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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R I H S 보 고 서
풀뿌리 문화예술 공동체의 관계망 추적
이소영|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문화를 도시발전전략의 주요 수단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는 국내에서도 이미 오래되었다. 그러나 문화예술기능이 실제로 도시발전에 어떻게 기여하 고 있는지에 대한 실증연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 려웠다. 서구의 성공사례를 들며 문화 중심적 발전 전략(culture-led development)의 필요성을 강조 하는 대부분의 연구들이 문화예술의 순기능을 당 연시하고 있지만, 미술관, 콘서트홀 등 대규모 문화 시설 투자는 오히려 지방정부의 재정에 위기를 가 져오는 등 역기능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뉴욕 소 호(Soho)의 지역연구를 통해 1995년 주킨(Zukin) 이 이미 주장하였듯이, 예술가들은 그들이 의도하 지 않더라도 그들의 예술기능으로 인해 지역의 상 업화 및 고급화를 야기하고 기존 주민뿐 아니라 예 술가마저도 축출시키는 자기모순적 한계도 지니고
있다. 문화를 도시발전전략의 수단으로 도입하기 에 앞서 현대 한국 사회에서 문화가 도시발전에 미 치는 기능이 순기능인지 역기능인지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많은 도시들이 문화도시, 창조도시 라는 비전하에 문화 중심적 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가 도시발전에 어떤 효과를 미 치는지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한 “도시재생을 위 한 문화클러스터 활용방안 연구”는 현재 한국 예술 가 공동체의 사회적 효과를 실증 연구하였다는 학 문적 의의가 있을 뿐 아니라, 아무런 준거틀 없이 백화점식으로 도입되고 있는 한국의 문화도시정책 에 지역 중심형 문화클러스터 모델을 제시하여 향 후 문화도시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게 하였다 는 정책적 의의도 있다.
도시재생을 위한 문화클러스터 활용방안 연구
Cultural Cluster Strategy as a Tool for
Urban Revitalization
박세훈·김은란·박경현·정소양
지음159
이 연구에서 사용한 도시재생과 문화클러스터 는 각각 도시발전과 문화예술생산자 및 관련 기능 의 지리적 집합체인바, 저자들의 목적은 문화클러 스터, 즉 문화예술 공동체가 어떻게 지역에 뿌리내 리고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자생적 문화클러스터 지역에 대한 사례조사와 지역 예술가들에 대한 조 사가 필수적이었는데, 사례지역으로는 부산의 또 따또가 원도심 창작공간과 광주의 대인예술시장을 선정했으며, 사회 네트워크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 방법론을 활용하여 지역 예술가들의 공 동체성, 직업적 네트워크, 지역사회 네트워크에 대 해 조사하였다. 분석 지역의 인터뷰 대상자 명단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저자 서문에서도 조사에 도 움을 준 현장 예술가와 활동가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연구의 공을 그들에게 돌렸는데, 사회과 학 조사대상 중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문화예술집단 에 대한 인터뷰 조사를 폭넓고 깊게 수행한 연구자 들의 치열한 작업 정신이 오히려 엿보였다.
이 연구의 기저에는 예술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이미 전제되어 있다. 베커(Becker)의 주장 에 기대어 저자들이 밝히고 있듯이 예술가는 기존 의 사회제도로부터 고립된 천재라는 생각은 잘못 된 것이며, 예술가들은 하나의 예술작품을 탄생시 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 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예술가들은 동료 예술가 혹 은 선후배들과 긴밀한 연계망 속에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을 기획하고 전시하고 판매하는 데에도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예술가의 창 조성은 예술가들의 네트워크와 사회제도 속에서 발 현된다는 것이다.
이는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에서 구 성원들 간의 관계망 형성을 중요시하는 지역 풀뿌 리 운동에서 예술가들은 예술가적 창조성으로 지 역사회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소위 예술가적 기 질로 인하여 지역사회와 괴리되는 그들만의 리그 를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기도 하는데, 그들 의 창조성이 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발현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예술가 공동체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지역사회에 순기능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이 연구는 부산의 또따또가 원도심 창작공간과 광주 대인예술시장의 예술가 사회 네트워크 분석 을 통해 예술가들의 지역사회 연계 정도를 확인했 다. 특히 부산시의 정책지원을 받은 또따또가 프로 젝트의 경우 교육, 축제 등 지역사회활동 사업을 병 행하여 예술가들과 지역사회가 보다 긴밀하게 연계 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문화예술연구는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다양성 으로 인하여 연구자 스스로 분석의 전제를 정해놓 고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 구하고, 도시발전이라는 숲을 내려다보는 매의 시 선에서 예술가와 지역사회의 관계망을 추적한 개미 의 시선에 이르기까지 보고서를 끝까지 흥미진진하 게 읽어내게 하는 저자들의 연구자적 장인정신이 돋보였다. 서문에 보이는 “품은 뜻은 크지만 과정은 고통스럽고 결론은 초라하기 마련”이라는 저자의 자학은 접어도 좋을 만큼 이 연구가 지향한 “예술가 의 활동이 지역주민, 지역사회와 다양한 방식으로 연계되면서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지역 중심형 문 화클러스터 활용방안”은 잘 제시되었다고 본다.