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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언어비판과 언어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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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주차 강의

<페미니즘 언어비판과 언어정책>

1. 문제제기

- ‘페미니즘 언어학(Feministische Linguistik)’은 언어와 성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다루는 언어학의 한 부문이다. 특히 남녀 두 성 사이에 지배하는 양극성을 고려하여 언어체계와 언어사용의 연구 및 여성의 언어적인 차별과 동등대우 방안 등을 다룬다.

- 페미니즘 언어학자들은 한 화자의 성별이 언어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페미니즘 운동과 연관해서 찾으려고 시도하였다. 여기서 제기된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첫째, 한 언어를 ‘성차별적인’ 것으로, 즉 남녀 두 성 가운데 한쪽 성에 대해 편견 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가?

- 둘째, 남자 혹은 여자에 대하여 특정한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언어를 그렇게 사용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 만약 특정한 사회공동체에서 여성들이 언어에 의해 차별을 받는다면, 그것이 해당 언어의 구조에 기인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해당 언어공동체의 상황에 토대를 둔 개인 의 언어행동을 반영하는지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2. 이론적 배경

- 196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난 학생운동 및 여성운동은 그 당시의 여러 사건들 과 인도차이나 전쟁 중 미국에서의 항의운동 분위기에 의해 자극을 받았다. 흑인과 다른 소수인종의 생활조건이 미국에서 공공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소수인종의 억압에 대해서는 ‘인종차별(racism)’이라는 개념이 통용되었다. 이에 따라 여성의 상황에 대 해 ‘성차별(sexism)’이라는 개념이 생겨나 전 지역으로 급속도로 유포되었다. ‘성차별’

이란 일반적으로 인간이 그들의 성별 때문에 억압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 성차별이란 항상 공허한 정치적 수사를 동원하여 ‘여성의 불이익’ 정도로 완곡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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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거나, 사회학자들이 중립적으로 ‘전통적인 역할분담’으로 표현하는 것 이상이었 다. 성차별은 언제나 여성들에 대한 착취, 파괴, 지배, 박해였다. 성차별은 미묘함과 동시에 치명적이며, 여성 신체의 부정, 여성의 자아에 대한 폭력, 여성의 존재에 대한 무시, 여성의 사고 박탈, 여성 신체의 식민지화와 착취, 여성 양심의 통제에 이르기까 지 독자적인 언어의 박탈, 여성 활동의 자유 제한, 인간 種의 역사에서 여성의 기여 를 은폐하는 것을 의미한다.

- 196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난 ‘신여성 운동’의 영향으로 인하여 학문연구 에서 원칙적으로 이른바 ‘성별 중립성’이 지켜지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일어났다. 이것 은 이를테면 인식과정, 인간의 행동, 사회적 제도, 문화적․역사적 주제 등을 다루는 모든 학문영역에서 그러하였다. 그러므로 ‘성(gender)’이라는 개념은 남녀 두 성 사이 에 가로놓여 있는 불평등의 인과관계를 개인적, 정치적, 상징적 행위와 같은 모든 차 원에서 규명하기 위한 시대사적, 사회․문화적 구조로서 인식되고, 또한 문화학과 사회 학의 대상으로서 연구된다.

- 언어학 역시 그러한 불평등한 관계로부터 초연할 수 없었다. 지난 70년대부터 ‘성 별어(genderlect)’와 ‘성별에 고유한 언어’라는 용어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페미니즘 언어학자들은 한 화자의 성별이 언어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가에 대 한 답변을 페미니즘 운동과 연관해서 찾으려고 시도하였다.

3. 페미니즘 언어비판

- 영어, 독일어, 불어와 같은 대부분의 서양언어들에서는 어떤 사람의 성별이 알려져 있지 않거나 성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일반적인 진술이 행해져야 할 경우 그 해당인은 전통적으로 남성형태로 표시된다.

(1) The average student is worried about his grades.

(2) Each person [Everybody] must bring his own calculator.

(3) Dieses Buch wird den Leser nicht enttäuschen.

(이 책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4) Jeder Deutsche trinkt durchschnittlich 1,347 Liter Bier am Tag.

(독일사람은 하루에 평균 1,347 리터의 맥주를 마신다)

(5) Il y a un homme et beaucoup de femmes, ils sont tous jennes.

(남자 한 명과 많은 여자들이 있는데, 그들 모두는 젊다.)

- 이와 같은 남성형태의 일반적인 사용을 페미니즘 언어학에서는 ‘총칭적인 남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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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generic masculine)’라고 부른다. 사람과 관련된 총칭적인 남성명칭은 중립적이며 여성명칭을 대신해서도 사용될 수 있는 반면, 여성명칭은 결코 남성명칭을 대체할 수 없다.

- 페미니즘 언어학은 70년대 초반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독일어권에서는 Trömel-Plötz가 1978년 발표한 논문 「언어학과 여성언어」에서 본격적으로 총칭적인 남성형태의 사용 문제가 취급되었다. 이때 페미니즘 언어비평의 핵심적인 출발점은 다음과 같다. 즉 문법성(Genus)과 자연성(Sexus)간에는 밀접한 연상결합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특히 사람과 관련된 人指稱 명칭에서는 문법성과 성별이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칭적인 남성형태로 표기하는 것은 남성이라는 表象을 불러일으키 며, 이때 여성은 언어적으로 가시화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된다. 그 결과 그와 같은 표 현을 사용할 경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고려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 언어사의 진행과정 중에 독일어와 불어와는 달리 문법성이 소멸된 영어에서도 그 잔재는 여전히 남아있다. man과 he는 남성을 지칭하는 낱말임과 동시에 양성을 가 리키는 총칭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mankind, freshman, chaiman 등과 같은 파 생어들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남성우위 사고의 발로이며, 특히 성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명사를 대명사 he로 받는 규칙은 영어가 남성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위 총칭이라는 man이나 he가 많은 경우 여성을 배제한 듯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person과 같이 성을 구별할 수 없는 어휘에 대한 대명사도 일반적으로 she가 아니라 he를 사용한다. The first person to finish his dinner는 남자와 여자를 나타낼 수 있으나, The first person to finish her dinner는 여성만을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a speaker’s use of his language에서는 남성 화자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대명사 he는 총칭적으로 사 용될 수 있으나, she는 그러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남성지배의 전통적인 사회구조를 반영한다.

- 남성형태의 총칭적인 사용과 그에 따른 여성의 언어적인 수적 열세로 인해 여성들 은 불리함을 당하게 된다. 가령 여성장관, 여성노벨수상자, 여성우주비행사, 여성전기 공 등과 같은 명칭이 총칭적인 남성형태로 인해 표시되지 않을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동일인물로 인식될 가능성은 훨씬 적다.

- 문법성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말에서도 대통령, 장관, 판검사, 변호사, 국회의원, 의 사, 조종사(pilot), 교수, 사장 등과 같이 이른바 고위직종들은 남자라는 우리의 고정 관념 때문에 모두 남성명사로 생각한다. 이러한 ‘규범’에서 벗어난 ‘예외/변칙적인’

경우는 ‘女’ 자를 앞에 붙여 여의사, 여변호사, 여교사, 여사장 등이라 한다. 이와는 반대로 간호사, 모델, 미용사, 승무원, 도우미, 유치원 선생, 산파 등은 대개 여성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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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해석되고 예외적인 경우에는 ‘男’ 자를 앞에 붙인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위의 직 업들이 전통적으로 한쪽 性이 전담해 왔던 데에 기인한다.

3. 언어와 사고

- 독일어와 불어에서 명사의 성(gender)과 수(number)의 일치관계를 보면, 지칭된 사람 모두가 남자일 경우에는 남성복수형을 쓰고, 모두가 여자일 경우에는 여성복수 형을 쓰지만, 99명의 여자들 가운데 단 한 명의 남자라도 있으면 전체를 총칭할 때 에는 수적으로 여자들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남성복수형태를 사용한다.

(6) nos petits amis (남성 또는 혼성)/ nos petites amies (여성)

(7) 99 Leserinnen und ein Leser sind 100 Leser. (but not Leserinnen)

- 우리말에서도 “자식이 많다”, “기독교인의 형제애” 등과 같은 표현에서 子息, 兄弟 는 남녀를 다 포함하지만, 女息, 姉妹는 여자만을 지칭한다.

- 총칭적인 남성형태로 인해 여성이 구체적으로 차별을 당한 사례도 있다. 예를 들면 스위스 법에는 Schweizer(스위스인)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Schweizerinnen(스위스 여성들)에 관한 언급은 없다는 논거로써 스위스에서는 실제로 오랫동안 여성의 참정 권이 유보되었었다. 스위스에서는 1971년까지 다음과 같은 법률이 적용되었다:

“Stimmberechtigt bei Wahlen und Abstimmungen ist jeder Schweizer, der [...]”(선거에서 [...] 모든 [남자] 스위스 국민들은 투표할 권리를 가진다). 여기서 여성 들이 자신들도 함께 지칭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무런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함께 지칭되어 있지 않았고, 그 때문에 선거에 참여할 수 없었다. 저명한 법률학자들 의 견해에 따르면, 여자들은 그들이 분명히 언급될 때에만 함께 지칭된다는 것이었다.

보편적인 여성참정권이 도입되었을 때 결국 법률 문구는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

haben Schweizer und Schweizerinnen die gleichen politischen Rechte. [...]

stimm- und wahlberechtigt [...] sind alle Schweizer und Schweizerinnen, die [...] ([...] 스위스 남자들과 스위스 여자들은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가진다. [...] 모든 스위스 남자들과 스위스 여자들은 선거권을 가진다 [...]).

- 총칭적인 남성형태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은 영미․유럽권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지금도 그러하다. 기존의 언어체계를 고수하려는 ‘전통주의자들’은 페 미니즘 언어학의 논거를 강력하게 배척하였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언어적인 범주인 문법성과 언어외적인 범주인 자연성 사이에 연상적인 관계가 존재한다는 페미니즘 언 어학자들의 기본가정을 의문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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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견해에 의하면, 문법성과 자연성간에는 아무런 연관도 없으며 남성형태는

‘原語彙素(archilexeme)’, 즉 ‘상위(총칭) 개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중립적인 성이 며,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어 경제현상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양자간 의 격렬한 논쟁은 수많은 언어학자들을 긴장시켰고 그에 관한 여러 서적이 출판되었 으며 정치적인 테마로서 의회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페미니즘 언어학자들은 언어와 사고간에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언어 상대성이 론’, 즉 ‘Sapir-Whorf-가설’을 받아들인다. 이 가설은 개별 언어와 문법적 체계는 그 사용자의 사고구조를 규정한다는 언어 결정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러한 가설을 토 대로 페미니즘 언어학자들은 언어에 의한 여성차별에 대한 사회적, 사고․심리적인 전 제조건을 경험적으로 검증하였다. 경험적인 연구들은 그 결과에서 대략 일치하고 있 다. 즉 총칭적인 남성형태는 더 이상 중립적인 성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라는 연상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이다.

- 지난 20여년 동안 언어에서 여성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이것은 가급적 총칭적인 남성형태에 최소가치를, 남성과 여성의 양자명명에 최대가치 를 부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남성 언어형태는 남성형태의 문법성을 가진 형태 로 정의되며, 대개 남성형태는 생물학적 성의 남성을 표시하는 형태와 동일하다. 그에 반해 중립적인 언어형태는 중립적인 성을 가진 형태나 어떠한 성의 구별이 가능하지 않은 복수형태로 정의된다. 중립적인 형태에서는 성별 가운데 어떠한 성도 언어적으 로 특별히 강조되지 않는다. 즉 중성은 남성 지시대상에 대해서도 여성 지시대상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관계를 나타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양자명명은 여성명칭과 남 성명칭에 대해 명시적인 명명으로 정의된다. 양자명명은 여성을 함께 명시함으로써 분명히 여성의 지시잠재력을 나타낸다. 따라서 양자명명은 ‘여성’이라는 연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커다란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4. 페미니즘 언어정책

- 남성형태와 여성형태의 병렬은 언어의 여러 차원에서 남성언어에 대해 여성언어의 동등권을 암시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며 남성언어가 남성 과 여성 모두에 대해 표준과 규범으로 되어 있어 여성들이 사회생활에서 수많은 차별 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어체계와 특히 언어사용 영역에서 나온 예가 충분히 입증해준다고 하겠다.

- 그러므로 페미니즘 언어학자들이 그것을 ‘성차별적인 언어사용(sexist uses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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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이라 부르고 언어행위에서 더 많은 동등권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성과는 남성 주도적인 언어사용이 얼마나 여성에게 적대적이며 여성 차별적인지, 따라서 언어를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준 페미니스트들과 ‘신여성운동’ 소속 여성들의 언어 창조적 작업과 비판적 작업 에 크게 힘입고 있다. 그들은 언어를 변화시킴으로써 사회적인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 페미니즘 언어학에서는 성차별적인 언어사용을 크게 네 가지로 제시하고 여러 가지 실천대안들을 마련하였는데,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왼쪽 난은 차별적 인 표현을, 오른쪽 난은 대등한 표현을 나타낸다.

- 첫째, 여성을 무시하고 배제시키는 언어. 이 경우 여성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단지 함께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man’s achievements woman’s/man’s achievements mankind humanity/human beings

Bürger(시민) Bürgerinnen und Bürger(남녀 시민)

- 둘째, 아내(여성)를 언제나 남편(남성)에 종속시켜 기술하는 언어. 즉 아내(여성)를 남편(남성)을 거쳐 정의하거나 아내(여성)를 제2의 부류 내지 하위부류로 묘사하는 언 어

the better half/the little woman wife

the weaker sex women

co-ed student

Thomas Mann und Frau Katja Thomas Mann und Katja Mann (토마스 만과 그의 아내 카챠) (토마스 만과 카챠 만)

Herr Meier mit Frau Frau Meier und Herr Meier

(부인을 대동한 마이어씨) (마이어씨 부부)

- 셋째, 여성을 단지 소위 여성적인 특성과 행동방식을 가진 전통적인 역할로만 묘사 하는 언어. 이 경우 여성들은 우선 가정주부, 아내, 어머니로서만 인식될 뿐이다.

housewife homemaker

cleaning woman housekeeper

Fräulein! (im Restaurant) Bitte! Entschuldigen Sie!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 아가씨! (실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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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째, 여성들을 무례하게 취급하거나 여성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언어.

libber(a put-down) feminist/liberationist the ball and chain wife

das schwache Geschlecht(약한 성) das weibliche Geschlecht(여성)

- 페미니즘 언어비판은 남성 지배적인 관계에 대한 비판이며 동시에 이와 같은 관계 를 변화시키기 위한 한 수단이다. 이것은 여성 차별적인 언어의 변화와 성별간의 관 계변화에 기여한다. 페미니즘 언어학은 성차별적인 언어사용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 제1원칙: 성별의 언어적인 가시화

언어에서 여성을 ‘가시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을 표시할 경우에는 남성표현이 아닌 여성형태를 명시적으로 나타내며, 폄하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명명하는 것을 의 미한다. 여성들은 언제나 그들이 내포되어 있는지를 분명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때문에 한 낱말의 남성형태는 더 이상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개념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종류의 人指稱 명칭, 특히 호칭형태, 직업명, 관직명 등 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표시되어야 한다. 이것은 남성과 여성이 그들의 직업, 직위, 관직 등에서 성별도 함께 명시적으로 표시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총칭으 로 사용된 남성형태는 중립적인 성의 상위개념이 아니다. 남성형태는 남성을 표시하 는 데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지칭할 때는 언제나 해당 낱말의 두 가지 형태, 즉 남성과 여성 혹은 중립적인 성을 나타내는 명칭을 선택해야한다.

- 제2원칙: 남성과 여성에 대한 대칭적 명칭 사용

이것은 남성과 여성이 언급될 경우 여성도 언어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름, 칭호, 직업명, 기능명을 표시할 때 여성도 대등하게 소개된다는 것이다. 가령, 영어에서 여자는 미혼(Miss)과 기혼(Mrs.)을 구별해 부르면서 남자는 그런 구별을 하지 않는다(Mr.). 독일어에서도 얼마 전까지 여자는 미혼여성과 기혼여 성에 대해 각각 Fräulein과 Frau로 구별해 부르면서 남자에 대해서는 결혼유무에 상 관없이 Herr로 칭하였다. 이러한 비대칭적인 차별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거두 어 영어에서는 Miss와 Mrs. 대신 Ms. [miz]가 많이 통용되고 있으며, 독일어에서는 Fräulein이라는 호칭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남성과 여성에 똑같이 관련되는 명칭 은 형태적으로 대칭적이어야 하며 동일한 의미범위 내에서 사용되어야 한다. 여성을 깎아 내리거나 조롱하는 표현과 명칭이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여성이 능동적으로 행 동하는 자, 독립적인 자, 동등권자로 서술되어야지 고정관념에 의해 남자에 의존하거 나 종속되어 남자와의 관계에서 제2의 부류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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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원칙: 동등한 지칭기회 부여

아주 일반적인 형태로 사람에 관련될 때에는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호칭되고 지칭됨 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 제4원칙: 타이타닉 원칙

전하는 바에 의하면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구조외침은 다음과 같았다: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여기서 착안하여 페미니즘 언어학에서는 이를 약간 바꾸어 다음과 같은 구조외침을 사용한다. “여성형을 먼저!”. 두 가지 형태의 人指稱 명칭이 사용될 경우에는 여성형태의 명칭이 먼저 와야 한다는 것이다.

- 짝을 이룬 많은 명칭들에서 확고하게 ‘남성/여성’의 순서로 된 경우들을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다. 가령, ‘남자와 여자’, ‘소년과 소녀’, ‘오누이’, ‘삼촌과 숙모’, ‘그와 그녀’, ‘아담과 이브’, ‘헨젤과 그레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로미오와 쥴리 엣’ 등. 반대의 순서로 된 경우로는 고작해야 ‘마리아와 요셉’ 정도를 들 수 있다. 한 국어의 어순에도 남성우위의 태도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예컨대 ‘아들 딸’, ‘소년 소녀’, ‘신랑 신부’, ‘장인 장모’ 등에서 보듯 남자를 앞자리에 두는 어순이 거의 대부 분이다. 그런데 욕설에서는 ‘놈년’이라 하지 않고 ‘연놈’이라 하는 것은 역시 남성우위 의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서양어 原語에서 전통적으로 타이타닉 원칙이 지켜지 고 있는 유일한 낱말에는 ‘ladies and gentlemen’(독일어로는 meine Damen und Herren)이 있는데, 이것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신사숙녀 여러분’으로 어순 이 뒤바뀌어 버렸다. 이것은 우리의 의식구조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영미, 유럽권에서 90년대 초부터 일단의 교사들은 수업에서 더 이상 남성형태를 남 성과 여성 모두를 내포하는 상위개념으로 사용하지 않고 해당 명칭의 여성형태를 동 등하게 도입하여 양자를 가시화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학 교수업에서뿐만 아니라 관공서, 언론사, 출판물 등 많은 부문에서 성별에 공평한 언어 사용이 서서히 관철되고 있다. 언어에서 성차별을 피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현방안으 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 첫째, ‘양자명명’ 또는 ‘짝형태’이다. 이것은 ‘여성-남성-명칭쌍’(she or he, her or his)을 총칭적인 기능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8) Each student will do better if she or he has a voice in the decision.

- 양자명명은 여성형태를 언급함으로써 ‘여성’이라는 연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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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을 제공해 준다. 특히 이 전략을 사용할 경우에는 한 텍스트가 남성에게만 관련 되는지 아니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관련되는지 아주 분명하게 된다. 양자명명은 여 성을 언어적으로 가시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며 여성을 함께 포함시키는데 크게 기여한다. 따라서 언어가 남녀동등에 대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면 가장 적 합한 전략은 양자명명이라 할 수 있다.

- 둘째, 총칭적인 남성명칭 대신 person과 같은 ‘중립적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총칭적인 기능에 대해 중립적인 인명을 사용하여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은 당연하 다고 할 수 있다. 집단적인 표현이나 기관명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chairman, freshman, mailman 대신 chairperson, freshperson, mailperson을 사용하거나 die Lehrer(교사) 대신 Lehrkräfte(교원)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페미 니즘 언어학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양자명명에 대한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 나 중립적인 형태에서 일반적인 원칙을 세우기에는 중립적인 형태와 집단적인 형태가 그리 많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 셋째, 남성형태의 대명사를 생략하거나, 총칭적인 he/his 대신 일반적인 사람을 가 리키는 one/one’s를 사용하는 것이다.

(9) The average student is worried about one’s grades.

(10) We will hire the best qualified person regardless of one’s sex.

(11) One should do one’s best.

- 넷째, 주어가 不定代名詞(indefinite pronoun)일 경우, 복수형태의 대명사(their)를 사용하고, 가급적 단수형태보다는 복수형태로 문장을 풀어쓰는 것이다.

(12) When everyone contributes their own ideas, the discussion will be a success.

(13) Each student can select his own topic → Students can select their own topics.

- 우리말에서도 완곡어법(euphemism)의 사용노력(운전사→기사, 보조원/보조사→도 우미/안내요원, 간호원→간호사, 수위→경비원, 방위병→공익근무요원, 장애인→장애 友)과 더불어 양쪽 부모 姓 쓰기 운동, 호주제 폐지 운동 등은 성차별을 완화․해소하 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 이상에서 언급한 양자명명과 중립적인 형태의 사용, 복수형과 풀어쓰기 등은 언어 의 ‘부분적인(완화적인) 여성화’ 전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급진적인 페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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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 언어학자들은 ‘전면적인 여성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전면적인 여성화란 일반적 인 여성형태를 남성과 여성 모두를 포괄하는 총칭적인 명칭으로 사용하자는 것과 독 일어와 불어와 같이 문법성을 가진 언어에서 영어모델에 따라 문법성을 완전히 폐지 하자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급진적인 해결책은 언어사용에서 이미 일정한 자 리를 확보한 부분적인 여성화 형태들에 비해 현재 언어공동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 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하겠다.

- 중요한 사실은 언어에서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제시한 여러 방안들이 모든 텍스 트 종류 및 내용과 커뮤니케이션에 똑같이 적합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떠한 전략을 어떻게 적용하느냐 하는 것은 상황과 사용자의 언어창조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6. 생각거리(토론)

- 사회에서 성차별은 사회적인 것이고, 경제적인 것이며, 성적이거나 정신적인 것이 고, 언어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차별은 여러 영역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 그리고 이러한 영역 가운데 어떠한 것을 일차적인 것으로 주장하든지 간에 모든 경 우 소위 이차적인 차별은 항상 일차적인 것에 피드백되어 작용하며, 변화를 가로막는 다는 사실이다. 즉 여성의 언어적인 차별이 이차적인 것으로 이해된다면, 일차적인 것 의 안정성은 결정적으로 이차적인 것의 불안정성을 통해 침해를 받는다.

- 여성들의 언어적인 동등권의 실현은 다른 사회적인 영역들에서도 이러한 길을 가려 는 강한 용기와 의지를 의미한다. 아직 많은 여성들조차도 여성에 공평한 언어사용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로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주제 가 단지 대학과 페미니즘 영역에만 머무는 한, 사실상 구체적인 변화에 대한 바람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 성별에 공평한 언어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 다. 문제는 새로 고안된 언어장치가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두느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표현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언어사용에서 여자들을 함께 명명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정신적인 의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남성 들에게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적용된다.

- 무엇보다 언어변화의 중요성을 확신하고, 오늘날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매체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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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 90년대 이후 성별에 공평한 언어사용의 중요성이 페미니즘 언어학자들의 학문적인 관심사로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심리학적, 철학 적, 정치적 담론으로 이어져 이론적, 실용적 문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아주 고무적 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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