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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한국의 입장과 정세 관리방향
부 형 욱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前 청와대 국가안보실 선임행정관(2017-2018)
6·12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가 너무나 신랄하다. 회담 성과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북·미 정상회담이 초래할 맥락의 변화를 간과한 평가다. 북미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시각 으로 회담 결과를 바라보고 있어서 그렇다.
6월 14일 NSC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하여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미국, 일본, 한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을 전쟁의 위협과 핵·미사일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한 것보다 더 중요한 외교적 성과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 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있지만, 이러한 문 대통령의 평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2017년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었다. 고강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제재와 압박의 악순환을 넘어 전쟁 위기 설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남북한 간의 전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필연적으로 국제전으로 비화된다. 따라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일본, 한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이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는 타당하다.
이를 고려할 때 북미간 합의문에 CVID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 성이 떨어진다는 비판, 비핵화의 시한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행력 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은 지엽적인 지적이라 볼 수 있다. 전쟁 위협을 극적으로 낮춘 성과를 냈고,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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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이후 “‘완전한’ 비핵화가 CVID를 포괄할 것”이며, “주요 비핵화의 시 한은 2020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로써 그동안 제기된 많은 의혹이 자연스럽게 해소된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북미 관계의 근본적 맥락의 변화를 가 져왔다는 평가는 어떻게 가능한가? 우선 그동안 적대관계에 있던 양국 정상이 최초로 만나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약속했다는 점이 중요하 다. 더욱이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도 합의했다. 근본적인 변화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번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을 냉전종식의 물꼬를 튼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간의 회담에 비견할 만하다고 평가한다. 1980년대 엄혹한 냉전의 시기에 핵전쟁의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미·소 양국 정상은 연쇄 적인 정상회담을 갖는다. 1985년에는 제네바에서, 1986년에는 레이캬비 크에서, 1987년에는 워싱턴 D.C.에서 만났다. 양 정상은 세 번째 정상 회담을 통해 역사적인 중거리 핵전력 감축협정(INF)에 서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INF 협정은 미국과 소련간의 신뢰를 형성하고 냉전을 종식시키는 촉매가 되었다.
우리는 정상회담의 가치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 들 간의 근본적인 관계 변화는 정상회담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1985년 제네바에서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서로를 탐색하는 데 그쳤다.
1986년 레이캬비크에서는 합의문도 없이 종료되었다. 대단한 실패로 여겨졌지만 실제로 레이캬비크에서 양 정상의 신뢰는 두터워졌다. 이때 서로의 진심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1987년 INF 협정에 서명하게 된 것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그동안 지속된 군사적 긴장과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 관계를 열어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것이 야 말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유일한 길임을 인식했다. 이 점에서 이번 회담은 근본적이며, 맥락적인 변화의 시발점 이라고 평가해야 마땅하다. 앞으로 북미 간에 후속회담이 이어질 것이 예상되므로 제네바-레이캬비크-워싱턴 D.C.로 이어졌던 미소간 대타협 과 ‘냉전 종식의 한반도 버전’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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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한국정부가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이상주의적 접근으로 일관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 를 명확히 경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이 제 시작일 뿐이다. 확실한 방향은 설정되었으나 그 구체적 이행방안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정부가 균형 잡힌 상황판단을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편 한국정부는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수행한 주도적 역할을 향후에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정부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 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한반도 위기 상 황을 어둠으로 표현하며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길을 열었다. 평창 올림 픽을 시작으로 휴전선과 태평양을 쉴 새 없이 넘나들며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끌어냈고,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에까 지 이르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의 결단이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질 수 있 도록 끈기 있게, 끊임없이 견인하고 독려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북미간에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는 점을 재차 지적한 것이다. 즉, 한국정부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 이행방안 구체화를 요구하고, 미국에는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히 마련하도록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의 비판적 평가와 달리 이번 북미 정상 회담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였고, 향후에도 북미간 대화에 촉진자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보가 약화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 과정에서도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흔들림 없는 한 미 공조와 연합방위태세도 유지해 가야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연습 유예,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 등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사안들도 북미관계의 근본적 변화와 그에 따른 정세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시각을 견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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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 변화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연합연습의 유예는 북한의 비핵화 결단에 추동력을 부여하기 위한 선제조치이며, 김정은의 방중도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고 봐야 한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결단한다는 것은 북한이 가진 거의 모든 것을 내려놓 는다는 의미이다. 일단 내려놓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큰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현재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카드와 연합연습 유예라는 카드가 쓰인 상태다. 한국과 미국이 쓴 카드 는 소중한 것이기는 하나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협상이 결렬되면 연합연습은 재개될 것이다.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도 풀리지 않는다. 이제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