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연재기사] Artist Essay 아티스트 에세이 (6) 존 콜리어의 고백, 이브가 아닌 릴리트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1

Share "[연재기사] Artist Essay 아티스트 에세이 (6) 존 콜리어의 고백, 이브가 아닌 릴리트"

Copied!
3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연재기사

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Vol. 36, No. 6, 2018 …

709

송 주 영

맛그림미술교육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에서 미술사, 미학, 예술경영을 배우고 오하이오 주립 대학(The Ohio State University) 에서 미술교육으로 석사(MA)를 받았다. 수년간 디자인 전문지 기자로 근무하면서 디자인과 예술에 관한 다양한 저술을 하였고,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코리아 등 다수의 국제 디자인 전시를 기획, 연출하였다. 현재는 디자이너, 예술가, 그리고 미술교육에 대한 저술 활동 및 강연을 하며 ‘맛그림미술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라고 경악할 만한 아담의 숨겨진 첫 여자, 릴리트(Lilith)에 대해 아십니까? 현대의 성서에는 등장하지 않으나 유대 교 신화에 등장하는 릴리트는 아담과 똑같이 흙으로 만들 어졌던 첫 파트너랍니다. 릴리트는 아담에게 성관계 상위 체위를 주장했다가 크게 다툰 후 아담을 떠납니다. 이후에 하나님은 아담의 갈비뼈로 다시 여자를 만들었으니 그것 이 이브(Eve)입니다. 기원전 2000전부터 서아시아과 메소 포타미아 지역에 퍼져있던 다산(多産)의 여신 릴리트(또는 베리아 또는 베리티리)는 서서히 뱀과 교합하는 밤의 마녀 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러 예술 장르에서 팜므파탈(Famme Fatal)의 대표 아이콘이 된 릴리트는 과거 화가들이 꽤 애정했던 테마였 습니다. 아마도 부담 없이 금기된 모든 에로티시즘을 발산 할 수 있었기에 돈 많은 귀족들에게 커미션을 받아내기도 좋았을 겁니다.

여러 화가들의 ‘릴리트’가 있다지만, 그중 백미는 단연 라파엘전파(Pre-Raphaelite) 화가로 대표되는 영국의 존 콜리어(John Collier, 1850~1934)의 <릴리트>입니다. 탐스 럽고 풍성한 긴 머릿결을 늘어뜨리며 얼굴을 상기된 뺨으 로 큰 뱀의 얼굴을 다정히 애무하며 서 있는 백옥 피부의 여인이라니,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아름다움이 보는 이의 마음을 미묘하게 합니다.

존 콜리어는 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정규 아카데

Artist Essay 아티스트 에세이 (6) 존 콜리어의 고백, 이브가 아닌 릴리트

릴리트(Lilith), 1889)

(2)

연재기사

710

… NICE, 제36권 제6호, 2018

미 교육을 받은 직업 화가로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로 유 명세를 날렸습니다. 특히 콜리어는, 찰스 다윈의 『진화 론』을 발 벗고 나서서 옹호했던 식물학자이자 불가지론 (agnosticism, 不可知論)으로 대표되는 당대의 지식인, 토 마스 헨리 헉슬리(Thomas Henry Huxley, 1825~1895)의 두 딸들과 결혼했던, 그의 사위였습니다. 여성 화가였던 첫 부인 마리안 헉슬리(Marian Huxley)는 첫 딸의 출산 후 유증으로 사망하였고, 어려서부터 헉슬리 일가와 한 가족 처럼 지냈던 존 콜리어는 당시 새로 개정된 영국법을 어기 면서까지 토마스 헉슬리의 둘째 딸이자 첫 번째 부인의 여 동생이었던 에델 헉슬리(Ethel Huxley)와 해외에서 혼인 했다고 합니다.

존 콜리어는 유명한 정계, 재계 인사들의 초상화를 그 리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남겨진 작품들 대부분이 초상화들입니다. 이제 막 모더니즘의 신세계가 열리고 있 을 때였던 만큼, 당대 비평가들은 그를 두고 빅토리안 시 대의 선과 색채를 ‘답습’한다며 창의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특히 그가 사망하고 신문에 실린 부고 기사에는 “그는 아름다움을 주제로 하였으나 거기까지다”

라고 기록될 정도였습니다.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인 커시티 워커(Kirsty Walker)는 존 콜리어가 당대 비평가들에 의해 평가절하되었다고 지 적하면서 “(1900년대 이후의) 몇몇 특이 작품들을 통해 그 가 당시 남성들을 뛰어넘는 결혼관과 여성관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라고 소개합니다.

유별 독특한 기록 습관을 가지고 있는 존 콜리어는 마 치 문화재 보관록처럼 모든 작품마다 연도 및 커미셔너(작 품 의뢰인), 작품값, 재료값 등 각종 정보와 간단한 노트를 작성해 두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학적인 감상문이 아니 라 밍밍하기 짝이 없는 기록문 같은 그의 노트 때문에 오 히려 그가 “감흥 없는 화가” 취급을 당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저 유명한 누드화, <릴리트>를 그리던 날의 기록을 보면, “오늘 누드모델에게 구렁이를 두르게 하고 그렸다. 점심 식사. 오후 작업. 누드모델이 뱀에 감겨 질식하기 전에 작업을 멈췄다. 그렸다. 차 한 잔 했다. 취 침” 등의 실험실 연구 기록 같은 문장들만 가득합니다. 참 으로 속을 안 보여주는 화가였던 것 같군요.

그러나 존 콜리어가 63세에 그린 작품, <추락한 아이돌 (A Fallen Idol)>에 대해 스스로 다음과 설명을 했다고 전해 집니다: “울고 있는 여인은 추락한 아이돌이다. 그녀는 중년 의 남편에게 무언가를 고백하고 있는 젊은 아내다. 남편은 학구적인 사람으로 아마도 그녀를 잘 돌보지 못했을 것이 다. 이 남자는 그 순간에 떠올렸을 것이다. 나의 잘못이 아닐 까?라고... 나는 그가 아내를 용서할 것으로 상상했다.”

아마도 외도의 고백일지 모르는 풍경에서 콜리어가 그

려낸 사내의 얼굴에는 비통함과 슬픔의 그림자가 보이지

만 분노의 불꽃은 담아내지 않았습니다. 점잖은 학자 같은

사내에게 젊고 어린 아내는 ‘아이돌’이었겠지요. 아직 여성

(좌) 추락한 아이돌(A Fallen Idol), 1913 / (우) 고백(Confession), 1902

(3)

연재기사

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Vol. 36, No. 6, 2018 …

711 의 정치적 참정권조차 허락되지 않던 1900년대 초, 여인의

고백을 듣고 있는 늙은 화가는 “자신의 잘못”이라며 또 다 른 고백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시대초월적인 그의 이러한 여성관은 첫 부인의 여동생 과 재혼한 어린 두 번째 아내와의 경험담이었는지, 학구적 인 집안에서 성장했던 자신 주변 여인들에 대한 공감인지 는 확실치 않습니다. 또한 그가 남긴 여러 노트에서 “나는 종교가 필요 없이 윤리(ethic)만으로 가능한 세상을 꿈꾼 다 (…) 사람들이 성경의 문구 그대로를 믿는 것처럼 위험 한 일은 없다고 여긴다” 이라는 글을 남긴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는 장인인 토마스 헉슬리와 같은 공감대를 가졌던 지식인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 존 콜리어의 <릴리트>를 바라봅니다. 그가 말년에 남긴 수수께끼 같은 <고백 (Confession)>과 <추락한 아이 돌 (A Fallen Idol)>, 그리고 유명한 <레이디 고디바 (Lady Godiva)>**에 이르기까지, 그가 그려낸 ‘여인’들은 어쩌면,

‘이브’보다는 ‘릴리트’에 가까웠던 건 아닐까요? 무섭고 추 악한 릴리트가 아니라 자기 존재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 고 싶었던, 그런 ‘여자’ 말입니다.

고디바 (Lady Godiva, 990년경~1067년), 11세기 영 국의 코벤드리 (Coventry)주 레오프릭 (Leofric) 백작의 부인이었다. 남편이 자신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농부 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소작료를 부과하자 이들을 동정 한 고디바 부인이 남편에게 소작료를 줄여주라고 요청 한다. 백작은 아내의 말을 번번이 무시하다가 자꾸 조르 는 아내에게 황당한 제안을 한다. 부인 이 실오라기 하 나 걸치지 않고 나체로 말을 타고 마을 거리를 달리면 농민들의 소작료를 감면해 준다는 것. 백작은 내심 정숙 한 부인이 벌거벗은 채로 말을 타고 돌아다니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부인은 ‘대다수 주민들 을 위한 공중의 행복을 위해서’ 라는 명분을 내걸고 이 같은 제의를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이 소식을 전해 들 은 시민들은 고디바 부인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면서, 그 녀가 알몸으로 거리를 다닐 때 모두 창 밖을 내다보지 않기로 결의했다. 부인은 해가 뜨는 아침 7시에 의연히 마을을 돌았다. 이때 호기심 많은 재단사 톰이 약속을 어기고 고디바 부인의 알몸을 훔쳐보고 말았는데, 그 순 간 톰은 눈이 멀어버렸다고 전해진다. (‘엿보기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인 "피핑톰 Peeping Tom - 몰래 훔쳐보는 톰"이라는 숙어가 여기서 비롯되었다.) 결국 백작은 아 내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하고 소작료를 낮췄다. 고디바 부인의 행동은 ‘일반적 관행이나 상식, 불의한 힘의 역학 에 불응하고 대담한 역의 논리로 난관을 뚫고 나가는 정 치’를 일컫는 용어인 '고다이버이즘 (Godivaism)'으로 남 겨졌다. 1926년, 벨기에의 초콜릿 장인 조세프 드라프스 (Joseph Draps)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며 수세기 동안 변함없이 전해져 내려오는 고귀함, 섹시함, 모던함을 담 을 수 있는 이름으로 고디바를 선택했다고 한다.

레이디 고디바(Lady Godiva), 1894

참조

관련 문서

왕인신사에서는 칸자키시 상공관광과 이토야마 이사오 과장 으로부터 왕인박사가 일본에서 이룩한 문화적 업적을 비롯 하여 왕인박사가 일본에 도착할 당시

우리나라에는 아직 식물공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업적인 시설농업은 존 재하지 않으며, 농업연구기관에서 시험재배를 실시하는 정도이다. 2008년에 서울시 양재동

용융 실리카 판 내부에 가공된 프레넬 존 플레이트의 회절효율을 올리기 위해 다중 프레넬 존 플레이트를 제작하였으며, 고반복률 펨토초 레이저의 반복률을 200 kHz 으로

일레인 스타인벡은 1989년에 한 인터뷰에서 스타인벡에게는 항상 종교 적인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일에 의무적으로 교회에 가야한다고 느 끼지도 않았고,

시간은 몇몇 철학자들이 주장해온 순간적인 점들의 연속도 아니고, 끝없는 한 결같은 흐름도 아니다. 시간은 성장과 성숙의 질서이다.. 시간과 공간의 문제는

이번 주 모스크바에서 투르크메니스탄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Gurbanguly Berdimuhamedov) 대통 령이 러시아 드리트리 메드베데프(Dmitri

뛰어난 궁술 실력을 지닌 로빈 후드(러셀 크로)는 리처드 왕의 용병으로 프랑스 전투 에서 대활약을 펼친다.. 존 왕의 최측근인 고프리(마크

경찰과 검찰의 과거사 조사 결과는 진상규명의 첫 실마리를 연 것에 불과하다. 사건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등 정 부조직의 사건 은폐·조작 혐의가 발견된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