분에 불과한 이 영화는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나 커다란 스케일의 감동은 없지만 우리가 살면서 흔히 겪 을 수 있는 감성을 잔잔히 그려냈다는 점이 훌륭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스토리 가 계산되었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이 영화는 많은 물량을 투입한다는 것이 영화의 성공 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잘 알려진 이치를 다시 생각하 게 만드는 영화이다. 우리나라 영화가 전 세계인을 감동 시키고자 한다면 컴퓨터 그래픽이나 일회성의 유머에 그 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금번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보여준 주제가 “Falling Slowly”는 아직도 귀에서 맴도는 것 같다. 음악적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 없겠지만 단순한 화음과 서정적 인 가사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곡이다. Glen Hansard가 우리나라에도 방문하여 콘서트를 연다고 하 니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