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출처 보도일자
금종해 신임 고등과학원장,
“세계 최고 기관이 되겠다” 한국과총 Webzine 2013. 9. 11. (수)
금종해 신임 고등과학원장, “ 세계 최고 기관이 되겠다”
이론기초과학 대표기관 수장으로서 ICM 개최와 기관 운영 계획 밝혀
지난 5일 금종해 제6대 KAIST 부설 한국고등과학원(Korea Institute for Advanced Study;KIAS) 원장의 취임식이 있었다. 고등과학원의 부원장이 원장이 된 케이스는 이번이 처 음이다. KAIST 이사회에서 공모와 후보 발굴위원회, 후보 추천위원회를 통해 가장 적합한 인물로 선택받은 것이다. 지난 6일 신임 금원장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론기초과학을 대표하 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내년 8월 서울에서 열릴 ‘2014 국제수학자 대회(ICM)’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재임기간 중 기관은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 것인지 등을 알아보았다.
Q:고등과학원에서 수학부 교수, 부원장 등을 역임했지만 고등과학원에 들어오신지 13년 만 에 원장이 되셨다. 감회는?
A:그간 고등과학원 덕분에 좋은 연구도 했고, 고등과학원이 어떤 기관이 돼야 하는지, 어떤 수준의 연구를 해야 하는지를 나름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해서 추천 받고 지원을 했는데 기회 가 주어졌다. 연구 기관의 기관장이 연구를 계속 한다는 것은 외국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우 리나라에서는 드문 것 같다. 기관의 전반적인 예산, 행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주말이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대수기하학(Algebraic Geometry) 분야의 연구 를 계속하면서 일하는 기관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Q: KIAS는 수학, 물리학부, 계산과학부를 두고 있는데 이들 모두 수학을 바탕으로 한다는 공 통점이 있는 것 같다. 고등학문(Advanced Study)과 수학과의 관계는? 또 기초과학연구원 (IBS) 부설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와의 차이점은?
A: KIAS는 순수이론 기초 과학을 하는 곳이다. 실험장비 없이 오직 두뇌만을 이용해 이론 중심의 연구를 수행한다. 물론 부수적인 계산은 고성능 컴퓨터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컴 퓨터에만 의존한 연구는 우수한 연구로 인정받기 어렵다. 수학부와 물리학부는 세계적인 수 월성을 추구하면서 수학과 이론물리학의 전 분야를 커버하고 있다. 1996년 설립 당시에는 화학부, 생물학부도 둘 계획이었지만 이론 분야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아 현재는 계산과학부 안에 양자정보(QI)와 단백질 접힘 등을 연구하는 생물물리학(BP), 정보과학(IS), 3분야를 중심 으로 운영한다. KIAS는 이론기초과학분야의 국내외 박사학위자들 중 전도유망한 소수를 뽑 아 독립된 이론기초과학자로 양성하는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즉 박사후 과정의 영재교육기 관인 셈이다. 대학생, 대학원생들도 방학 캠프를 통해 세계적 대가들의 수준 높은 집중강좌 를 들을 수 있다. KIAS와 MOU를 맺은 대학의 대학원생들은 학점도 인정받을 수 있다.
NIMS의 경우 순수 수학에 바탕을 둔 응용수학을 추구하고 있으며, 아직은 중견 급 수학자 는 소수이고 산업계에 응용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KIAS의 수학 부와 NIMS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서로 보완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자극이 되고 바람직하 다고 본다.
Q: KIAS는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를 모델로 설립됐다. 초기에는 KIAS가 발표한 논문의 영향력 지수가 미국 예일대학이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비견되곤 했는데 요즘은?
A: KIAS는 학부별로 벤치마킹하려는 대학들이 있다. 예컨대 수학부의 경우 예일, 프린스턴, 하버드, 컬럼비아 등 미국의 톱 5개 대학들이다. 이들과 1인당 생산 논문을 비교해 보면 양 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질적으로는 우리가 그들의 85~90%정도 수준이다. 물론 거대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최고의 연구환경을 제공하며 세계적인 대학자들을 끌어들이는 미국의 명 문 사립대학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기관이 되는 것 이다. 지난 17년 동안 발전해 90%까지 왔으니 곧 비등해지리라고 본다. 물론 무에서 이만큼 발전하기까지는 비교적 쉬웠고 앞으로 더 올라가기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바둑에서 초 급부터 5급까지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지만 더 높은 고수가 되기는 어려운 것과도 같다.
Q: 변화된 한국 수학의 위상에 힘입어 내년 여름 우리나라에서 ‘2014 ICM’을 개최한다.
ICM 유치에 많이 기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ICM 개최의 의미는?
A: 대한수학회(회장 김명환)와 ICM조직위원회(위원장 박형주)가 이번 국제행사를 주최, 주관 하고 개인적으로는 ICM 집행위원으로서 돕고 있다. 하지만 KIAS가 수학, 물리 분야의 세계 적 학술행사를 공식 후원하는데 앞장서는 것은 당연하다. 수학은 민주적인 학문이 아니다.
잘하는 사람, 잘하는 국가가 독재한다. 99명이 아무리 맞다고 우겨도 맨 마지막 1명이 오류 를 지적하며 정확한 풀이를 제시하면 이기는 게 수학이다. 수학은 유럽전통이 워낙 세다보 니 ICM도 주로 유럽에서만 열렸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4번 째로 개최한다.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 세계 최고의 수학자들이 모이는 수학의 올림픽인 ICM을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수학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 졌다는 증거다.
Q: 우리나라 수학의 세계적 위상은?
A: 수학의 수준을 5등급으로 나누는데 우리나라는 4등급에 속한다. 최우수 등급인 5등급인 국가에는 G8과 중국(대만, 홍콩 포함), 이스라엘이 포함된다. 중요한 결정에서 투표권을 5장 갖는다는 얘기다. 한 등급을 올리려면 전체 회원국들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북한이 현재 옵 서버 수준이지만 1표를 갖게 되면 우리도 5장이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처음 1등급에서 2 등급이 됐고 곧바로 4등급이 됐다. 2단계 건너뛴 것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4등급 심사 때 는 전 세계 석학들로부터 ‘피어 리뷰(peer review)’를 받았다. “한국인 수학자, 혹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수학자를 아느냐,” “그들의 업적을 아느냐” 등의 주관적인 질문에 의한 평가였다.
논문의 양만 갖고서는 안 되며 세계의 학자들로부터 인정받을만한 연구업적이 있었기에 가 능했다고 본다. ICM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Q: 서울 ICM을 위한 특별 계획은?
A: ‘1000명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과거 선진국이 베푸는 혜택에 힘입어서 수학을 발전시킨 것처럼, 우리도 제3세계 국가들을 포함해 우리보다 못한 국가들로부터 1000명을 연령과 상관없이 선발, 초청해서 첨단 수학 연구의 동향을 알게 하고 자기나라 수 학을 갖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과거 우리나라도 ICM으로부터 한 해 2~3명씩 초청받아 참 가하는 입장이었는데 20년 만에 베푸는 나라가 됐다고 해서 세계수학연맹(IMU)으로부터 크 게 호평 받고 있다.
Q: 서울대 수학과 졸업 후 미시간대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3년간 미국 유타대 학에서 일한 후, 1991년부터 2000년까지 건국대에서 교수로 재직하셨다. 파리대, 버클리대, 프린스턴대, 미시건대, 나고야대, 도교대, 괴팅겐대, 영국학술원, 싱가포르대 등에서 초빙교수 혹은 초빙연구원으로 강의와 교육을 하셨다.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들에서 폭넓은 경험을 하셨는데 특별히 주목할 만한 나라는?
A: 가장 좋은 예는 미국이다. 미국은 경쟁국들에 비해 중고교 수학이 뒤쳐져 있다는 위기의 식 아래, 모든 국민들이 수학을 다 잘해야 한다는 정책보다는,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을 대부 분의 주에서 체계적으로 발탁하고 잘 관리함으로써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교에서 잘하면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학점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입시와 연결시켜 단순 기능적인 계산을 반복하거나 문제풀이 위주로만 수학을 해서, 수학을 잘 하지만 수학에 재미를 못 느끼는 것과는 달리, 점수와는 무관하게 창의적으로 수 학을 즐긴다. 국가 수학 수준도 미국이 전 세계 수학 인재들을 다 끌어들이기 때문에 최강 이다. 실제로 기부금이 탄탄한 명문 사립대학들의 경우 학부학생 10명에 교수는 50명씩이나 두고 있다. 수익성을 논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동력의 원천과도 같은 기초학문 분 야를 기부금으로 그만큼 확실히 키우고 있고 정부도 연구비로 밀어주고 있다.
Q: 그 외의 국가들은 어떠한가?
A: 프랑스와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은 미국만큼 처우가 좋지도 않고 사회적인 지원이나, 재단이 탄탄한 사립대학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를 이어 수학을 해 온 학문적, 문화 적 전통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우수한 수학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일본도 우리와 사정은 비 슷하지만 기초학문을 주도하는 도쿄대, 교토대 등의 교수 숫자는 우리의 2~3배 정도 된다.
일본도 어떤 의미에서 자기네 수학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자기들이 만든 수학일
수도 있고 혹은 자기들이 수학의 특정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도 우리가 만들 어 내거나 주도하는 수학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좀 부족하다.
Q: 유럽 국가들의 경우 합숙 훈련 시스템이 없어서인지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IMO)에서 성 적이 우리만큼 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훌륭한 수학자들은 더 많다. 올림피 아드와 큰 수학자가 되는 것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A: 문화적인 차이가 있다. 서구 사람들은 개인주의가 발달해 집단으로 모여서 훈련받는 것 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수학의 최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의 올림피아 드 성적은 그저 그렇다. 좋은 성적을 내는 나라는 중국, 한국 미국, 러시아다. 중국과 한국은 인구가 많거나 훈련을 잘 받는다고 보면 된다.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논문으로 읽히거나 전 세계 수학자들로부터 박수 받는 것은 아니다. 올림피 아드에서 메달을 받으면 훌륭한 수학자가 될 가능성은 증명되지만, 안 받았다고 해서 세계 적인 수학자가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올림피아드의 문제는 어렵지만 누군가가 답을 알고 출제한 것이다. 한 시간 반 동안 출제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창의적으로 풀 수 있다. 이에 비 해 수학자가 푸는 문제는 처음에는 문제의 뜻도, 답의 유무도 분명하지 않다. 세상에 공개된 모든 지식들을 다 이용해도 되는 ‘오픈 북’ 상태에서 풀지만 쉽게 풀 수 없다. 정답인지도 웬만한 전문가는 알 수 없으며 고도의 수학자들만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수학자들 이 계산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여기지만 수학자들만큼 계산 싫어하는 사람들도 없다. 수학자 들은 웬만하면 계산 안하고 증명하는 것을 좋아하고 하다가하다가 안되면 맨 나중에 계산을 해 본다. 결국 계산은 좀 틀려도 옆의 누군가가 고쳐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 증명, 생각은 창의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제시할 수 있고 그런 사람이 많아져야 수학 수준도 높아지고 국가경쟁력도 높아진다.
Q: 향후 3년 재임 기간에 역대 원장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방안은?
A: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지금 논의되는 이슈 중 하나는 최고 수 준의 연구진을 고등과학원에 유치해 최대한의 자율성 갖고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세계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족한 연구 공간 문제를 해결하 는 것이다. 현재 KAIST 부설로서, 예산, 운영은 독립적이다. 하지만 KAIST 홍릉 캠퍼스의 일 부를 쓰다 보니 공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독립법인화도 공간 문제 때문에 시도됐던 것이 다. 독립법인이 되면 정부 차원에서 개별적인 연구 공간을 마련해 줄 거란 기대에서였다.
Q: 고도의 논리가 필요한 복잡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 오면 고등과학원도 일 조해야 한다고 본다. 영국의 경우 광우병 사태와 같은 어려움에 부닥치면 왕립학술원(RS) 회 원들이 연구 분석한 보고서 내용에 입각해 내각의 정책이 결정되고 수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 해결에 우리의 지적능력이 필요하다면 적극 발휘해 볼 생각이다.
결국 훌륭한 수학자, 대과학자가 된다는 것은, 큰 문제,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을 명료하게 꿰뚫어볼 줄 아는 통찰력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RS의 멤버들은 전 세계적으로 명망 있 는 과학자들이다. 하청을 받거나 동원이 되어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해서 과학적으로 조사해서 객관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전문가들의 판단과 의견을 매스컴을 포함한 일반인들 이 전적으로 신뢰하고 수용한다. 우리도 과학이 많이 발전해서 이제 많은 분야에 전문가들
이 있다. 전문가들도 스스로 철저히 전문성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고 일해야 한다. 일반인들 도 전문가들이 학연이나 지연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 면 ‘상피제’ 등 포퓰리즘에 의해 형식적인 객관성만 갖게 되고 결국 비전문성만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윤성혜 객원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